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모자라

피가 모자라는 1994년 8월 13일에 발표된 서태지와 아이들 3집[1]에 수록된 《교실 이데아》의 노래 가사 중에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보고만 있을까"를 역재생할 경우 "나에게 피가 모자라 배고파 피 말고 서있을까"라는 가사가 나와 서태지가 기독교의 악마 사탄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에서 비롯된 사건이다.[2]

상세[편집 | 원본 편집]

《교실 이데아》는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됐어~"로 시작하는 노래로, 당시 입시위주 교육에 짓눌려 있었던 청소년들의 처지를 보며 잠을 쪼개면서까지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일선 교육현장의 부조리를 비판했던 노래였다. 하지만, 이 노래 가사 중에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크래쉬의 안흥찬[3]이 부른 파트인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보고만 있을까"를 역재생해봤더니 나에게 피가 모자라 배고파 피 말고 서있을까"라는 가사가 나와서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이 노래는 악마의 노래다"라며 서태지가 "악마주의"를 표방하는 음악 그룹 아니냐고 공격을 가했던 것이다.[2]

이에 서태지와 아이들 측은 기독교 단체의 사탄설에 거세게 반발하였다. 서태지는 한겨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의도적으로 문제되는 내용을 집어넣은 사실은 없다. '사탄'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개인적으로 석연치 않은 일이다. 상업적으로 장난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주장하였으며, "그렇게 듣겠다는 의도 없이 들으면 문제의 가사가 식별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 또한, MBC와의 인터뷰에서도 "처음에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었는데 요즘에 와서 굉장히 확산 된 것 같은데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라고 사탄설을 부인하였다.[4]

쟁점은 이 소리가 서태지와 아이들 측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냐, 아니면 우연이냐의 여부였다. 이에 MBC 측에서는 직접 《교실 이데아》 노래를 거꾸로 재생해 봤는데, "피가 모자라"가 "씨가 모가와"로 나온다고 한다.[5] 그러면서 이 문제는 1970년대의 유명 음악 그룹인 키스 등의 노래가 악마의 메시지로 지목되었으나 논쟁이 시들해졌다며 일부 종교 단체에서 억지로 낸 소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4]

왜 그랬을까?[편집 | 원본 편집]

그 당시에는 역재생이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윈도우 95는 출시되지도 않았고, 윈도우 3.1이 막 출시되었을 때이긴 한데[6], 당시에 컴퓨터는 수백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물건이라 보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당시 윈도우 3.1용으로 제공되던 재생프로그램 중 역재생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사운드 블라스터에 딸린 '크리에이티브 웨이브' 등 극히 드물었다. 그래도, 컴퓨터가 없는 집안은 기존의 카세트 테이프로 역재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테이프를 분해해서 감겨있던 자기 테이프를 전부 빼낸 다음, 반대면을 닿게 하고 이를 다시 재조립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한순간의 실수 없이 정밀한 손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라 테이프가 약간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조립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당시 어린아이들에게는 이걸 무모하게 하려다 테이프를 날려먹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역재생에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역재생 시의 노래 가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괴담으로 퍼지게 된 것이다.

비슷한 사건[편집 | 원본 편집]

  • 1990년 중반에 미국의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가 고소를 당했는데, 평소 이 밴드를 동경하던 두 청년이 1985년에 〈Better by You, Better than Me〉라는 노래를 듣고 샷건으로 자살기도를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부모들은 이 밴드가 이 사건에 책임이 있으며, 노래 안에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넣어서 자살을 유도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 결국 이 재판은 밴드의 승소로 끝났고, 빌 힉스가 이 사건에 대해 신랄하게 깠다.[7]

각주

  1. 서태지와 아이들 3집 - [SEOTAIJI AND BOYS III] 발매, 서태지 아카이브
  2. 2.0 2.1 2.2 '교실이데아' 파문 '알 수 없어요', 한겨레, 1994.11.04
  3. 크래쉬 새 앨범 ‘UNTAMED HANDS IN IMPERFECT WORLD’, 경향신문, 2014.12.13
  4. 4.0 4.1 서태지와아이들 노래 거꾸로 들으면 악마 소리 나온다는 소문, MBC, 1994.11.03
  5. 실제로 백마스킹(역재생) 시 노래 음성이 음절 단위로 분해된 다음, 그것이 역으로 출력되어 버린다. 즉, "남이 바꾸길 바라보고만 있을까"가 "앆릉씽나모고바랍리구까빙만"으로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 경에 SBS 《호기심 천국》에서 《교실 이데아》의 백마스킹 건을 언급하며 실험을 하기도 하였다.
  6. 「한글 윈도우 3.1」출시 속도 「3.01」의 10배, 경향신문, 1993.05.24
  7. "도대체 어떤 음악가가 자기 팬들 보고 뒤지라고 하냐?"는 파트가 매우 인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