허천도/작중 행적/2기 2부

2기 1부 완결 이후의 시점이다.

고백(4화)[편집 | 원본 편집]

아쉬타는 천도에게 앞으로는 능력 사용을 자제하라고 했다. 아쉬타가 트레이닝 룸에서 천도의 싸움을 지켜보니, 그는 적에게 과도한 적의와 분노를 분출하는 경향이 있었다. 능력은 성격이 실체화된 것이기 때문에, 살의가 담기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아쉬타는 능력을 갈고 닦는 대신, 시빌과 함께 놀아달라고 말했다. “제가 없더라도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이거 끝나고 어디 멀리 가나? 아무튼 시빌과 친구가 되는 건 문제는 없다. 하지만 능력이 없었던 것처럼 싸움을 피하고 싶진 않다. 천도는 아쉬타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

제 생각을 해주는 건 감사하지만, 이제 뒷일 생각하고 사는 건 신물이 납니다. 늘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놈의 나중이란 말이 제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었거든요. 하고 싶은 걸 나중에 미루는 것도, 뒷일을 생각하는 것도,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저랑은 안 맞더라구요. 늘 결과가 안 좋았어요.

전에 제가 책을 읽는데, 모든 걸 버리고 꿈을 쫓는 주인공이 나오더라구요. 전 속으로 멍청하다 생각했어요. ‘꿈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리고 정 하고 싶은거 하려면 나중에 부자 되고 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단번에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분위기 탄 바보들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부자 되고 뭐하지? 하고 싶은 건 있나? 그냥 결정 내리고 책임지는 게 무서워, 나중이란 변명을 하는 거 아닌가?’ 근데 그게 맞더라구요. 나중을 생각한다던 게 전부 그냥 뭔가를 결정내리는 게 무서웠던 것뿐이었어요.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런 주제에 남들만큼은 살고 싶어서 아등바등 따라가기나 하고, 공부도 하는 척만 하고, 남들 다 대학 가니까 나도 그냥 적당한 데 들어가고. 자신의 결정대로 치열하게 산 적이 단 한 번도 없이 이래저래 흘러서 이 나이까지 왔죠. 그러다보니 습관적으로 모든 결정에 나중을 붙이더군요. 왜 가끔 날씨 정말 좋은 날 하늘 보면 다 버리고 놀러 가고 싶을 때 있잖아요? 마음속으로 아! 놀러가고 싶다. 수업이고 과제고 뭐고 다 재끼고 놀러 가고 싶단 마음이 들다가도, ‘에이씨, 나중에 어떻게 뒷감당하려면 개고생일 텐데’라고 생각하며 포기하죠. 두 번 다시 그런 좋은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어렸을 때 난 매일이 모험만화처럼 완전 특별하고 멋있게 살 줄 알았는데, 정신차리니까 하루에 제일 용기 있는 행동은 학교 가려고 잠에서 깨는 거고, 하루에 가장 큰 후회는 운동 안 한 거, 진지한 고민이라곤 친구놈 여자친구 이야기 들을 때뿐, 제일 큰 결정은 점심 메뉴 고르는 거더군요. 그러고 간만에 쉬는 날이 오면 피시방에서 밤 새고 아침 햇살 받으며 나오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쓰레기 같다고 생각하죠. 아..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이 들어도, 좋아하는 걸 찾는 것도, 하는 것도 다 나중으로 미뤘더니, 이젠 제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그런 저에게 정말 간만에 신나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생겼어요. 아주 특별한! 전 이 능력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은 그거면 돼요. 만일 제 성격이 위험해진다면 그건 제 책임입니다. 누구도 원망 안 할 겁니다. 설레발처럼 보여도 상관없습니다. 생각이 짧다고 해도 괜찮아요. 저도 한 번쯤은 나중을 걱정하며 살기보다는 지금 당장을 뜨겁게 살고 싶습니다. 이 능력은 그 결정을 시험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쉬타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감정에 휘둘리진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호가 쓰러진 순간부터 난 꽤 화가 나 있다. 아쉬타는 무명사에 간다면, 진호의 도플갱어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천도는 자청하여 무명사로 가겠다고 나섰다. 남의 껍데길 빌려 어떤 짓을 할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진호가 기절한 것에 관련이 있다면, 건드릴 사람을 잘못 골랐어!! 가짜 녀석이..!!!

무명사로(6화~9화)[편집 | 원본 편집]

천도와 시빌은 무명사로 향했다. 아쉬타는 무명사의 지도를 보고 원격 통신으로 둘에게 알려주기로 했다.[1][2] 밤이 되었는데도, 무명사 인근은 은은한 빛이 흘러 나왔다. 온갖 화초가 우거진 가운데 반딧불들이 날아다니는 그 정경은 마치 놀이동산 야간 타임을 온 것만 같다.[3] 천도는 무명사의 경치에 감탄하며 길을 나아갔다. 둘은 엄청나게 덩치가 큰 것들이 대열을 맞춰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움직임이 전혀 없다.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허수아빈가? 그런데 갑자기 그것들이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었던 천도가 먼저 얻어맞아 쓰러졌다. 정신을 가다듬은 천도는 시빌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급히 램프라이터 능력으로 그녀를 구해냈다. “다짜고짜 아무 말 없이 내 뒷빵깐 거까지는 이해해주지!! 그래!! 가끔 지나가다 자기보다 잘생긴 놈 있으면 까고 싶은 거 나도 안다! 잘생긴 내가 참지! 근데 이 개자식들아! 첫 만남부터 싫다는 여자애 강제로 스킨십하려는 건 예의가 아니지, 이 새끼들아아아!!!” 천도는 덩치 하나를 사슬로 끌어 온 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의 오른손에는 램프라이터 능력에 의해 빛을 뿜어내는 건틀렛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다른 덩치가 뒤편에서 공격해왔다. 천도는 왼쪽 어깨가 꿰뚫리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저만치 시빌이 덩치들과 싸우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충격적인 첫 만남에..
총알 같은 선물에 심장이 멎고, 다시 바라보자 멈췄던 심장이 뛰고,
자꾸만 가까이 가고 싶고, 다른 사람이랑 노는 게 굉장히 기분 나쁜 이 마음... 뭘까?
오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사랑’이란 건가? 드디어 허천도 20세 인생에 봄이 왔구나.
쫄깃한 내 첫사랑. 짝사랑은 너무 슬플 테니, 너의 마음을 열고 확인하고 싶구나.
걱정 마. 딱 맛만 보고 집어넣어 줄 테니.

천도는 건틀렛을 덩치의 가슴팍으로 그대로 박아 넣은 후, 심장 부품을 꺼내 박살냈다. 아아.... 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랑 따윈 하지 말 걸 그랬어, 그지?

싸움은 끝났다. 천도와 시빌은 자신들을 덮쳤던 덩치들을 모두 처리했다. 경치가 변했다. 아까부터 괴물 소리가 들리고 지진이 일어나더니, 비가 그친 후엔 숲에 불이 났다. 시빌은 천도의 부상이 걱정되는지 다친 곳을 어루만졌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임마, 나정도 훌륭한 어른은 이 정도는 침 바르면 낫는다.”[4] 천도는 시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재회(9화~11화)[편집 | 원본 편집]

천도는 카타콤에서 만났던 진호의 도플갱어와 마주쳤다. 그는 천도와 시빌을 무명사 사람들로 오인하고 다가왔다. 이름은 라크리모사(이하 라크)란다. 그런 이름이었군.

처음엔 내가 헛것을 본 줄 알았지. 귀신같이 사라져서 말이야.
근데 이상하게 그 이후에 내 친구가 일어나질 않는단 말이지.. 상처가 치료돼도 말이야.
그래서 그런 괴물들을 이것저것 알아보니까 너에 대해서 알게 됐다. 도플갱어...라고 부르더군.
도플갱어는 한 달 이내에 해치우지 않으면 원래 모습의 사람이 죽는다는데....
미안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치우는지는 아직 진도를 못 나가서 말야.
좀 거칠어도 네가 이해해라. 이 가짜 새끼야.

천도와 시빌은 라크에게 달려들었다. 라크는 한 손으로 커다란 바위를 집어던지며 대응했다. 엄청난 힘이다. 역시 인간이 아니었군!! 수 합을 주고받은 후, 천도는 라크를 쓰러뜨렸다. 시빌이 마무리를 지으려 했으나, 천도는 그녀를 막고 라크에게 다가갔다. 싸우던 중 라크는 크롤카라는 이름을 입에 올렸다. 아쉬타에게 그 이름을 들었다. 카타콤에서 진호를 기절시켰던, 괴물 팔을 가진 놈이다. 한 패였군... 라크는 천도를 노려보았다.

왜 여기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거냐.
능력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아쉬타에게 속아서....
닥쳐!!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딴 게 아니야!!
뭐 뜯어먹을 게 있다고, 내 친구를 건드리냐는 거다!!! 괴물 자식들아!!
발루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군. 잠깐 사이에 아주 훌륭하게 변했어.
거울이 있다면 보여주고 싶군, 네 꼴을 ... 내가 알던 그 녀석이 맞긴 한 거냐?
전부터 날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지 마라!
진호가 기절해 있는 게 너와 관련이 있는 건가?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믿을 리가 없잖아?
최소한 노력은 해봐, 이 도플갱어 자식아!
말했지. 너랑 말싸움할 시간 없다고.
아니 시간 내야 할 걸? 네가 내 친구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은!!

천도는 라크의 얼굴을 요리조리 훑어보았다. 그는 이마와 목에 흉터가 나 있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 너.” 천도의 물음에 라크가 답했다.

김진호...라고 생각했었지...
난 김진호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내가 김진호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네 말대로 그건 기억과 겉모습뿐이지. 단지 그것뿐이야...
김진호가 멀쩡히 있는데, 내가 누구냐고? 모르겠다. 이제는 나도 확신이 안 서는군..
그저 내가 아는 거라곤... 내가 김진호의 호문쿨루스란 거뿐이니까.

그의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진호의 호문쿨루스라니..! 뭘 잃으면 사람이 복사가 되냐고?! 천도는 혼란스러움에 잠시 한눈을 팔았다. 그리고 그때 라크가 그를 밀쳤다. “제길! 이 빌어먹을 자식이!! 노렸구만!!” 천도는 급히 자세를 바로잡고 라크와 맞서 싸우려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천도의 눈에 들어온 건, 천도에게로 날아오는 공격을 몸을 던져 받아내는 라크의 모습이었다. 방금 전 상대했던 기계 비슷한 덩치들 중 하나가 날린 공격이었다. 천도는 라크의 행동에 당황했다.

....어렸을 적에 난 초능력을 쓰고 싶어 했었지... 기억나냐?
컵을 노려보기도 하고... 초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별의 별 것에 기도해본 적도 있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게 귀찮고 짜증났다. 그래서 이런 것도 생각했었지.
내가 가진 모든 걸 바쳐도 좋으니까 만화 같은 힘과 능력을 달라고.
그 터무니 없는 소원이 철든 지금에야 이루어졌군..
가족, 친구... 김진호로서 가진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으니...
김진호는 인간이었다. 기억을 가졌다고 내가 그 행세를 할 순 없겠지..
앞으로도 이 빌어먹을 몸은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해줄 거다. 몸에 찍힌 낙인처럼...
난 김진호가 아니다... 그건 지금 기절해있는 녀석이니까.
나는 라크리모사.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호문쿨루스....

라크는 진호가 잠든 건 상처 때문이 아니고, 아딤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아쉬타에게서 김진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라... 허천도.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럼 모든 게 원래대로 될 거다... 날 존재하지 않게... 해다오...” 기계 비슷한 덩치가 계속해서 천도와 라크를 향해 탄환을 쏘아댄다. 그러나 그 탄환들은 하나도 맞지 않고 죄다 빗나가고 있었다. “이런 X발!! 차라리 맞추던가!! 간 보냐?! 이 개 같은 깡통새끼가!!” 천도와 시빌은 기계 덩치를 공격하여 박살냈다. 라크는 그 틈을 타 둘에게서 도망쳤다. “이쪽 세계는 너와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야.. 돌아가...”

문제는 내가 널 믿을 수 있는가 없는가다, 라크리모사. 시빌이 라크를 쫓아가려하자, 천도가 말렸다. 천도는 시빌과 함께 카타콤으로 돌아갔다...

계약 수정[편집 | 원본 편집]

카타콤에 돌아오고 다음 날 아침. 천도는 야외에서 아쉬타와 대화를 나눴다. 천도는 아쉬타에게 라크에 대해 알렸다. 아쉬타의 말에 따르면, 신비한 힘을 가진 비밀 단체가 많긴 하지만,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법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천도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쉬타씨,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네, 뭐든 말씀하세요.
아쉬타씨 대회 끝나고 어디 멀리 가시죠? 시빌하고 멀리 떨어져서요.
뭐 헛다리짚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어제 무명사라는 곳에 가려다가 실패해서 돌아왔을 때, 뭔가 이상한 게 많이 보여서요.
그때 돌아온 시빌 안고 펑펑 우셨잖아요. 뭔가 이상한 거 같더라구요.
뭐랄까.. 두 번 다시 못 볼 거라 생각했던 것처럼...
저번에 아쉬타씨 어머님 뵙고 나서 한 번 더 물어볼 게 생각나서 이리저리 찾아봤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방은 없더라구요.
거의 모든 방이 곧 쓸 사람이 없어질 것처럼 정리되어 있더군요.
저번에 도서관에서 시빌하고 있을 때도 목록 정리하시느라 바쁘시고...
시빌과 친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셨을 때도..
본인과도 친구가 되어 달란 이야기는 쏙 빼셨잖아요?
음... 아쉬타씨! 이제 우리 서로 편하게 말하죠!
아쉬타씨 어머니 말대로 다 같이 친구가 됩시다. 그게 좋잖아요?
그리고 계약 조건을 하나 더 붙여주세요. 대회 끝나고 추가금 주세요. 가격은 500원![5]
예정에 없는 노동 꽤 했으니 그 정도는 주실 수 있죠?
대신 조건은 아쉬타씨와 시빌이 함께 있을 때 직접 주시는 겁니다!

천도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각주

  1. 아쉬타는 여러 개의 능력을 구사할 수 있다. 정황상 카토그래퍼 능력으로 허천도와 시빌을 도와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2. 무명사는 결계가 쳐져 있어 들어온 사람을 환각에 빠뜨리며, 들어온 곳으로 나가게 만든다. 그러나 허천도는 램프라이터여서 환상을 꿰뚫고 별 탈 없이 무명사로 향할 수 있었다.
  3. 무명사가 생물을 강제적으로 살리는 곳이어서, 연금술사들이 지옥이라 부른다는 걸 생각하면...
  4. 싸운 곳이 무명사였기에, 치명상도 LC 에 의해 치료된 것 같다.
  5. 1기에서 허천도는 아쉬타, 시빌과 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로췌 팀과 맞붙게 되자, 승산이 없으므로 허천도 홀로 남아 그들을 상대하고, 아쉬타와 시빌은 도망치기로 한다. 이때 허천도는 아쉬타에게 "대회 끝나고 노래방이나 가자."라고 말한다. 소원의 힘으로 시빌이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오락실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 부르며 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