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문화권

한자 문화권(漢字文化圈)은 한자를 자국의 문자로 받아들이거나 한문 문학, 학문에 크게 영향을 받은 지역을 뜻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중화민국(대만)을 비롯해 대한민국, 북한, 일본, 베트남이 한자 문화권에 해당되며, 넓게 보면 싱가포르도 들어간다. 지리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거의 동북아시아 지역과 일치한다.

한자문화권은 각자 언어가 달라도 문자는 같은 한자를 사용했다. 그런데 문자만 같을 뿐만 아니라 그 문자로 쓴 글마저 같았다. 각자 한국어, 일본어, 한어 등 쓰는 말은 달랐지만 문어는 다 같은 한문을 사용하였으며, 이를 활용해 말로 하는 회화는 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글을 적어서 대화하는 필담이 서로 가능할 정도였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한문은 고대 한어의 문어체로 근현대 이전에 한자를 사용한 문장과 글로 현대 중국어의 문장과는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시대에 따라 대충 현대 한국인이 개역성경판이나 훈민정음 언해본을 보는 기분 이상의 문체 격차가 나는 경우도 있다.)

현황[편집 | 원본 편집]

한자 문화권은 근대 이전 글로 소통이 가능했지만 오늘날엔 한자가 파편화[1]되고 자국의 문자를 더 많이 사용하면서[2] 소통의 편리성이 줄어들고 있다. 한자 문화권 국가들이 언어가 달라도 소통을 가능하게 하던 것은 현재 거의 소멸되었지만 문화적 공통점은 아직도 존재한다.

현재 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나라로는 북한과 베트남이 있다. 북한은 한글 전용으로 한자를 전면 폐지했지만 다시 한자 교육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와 교양 정도로만 배운다고 한다. 베트남은 라틴 문자계의 쯔꾸옥응으라는 문자를 사용하면서 한자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도 한글 전용으로 한자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는 않고 신문, 뉴스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한자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자어 어휘의 비율이 높은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베트남, 북한, 대한민국이 있다.

대한민국[편집 | 원본 편집]

한국은 세종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전까지 한국어를 나타낼 수 있는 문자를 가지지 못하였기에[3] 중국에서 들여온 한자로 소통하였다. 그런데 한자는 소리를 나타내는 문자가 아니다보니 우리말을 한문으로 번역해서 쓸 수 밖에 없었다. 무슨 말이라면 한자를 들여와도 한자로는 소리를 표현할 수 없어서 한국어를 그대로 나타는 것이 불가능해 고전 중국 문어체인 한문을 위한 한자로 한문을 지어서 소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어는 문자가 없어 문어 형성이 되지 않았는데 그 자리를 한문이 채워버렸다. 말할 때는 한국어, 글 쓸 때는 고대 중국어로 쓰는 이중언어의 형태가 되어버렸다. 또한 한자로 한국어를 표기할 수 있도록 개조하여 구결자나, 향찰 표기 등을 만들어쓰기도 하였다. 한글 창제 이후로 한글은 사대부에 의해 천대받았으나 꾸준히 여성들 사이에서 사용되었다. 1800년대 말에는 국한문혼용체가 나오면서 한글의 사용률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한자의 비중이 아직도 높았다. 오늘날이라면 그냥 한글로 썼을 말을 불필요하게 한자어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순한글로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통 격식을 차리기 위해서 극한 국한문혼용을 사용하기도 했다.(예시: 기미독립선언문) 이후 국문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운동에 의해 국한문혼용문에서 한자 사용이 더욱 줄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후반으로 가면서 사실상의 공용어가 일본어가 되면서 한자와 가나를 사용하였다. 덕분에 일본제 한자어의 비중이 늘어났다. 1968년에는 모든 공문서에서 한자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한자어의 비중이 더욱 줄어들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 때에는 한글전용정책이 펼쳐졌다. 한때 다시 한자어 사용을 확대시키기도 하였지만 정부 사업으로 다시 줄이도록 하였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어의 단어 중 약 33%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으나 성명과 지명 또한 순우리말, 비한자어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한자, 한문을 공통 과목에서 삭제하고 초중등교육과정의 선택과목으로 변경시킴으로서 언어연구 및 역사학자, 한의학 관련 학자들만 습득하고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한글만 쓰고(한글전용) 한자는 보조용으로 사용한다.

현지화[편집 | 원본 편집]

한국은 역사적으로 국어에 최적화된 문자를 가지지 못했던 나라에 속한다. 그래서 여러가지 한반도 특색이 반영된 파생 문자들이 나오게 된다.

  • 구결자
    구결자는 한문에서 입겿 혹은 토씨를 표현하거나 한자음을 주석처럼 표시하는 역할을 했다. 한자의 일부분을 떼서 문자로 사용했다. 이 점에서 일본의 가타카나와 유사하다.
  • 이두
    SVO 어순의 한문을 SOV 어순의 한국어 어순으로 재구성하거나 향찰처럼 한자를 빌려와 한국어의 소리를 나타내는 식의 표기법들을 말한다.
    • 향찰
      향찰은 문자라기보다 기존 문자를 활용해서 한국어를 표현한 것이다. 한자의 뜻을 사용한 부분, 한자의 음을 사용한 부분이 있다. 일본어의 만요가나와 유사하다.
  • 국자
  • 음역자
    음역자는 한글의 음절 구성 규칙과 유사한 방식으로 만든 국자이다. 예를 들어 임꺽정의 꺽은 한자로 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글자는 크다는 뜻의 (클 거)와 'ㄱ'을 합쳐서 만들어져 '걱'을 나타내었다. 이처럼 한글이 한 음절을 구성하는 방식과 거의 일치한다. 고유 지명과 노비 이름을 적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본[편집 | 원본 편집]

일본어에서는 일본의 음절 문자인 가나와 함께 쓰인다. 일본어 한자는 음독(音讀, 일본식 한자음)과 훈독(訓讀, 한자를 같은 뜻의 일본 고유어로 읽는 것)이 함께 쓰이므로 고유어도 한자로 나타낸다. 이 방식은 고유어를 보존하면서 음절 길이를 줄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자 읽기가 복잡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띄어쓰기도 없고 한 음절에 초성 중성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한자 없이 히라가나로만 쓰였다면 가독성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한자를 집어 넣는게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다. 한자와 조사는 쉽게 구분이 가기 때문에 한국어도 한자와 혼용하면 띄어쓰기가 없어도 가독성이 좋다.[4] 인명고유명사나 일반인이 읽기 어려운 한자 위에는 읽는 법을 다는 요미가나가 있다. 일본어에서 한자는 명사, 동사와 형용사의 어간 및 일부 부사에 쓰이고, 가나는 문법 기능을 나타내는 토씨와 외래어외국어를 표기할 때에 주로 쓰인다.

일본어도 고유의 문자가 없었기에 한자를 기반으로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일본어는 음소의 개수가 적은 덕분에 한자 기반의 문자를 쉽게 만들 수가 있었다. 만요가나는 한자의 발음을 빌려와 일본어를 표기한 일본 최초의 표음문자였다. 그 만요가나는 육안상으로 한자와 거의 비슷하여 신라의 향찰 표기처럼 만요가나와 한자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만요가나로 쓰인 글은 한자음만 표기하여 해독이 매우 쉬운경우도 있고 단어를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 한자로 대치하여 어순이 혼재되어 해독이 난해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본어를 표기하는 최초의 문자라는 의의가 있지만 고학력을 요구해 보급률은 낮았다. 훗날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자를 흘려쓴 초서체에서 유래된 헨타이가나, 불교를 중심으로 가타카나가 사용되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 헨타이가나는 한 발음에 한 글자만을 할당하도록 정하고 획을 단순화되어 히라가나로 다듬어져서 현재까지 사용되고있다.

일본은 반중 정서가 강한 나라로 손꼽히지만 한자만큼은 버리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일본어 특성상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가나만 쓰면 가독성이 심히 저하되어 시각적으로 의미를 분별해줄 수단으로 한자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일본어의 특성 탓이지 문자의 결함이 아니다. 왜냐, 한글로 쓰거나 영어로 써도 의미 분별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일본어에게는 가나가 매우 적합한 문자일지도 모른다.

여담[편집 | 원본 편집]

한자 문화권의 나라들은 고대~중세까지 문화교류가 굉장히 활발했다. 한자를 사용하고 문화도 많이 비슷하지만 각국의 관계는 유럽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멀다.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관련항목[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간체자, 신자체
  2. 한글, 가나, 쯔꾸옥응으
  3. 발해에서 고유한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자료가 부족하여 사실인지는 분명치 않다.
  4. 물론 한글과 띄어쓰기를 버리고 복잡한 한자 사용을 늘릴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