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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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蒸氣機關車, 영어: Steam locomotive)는 증기기관으로부터 구동력을 얻어 움직이는 기관차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증기기관차는 외연기관의 일종인 증기기관을 주 동력원으로 삼는 기관차이다. 기본적으로 보일러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의 압력으로 피스톤을 구동시켜서 바퀴를 움직이는 힘을 얻는다. 따라서 열원에 관계 없이 증기를 통해 구동하는 기관차라면 모두 증기기관차에 해당한다. 디젤로 증기를 만들든, 목탄이나 톱밥으로 증기를 만들든, 전기로 물을 끓이거나 심지어 원자력으로 만들어도 증기로 구동한다면 증기기관차인 셈이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증기기관차는 철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증기기관을 차량에 응용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 영국 등에서 시도되었으나 1804년 리처드 트레비딕이 최초로 증기력을 사용한 기관차를 제작한 것으로 본다. 이후 1814년 조지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의 제작에 성공하였으며 본격적인 의미의 증기기관차인 로코모션 호가 1825년에 개발되어 세계 최초의 철도 스톡턴∼달링턴 철도에서 실용화에 성공하였다. 이 기관차는 약 90t의 객·화차를 견인하여 시속 16km의 속도로 주파하였으며, 그후 1829년 리버풀-맨체스터 철도의 개업을 앞두고 기관차경주가 행해졌는데 스티븐슨과 그 아들이 만든 로켓호는 최고시속 46km를 내어 우승함으로써 증기기관차의 우수한 성능과 실용가능성을 일반에 인식시키게 된다.

그 후 증기기관차는 각국의 철도에 채택되어 장거리주행을 위하여 석탄과 물을 다른 차량에 적재하여 견인하는 텐더 기관차가 출현하였으며, 속도를 증가하기 위하여 동륜(動輪) 지름을 크게 하거나, 종륜을 설치하여 선로 추종성을 개선하고 하중을 분담하는 등 주행성능의 개량 기술들이 적용되었다. 기관차의 대형화는 19세기 말까지 크게 진척됨에 따라 견인력도 점점 커지게 되었으며, 영국 외에 독일,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자체적인 기관차 제작에 들어가면서 국가 별로 고유의 형태로 발전을 이루게 된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실린더 수의 증설을 통한 출력 전달 효율의 개선을 꾀하거나, 과열기를 통한 보일러의 고압, 고온화 등 성능개선을 위한 발전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고속화, 고출력화가 경향을 바탕으로, 1920년대 후반부터는 유선형 디자인의 적용을 통해 공기역학적 설계도 보급되어 150km/h 이상의 고속운전 시도를 주요국가에서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전기 및 내연기관에 의한 구동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증기기관차를 대체해 오기 시작하였고, 2차대전 이후부터는 도태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증기기관차[편집 | 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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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경인선을 건설하기 위해서 미국의 브룩스 공장에서 모가형 증기기관차를 도입해 조립한 것이 국내 최초의 기관차 도입이다. 해당 기관차는 인천에 양륙하여 인천역 구내에서 조립, 건설작업에 투입되었다.

이후 일제시대 초기까지 미국 또는 독일 등지에서 기관차를 수입해 사용하였으나 점차 일본에서 제작된 차량로 대체되었으며, 경성공장 등지에서 자체 제작을 하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일제 당시에 제작된 차량과, 부품 및 생산설비를 활용해 자체 제작한 증기기관차가 사용되었으며, 미군정 당시에 미국의 원조형태로 소리2형 증기기관차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증기기관차는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매연, 보수의 어려움 등으로 점차 디젤기관차로 대체되기에 이르렀으며, 1969년을 끝으로 본선열차 견인을 종운하게 되었다. 다만, 이후 입환기 등으로 주요 구내에서 70년대 까지 운행하였으며, 일부 차량은 전시비축 목적으로 보존처리가 되었다.

이후 증기기관차에 대한 관광적 가치가 재조명되어 1983년에는 보존중인 미카형 증기기관차을 동해남부선 등지에서 여객 열차 견인에 투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후화가 현저했던지라 수 년 후에는 다시 증기기관차 운행은 중단되었다. 1994년에 중국에서 들여온 901호 증기기관차를 사용하여 교외선 구간에 복원운전을 하였으나, 2000년에는 유지보수 문제로 중단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에는 운행 가능한 증기기관차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증기기관차의 종류[편집 | 원본 편집]

  • 형태에 따른 분류
    기관차 자체에 탄조, 수조를 설치한 탱크기관차와, 석탄과 물을 적재한 별도의 탄수차를 연결한 텐더기관차로 나누어진다.
  • 열원에 따른 분류
    증기를 생산하는 열원을 어디에서 얻는가에 따라서 고체연료 종류를 쓰는 화목 기관차, 석탄 기관차, 액상 연료를 쓰는 석유 기관차(오일버너), 전열기관차[1]로 구분한다.
  • 증기 가열방식에 따른 분류
    보일러에서 발생한 증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포화증기기관차와 포화증기를 더욱 과열기로 고온 건조시켜서 사용하는 과열증기기관차로 나누어진다.
  • 증기의 사용방법에 따라 분류
    증기를 실린더 내에서 1회만 사용하는 단식기관차와 실린더에서 사용한 증기를 또 다른 실린더에서 사용하는 복식기관차로 나누어진다.
  • 실린더 수에 따른 분류
    실린더의 수에 따라 2실린더·3실린더·4실린더 등으로 분류된다.
  • 사용목적에 따른 분류
    여객용 - 대개 동륜숫자가 2~3개로 적은 대신 동륜지름이 커서, 견인력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고속 주행 지향으로 만들어진다.
    화물용 - 여객용과 달리, 동륜수가 3~5개로 많으며, 견인력이 크지만 고속주행능력은 떨어진다.
    지선/입환용 - 대개 저규격선에 저속, 단거리 운행을 전제하기 때문에 소형, 경량으로 만들어진다. 대개 탱크기를 많이 채용한다.
    산악선용 - 구배가 강한 구간을 전담하는 고출력 타입으로, 다수의 동륜(4~6개)을 가지며, 곡선 추종성을 배려한 특수설계를 많이 적용한다.

특수한 형식의 증기기관차[편집 | 원본 편집]

연접식 기관차[편집 | 원본 편집]

증기기관차 중 동륜군이 2개 이상으로 구성되며 이중 하나 이상이 대차와 같이 선로방향을 추종하여 회전 가능하도록 설치된 것을 말한다. 이하는 그중에서 별도의 형식 명칭이 있는 것들을 나열하였다.

  • 말레식 기관차
    스위스 출신의 기술자 아나톨 말레(Anatole Mallet)가 개발한 연접식 기관차로, 2개의 동륜군을 가지되 1개는 보일러가 부착된 차체에 고정되었지만 다른 한 동륜군은 그 차체의 앞쪽에 전륜과 비슷한 형태로 회전 가능하게 붙은 형태의 기관차이다. 엄밀히 구분할 경우 말레식 기관차는 이른바 복식 기관차로, 차체측 동륜군이 1단 팽창을, 전륜측 동륜군이 2단 팽창을 하는 구조만을 칭하는 것으로, 각각의 동륜군에 동일한 증기를 공급하는 경우는 단순 연접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 개럿식 기관차
    영국 기술자 허버트 윌리엄 개럿(Herbert William Garrat)이 개발한 연접식 기관차로, 2개의 동륜군이 각각 대차 형식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보일러와 기관실, 탄수차가 이들 대차 위에 모두 설치된 구조의 기관차이다. 대량의 물을 적재하기 용이하기에 호주 등 건조지역의 영국 식민지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 페얼리식 기관차
    스코틀랜드 기술자 로버트 프랜시스 페얼리(Robert Francis Fairlie)가 개발한 연접식 기관차로, 2개의 보일러를 한 차체의 양단으로 설치하되 기관실은 1개소만 두며, 동륜은 모두 대차 형태로 설치된 방식이다. 영국의 협궤 등지에서 많이 사용된 방식이다.
  • 메이어식 기관차
    프랑스 기술자 장자크 메이어(Jean-jacques Meyer)가 개발한 연접식 기관차로, 페얼리식과 유사하게 대차형식으로 2개의 동륜을 두되, 실린더는 차체의 가운데 방향으로 몰아두며, 보일러는 통상 기관차와 같이 1개소만 설치한 형태이다. 여기에 탄수차까지 한 프레임에 올리는 경우를 킷슨-메이어식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 트리플렉스 기관차
    3단 연접식 기관차이다. 3개의 동륜군에 각각 실린더가 붙어있는 타입으로, 20세기 초두에 미국에서 대출력 기관차 용도로 등장했으나 널리 쓰이지는 않았다.

기어식 증기기관차[편집 | 원본 편집]

피스톤과 동륜을 직결하지 않고, 기어박스를 통해 차륜을 구동시키는 방식의 증기기관차이다. 동륜에 직접 피스톤로드를 연결하는 방식을 적용하기 힘든 소형, 협궤용의 기관차에 적용되었다. 기본적으로 단일 프레임 위에 탄수차까지 모두 설치된 연접형 구조로 만들어지며, 얼핏 보면 근대적인 차축구동형 기관차들에 가까운 형상을 가진다. 고속을 내기 어렵지만 보기 대차를 적용할 수 있어 곡선 등의 추종성이 높다. 세부적인 구조에 따라 셰이식, 클리맥스식, 헤이슬러식 등으로 구분한다.

  • 셰이(Shay) 식
    기어식 증기기관차 중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미국인 발명가 이프레임 셰이(Ephraim Shay)에 의해서 고안되었다. 보일러를 한쪽으로 편기시켜 설치하고, 그 옆으로 2~3개의 실린더를 몰아서 설치한 비대칭형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피스톤은 차량 진행방향으로 놓인 드라이브 샤프트를 구동시키고, 이 축은 각 대차로 이어져서, 90도 꺾인 베벨기어에 의해서 차축을 구동시킨다. 대개 연료를 크게 가리지 않고, 높은 점착력을 가져서 산림철도에 널리 사용되었으며, 특히 대만의 아리샨 산림철도에는 동태 보존된 셰이 기관차가 운영되고 있다.
  • 클리맥스(Climax) 식
    역시 미국인 찰스 스코트(Charles D. Scott)에 의해 고안된 방식이다. 셰이 식과 달리 기존의 증기기관차와 비슷하게 진행방향으로 실린더가 설치되지만, 대신 차륜이 앞쪽 대차를 피해 비스듬히 차체 중간쯤에 설치되며, 구동은 대차 사이에 위치한 기어박스를 통해 실시한다. 이 기어박스에서 다시 각 대차로 드라이브 샤프트를 뽑아내서 구동력을 전달한다. 차량 하부에 기어박스가 집중되다 보니 정비성의 제약이 있고, 연소실 용적 등에 제약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 헤이슬러(Heisler) 식
    찰스 헤이슬러(Charles Heisler)에 의해 고안된 방식이다. 클라이맥스 식과 달리 진행방향 직각방향으로 V자 형태로 실린더를 설치한 방식이다. 이로 인해서 2실린더 또는 4실린더 구동을 적용하는게 가능하며, 직각으로 두번씩 꺾는 기어박스가 필요하지 않아 구동저항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클리맥스 식보다 하부 기기가 더 복잡해지는 만큼 연소실 용적 제약이 더 커지는 약점이 있다.

기타 형식[편집 | 원본 편집]

  • 캐멀백 기관차
    운전실이 기관차의 가운데에 위치하되, 보일러에 걸쳐진 형태로 설치된 기관차. 보통 면적이 큰 연소실을 설치하고, 시야개선과 질식방지 차원에서 이런 구조를 취하지만, 운전실 시야가 제한되고 보일러 운전을 담당하는 화부가 별도로 배치되어야 하며, 주행중 크랭크샤프트 절손 등이 발생할 경우 운전실이 직격당하는 위험이 있다.
  • 캡 포워드 기관차
    운전실이 기관차의 맨 앞에 설치된 기관차로, 터널구간에서 배기로 인한 질식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전방 시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석탄을 연소하는 경우엔 자동급탄장치를 설치하거나 보일러 운전을 담당할 화부를 별도로 배치해야 하기에, 중유 등 액체연료를 쓰는 경우에 그 장점을 제대로 쓸 수 있다.
  • 증기터빈 기관차
    보일러의 증기압으로 증기 터빈을 돌려서 발전기를 돌리고, 그 전력으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의 사실상 디젤전기기관차의 증기버전이다. 2차대전 전후해서 등장하였으나 딱히 효율이 좋지도 않고, 정비성도 좋은 편이 못되어서 소수가 생산되어 운용되는데 그쳤다.
  • 무화기관차
    보일러를 쓰지 않고, 압축공기나 증기를 외부에서 공급받아 차체에 설치된 탱크에 저장하고, 이 압력으로 구동하는 방식의 기관차이다. 자세히는 문서 참조.

증기기관차가 현역인 국가[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스위스에서 구내입환용으로 시험적으로 쓰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