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트록

크라우트록(Krautrock)이란 1968년~1974년 사이 독일, 특히 서독에서 등장한 전위적 형태의 록 음악을 말한다. 크라우트(Kraut)란 독일의 절임 요리 자우어크라우트에서 따온 독일인을 멸시해 부르는 표현이다. 장르가 포괄하는 영역이 대단히 광범위한데, 이는 크라우트록이라는 단어 자체가 음악적 특징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다 건너 영국의 청자들에 의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당대에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몇 밴드를 제외하면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나 후대에 재평가되었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 시기에 접어들어 독일은 공산주의 진영의 동독과 자본주의 진영의 서독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동구권 진영과 맞닿아 있던 서독에는 마셜 플랜에 의해 미국의 문물이 광범위하게 유입되었는데, 여기에는 당시 영미권에서 유행하던 록 음악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서독에는 영미권의 대중 음악이 직접적으로 전파되었고, 1960년대 중반이 되면 이들을 카피하는 독일 출신의 아마추어 밴드가 잇따라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점차 기존의 영미권 록 음악과는 다른 형태를 띠었는데, 이것이 크라우트록이라는 장르의 시작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68운동으로 대표되는 당시의 청년 문화의 영향과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현대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음악은 당대에도 영국에 조금씩 소개되었지만, 대부분의 영국 청자들은 박한 평가를 내렸다. 해외의 이러한 외면은 기존의 영미권 록 음악과의 이질감과 난해함이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동시에 독일의 록 음악에 대한 편견도 섞여 있었다. 독일 바깥에 소개된 많은 밴드들 중 크라프트베르크, 탠저린 드림, 등 몇몇 밴드만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다른 많은 밴드들은 무시당하거나, 심하던 조롱거리가 되기까지 했다. 당시 영국의 음악 잡지 측에서는 이러한 '독일산의 이상한 록 음악'을 싸잡아서 "크라우트록"이라는 호칭으로 묶었고, 이러한 명칭에 독일 음악가들은 큰 모욕감을 느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몇몇 뮤지션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크라프트베르크탠저린 드림, 클라우스 슐체 등의 뮤지션들은 음악적,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후대의 전자 음악 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물이 된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을 "크라우트록"이라는 이름 하에 동시대의 다른 독일 록 뮤지션들과 묶는 일을 극히 드물었다. 크라우트록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1990년대에 들어 뮤지션들과 평론가에게 재조명 받으면서부터였다. 이들에 의해 1960년대 후반~1970년대의 독일 록 음악이 발굴되었으며, 이때 "크라우트록"이라는 용어가 장르의 이름으로서 정착되었다.

특징[편집 | 원본 편집]

애초에 "크라우트록"이라는 용어 자체가 "브리티시 록"과 구별하기 위한 영국 시점의 표현이었기에 장르의 뚜렷한 특성은 없다. 굳이 장르의 특성을 꼽자면 현대 음악의 영향을 받은 실험적인 작곡과 모토릭(Motorik)이라 불리는 특유의 강박적이고 기계적인 드럼 비트가 있다. 그 발상지에 따라 음악을 가르기도 하는데, 베를린, 뮌헨, 뒤셀도르프, 함부르크 등이 있다. 그 특성도 명상적인 전자 음악을 추구하거나, 현대 음악을 재구성하거나, 월드 뮤직이나 프리 재즈에 영향을 받는 등 다양하다. 이처럼 장르의 특성을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유는 물론 크라우트록이라는 용어가 음악적 특성이 아닌 당시 독일의 실험적인 록 음악을 묶어 부르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평단에서는 일단은 유럽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한 갈래로 분류하는 편이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