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아침이슬, 상록수로 유명한 작곡가이며 가수인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한국의 민중가요. 1979년에 처음 발표되었으나, 음원은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1993년에야 빛을 보았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묘사하면서, 강인하고 아름다운 민중의 삶을 목가적으로 그려 낸 노래이다.

가사[편집 | 원본 편집]

동산에 아침 햇살 구름 뚫고 솟아와
새하얀 접시꽃잎 위에 눈부시게 빛나고
발 아래는 구름 바다 천 길을 뻗었나
산 아래 마을들아 밤새 잘들 잤느냐

나뭇잎이 스쳐가네 물방울이 날으네
발목에 엉킨 칡넝쿨 우리 갈 길 막아도
노루 사슴 뛰어간다 머리 위엔 종달새
수풀 저편 논두렁엔 아기 염소가 노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쏟아지는 불햇살 몰아치는 흙먼지
이마에 맺힌 땀방울 눈가에 쓰려도
우물가에 새색시 물동이 이고 오네
호랑나비 날으고 아이들은 촐랑거린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등 뒤로 흘러내린 물이 속옷까지 적셔도
소나기를 피하랴 천둥인들 무서우랴
겁쟁이 강아지는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동산에 무지개 떴다 고운 노을 물들고
하늘가 저 멀리엔 초저녁 별 빛나네
집집마다 흰 연기 자욱하게 덮이니
밥 냄새 구수하고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소리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출렁이는 밤하늘 구름엔 달 가고
귓가에 시냇물 소리 소골소골 얘기하네
졸지 말고 깨어라 쉬지 말고 흘러라
새 아침이 올때까지 어두운 이 밤을 지켜라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상세[편집 | 원본 편집]

작곡자 김민기가 1970년대 농촌을 돌아다니면서 목격한, 강인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농촌 민중들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쏟아지는 불햇살, 몰아치는 흙먼지, 몰려오는 먹구름, 쏟아지는 빗방울 같은 고난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생산의 주체로서, 역사를 만들어 가는 주인으로서 들꽃처럼 강인하게 살아 나가는 농민들의 삶과,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농촌의 풍경을 갖다가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듯 목가적으로 묘사한 노래이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 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는 후렴구는 해방을 향한 전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농민에게 '내 땅'이란 삶의 터전이자 생존의 기반이며, 때로는 삶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내 땅에 내가 가겠다는 것은 기필코 내가 나의 삶에서 주인이 되겠다, 또 그러한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지막 절은 197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졸지 말고 깨어라, 쉬지 말고 흘러라, 새 아침이 올 때까지 어두운 이 밤을 지켜라'라는 명령조로, 암울한 시대 속에서 고난과 탄압에 굴하지 않고 새 시대를 향해 각성하여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요약하자면 전원 풍경과 농민의 삶을 목가적으로 묘사함과 동시에, 그런 아름다움을 짓밟는 악과 억압과 폭력에 맞서 인간성이 살아 숨쉬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낸, 예술성과 목적성 모두 아주 탁월한 민중가요의 백미이다.

기타[편집 | 원본 편집]

2000년대 초반 SK정유(...)의 친환경 컨셉 광고에 등장한 바 있다(...) 어디서 감히 자본가노무색휘들이 신성한 민중가요를 자기네들 이윤 축적 수단으로 써먹고 있어! 민중가요를 갖다가 자본의 이윤 추구 수단인 광고에 써먹다니, 노래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웃기는 건 이 문서를 집필한 위키니트가 처음으로 접한 민중가요가 바로 광고를 통해 접한 이 곡이라는 점(...)

사실 민중가요의 전성기인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는 그다지 빛을 못 봤던 곡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계기가 다름 아닌 SK 자본의 오남용(...) 때문이라는 아이러니(...) 이걸 통해서 민중가요를 접하게 된 어린이가 자라서 열혈 운동권이 되어 자기네들을 비롯한 자본가 집단을 쿼크가 되도록 깔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따지고 보면 SK 자본이 이 노래에서 나오는 쏟아지는 불햇살, 몰아치는 흙먼지, 몰려오는 먹구름, 쏟아지는 빗방울, 어두운 밤... 등등에 해당되니 정말 아스트랄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건 쏙 빼먹고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노래한 맨 앞부분만 쏙 잘라서 가져왔다(...) 이건 무슨 박사모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틀어 놓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