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

학명 Vespa mandarinia Smith, 1852.[1]
다국어 표기
한국어 장수말벌
일본어 オオスズメバチ
영어 Asian giant hornet

개요[편집 | 원본 편집]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이다.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에 폭넓게 서식한다. 몸길이는 평균적으로 3-4 cm 정도로, 개체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름대로 '말(큰)벌'중 장수(장군)라 할 만한 크기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이런 몸집과 사냥기술을 바탕으로 곤충계 먹이사슬에서 잠자리와 함께 최상위를 점한다. 일본에서는 장수말벌에 쏘여 1986년에만 마흔 명 가까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철에 산소 벌초하러 올라갔다가 장수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한다.

장수말벌은 여왕벌이 37~44 mm, 일벌이 27~37 mm, 수벌이 27~39 mm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여왕벌 중에서도 큰 것은 5cm를 넘기도 한다. 애벌레 시절에는 일벌들이 가져오는 곤충 경단을 먹지만, 일단 성충이 되면 애벌레들이 내뿜는 아미노산 영양액과 수액을 먹는다. 야외에서 장수말벌이 곤충을 사냥하면 애벌레에게 가져다주려고 씹어서 경단으로 만드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이 성충도 곤충을 먹는다고 착각한다. 성충은 과일즙이나 꿀도 먹긴 하지만 참나무 수액을 특히 좋아한다.

생태[편집 | 원본 편집]

장수말벌은 다른 말벌들과 마찬가지로 완전변태를 한다.

알→ 애벌레(1령→2령→3령→4령→5령) → 고치 → 성충

여왕벌은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월동한다. 3월 중에 깨어나면 수액이나 꿀을 먹으면서 몸을 보하다가, 4월 중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벌집을 만들 곳을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장수말벌은 땅 속에 집을 짓는다.[2] 여왕벌은 혼자서 근처에 있는 나무껍질 등을 긁어내어 씹은 것을 재료로 삼아 첫 육아방과, 육아방을 감쌀 외벽을 만든다. 방을 하나씩 만들 때마다 알을 하나씩 낳는데, 이때 낳은 초기 일벌들은 먹이를 가져다 줄 다른 성충 일벌들이 없으므로 여왕벌이 입으로 영양액을 뱉어가며 직접 키운다. 아무래도 영양이 시원찮은지, 초기 일벌들은 동생들보다 몸집이 많이 작다. 초기 일벌 성충들이 나타나면 이때부터 둥지가 본격적으로 돌아간다.

여왕벌은 알 낳기, 어린 애벌레들에게 영양액 먹이기에만 주력하며, 일벌들은 말벌집을 짓고, 외부로는 사냥을 나가 먹이를 물고 애벌레들을 키운다. (여왕벌에게 액을 먹어가며) 좀 자란 애벌레들은 배가 고프면 이빨로 자기 몸이 박혀 있는 육아방 벽을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긁는데, 일벌들은 이 소리를 들으면 밖에 나가 사냥하여 돌아온다. 일벌들은 애벌레들에게 먹이를 주고, 애벌레에게서 또 영양액을 받아 먹고, 또 (앞서 이야기했듯) 수액을 먹으러 돌아다니며, 둥지 증축공사를 한다. 둥지가 안정화된 뒤에는 애벌레들도 일벌들에게서 먹이를 충분히 받아먹었기 때문에 성충이 된 뒤 몸집이 더 커진다.

둥지를 증축할 때에는 땅 속에 공간을 만들고자 일벌들이 흙덩이를 물어 바깥 바로 앞에 버리기 때문에, 큰 둥지가 있는 곳에서는 이런 흙더미가 많이 쌓여 있다. 둥지를 증축할 때 옆으로 넓게 팔 수가 없으므로 땅 아래로 파들어가며, 그 깊이에 맞추어 육아방을 여러 층으로 만든다. 각 층 사이에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둥들이 있어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준다. 둥지가 땅 속에 있어서 기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장수말벌집은 다른 말벌집과 비교하면 외피를 얇게 만든다. 또한 다른 말벌집이 흔히 입구만 남기고 육아방을 전부 외피로 감싸는 반면, 장수말벌은 밑바닥 부분을 뻥 뚫어둔다. 비가 올 때에는 장수말벌도 흙을 물어 밖에 버리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둥지를 증축할 수가 없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온 해는 말벌 둥지가 작고 가문 해에는 둥지가 크다. 둥지 크기가 곧 육아방의 숫자이기 때문에 바꾸어 말하면 비가 많이 온 해에는 장수말벌의 개체수가 적고 가문 해에는 개체수도 많다.

9월부터 11월 초까지는 수벌과 차기 여왕벌들이 될 알을 낳고 키우며, 독립시킨다. 8–9월은 차기 여왕벌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먹이가 더욱 많이 필요한데, 양봉업자들이 장수말벌들에게 피해를 주로 입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일벌들도 이 시기가 되면 먹이수급에 더욱 미쳐서 이전까지 손쉽게 잡던 다른 곤충들은 물론, 다른 말벌집에까지도 레이드 뛰러 간다. 상대가 같은 장수말벌이라고 해도 덤비기도 한다. 날아다니던 일벌이 레이드 뛸 만한 장소를 발견하면 페르몬을 묻혀놓는데, 이 페르몬을 맡고 근처에 있던 동료 장수말벌들이 모여서 털어버린다. 양봉장은 장수말벌들 입장에서는 먹이가 주렁주렁 달린 곳이나 마찬가지다. 전국의 양봉농가에서 장수말벌 때문에 입은 피해만 연간 약 860억 원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기존 일벌들은 죽는데 새 일벌은 충원되지 않으므로, 점차 둥지 안이 한산해진다. 둥지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둥지 하나에서 여왕벌이 2백 마리 정도 나온다고 한다. 으악

11월 초겨울이면 수벌들과 여왕벌들이 무더기로 결혼비행을 시작한다. 교미에 별로 관심없는 여왕벌이 꽤 많아서 수벌이 교미를 시도하다 여왕벌에게 물려 죽기도 한다. 교미에 성공하든 못하든 날씨가 추워지면 여왕벌은 나무 틈 같은 곳에 기어들어가 겨울을 난다. 하지만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하고 많이 얼어죽기 때문에, 실제로 다음해 봄까지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여왕벌은 1할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천적[편집 | 원본 편집]

우리나라에서 장수말벌의 천적은 오소리가 있다. 이 때문에 장수말벌은 검은색 물체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으며, 공교롭게도 아시아인들의 머리카락 색깔 또한 검은색인 관계로 등산이나 야외활동중 장수말벌의 습격을 받는 경우가 제법 발생한다. 때문에 말벌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초여름~늦가을 시기에 야외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밝은색 계열의 모자와 얇은 외투를 착용하라는 것. 또한 스프레이나 향수 등 말벌을 자극할 수 있는 냄새 또한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3]

또 양봉가, 양봉농가 사장님들도 꿀벌 때문에 장수말벌 잡기에 눈에 불을 켜지만, 먹으려고 장수말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정말로 장수말벌 둥지의 모든 것을 털어버린다. 성충은 술 담가 먹고, 뽀얀 애벌레는 볶아 먹고, 둥지는 노봉방(露蜂房)이라고 하여 한약재로 팔거나, 혹은 성충과 함께 술에 담가 노봉방주를 만든다. 정말로 말벌 둥지의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데, 특히 장수말벌 둥지가 인기가 많다. 장수말벌 애벌레가 볶아 먹으면 고소하니 맛있다나.

독/응급처치[편집 | 원본 편집]

장수말벌은 꿀벌과 비교해서 독성은 별로 세지 않다. 다만 주입하는 양이 굉장히 많은데 꿀벌의 35~52배 정도이다. 장수말벌만이 아니라 말벌들이 그렇기는 한데, 현미경으로 말벌과 꿀벌의 독침을 보면 말벌은 매끈한 바늘 같지만 꿀벌은 톱니 같은 것이 보인다. 그래서 꿀벌이 사람을 쏘면 그 톱니가 걸려서 침이 빠지지만, 말벌은 걸릴 게 없으므로 침이 빠지지 않고 여러 번 쏠 수 있다.

의외로 주입량이 수십 배 정도라서 일반적으로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수백 배보다 훨씬 작기에 의아할 수도 있는데, 주입량은 차치하고 장수말벌 독에는 다른 말벌에는 없는 신경독인 만다라톡신(mandaratoxin)이 있어 위험한 것이다. 만다라톡신은 근육 신경의 나트륨 채널을 차단시켜 근육의 운동을 일정 시간 동안 마비시킨다.

장수말벌은 검은색에 특히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장수말벌과 맞닥트릴 수 있는 상황(대표적으로 벌초)에서는 밝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하얀색 모자를 쓰기를 추천한다. 모자를 벗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경계 서는 말벌이 웅웅거리며 위협할 때는 가만히 멈춰서서 천천히 물러가면 되지만, 말벌이 이미 경계신호를 둥지에 보냈다 싶으면 재빨리 뛰어 도망쳐야 한다.

장수말벌 등 말벌에 쏘였을 때에는 최대한 빨리, 멀리 달아나서 항히스타민제를 먹음이 가장 좋은 응급처치다. 항히스타민제는 벌독으로 인한 알러지성 쇼크(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를 막아준다. 아나필락시스는 꼭 벌독으로 인한 알러지성 쇼크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뭐든 알러지로 인해 '급작스럽게'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반응이 오면 아나필락시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정의는 의학계에서도 서로 말이 엇갈린다고 한다. 희한한 사례로는 극렬하게 운동을 했더니 아나필락시스가 온 천식환자, 정액 때문에 아나필락시스가 온 여자환자 등이 보고되었다. 항히스타민제는 약국에서 병원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으니, 벌초하러 가기 전에 구입하면 좋다.

기타 이야기[편집 | 원본 편집]

국내에 이미 양봉농가 대부분이 서양 꿀벌을 사육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야생에서는 서양꿀벌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장수말벌에게 털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각주

  1. 학명 중 종명을 만다리나(mandarina)라고 쓰기도 하고 만다리니아(mandarinia)라고 쓰기도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만다리니아라고 기록됐다. 라틴어 문법상 만다리나라고 써야 하지만, 보고자인 스미스가 실수한 듯하다. 보고자 이름에 대해서도 카메론(Cameron)이란 사람을 쓰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는 오류이다.
  2. 산소 근처에 여왕벌이 터를 잡는 일이 흔한데, 작은 관목이나 풀은 있지만 큰 나무는 없고 흙도 부드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벌초하러 갔다가 장수말벌집을 잘못 건드려 사고가 나기도 한다.
  3. 여름철 ‘말벌과의 전쟁’…어떻게 대처할까?, 정책브리핑, 2017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