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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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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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순진한 아이가 난봉꾼이 되었다 뒤태 보소

이홍도(李紅道)[1]웹툰홍도》의 주인공이다.

홍도 일행
이홍도 수신 양필 주자염 Iron Law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이시백의 서자이며, 회현의 배다른 동생이다. 교국의 주술사. 직위는 제1방상시, 상장군. 교국 특무대 책임자이기도 하다. 본인 말로는 교국 주술사들 사이에서도 일류라 불릴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는데, 작중의 모습을 보면 과장이 아닌 듯하다. 아니 오히려 그 말조차도 과소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좋게 말하자면 소탈하고 욕심이 없으며 솔직한 사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성격파탄자. 무례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 자기 일도 하는 둥 마는 둥하며, 기본적으로 배려심이 전혀 없다. 하지만 민폐를 끼칠지언정 악행을 저지른 적은 없으며,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들(역신 등)을 보면 귀찮아하면서도 외면하지 않고 퇴치한다. 성정이 악한 것은 아닌 모양. 교국 주술사로서의 책임감도 어느 정도 있는 듯하고... 사고뭉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두 눈의 색이 서로 다르다. 왼눈은 금안, 오른눈은 흑안.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두 눈 모두 검은 눈동자였다고 한다. 왼눈언저리에 흉터가 있는데, 어린 시절에는 얼굴에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성년이 되기 전 혹은 성년이 된 후에, 어떤 사건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작중 행적[편집 | 원본 편집]

내용 누설 주의 이 부분 아래에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열람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1기[편집 | 원본 편집]

수신 물뱀 (~6화)[편집 | 원본 편집]

섣달 그믐. 방상씨가 축문을 외고 귀신을 쫓아내는 나례가 있는 날이다. 제1방상시 상장군 이홍도(이하 홍도)는 당연히 이 나례에 참석하여 행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그런 미신 따위 뭐가 중요할까. 홍도는 행사를 빠지고, 늘 들르던 곳[2]에서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상장! 안에 계신 거 다 압니다!!
상장!! 사앙장!! 이 망할 새끼야!!
저 올라갑니다!!! 나 한다면 하는 놈이야!!
오늘 나례까지 도망가시면 상장은 금수도 아닙니다!! 넌 원래 인간도 아니었어!!

어떻게 알았는지, 홍도의 전속부관 섭평후가 이곳에 쳐들어왔다. 문득 홍도 곁에 있던 각주(閣主)가 입을 열었다. 대북 서쪽 지방에 직녀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다. 그녀에게 이끌려 많은 수의 목동들이 사라졌다. 그런데 직녀에게 목동을 인도해주는 것이 새카만 깃을 가진 검은 새라 한다. 목장 주인은 괴담이라 일축하고 있다. 그 말을 듣고 홍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쩌면 까마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홍도는 예전부터 까마귀를 추적해왔다. 각주가 알려준 정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섭평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옷을 챙겨 입는 홍도를 보고, 각주가 줄행랑 치는 거냐고 묻자, 홍도는 "도망이 아니라 탈영이지."라는 대답을 남기고 창 밖으로 뛰어 나갔다. 홍도는 그렇게 무단 탈영하여 까마귀의 행방을 추적해나갔다.

그러나 교국은 너무도 넓었고, 까마귀에 대한 단서는 너무도 부족했다. 교국 최남단 근처까지 온 홍도. 물론 그 동안 어떤 수확도 없었다.[3] 땅바닥에 수배지가 있어 주워보니, 그것은 이홍도 본인의 것이었다. 무단 탈영이 문제가 된 것인지, 수배가 걸려 버린 것이다.[4] 여튼 홍도는 남부의 어느 항구에 당도했다. 부둣가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신이 있었다. 시신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돌리니, 파란 모자를 쓴 청년이 옆에 서 있었다.

한편 시신 곁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곤란한 듯했다. 인부들이 자꾸 죽어나가 인력이 부족한 탓에,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홍도가 손을 들며 인부를 자원하자,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맞았다. 홍도 옆의 청년 역시 홍도의 일행으로 오인받아 끌려왔다.(...) 홍도와 청년은 임씨의 인도를 받아 공사장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공사를 지휘하는 황선생을 만났다. 홍도의 소개가 끝나고, 청년의 차례. "교국 대장군 이시백 님의 고명따님, 이홍도 님을 찾는 중입니다. 이 마을에 계시다는데 영 찾기가 막막하네요." 주씨 가문의 주인인 주월서가 이홍도에게 보내는 청혼장을 전하러 왔다는 것이다. 홍도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황선생이 자리를 떠나자, 홍도는 임씨에게 황선생에 대해 물었다. 임씨의 말에 따르면 황선생은 원래 이곳 옛 지주의 아들이었는데, 양친을 잃고 홀로 서란에 유학가서 서학을 배워왔다. 지금은 교국의 관리이며, 이곳에서 서구식 둑을 쌓는 공사를 지휘하고 있다. 물길을 막는 공사라니 불길하다는 말도 오가는 모양이지만, 요즘 누가 그런 미신을 믿을까. 서란에서는 이런 식으로 둑을 쌓아 농지도 늘리고 홍수도 대비한다고 하는데... 황선생은 갈 곳 없는 아이를 돌봐주고 글도 가르쳐 주는 등 아주 착한 사람이다. 임씨를 비롯한 공사장의 사람들도 황선생 덕분에 밥 벌어 먹는 셈이었다.

다음 날, 또 시신이 발견됐다. 청년은 시신의 모습이 노인 같다고 말했지만, 홍도가 보니 체액이 다 빠져나간 것이었다. 임씨와 사람들은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황선생에게 알렸다. 연이어 사람이 죽어나가니, 인부들조차 강가에 얼씬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부들이 죽은 이유가 역병 때문이라는 소문이 도는 등, 마을 분위기도 매우 흉흉해졌다. 임씨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괜한 짓 한 거 아냐?" "장로님 말씀이 옳은지도 몰라. 강은 건드리는 게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상류 물줄기 두 개를 막은 땅에서 뱀 시체가 나왔다지." "역시 천벌인가." "불길해." "불길하구만."

황선생은 몸이 안 좋다며 자리를 떠났다. 청년이 황선생을 보며 괜찮을까 걱정하자, 홍도는 안 괜찮을 거라고 대답했다. 시신과 황선생의 몸에서 역한 물비린내가 난다. 강은 축축해서 온갖 더럽고 불길한 것들이 꼬이기도 한다. 병든 강은 늘 안 좋은 것을 불러온다. 지금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강이 썩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건, 이곳처럼 거대한 강은 쉽게 썩지 않는다는 점. 이건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어쨌든 다음 표적은 분명 황선생이다. 홍도는 청년을 끌고 황선생의 뒤를 쫓았다.

홍도의 예측대로, 어떤 사내가 황선생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홍도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이 땅을 흐르는 강(江)이자, 이 마을을 수호(守護)하는 신(神).(이하 수신) 홍도는 "까마귀의 행방만 알려준다면, 이 마을에서 무슨 짓을 하든 눈 감아 주겠다."며 그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그러나 수신은 홍도의 말을 무시하고 공격했다. 그리고 전투 시작. 수신의 비늘은 단단해서 도끼조차 튕겨나갈 정도였지만, 홍도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권속 비작을 소환하여 수신에게 맞섰다. 수신은 비작과 막상막하로 싸우다가, 전신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홍도와 청년은 그 힘에 휘말려 건물 밖으로 튕겨나가, 부둣가로 나가떨어졌다. 수신은 자취를 감췄다.

청년은 대체 정체가 뭐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짜증이 난 홍도는 그를 마구 밟아댔다. 날 병신으로 알아도 유분수지, 이딴 덜떨어진 놈을 보내다니... 홍도가 청년을 계속 데리고 다닌 이유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의 정체는 바로 갈문이 보낸 추격자. 홍도는 청년에게 자신을 소개한 후 냅다 멱살을 잡더니, 오른손을 그의 입속에 집어 넣었다. 오른손을 다시 빼내자, 그 손에는 검은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황실에서 도망친 죄수나 탈영병을 쫓는 등의 특수한 목적으로 제작하는 1회용 권속, 주술사용 파발. 홍도는 파발에게 자신의 몸에 밴 물비린내를 맡게 하고, 그 냄새를 쫓도록 시켰다. 파발 권속의 뒤를 쫓으려는 홍도에게 청년이 말을 걸었다.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여지껏 만난 사람 중에 당신만큼 수상쩍은 사람은 없었다. 내 배에서 이상한 것을 꺼냈는데, 혹시 그 전에 그것을 내 배에 집어 넣은 거 아니냐. 당신이 어떻게 대장군 댁 따님이야. 홍도는 짜증을 내면서도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청년의 몸에 파발을 집어넣은 건 당연히 갈문이다. 파발에서 악취가 난 것이나, 청년에게 명령을 내린 자가 갈문이라는 것이 그 증거. 청년이 "상냥하신 갈문 님이 그런 짓을 하실 리 없다."라고 항변하자, 홍도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갈문은 교국 주술사 중에서 유일하게 역신을 권속으로 삼는 금기를 범한 놈이다. 그가 청년의 몸에 심은 파발도 역신의 역병이다. 처음에는 파발 임무를 위해 무의식을 조정하는 정도겠지만, 점차 숙주의 몸을 좀먹어 들어가 마침내는 껍질만 남은 목내이(木乃伊)[5] 꼴로 만들고, 그리하여 숙주를 역병을 퍼뜨리고 다니는 괴물로 만들 것이다. 청년은 여전히 홍도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는 "갈문 님은 단지 약도를 줬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받았던 약도를 꺼냈다. 약도는 백지였다. 청년은 그제서야 홍도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둘은 파발 권속의 뒤를 쫓아 수신을 찾아냈다. 어떤 영물 꼬마가 황선생을 지키고자, 수신에게 맞서고 있었다. 홍도는 급히 꼬마를 가로채 수신에게서 구해냈다. 수신은 이번에야말로 모두 죽여주겠다며 달려들었지만, 홍도는 자신만만한 미소로 그에게 자신의 품을 보여주었다. 그의 품에는 웬 꼬마가 안겨 있었고, 그 꼬마를 보더니 수신은 크게 당황했다.

홍도는 이 마을에 왔을 때, 터주신(수신)을 찾아 까마귀의 행방을 물으려 했다. 그러나 터주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고, 웬 꼬마뿐이었다. 혹시 몰라 붙잡아뒀는데, 알고 보니 그 꼬마가 바로 수신의 아들이었던 것이다.[6] 홍도는 아이의 목숨이 아깝다면 까마귀의 행방을 밝히라고 협박했다. 정보를 제공하면, 지금보다 한결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7] 수신은 그의 제안을 거부하려 했으나,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의 육신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하여, 변변한 권능도 부릴 수 없는 상태였다. 조만간 이성조차 사라져 역신으로 전락할 것이다. 인간에게 원한이 있기는 하지만, 역신이 될 생각은 없다. 수신은 새로 홍도에게 거래를 제시했다. 까마귀의 행방을 알려주는 대가로 나와 내 아들을 거두어라. 홍도는 다른 조건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수신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보여주며 분노를 토했다.

봐라!! 인간들이 지난 수 년간 내 육신을 헤집은 결과다.
내가 이 땅을 흐르길 수백 년.
순환을 거듭하며, 난 최선을 다해 이 땅에 수많은 생명을 키워 왔다. 인간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지.
이 땅에 돌봐야 할 수많은 다른 생명들이 인간들의 이기심에 스러져 갔어도 난 그들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인간들은 어떻게 했지?!
자기들 잇속에 따라 날 찢고 헤집고...!
결국 저 무지한 놈의 손에 내 두 아이는 말라 죽었고[8] 내 처는 쇠살에 꿰뚫려 처참히 죽었다.[9]
까마귀의 행방을 대가로 삶을 연명해주겠다 했느냐? 내 삶을 연명하라 했느냐? 이 지옥에서?!

네놈이 날 따라간다는 건, 이 강의 수호를 받는 모든 것들을 버린다는 뜻이다.
넌 아직 노쇠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충분히 흐를 힘이 남아 있는데, 정말 그러고 싶냐?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나마 날 기억하는 것들은 인간의 손에 모두 스러졌고 인간들은 더 이상 날 필요로 하지 않는데.

...좋아. 말해두지만 한 번 끊어버린 굴레는 다시 이을 수 없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태가 아니라 영원히 끊기는 거야.
정말 후회 없겠지?

하...하하. 내 확답이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말해주지. 버리겠다!!!
의무라는 이름에 묶여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이 지긋지긋한 육신에서 날 해방시켜다오!!

...뭐, 정 그렇다면야.

홍도는 주술로 수신의 굴레를 끊었다. 수신의 본체는, 사람이 개미처럼 보일 정도로 큰 물뱀이었다. 수신이 홍도의 몸에 깃들자,[10] 그의 목언저리에 뱀 문양이 생겨났다. 홍도가 떠나려 하자, 황선생이 그를 불렀다.

이봐요!! 저기!! 잠깐!!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 아까 그 물뱀이 이 마을의 수호신이라면 이제, 이제 이 마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수호신이 사라져 버리다니, 이제 이 마을은 누가 보호를...!

..........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
수호신이래봤자 애초 너희는 믿지도, 존재한다고 생각지도 않던 천덕꾸러기 아닌가.
그런 것이 새삼 사라졌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지?

그,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무슨 문제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흰 그저 살던 대로 살고, 너희 욕심으로 인한 업보 역시... 스스로 지면 된다.

망연한 표정의 황선생에게 홍도는 영물 꼬마를 가리키며 이거나 잘 키우라고 말했다.[11] 그 말을 끝으로 홍도는 마을을 떠났다. 청년도 그 뒤를 따랐다.

만물수집가 (7화~12화)[편집 | 원본 편집]

홍도는 수신의 안내를 따라 어떤 마을에 들어섰다가, 인상을 쓰며 엿먹이려는 거 아니냐고 수신에게 따졌다. 수신이 안내한 곳은 주술사 사냥꾼들의 본거지였다. 주술사 사냥꾼. 단어 그대로 주술사를 사냥하는 사람들. 현재 홍도는 수배자 신세이며, 이 마을에도 곳곳에 홍도의 수배지가 붙어 있다. 홍도는 말 그대로 범의 굴에 들어온 격이었다. 하지만 수신은 까마귀는 분명 이곳으로 향했노라 이야기했다. 홍도는 이번에는 앞의 마을에서부터 줄곧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청년, 양필[12]에게 고개를 돌렸다. "언제까지 날 따라올 거야!" 양필은 쭈뼛대면서도 "홍도 님이 갈문 님께 돌아간다고 맘을 바꾸실 때까지..."라고 대답했다. 갈문 그놈의 추격자가 이딴 식으로 들러붙을 줄이야... 여기서 묻어버릴까? 그때 나비 한 마리가 홍도의 어깨에 앉았다. 적혈나비다. 적혈나비는 시체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나비지만 별다른 위험은 없... 응? 언제부터였는지 길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수의 적혈나비가 그들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홍도와 양필은 혼비백산하여 나비 떼를 피해 도망치다가 거대한 수조에 빠졌다.

이건 바닷물이다. 그리고... 홍도는 하늘빛 머리칼의 여인을 보았다. 그때 그물이 내려와 홍도와 양필을 잡아 올렸다. 둘은 밧줄로 결박되어 관리 앞에 끌려왔다. 홍도와 양필이 빠졌던 수조는, 이곳 백해항의 축제를 위해 마련된 바다 여신의 제단 일부였다. 신성한 제단에 함부로 몸뚱이를 들였다며, 관리는 길길이 날뛰면서 둘을 꾸짖었다. 다음 순간 마을 수령과 함께 웬 사내가 패거리를 이끌고 들이닥쳤다. 사내는 양팔에 문신을 새겼고, 여러 개의 목걸이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홍도를 상장이라 부르며 알은척을 하더니, 홍도의 과거를 들춰대며 부하들과 함께 비웃었다. 저 놈은 대체 누구길래 나랑 잘 아는 사이처럼 구는 걸까? 홍도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사내는 신경질을 내며 다그쳤다. "야!! 너 진짜 나 기억 못 해? 나 주자염이라고, 주자염!!" 홍도도 그제서야 사내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주자염, 주씨 가문 그 꼴통. 홍도의 말에 역으로 화를 내면서도, 주자염은 이제야 제대로 대화할 수 있겠다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편에서 한 사내가 무언가가 담긴 통을 가져와 홍도에게 그것을 끼얹었다. "오늘 아침 갓 잡은 송아지 새끼의 피다." 통에 담겨 있던 것을 설명하면서, 주자염은 홍도의 수배지를 보여주었다. 주자염은 주술사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수배 조건이 살려서 데려올 것이라 되어 있으니, 죽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홍도는 그의 차림새를 훑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야 기억난 건데 말이야.
네놈. 분명 불명예 퇴역했었지?
유일한 권속이 까마귀 손에 찢겨 죽었지.
그거 하나 살려보겠다고 추하게 발악하다가 새로운 권속과의 계약에도 줄줄이 실패.
어느 날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다 했더니 이거 제법 천직을 찾았잖아.
이야~ 3류 사냥꾼이라니 엄청 잘 어울리는 걸.

홍도가 이죽거리자, 주자염은 그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네놈 따위 현상금 아니더라도 '이곳'에선 비싸게 팔려. 피 한 방울, 뼈 한 조각, 가죽 하나 남기지 않고 해체해서 팔아버리겠어!" 주자염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있었다. 그러나 홍도는 천연덕스럽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그대로 건물 밖으로 뛰어 내려 도망쳤다. 4층도 더 되는 높이였건만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홍도와 밧줄로 연결되어 있던 양필도 딸려 왔다. 다행히 둘은 나무에 걸려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홍도는 급히 벽에 대고 밧줄을 갉아 끊었다. 양필은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고 말했지만, 그건 절대로 안 된다. 홍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좌판에 올라있는 눈알들. 피를 담은 봉투를 진열해놓은 가게. 여기는 암시장이다. 주술사의 인육과 피를 짜내 판매하는 곳. 홍도는 여기서 값진 재료일 뿐이다. 저만치에서 사람들이 홍도를 알아보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양필은 저번 마을에서처럼 불새(비작)를 꺼내라고 말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홍도와 양필은 사람들을 피해 뒷골목에 숨었다.

주술사들은 일반인에게 함부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권속과 계약을 맺을 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맹약을 맺는다. 주술사의 권속은 무고한 피를 흘리게 할 수 없고, 무고한 피를 만질 수도 없다. 이를 어기면 주술사로서의 자격을 박탈한다. 이 제약은 주술사에게도 적용된다. 그런데 아까 주자염 그놈이 송아지 피를 끼얹어버리는 바람에, 맹약에 의해 주술사로서의 힘을 잃어버렸다. 아마도 3일~5일 정도는 제대로 된 주술은 쓰지 못할 것이다. 소속이 없는 주술사들은 이런 맹약을 맺지 않는다.[13] 그러니 이런 몸으로 주술사 사냥꾼들과 맞닥뜨리면 위험하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암시장은 교국 관리청(줄여서 교국청)의 주요 척결대상이다.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면 그들은 반드시 달려올 것이다. 물론 홍도 역시 교국청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 그들이 암시장을 쓸어버릴 동안 여기서 벗어나야 하지만... 홍도는 작은 노란 새를 권속으로 불러내 교국청으로 보냈다. 항구는 사냥꾼 놈들이 막고 있을 거다. 뒷산으로 가야 한다. 둘은 어렵게 어렵게 주술사 사냥꾼들을 뿌리치며 길을 나아갔다. 이제 눈앞에 보이는 관문을 나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러나 관문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길바닥에서 거미줄이 뿜어져 나와 홍도와 양필을 얽어 맸다. 주자염 패거리였다. 홍도는 그들의 공격에 정신을 잃었다.

홍도가 깨어나보니, 그와 양필은 바다 여신의 제단에 있었다. 주자염 일당은 제단을 점거하고는, 적혈나비를 이용하여 홍도의 피를 수집하고 있었다. 마을 수령과 관리들이 제단으로 달려와 주자염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제단의 수조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을 관리 하나의 머리를 뽑아 수조 속으로 도로 들어갔다. 홍도가 보니 그것은 인어였다. 주자염은 그 모습을 보며 또 쓸데없는 걸 먹어버렸다고 중얼거렸다.

보다시피 내 권속이 먹성이 좋아.
...멸절됐다고 알려진 환상의 신수, 인어란 건 말이야.

...네 권속이라고?

뭐가 우습지?
넌 이제 곧 내 권속의 비료가 될 거다. 고급 비료 말이야.

저건 네 권속이 아니야.
까마귀가 남긴 찌꺼기지.
생각 외로 물뱀이 제대로 데려왔군.

까마귀란 말에 주자염은 이성을 잃고 그대로 홍도를 베었다. 홍도는 주자염에게 걷어차여 수조에 빠졌다. 뒤이어 칼 한 자루가 수조 속으로 가라앉았다. 홍도의 몸에 깃들어 있던 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홍도에게 자신을 권속으로 받아들이면, 이 상황에서 구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홍도는 제안을 거부했으므로, 수신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홍도의 피냄새를 맡고 인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홍도는 수조 속으로 들어온 칼을 집었다. 그래, 니가 날 어디까지 소화할 수 있는지 보자. 홍도는 칼로 인어를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팔에 상처를 냈다. 피가 번져나오기 시작했다.

홍도는 수조 밖으로 나왔다. 주자염은 칼을 들고 홍도에게 다가가다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수조의 인어가 몸집이 엄청나게 불어 주자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홍도의 피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인지, 인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폭발했고, 제단은 그 폭발에 휩쓸려버렸다. 주자염은 홍도가 인어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분노로 이성을 잃었다. 그는 주술로 팔을 변형하여 홍도를 공격하려 했지만, 갑자기 봉인진이 형성되어 주자염 일당을 구속했다. 교국청 병부에서 홍도의 신고를 받고 온 것이다. 교국청 병부의 사내는 주자염 일당의 죄를 열거한 후, 갈치를 닮은 외형의 권속을 부려 그들을 포박했다. 사내는 홍도와 눈이 마주쳤고, 둘은 한참 서로를 노려보았다. 홍도는 현재 무단으로 탈영한 상황. 교국청 병부에서 체포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사내는 체포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도의 목에 현상금을 건 것은 교국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인어를 수거하고, 홍도의 권속인 작은 노란 새를 돌려주었다. 이 일대는 이제 곧 교국청 사람들에 의해 정리될 것이란 말과 함께... 홍도는 양필과 함께 마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주자염에게 당하여 생긴 검상으로 피를 너무 흘린 탓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에 수신이 나타나 홍도를 부축하였고, 수신은 양필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늑대 신부(13화~18화)[편집 | 원본 편집]

수신의 인도를 받아 도착한 곳은 어느 작은 산골 마을. 수신은 이곳의 산맥에서 불길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양필이 마을 앞에서 얻은 선전용지에 따르면, 이곳은 교국 최초로 선교사가 정착한 마을이라 한다. 그때 둘은 뜻밖의 사내와 마주쳤다. 그는 바로 얼마 전 홍도를 인어의 제물로 바치려 했던 주자염이었다! 홍도의 신고로 교국청에 잡혀 갔지만, 보석금을 내고 도로 풀려 나왔던 것. 주자염은 홍도가 까마귀를 쫓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서 까마귀의 정보를 얻어내고자 동행하기로 했다. 사람을 죽이려 할 때는 언제고... 홍도는 주자염의 뻔뻔함에 발끈해서 그를 두들겨 팼지만, 주자염은 실컷 얻어맞고도 넉살도 좋게 홍도의 뒤를 계속 쫓아왔다. 주자염은 그렇게 홍도 일행에 합류했다.(...)짜증나 뭐가 자꾸 늘고 있잖아

일행은 계속 길을 나아가던 중 한 노인을 만났다. 그는 일행에게 살갑게 말을 걸며 접근하는가 싶더니, 그들의 행색을 보고는 갑자기 “이단이다!!”라고 외치며 걸레 빤 물을 끼얹었다. 노인의 딸이 급히 달려 나와 그들에게 사과했는데, 그때 홍도의 뒤에서 늑대가죽을 뒤집어쓴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홍도를 낚아채 그대로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대뜸 홍도를 시냇물에 넣었다 뺐다 하며 물고문을 해댔다. 그리고는 홍도를 향해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너... 동족, 동족인가.

다음 순간 사내는 어떤 기척을 느끼고는, 홍도에게 이곳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얘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홍도는 사내의 말을 무시하고, 길을 찾아 산을 헤맸다. 한참 길을 가던 중 갑자기 왼눈 ‘금안’에 통증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니, 동굴 안의 검고 흉측한 무언가가 홍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굴 주변에는 어떤 진이 쳐져 있었는데, 문자나 형식을 보니 서란의 주술이었다. 동굴의 괴물은 술식을 뚫고 바깥으로 나왔고, 홍도는 그를 피해 급히 도망쳤다. 오랜 시간 갇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진을 부술 수 있었을까? 홍도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괴물을 물리치고자 대책을 강구했지만, 실수로 나무줄기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괴물은 홍도를 덮쳤고, 그때 홍도를 산으로 끌고 왔던 사내가 나타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전투 시작. 전투는 상당히 기이하게 진행되었다. 괴물의 공격은 신기하게도 철저히 사내를 피해 홍도에게로 집중되었다. 사내는 분전하며 괴물의 공격을 막아냈고, 홍도는 그 틈에 주술로 괴물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내가 홍도의 공격을 막았다. 사내는 홍도에게 괴물을 공격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저게 뭔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가? 별안간 또 ‘금안’이 아파온다. 그리고 그 순간 괴물이 둘의 빈틈을 파고들어 그들을 집어삼켰다. 홍도는 사내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괴물과 마주하고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 홍도는 괴물의 머리를 향해 손을 내질렀다. 그러자 괴물에게서 누군가가 스멀스멀 번져 나왔다. 그놈은 홍도가 익히 아는 녀석이었다. 까마귀!

산송장 뒤에서 구린내를 풍기는 게 누군가 했더니.
이거 오랜만에 보는 걸. 안 그래, 까마귀.
네놈과 풀어야 할 회포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거부터 물어보지.
‘그거’ 네놈이 갖고 있지?

...공자는 이걸 가질 자격이 없소.

뭔 개소리야. 그거 원래 내거였거든?!

이것은 그분의 부활에 바쳐질 제물이외다.

...부활? 뭔 부활?

...나의 주군. 그리고... 공자의 손으로 사막바위에 봉인한 그대의 형님이신 회현님밖에 더 있겠소.

......뭐? ...뭘 부활시켜?

...그대는 참 배은망덕한 이다.
천출인 그대에게 반쪽짜리 핏줄이라도 주군이 은혜를 베풀었거늘, 부끄러운 줄...

홍도는 까마귀의 말을 끊고 그를 공격했다. 덕분에 홍도와 사내는 괴물의 속박을 풀고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의 싸움을 목격하고, 주자염도 홍도에게 가세하여 까마귀를 공격했다. 그러나 까마귀는 능숙하게 그들을 뿌리치고 모습을 감췄다. 괴물, 아니 산신은 어느새 완전히 역신으로 변해 있었다. 너무 늦어버렸다. 구제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 것은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뿐. 홍도는 주술을 발동하여 역신이 된 산신을 공격했다. 홍도의 공격으로 인해, 산신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안식을 얻었다. 그의 모습은 집채만한 커다란 곰이었다. 산에서의 소란을 감지하고 마을 사람들이 올라왔다. 무리를 이끌고 온 노인은 죽은 산신과 홍도 등을 악마라고 부르며 사람들을 선동했고, 그의 딸은 그런 그를 만류하며 꾸짖었다. 홍도는 부녀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말을 걸었다. 늑대가죽을 걸친 사내 때문에 문제인 모양이니, 그는 자신이 데려가겠다면서. 홍도는 이어 사내에게 “동족을 만나고 싶지?”라고 말을 걸었다. 그 사내는 바로 순혈 늑대였다. 홍도는 그를 그의 동족이 있는 곳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사내 역시 동족을 찾고 있었으므로 홍도와 동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갈등은 마무리되었다. 홍도 일행은 사내와 함께 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기[편집 | 원본 편집]

남경에서(19화~25화)[편집 | 원본 편집]

홍도 일행의 여정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교국 전역에 수배가 걸린 홍도 본인이었다. 현재 그들의 위치는 교국 남부의 어느 마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곳에서 남경으로, 다시 남경에서 경으로 열차를 타고 가면 된다. 하지만 남부의 대도시 남경에 들어서면, 수배자인 홍도는 반드시 관군과 시비가 붙을 것이다. 일행은 남부 경계의 소촌으로 열차를 타고 이동한 후, 그곳에서 경으로 잠입하기로 했다. 다음 날 새벽 일행은 열차를 탔다. 주자염은 필요한 물품을 사오기로 했고, 양필은 먹거리를 사오기로 했다. 새로 일행이 된 순혈늑대, 철식(Iron Law)은 양필을 따라갔다. 홍도는 좌석에 앉아 눈을 붙였다. 그런데 깨어나니, 열차는 소촌이 아니라 남경에 와 있었다. 주자염도, 양필도, 철식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어찌 된 건가 생각하다가, 홍도는 한 외국인을 만났다. 그는 배가 고프다며 홍도에게 매달렸다. 홍도가 밥을 사 주자, 그는 감사를 표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이름은 미스터 블랙마우스. 교국과 서란을 떠돌며 무역업을 하는데, 남경에서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조사 나왔다가 배고파 쓰러졌다고 한다.(...) 외국인이 쓰러졌는데 남경 사람들은 무시하고 지나가더라며, 그는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블랙마우스의 말은 계속되었다. 최근 교국 남부는 분위기가 매우 흉흉하다. 연이어 소년소녀들이 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교국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다투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외국인, 외지인 등 수상해 보이는 자들은, 무조건 관군들이 잡아간다고 한다. 과연 그 말대로 관군들이 식당에 들이닥쳐, 홍도와 블랙마우스를 체포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가 옥에 갇힌 홍도를 찾아왔다. 남경의 현승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의 실종사건들은 귀신이 된 그의 여동생이 벌인 일이다. 현승은 귀신이 된 동생을 퇴치하면 석방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홍도는 그 말을 무시하고 주술을 발동했다.

주술사의 권속은 무고한 자를 해칠 수 없다. 홍도를 감금한 자들은 관부 사람이고 수배자를 잡은 것뿐이니 무고하다. 그러나 건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홍도는 주술로 감옥 벽을 부수고, 유유히 바깥으로 도망쳤다. 블랙마우스도 홍도를 따라 나왔다. 홍도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까부터 어떤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넓고 탁 트인 바깥으로 나왔건만, 그 냄새는 오히려 더욱 짙어졌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그러나 이유를 생각할 시간도 없이, 주술사 사냥꾼들이 홍도를 덮쳤다. 끈질긴 놈들이다.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부 사람은 아니니 공격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현승이 보낸 놈들 같은데, 저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현상금이 배로 뛸 것이다. 주술사 사냥꾼들은 대개 자질이 부족하여 귀문을 열지 못한다. 그들은 신체 일부를 걸고 권속과 계약을 맺는다. 즉, 계약문을 지운다면, 이들을 물리칠 수 있다. 홍도는 화염으로 사냥꾼들을 공격했다. 사냥꾼들의 옷이 불타자, 홍도는 어렵지 않게 계약문이 적힌 부위를 찾아냈다. 홍도는 다시 불꽃을 일으켜, 계약문만 골라 공격하여 지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계약문이 다시 생겨났다!

그때 홍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자염이었다. 일행을 이끌고, 홍도를 쫓아 남경으로 온 것이다. 주자염의 공격으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 틈에, 홍도는 그와 함께 골목에 숨었다. 홍도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주자염이 입을 열었다. 암시장을 운영할 때, '주술사들의 피를 이용하면, 일반인이나 미숙한 주술사도 강력한 주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헛소문이라 여겼지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암시장에서 입수했던, 주술사들의 피로 혈인을 새긴 패. 주자염은 이것을 사용하여 현역시절에 버금가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 물건들은 금폐라 불리고 있었다.[14] 어쩌면 저 주술사 사냥꾼들도 금폐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굳이 저놈들을 상대할 필요는 없다. 둘은 철식, 양필과 합류한 후,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장소를 벗어날 수 없었다. 진에 갇힌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술사 사냥꾼들에게 들키기까지... 쪽수가 많아서, 둘은 흩어지기로 했다. 홍도는 사냥꾼들을 상대하며, 주자염이 금폐에 대해 말한 것을 떠올렸다. 금폐의 형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다. 단, 절대 술사의 몸에서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고, 휴대하기 편한 용도의 물건일 것이다. 어쩌면 눈에 띄기 쉬운 물건일 수도 있다.

옷가지를 전부 태웠지만 놈들은 멀쩡했다. 금폐는 몸에 없다. 그렇다면... 홍도는 사냥꾼들에게 반격했다. 정확히 귀걸이만을 노려서... 귀걸이가 부서지자, 사냥꾼들은 모두 권속들에게 잡아먹혀 사망했다.[15] 다음 순간 나무줄기들이 뻗어 나와, 시신들의 피를 빨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의 대문이 열리더니 여러 개의 나무줄기가 홍도를 덮쳤다. 수신이 현신하여 나무줄기들을 막아냈는데, 그는 그것들을 지옥의 꽃이라 불렀다. 홍도가 맡았던 냄새의 정체가 바로 저것이라는 것이다. 생명의 피를 빨아 열매를 맺는 꽃. 그 악독함을 참지 못해 태무제가 귀문 너머에 봉인했다는 꽃. 대문 너머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나으리... 소녀의 원통함을 풀어주소서. 소녀와... 소녀의 ......를 구해주소서. 제발 나으리...." 그녀는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는가 싶더니 꽃줄기를 뻗어 홍도를 공격했다. 그러나 수신이 현신하여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했다. 저 여자가 결계의 본체다. 홍도와 수신은 여인을 쫓던 중 양필을 만났고, 수신의 도움으로 홍도와 양필은 결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거기에는 일전의 현승이 있었다. 홍도가 현승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완안호련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가 왜 여기에! 홍도는 기겁하며 물러섰지만, 호련의 부하들에 의해 맥없이 제압당했다.

후훗... 앙칼진 것. 여전하구나.
그래, 네가 내 57번째 제안을 거절한 이후 처음인가?

...제안 좋아하네, 이 미친 여자가!!

여전히 수줍음도 많고, 흐흐.
이왕 다시 만난 거, 58번째 제안을 해보도록 할까.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대체 내 어디가 싫다는 게야!!

다짜고짜 애 낳자고 덤비는 또라이가 좋다면 그게 미친 새끼지!!
그리고 니가 처음 나한테 덤빌 때 내 나이가 ???(아청법)살이었거든?!

...여전히 늦되구나.
우수한 후손을 생산하는 건 우리들 귀족의 의무!!

너나 많이 의무 챙겨서 한 애새끼 스무 명은 쑴풍쑴풍 낳으세요!!
단, 거기서 난 빼고!!

둘이서 한참 말싸움을 하던 중, 현승이 끼어들었다. 그는 부하들을 대동하였으며, 웬 임산부를 붙들고 있었다. 결계 안에서 본 여인이다. 현승은 광분하여 홍도와 호련에게 소리쳤는데, 들어보니 최근 남부에서 있었던 납치사건들은 모두 그가 저지른 짓이었다. 정곡을 찔린 현승은 부하들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언제 왔는지 주자염과 철식이 홍도 옆에 끼어들었다. 주자염은 홍도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직 주술은 깨지지 않았다. 현승은 일반인이니, 고위 주문을 사용할 수 없다. 매개체를 이용했을 거다. 주술을 깨려면 그 매개체를 찾아야 한다. 호련의 부하들과 주자염, 철식은 합심하여 현승의 부하들을 상대했다. 홍도는 머리를 굴렸다. 누군가가 현승에게 이 일을 사주했다. 일반인에게 맡겼다면, 어려운 주술은 아니다. 놈은 자기와 가까우면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매개체를 두었을 터... 홍도의 눈은, 현승 옆 탁자 위의 모형정원에서 멈췄다. 홍도는 철식으로 하여금 모형정원을 부수게 했다. 모형정원이 파괴되자, 사방에 꽃잎이 흩날리더니 주변에 커다란 꽃봉오리들이 나타났다. 현승은 여인을 놓쳐버렸고, 그 틈에 호련의 부하가 달려들어 그녀를 부축했다. 그때 한 여인이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호련의 부하가 부축한 여인, 화홍과 모습이 똑같았다. 쌍둥이일 리는 없다. 저 중 하나는 결계 속에서 만난 지옥꽃의 화신이다. 매개체가 있다 하더라도 주술을 발동하려면 술자가 필요하다. 화홍과 현승은 일반인. 그럼 남은 건... 술자는 바로 화홍이 잉태한 아이였다. 화홍과 똑같은 외견을 한 여인이 사라지자, 꽃봉오리들이 일제히 개화했다. 그 속에는 짓이겨진 아이들이 들어 있었다. 완안씨 가문의 실종된 아이들이었다. 분노한 호련은 권속을 소환하여 건물을 반파했다. 홍도 일행도 그 공격에 휘말려 버렸다.광역 팀킬 일행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수레를 얻어 타 남경을 떠났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하여간 너 만나고 되는 일이 없어!!” 주자염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벌판에 울려 퍼졌다.(...)

소공자의 신부 뽑기(26화~32화)[편집 | 원본 편집]

마을 식당에서 밥을 먹던 일행은 기이한 것을 목격했다. 웬 사람들이 “소씨 가문의 독자 소융경의 아내를 뽑습니다!”라며 행인들에게 선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작은 새 모습의 하급 권속을 데리고 있었으며, 그 권속은 주술사의 피를 타고난 여인만 골라서 신부 후보로 뽑고 있었다. 일행이 그 행사를 빤히 보자, 식당의 점원이 설명해주었다. 소융경은 가끔씩 신부를 뽑는 행사를 열어 마을의 여인들을 데려가곤 했다. 지금껏 행사에 참여한 여인들은 전부 소융경의 신부가 되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행사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액수의 빙금을 받았다. 그래서 마을의 여인들에게 이 행사는 제법 인기가 높았다.

행사를 지켜보던 주자염이 홍도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홍도 일행은 여장시킨 철식과 함께 신부 뽑기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를 진행하던 사내는 그들을 수상하게 여겼지만, 철식은 무난히(...) 신부 후보가 되었다.[16] 행사가 끝나고 철식을 비롯한 신부 후보들은 소융경의 저택으로 향했으며, 홍도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후보들 중에 철식이 가장 이쁘더라

홍도 일행이 이 행사에 참가한 것은 소융경 집안의 호패를 훔치기 위해서였다. 소융경은 8부 가문 중 하나인 소씨 가문의 소가주였다. 그리고 8부 대인 가문의 호패에는 어느 성부든 검문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즉 저 호패만 있다면, 수배자인 홍도도 자유롭게 교국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다.

소융경은 자신의 자택에 도착한 신부 후보들을 반갑게 맞았다. 주자염은 그런 소융경을 아니꼽게 여겼다. 주자염과 홍도는 어릴 적부터 소융경과 사이가 무척 나빴기 때문이다.[17] 그러나 정작 홍도는 소융경이 누구인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튼 소융경은 후보들과 홍도 일행을 저택 내부로 들였다. 여장한 철식을 위시한 신부 후보들은 ‘기도의 방’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심사는 그곳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홍도와 주자염과 양필은 외부인이므로,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주자염은 소융경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혈통을 중히 여겨, 천한 신분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 놈이 민가의 여인을 신부로 삼으려 한다니 이상하다. 그러나 홍도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을 일이었다. “어서 그놈을 족쳐서 호패를 빼앗아 여길 뜨자.” “암! 그래야 이홍도지!!” 홍도 말을 듣고 주자염 역시 의심을 떨쳤다.(...)

셋은 몰래 소융경과 신부 후보들이 간 길을 추적했다. 건물이 생각보다 넓어 찾기 힘들다. 뭐, 정 안 되면 건물 몇 개 부수면 되는 거고. 건물을 계속 뒤지던 중, 양필이 홍도를 불렀다. 이상한 것을 봤다는 것이다. 홍도와 주자염이 그의 안내를 따라 어떤 방에 들어서니, 거기에는 봉인된 신수가 있었다. 홍도가 손을 얹자, 새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풍백’을 자칭하며, 홍도에게 “계약을 맺고 나를 권속으로 거두어라.”라고 말을 걸었다. 주자염과 양필은 그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사내의 말을 들어보니, 그의 정체는 전설의 신수 대풍이다. 하지만 대풍의 전설은 교국 동부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다. 이곳 하남 지역(남동부)은 대풍 전설과는 무관한 곳이다. 홍도가 의문을 표시하자, 대풍은 내막을 알려주었다.

대풍은 전설대로 동쪽 호수에 봉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저택의 주인, 소융경이 이곳으로 그를 옮겨왔다. 소융경은 대풍을 권속으로 삼고 싶어 했지만, 그의 소질로는 불가능했다. 소융경은 이미 다른 권속을 두고 있었는데, 대풍까지 함께 품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대풍이 이런 사실을 알려주자, 소융경은 다른 방도를 강구했다. 그는 신목 위에 봉인된 대풍을 올려두고, 지속적으로 마을 처녀들의 수명 일부를 대가로 바쳤다. 어떤 주물을 이용하여 주술을 쓰는 듯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그 주물을 금폐라 불렀다. 소융경은 금폐를 이용하여 대풍을 권속으로 삼을 속셈이었던 것이다.[18]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융경이었다. 그는 처음 만난 순간 홍도와 주자염을 알아보았다. 신부 뽑기 행사를 마친 뒤에 그들을 붙잡을 생각이었다.[19] 그러나 홍도가 대풍과 접촉하는 것을 감지하고, 대풍이 있는 방으로 뛰어온 것이다. 대풍이 홍도의 권속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홍도도 그제야 소융경이 누군지 깨달았다. 그때 그 돼지새끼. 홍도가 기억하기로, 소융경은 상당히 쓸 만한 권속과 계약을 맺었다. 권속이 소융경과 워낙 닮아서, 홍도도 그 사실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홍도의 중얼거림에, 발끈한 소융경은 권속을 소환했다. 홍도가 기억하던 그 권속, 독두꺼비였다. 소융경은 독두꺼비를 ‘치치’라 부르며, 홍도를 공격하게 했다. 치치의 독이 스멀스멀 홍도를 향해 번져나갔지만, 홍도는 비작의 힘으로 그 독을 불태웠다. 홍도가 치치의 공격을 피하는 동안, 주자염은 목걸이의 패로 진을 발동하여 치치를 속박했다. 홍도는 그 움직임에 맞춰 위로 뛰어올랐다가 도움닫기로 천장을 밟고, 치치와 소융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홍도의 발차기에 방바닥이 박살나면서,[20] 소융경과 치치는 아래층에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둘은 정신을 잃었다. 홍도는 소융경을 포박한 후, 풍백(대풍)과 금폐에 대한 것을 추궁했다.

소융경이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는 어느 날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는 소융경에게 풍백을 넘겼으며, 금폐를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소융경은 봉인된 풍백을 자신의 저택에 있는 신목 위에 두고, 신목에 금폐를 장착했다. 저택의 신목은 두 개 층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위층에 봉인된 풍백이 있고 아래층인 ‘기도의 방’에 금폐가 장착된 부분이 있었던 셈이다. 소융경은 신목의 금폐로 마을 처녀들의 수명을 흡수해왔으며, 금폐에 적정치의 힘이 쌓이면, 이를 제물로 바쳐 풍백을 권속으로 삼을 속셈이었다.

홍도는 소융경에게 배후가 누구냐고 물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금폐라는 것을 보려 했으나, 그것도 사라지고 없었다.[21] 아래층에 있었던 철식의 말에 따르면, 어떤 남자(스포일러)가 나타나 금폐를 가져갔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철식은 그의 외모가 떠오르지 않는 눈치였다. 홍도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봉인된 대풍은 그 지역 방진의 주인이 관리해왔다. 그곳은 바로 영하방진.(동방진) 또한 금폐 제작은, 사람의 수명을 대가로 하는, 금기시된 주술이다. 정리하면... 영하방진 출신이면서, 사람의 수명을 대가로 하는 주술에 능통한 자. 그 자가 바로 소융경의 배후다. 홍도가 아는 사람 중에 여기에 해당되는 놈은 한 명뿐이다. 갈문.

어쨌든 홍도는 원래 목적대로 소융경에게서 호패를 강탈했다.[22] 소융경은 “어차피 경으로 가서 이 일들에 대해 말해도, 물증이 없으니 소용없다. 병부나 교국청이 움직이려면, 고위 귀족의 증언이 있어야 하겠지만, 난 결코 돕지 않을 거다!” 하고 정신승리를 시전했다가, 홍도에게 풍백을 빼앗겨버렸다.(...)그러게 성깔 더러운 놈을 왜 건드려서[23] 일행은 소융경의 저택을 떠나, 열차를 타고 경으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 주자염은 “정말로 갈문이 수배를 건 거냐.”며 홍도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홍도도 탈영한 자신을 잡기 위해 교국청이 수배를 걸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문은 양필에게 역병을 파발권속으로 심어, 홍도를 추적하게 했다. 또한 주자염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나타난 교국청 놈은, 홍도를 보고 “넌 엄밀히 체포 명령이 떨어진 건 아니니까 흥미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홍도에게 현상금을 건 것은 교국청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홍도에게 수배가 걸린 시점은, 양필이 찾아온 때와 겹쳤다. 홍도가 갈문을 의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가원(32화~37화)[편집 | 원본 편집]

누가 홍도를 수배했는지 알아보려면, 교국청 병부를 뒤져야 한다. 홍도의 전속부관 섭평후라면, 인맥을 통해 병부의 서고에서 자료를 빼낼 수 있으리라. 홍도와 주자염은 섭평후를 납치해왔다.(...) 섭평후는 처음에는 당황하여 그들에게 반항했으나, 곧 홍도를 알아보고는 대체 어디서 뭘 한 거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홍도는 그를 진정시키고, 대화를 나누었다. 병과 서고에서 자료를 빼오라는 말에, 섭평후는 크게 반발했다. 홍도가 "아, 거 더럽게 깐깐하게 구네! 나한테 현상금 건 새끼 면상이나 보자는 건데!!"라며 화내자, 섭평후는 벙찐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그거 누군지 아는데?" 섭평후의 말에 따르면, 홍도를 수배한 사람은 두 명이다. 나락가문의 자안공주, 그리고 주씨 가문의 가주 주월서. 자안공주는 “홍도의 신변을 확보해두고 싶다.”며 수배령을 내렸다. 그리고 뒤이어 주월서가 “상장군을 보호하기 위해 빨리 찾아야 한다.”며 수배령을 내렸다. 둘 모두 신분이 확실하고,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 정중하게 요청한 터라, 특무청도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홍도는 일행과 섭평후를 이끌고, 자안공주에게 따지고자 이가원으로 향했다. 마차 안에서 홍도는 철식을 보고 기대하라고 말했다. 철식이 홍도를 따르는 이유는, 홍도가 그에게 동족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가원은 교국 늑대들의 본가. 그곳 사람들은 철식의 동족이었다. 이가원에 도착한 홍도는 자안공주를 만나러 떠났다. 다른 사람들은 응접실에 남았다. 자안공주는 차분한 모습으로 홍도를 맞았다.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상장.
이렇게 가족 간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도 얼마 만인지요.

돌려서 말 안 하겠소, 자안공주.
나에게 수배를 건 이유가 뭐요.

성급하시긴. 그리고 수배라니요.
그저 집 나간 작은 주인을 찾기 위해 소소한 사례금을 걸었을 뿐이지요.

나이 드시니 입바른 소리만 느시는 구려.
당신이 날 찾을 이유야 딱 한 가지밖에 없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난 절대 당신이 해달란 걸 안 해줄 생각이거든.

공자가 ‘그’ 왼눈을 가지고 나에게 이렇게 무례할 순 없소.

말 한 번 잘 하셨소. 꼬우면 빼가 보시든가.
당신이 여기서 뭐라고 짖던 내 대답은 ‘안 해.’요.

못돼 먹은 것. 너 따위 버러지나 계집으로 태어났어야 했어.
이문공이 직접 데려오지 않았다면 내 손으로 찢어 죽였을 것이다.

아무튼 내 할 말은 전했으니 이만 가보겠소.
피차간 더 피곤해지지 말고 서로 신경 끄고 삽시다.

돌아온 홍도는 이가원 사람들에게 철식을 소개했다. 홍도의 아버지 이시백에게, 이가원은 자식을 많이 남기라고 청했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무시한 채 훌쩍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회현은 봉인되었다. 그래서 이가원은 홍도에게 자손을 남기라고 강권하고 있었다. 홍도가 철식을 이가원으로 데려온 건 그런 그들의 잔소리를 면하기 위해서였다. 이가원 사람들은 어디서 외국인 하나 주워 와서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냐고 따졌고, 홍도는 그들과 한참 말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그것은 바로 홍도가 회현을 봉인해놓은 바위였다. 서북방진에 있어야 할(34화) 봉인석이 왜 여기에? 순간 금안이 또 아파오는가 싶더니, 뒤에서 누군가가 홍도를 덮쳤다. 양필이었다! 양필은 연신 죄송하다 말하면서, 칼로 홍도를 마구 찔렀다. 홍도가 의식을 되찾고 보니 그는 만신창이가 되어 봉인석에 끌려와 있었다. 눈앞에 검을 든 양필이 보인다. 저 칼은 홍도가 쓰던 칼이다. 고대 짐승의 엄니로 만든 칼. 저것에 다치면, 주술사는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피가 멈추질 않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이러면 곤란한데.
아... 어지러워. 진짜 곤란한데.
혹시... 갈문이 내가 필요 이상으로 피를 흘리면,
곤란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해주지 않던가...?

다음 순간 홍도의 기운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에게 깃들어 있던 권속들인 비작과 수신과 대풍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도한 출혈로 인해 폭주가 일어난 것이다! 잠시 후, 홍도는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회현이 봉인에서 풀려났다!

아아... 오랜만에 인계의 공기로구나.
익숙한 피 냄새로군.
육체에 돌아오자마자 맡는 것이 너의 피 냄새라니,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구나. 동생아...

3기[편집 | 원본 편집]

작전상 후퇴(38화~41화)[편집 | 원본 편집]

회현이 강림하자, 까마귀가 그의 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회현에게 검은 구슬 같은 것을 바쳤다. 회현은 비작에게 알은척을 하고는, 까마귀에게 받은 검은 구슬을 왼눈언저리로 가져갔다. 홍도는 건드리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회현은 듣지 않았다. 그가 구슬을 왼눈에 집어넣자, 애꾸눈이었던 회현에게 왼눈이 새로 생겼다. 그의 오른눈은 금안이고, 왼눈은 흑안이었다. 하늘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아 짐승들이 날 내려다 보고 있구나.
태초의 검은 하늘을 열 때가 되었다.

회현이 왼눈의 힘을 개방하자, 경의 귀문이 열렸다. 주자염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는, 작전상 후퇴를 외치며 홍도를 잡아챘다. 주자염의 주술로, 둘은 이가원에서 탈출했다. 상처가 컸던 탓에 홍도는 정신을 잃었다.

이건 몹시도 오래된 이야기란다.
이 세상 하늘 문이 닫히기 전,
귀신과 인간이 자유롭게 교류하던 시절,
엄마는 선물을 받았단다.
그리고 이젠 이것을... 너에게 넘겨줄 때가 된 것 같구나.
그들의 좋은 ‘길잡이’가 돼주렴, 홍도야....

깨어나보니 어느 폐가 안이었다. 곁에는 주자염과 철식이 있었으며, 저 멀리 구석에 양필도 있었다. 홍도가 깨어나자, 주자염이 말을 걸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홍도에게 의문스러운 것이 많았다. 주자염이 처음 홍도를 만났을 때, 홍도의 왼눈은 분명 검은 색이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반월인 홍도는 결코 이가원에 들어갈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별안간 홍도는 교국 적통의 표식인 금안을 갖게 되었고, 이가원은 그의 혈통을 인정하여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아까의 일을 보니 주자염도 마침내 내막을 알 수 있었다. 홍도의 왼눈은 원래 회현의 것이었다. 그리고 회현은 홍도의 눈을 빼앗았다. 회현의 반란을 진압할 당시, 홍도가 방상시의 직을 맡은 것도, 전장에서 용맹하게 싸운 것도, 빼앗긴 눈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지금껏 까마귀를 쫓아다닌 것도 같은 이유. 주자염은 홍도에게 그 눈이 어떤 것인지, 지금 경의 하늘은 왜 검게 변한 것인지 물었다. 홍도는 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털어놓았다.

저 검은 하늘은 귀문이다. 주술사들은 귀문이 경의 동북쪽에 위치한, 주술사들의 입관례 때 이용하는 진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사바세계(인간세계)와 이면의 세계(육신 없는 귀신들의 세계)를 이어주는 틈. 그것이 바로 귀문의 실체다. 옛날에는 귀문이 흔했지만, 교국 태조 태무대왕이 땅에 방진을 세우고 모든 귀문을 봉인하여,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홍도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이러한 사실들을 들어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홍도에게 귀문을 여는 열쇠를 물려주었고, 그 힘은 홍도의 왼눈에 깃들어 있었다. 회현은 그 왼눈을 빼앗았다.

문득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가 났다. 주자염이 밖을 보니, 거대한 붉은 무언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뭐긴. 개판된 거지.

주자염은 이번에는 철식에게 양필을 왜 끌고 왔냐고 따졌지만, 철식은 심드렁했다. 양필은 그저 무안하여 정좌한 채로 가만히 있었다. 챙캉! 쇠붙이 소리가 나서 홍도가 돌아보니, 양필의 주변에 부러진 칼이 있었다. 운이 좋다. 안 그래도 이게 필요했는데. 홍도는 칼을 주웠다. 회현을 상대하려면 무기가 필요하다. 홍도는 부러진 칼을 부활시키기로 결심했다.

그 부러진 칼은 원래 교국의 국보로, 대대로 방상시에게 물려 내려온 태무제의 무기였다. 그것을 만든 자는 태무제의 철망치라 불리던 환노인. 그는 건국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러나 홍도는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24] 그는 공중을 떠다니는 전각에서 기거하고 있으며, 그 전각은 주기적으로 교국 변방을 떠돈다. 지금은 하남 지방에 있으리라. 홍도는 환노인의 공방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 말을 듣고, 주자염이 같이 가자며 나섰다. 환노인의 공방이라면 신기한 물건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철식도 “동족은 밥을 사준다.”며 홍도를 따르기로 했다.(...)

양필은 홍도를 따를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도도 그가 필요했다. 홍도는 들고 있던 칼을 양필에게 찔러 넣었다. 양필은 크게 놀랐지만, 신기하게도 칼은 눈 녹듯이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부러진 칼은 귀기를 끌어당기므로, 그냥 두면 온갖 잡귀가 꼬인다. 양필은 미미하지만 주술사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그는 부러진 검의 칼집으로 제격이었다. 홍도는 양필에게 공방까지 같이 가자고 요구했고, 양필은 순순히 그 말에 따랐다.[25] 그리하여 일행은 환노인을 찾아 하남 지방으로 향했다.

환노인과 모란등롱(42화~48화)[편집 | 원본 편집]

하남에 도착한 후, 홍도는 여관 지붕에서 곰방대를 문 채, 공중전각을 바라보았다. 낌새가 좀 이상한데... 일행은 우연히 한 승려를 만났다. 그는 바로 서남방진을 관리하는 동곽사의 일원, 동곽승담이었다. 그는 공중전각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과 함께, 뜻밖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교국 건국 직후, 동곽씨 일족은 태무제의 명으로, 교국 서남쪽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그들은 열병을 퍼뜨리는 역신 모란등롱과 마주쳤다. 치열한 전투 끝에, 동곽사 사람들은 간신히 그녀의 육신을 조각냈다. 그리고 조각난 부분들은 모조리 불태우고, 본체는 서남방진에 봉인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에서 어마어마한 귀기가 풀려, 봉인에 이상이 생겼다. 모란등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육체를 소생하여 달아났다. 그녀는 인간의 정기를 빨아 역병을 일으키는 귀신이다. 현재 이 일대에 만연한 돌림병도 그녀 탓이다. 그녀가 도망친 곳은 하남의 어느 숲. 그런데 전각에서부터 그 숲으로 어떤 주술의 흔적이 이어져 있었다.

동곽승담은 홍도 일행에게 역신 모란등롱을 잡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확실히 환노인의 기운은 숲속으로 이어져 있다. 홍도 일행은 그와 함께 문제의 숲으로 향했다. 양필은 공중전각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땡중의 말대로 역신(모란등롱)이 근처에 있다면, 진즉에 썩은 내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냄새는 썩은 내라기보다는 유황 냄새와 비슷했다.

그때 갑자기 지축이 울리는가 싶더니, 지반이 여기저기 마구 치솟았다. 일행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저편에서 동곽승담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홍도는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확신했다. 홍도는 그를 포박한 후, 솔직히 말하라고 협박했다. 동곽승담은 단지 사실을 모두 알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그는 모란등롱을 쫓아 이 마을에 온 날, 거대한 뱀이 공중전각을 덮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거대한 뱀이 바로 모란등롱이며, 그녀가 환노인을 납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홍도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내게 무슨 볼일이 있느냐. 우다간의 후예여.” 그녀는 바로 모란등롱이었다. 홍도는 그녀를 보고 확신했다. 저 땡중 놈이 구라를 쳤다. 그녀는 역신이 아니다. 모란등롱은 잊힌 남부의 주인이자, 지옥불과 대지를 다스리는 터주신이었다. 어째서 그녀가 역신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쫓기고 있는 걸까? 그러나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동곽승담이 그녀와 싸우려 들었기 때문이다. 홍도는 “그녀는 역신이 아니다.”라며 그를 말렸지만, 동곽승담은 듣지 않았다. “정체가 무엇이든 그녀의 불꽃이 인간을 병들게 하고 죽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는 주술을 발동했다. 그의 품에서 이빨 달린 밧줄이 튀어나와 홍도와 모란등롱을 덮쳤다. 징벌의 밧줄. 저 밧줄은 태무제가 동곽 가문에 내린 신물로, 대대로 후계자가 물려받았다. 동곽승담은 동곽사의 후계자였던 것이다! 그가 밧줄로 모란등롱을 속박하려 하자, 홍도는 비작의 화염으로 밧줄을 물리쳤다. 모란등롱이 도와주겠다며 힘을 쓰려 하자, 홍도는 다시 비작을 부려 그녀를 제지했다.

...날 도망치게 도와줄 생각은 없는가.

...내가 왜? 무슨 이득이라고.

날 도와준다면, 귀하가 원하는 것을 드리리다.
나의 불꽃으로 제련한 내 비늘이오.
귀하에게 좋은 무기의 재료가 되어줄 것이오.

당신,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아는 건가.

인간의 하늘에 귀신의 통로를 연 것이 귀하의 혈육 아니오.
내 그 덕을 보아 동곽에서 달아날 수 있었소.
당신들의 전쟁은 다시 한 번 이 세계를 뒤엎겠지.
그 옛날 인간들의 황제와 우다간의 전쟁 때처럼.
...나는 곧 죽소.
반가운 고향의 향기를 맡고 마지막 힘을 내 달아났으나
난 너무나 오래 살고, 또 너무나 오래된 것이 되어 버렸지.
내 죽을 자리는 내가 정하고 싶소. 도와주겠는가.

나에게 이런 걸 말해주는 이유가 뭐지.

귀하가 ‘캄’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짐승의 목소리를 듣는 자. 모든 이능의 주인.
귀신의 통로를 열고 닫는 자격을 갖춘 자. 모든 이매망량과 주술사들의 왕.
먼 옛날 귀하의 선조들은 그가 여성이라면 ‘우다간’이라고 불렀고,
남자의 성을 가졌다면 ‘캄’이라고 불렀지.
그리고 귀하에게 애석하겠으나,
귀하의 혈육은 귀하보다 월등한 ‘캄’의 자질을 갖추고 있소.

그때 숲 저편에서 웬 청년이 모란등롱을 불렀다. 청년의 뒤로, 주자염과 철식의 모습도 보였다. 주자염의 말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환노인이라 했다. 새로운 봉인무구를 실험하다, 실수로 그 무구에 본인이 갇혔단다. 모란등롱은 그를 보고 싶어 숲에 온 것이었다. 청년은 자신이 실험하던 그 봉인무구로 동곽승담을 가둔 후, 모란등롱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주자염은 저 자가 정말 환노인이냐며 의심했지만, 홍도가 보니 환노인이 확실했다. 태무제는 환노인에게 성지(聖旨)를 내렸다. 그 성지에는 교국 어느 곳에서든 머물 수 있는 주술이 걸려 있었다. 지금 저 청년의 몸에도 그 성지가 달려 있으니, 저 사람은 환노인이 분명하다. 일행은 환노인을 따라 공중전각으로 향했다.

홍도는 모란등롱이 환노인의 몸에 깃들 수 있게 도와주었다.[26] 환노인은 그 보답으로 홍도의 부러진 칼을 제련했다. 모란등롱의 비늘은 검은 불꽃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부러진 칼을 뒤덮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한 자루 칼이 새로 태어났다. 환노인이 홍도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자네, 괜찮겠는가?
자네 아까 전 상태를 보아하니, 권속 상태가 불안정해보이던데.
내가 준 무구는 실상 권속 없는 상태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가 없네.

그러나 홍도는 그 말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상의를 걷어 몸의 상처[27]를 보여주며, 치료 주술을 부탁했다. 치료가 끝나고, 환노인은 “회현에게 맞설 생각이라면, 북동쪽의 가문을 찾아가보라.”고 조언했다. 홍도 일행은 그의 말대로, 북동방진의 치웅씨 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영도 앞바다(48화~)[편집 | 원본 편집]

북동방진으로 가려면 육로보다는 해로가 낫다.[28] 문제는 여비가 바닥났다는 것. 철식의 식비로 모조리 탕진해버린 것이다. 일행은 뱃사람들에게 부탁하여, 뱃삯을 내는 대신 뱃일을 하기로 했다. 선상에서 주자염이 중얼거렸다. 북동방진의 치웅씨 가문. 북방 도깨비의 피가 진하게 흐른다는 소문이 있다. 또한 8부 가문 중 가장 독립적이고 독선적이다. 회현은 8부 가문이 오래토록 기다리던 적통자. 그러나 치웅씨 가문이라면, 회현이 아니라 홍도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득 홍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주자염은 “그 가문하고도 척졌냐?!”라며 홍도를 추궁했지만, 홍도는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뭔가 찝찝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뭐였지?

기분 탓일까? 배가 움직이지 않는다. 뱃사람들 말로는, 이 시기는 북으로 향하는 해류가 강한데, 갑자기 해류가 멈췄다고 한다. 선원들은 노를 저어 가기로 했지만,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 배가 뭍으로 밀려났다. 사람들은 하선하여 바다의 상황을 지켜보았는데, 또 큰 파도가 일어나 뭍을 덮쳤다. 파도에 휘말린 홍도는 거대한 고래를 만났다. 그는 이 해역의 권속이었다. 계약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오랜 시간 이곳에서 지낸 듯했다. 그는 홍도를 ‘사자’라 부르며, 계약대로 자신을 귀문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홍도의 손에 주박을 걸었다.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이 바다에 묶인 몸이 될 것이란 말과 함께. 뭍으로 나온 홍도는 일행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가까운 영도 관부를 향해. 홍도는 소씨 가문의 호패를 제시하고, 소융경인 척 행동했다.(...) 그는 주술 부서를 찾아가, 영도 앞바다의 해신(고래)과 계약한 자를 찾으라고 명령했다. 해신의 부탁대로 계약을 해지할 속셈이었다. 그러나 계약자는 이미 사망한 몸이었다. 주술 부서의 관리가 설명했다.

교국 건국 즈음 태무대왕은 동해의 요괴들을 퇴치하고 해역을 풍족케 하기 위해, 해신을 부르라고 명령했다. 이에 동방진의 한 가신이 해신과 계약을 맺었으며, 약 2백 년 전 사망했다. 그런데 기후와 해역을 관리하는 수준의 큰 신은, 갑자기 계약이 해지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신들은 계약 갱신 없이 술자가 죽어도, 그 후손에게 자동으로 계약이 계승되도록 주술이 걸려 있었다. 해신의 계약자는 1남1녀의 자손을 두었다. 1남은 하북 지방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딸을 하나 얻었다. 1녀는 하남방진 가주에게 시집가서 아들을 하나 얻었다. 그 아들은 바로 하남의 소가주 소융경이다. 관리는 홍도가 소융경이라 믿었으므로, 그를 중앙 본부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누군가가 홍도를 맞았다. 이곳 관부의 책임자 부영가였다. 그는 홍도를 나무에게로 안내했다.

소융경 소가주 되시지요. 귀하신 분을 뵙습니다.
요즘 영~ 어수선하죠. 뭐 뜬소문일 수도 있지만.
...듣기로 교국의 ‘진정한 후계자’가 부활했다나.
중앙 방비를 핑계로 황실이 각지의 주술사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만...
황실이 전쟁이라도 대비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부영가는 나무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 권속들은 귀신부터 신령까지 모두 패의 형태로 나무에 열린다. 패를 통해 영체의 상태도 알 수 있다. 영체가 상해를 입거나 역신으로 화하면, 패가 변색되거나 훼손된다. 홍도가 보니 그 나무는 이지가 있는 영물이었다. 홍도는 고래의 패를 찾던 중, 부영가의 기척을 느끼고 그의 팔을 뿌리쳤다. 부영가는 사과하면서, 한 쪽을 가리켰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부르려 했다는 것이다. 홍도는 수상함을 느꼈으나 흘려 넘겼다.[29] 문득 누군가가 홍도를 불렀다. 나무였다. 신목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고래의 패를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 부탁은 자신을 죽여 달라는 것이었다.[30] 갑자기 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목은 자신의 그림자 나무(이하 흑목)가 움직이는 것이라 말했다. 신목이 죽으면 흑목도 죽는다. 흑목은 신변의 위협을 느낀 것이다. 신목이 도망치라고 외치는 순간, 흑목의 줄기가 홍도를 덮쳤다.

나무는 불에 잘 타는 법. 홍도는 비작의 화염으로 흑목을 공격했다. 그런데 흑목의 잿더미가 다시 형체를 이루어 그를 덮쳤다. 홍도는 역공을 맞고 중앙 관부 밖으로 튕겨나갔다. 뜻밖에도 소융경이 영도 관부에 와 있었다. 소융경은 홍도를 보고 욕을 퍼부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비작의 힘이 흑목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오행의 상생은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나무는 불을 낳고, 불은 흙을 낳는다. 그러므로 상성에서 나무는 불에 불리하고, 불은 땅에 불리하다. 흑목은 생김새만 나무일 뿐, 수목신이 아니다. 홍도는 흑목의 정체가 토지신임을 간파했다. 어째서 나무에 토지신이 깃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작으로는 저놈을 상대할 수 없다. 홍도는 위기에 빠졌다...이제는 새삼스럽지 않은 위기

금안에 얽힌 내막[편집 | 원본 편집]

내용 누설 주의 이 부분 아래에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열람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개요에서도 말했지만, 작중에서 홍도는 오른눈과 왼눈의 색이 서로 다르다.

17화에서 까마귀는 무언가를 갖고 있었는데, 홍도가 그것이 원래 자신의 것이라며 따지자, "회현이 베푼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배은망덕하다."라고 말했다. 27화에서는 홍도의 어린 시절이 나오는데, 서장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왼눈이 금안이고 그 언저리에 흉터가 있다. 36화에서는 홍도가 부탁을 거절하자, 자안공주는 "그 왼눈을 가지고 나에게 이렇게 무례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홍도의 금안은 심상치 않은 떡밥이었는데...

39화에서 금안에 대한 진실이 드러났다. 홍도가 어렸을 적에, 그의 어머니는 "이제 이것을 너에게 넘겨줄 때가 되었다."라며 홍도의 왼눈에 어떤 힘을 불어넣었다. 그 힘은 바로 귀문을 여는 권능이었다. 그러나 회현이 그 능력을 탐내 홍도의 왼눈을 빼앗아 자신이 가졌다. 이 과정에서 회현의 원래 왼눈 '금안'은 홍도에게 넘어갔다. 금안은 교국 유일한 적통의 표식이다. 그래서 반월 취급받던 홍도는 혈통을 중히 여기는 이가원에 들어올 수 있었다.

까마귀가 홍도를 가리켜 배은망덕하다고 한 것이나, 자안공주가 "그 왼눈을 가지고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는 없다."라고 말한 것도 설명이 된다. 애초에 홍도가 이가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게 금안 덕분이었기 때문. 그런데 그런 혜택을 누리고도, 보답은커녕 고맙단 인사조차 않으니 불쾌했던 것이다. 물론 엄밀히 생각해보면, 멋대로 남의 것을 뺏어가놓고 그것을 은혜라 부르는 것부터 뻔뻔한 짓이긴 하지만...

성인이 된 홍도는 회현이 반란을 일으키자, 토벌대를 이끌고 그와 대적했다. 이 싸움에서 그는 매우 적극적이고 용맹한 모습을 보였다. 애국심 같은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회현에게 빼앗긴 눈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홍도는 격전 끝에 회현을 귀문에 봉인했다. 그런데 회현의 권속인 까마귀가 그 전에 회현의 왼눈, 그러니까 홍도의 원래 눈을 취해 달아났다.

이후 까마귀는 자안공주나 갈문 등과 힘을 합쳐 회현의 봉인을 풀 방법을 모색했다.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첫째는 귀문을 열어 회현의 육신을 가져오는 것. 둘째는 봉인의 술자였던 홍도의 피로 진을 깨는 것. 홍도의 왼눈과 금폐는 귀문을 열기 위한 제물이었다. 또한 홍도가 제발로 이가원에 와준 덕에 그의 피를 취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로 인해 회현은 봉인에서 풀려났고, 다시 까마귀에게서 왼눈(홍도의 원래 눈)을 돌려받았다.

이로써 회현은 귀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권능을 얻었으나, 태무제의 방진 탓에 교국 전역의 귀문을 모조리 열지는 못했다. 단지 경의 방진을 깨고 그곳의 귀문을 여는 데 그쳤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경의 귀문을 통해 역신들이 떼거지로 현세에 침입했기 때문이다.

이가원 사람들이 소가주인 홍도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도 설명이 된다. 금안 때문에 받아주긴 했지만, 반월인 그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금안의 출처를 알고 있기에, 홍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홍도가 부리고 있는 권속인 비작도 상당히 흥미롭다. 비작을 사용할 때는 홍도의 금안이 붉게 타오르기 때문이다. 38화에서 회현은 비작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는 비작이 원래는 회현의 것임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생의 비밀?[편집 | 원본 편집]

내용 누설 주의 이 부분 아래에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열람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술사로서의 재능은 혈통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홍도의 어머니는 출신이 불분명하다. 세간에서는 그녀를 일반인으로 여겼고, 그래서 홍도는 반월(주술사와 일반인 사이의 자식)이라 불렸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는 주술사로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설정상 반월은 주술사로서의 자질이 매우 떨어지므로, 홍도는 반월이 아니고 주술사로서 매우 귀한 혈통을 타고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의 어머니 역시 매우 귀한 혈통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주술사의 혈통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교국의 사람들은 홍도의 어머니를 일반인이라 여겼다. 즉 아무도 홍도의 어머니가 어떤 혈통인지 몰랐다. 이건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교국의 주술사는 소수 인종이며, 그 역량은 혈통에 기반한다. 그래서 주술사들은 자기들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이나 중혼 같은 행위도 거리끼지 않았다. 당연히 어떤 주술사가 어떤 혈통을 지녔는지는 알고도 남았다. 즉 홍도의 어머니가 어떤 혈통인지도 알고 있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혈통에 대해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홍도의 어머니는 교국 밖에서 온 주술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교국 밖에서 왔다면 교국의 주술사들이 그녀의 혈통을 모르고 일반인이라 여기는 것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39화에서 그녀는 홍도에게 귀문을 여는 능력을 전수했다는 내용까지 나왔다. 물론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며, 작중에서 명확히 밝혀진 것도 없다. 아무튼 흥미로운 떡밥이라 할 수 있다.

그밖의 내용[편집 | 원본 편집]

Face01(Hongdo).png
Face02(Hongdo).png
Face03(Hongdo).png
  • 표정이 아주 살아있다. 특히 짜증내는 표정은 단연 작중 탑.
  • 작중에서 홍도가 입수한 권속들로는 축신, 비작, 수신, 수신의 아들, 대풍(자칭 풍백) 등이 있다. 8화 주자염의 말을 보면, 그 외에도 많은 강력한 권속들을 거느렸던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축신을 비롯한 홍도의 기존 권속들은 모두 홍도의 곁을 떠났다. 홍도가 새로 거둔 수신은 단지 그의 몸에 얹혀 살고 있을 뿐이며,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홍도의 권속이 된 건 아니다. 수신의 아들이나, 대풍도 마찬가지.(시즌2 후기에서 작가가 직접 밝혔다.) 작중에서 홍도는 대체로 비작을 부리며 싸우는데, 비작을 부릴 때마다 그의 금안이 붉게 타오른다. 금안의 정체(스포일러)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비작도 홍도의 권속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48화에서 환노인은 홍도에게 검을 만들어 주면서도, "권속 상태가 불안정하다. 이 무구는 실상 권속이 없는 상태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현재 홍도는 권속이 전혀 없다.
  • 주위에 온갖 것이 꼬인다. 사람이든 권속이든 가리지 않고 말이다.(...) 수신이나 대풍은 어지간한 주술사조차 다룰 수 없는 신급 권속인데, 홍도에게 "나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자!"라며 들이대고 있다. 양필과 주자염은 저마다 다른 목적(양필은 갈문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서, 주자염은 까마귀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홍도와 결코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철식(Iron Law)은 늑대의 혈통을 타고난 홍도에게서 동족의 기운을 느껴서인지, 묵묵부답으로 따라다닌다. 완안가문의 가주 완안호련은 홍도를 만나는 족족 "애를 낳자."고 대놓고 말하며 애정공세를 퍼붓고 있다. 거기다 48화를 보면 북동방진의 치웅씨 가문과도 어떤 접점이 있는 모양.[31] 그야말로 마성의 남자. 정작 본인은 권속을 두기 싫어하며, 일행이 더 늘어나는 것도 성가셔 하고 있다. 완안호련의 대쉬도 기겁할 정도로 싫어하고...누님의 매력을 모르는 홍도가 불쌍하다
  • 분명 먼치킨 급으로 강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항상 어디선가 이상하게 꼬여서, 홍도에게 불리한 상황이 나온다. 백해항에서는 주자염이 송아지 피를 끼얹어, 힘을 잃고 주술사 사냥꾼들에게 쫓겨 다녔다. 게다가 주자염은 눈이 뒤집혀 그를 죽이려 했는데, 교국청에서 조금만 늦게 출동했어도, 홍도는 정말 사망했을지도 모른다.[32]늑대신부 편에서는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산신에게서 도망치다 넘어졌는데, 철식이 산신의 공격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남경에서는 금폐를 쓰는 주술사 사냥꾼들에게 쫓긴 건 물론이고, 지옥꽃에게 잡아먹힐 뻔했다.(수신이 도와줘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경에서는 양필에게 통수를 맞아 난도질을 당하고, 봉인에서 깨어난 회현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다.삼재라 카더라
  • 만물수집가 편 끝부분에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쓰러졌는데, 수신이 현신하여 그를 부축하며 데리고 갔다. 작가는 이 부분을 그릴 때, 무난한 자세를 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그렸는데도, 댓글들은 홍도와 수신의 커플링을 지지하며 열광하고 있었기에, 내심 당황했다고...(...)[33]

각주

  1. 이름의 한자는 1화 수배지에 적힌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다.
  2. 건물 이름이 금란각이다. 가운데 한자는 실 사(絲)변에 말씀 언(言)자가 중앙에 있고 아래에 쇠 금(金)자를 받쳐서 방울란이다... 근데 이 건물... 왠지 기방 같은 분위기다.(...)
  3. 각주에게서 얻은 정보는 까마귀와 무관한 내용이었던 모양이다. 특별편에서 작가는 아마추어 연재시절의 연재분에서 쥐둔갑타령을 생략했다고 밝혔다. 설정이 다듬어지기 전에 그린 부분이라 수정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녀 전설이나 혹은 그 이후 남부로의 여정 중에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4. 수배지의 용모 파기는 험상궂은 털보 사내로 홍도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이는 일반인이 말려들게 하지 않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 수배지는 주술사 전용 수배지로, 주술사가 만지면 그 피에 반응하여 수배지의 가짜 얼굴이 수배자의 진짜 얼굴로 변한다.(6화, 7화 참조)
  5. 미이라를 가리키는 용어인 듯하다.
  6. 1화에서 홍도는 땅바닥에 엎어져 있다가 자신의 수배지를 발견하고 화를 냈다. 그런데 그 후에 돌연 주변을 둘러보다가 "...뭐야, 이거. 어디갔어?"라고 중얼거린다. 마을의 터주신이 보이지 않아 이상해하는 대목이었던 것이다.
  7. 수신과 그 자식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기력이 상당히 쇠해진 상황이었다. 주술사의 피는 귀문의 존재들에게는 질 좋은 먹이였다. 홍도는 자신을 도와준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피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8. 위에서 물줄기 두 개를 막자 뱀 시체가 발견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뱀 시체가 바로 수신의 아들들이었다.
  9. 수신의 아내는 배를 곯고 있는 아이를 위해, 영물 까치를 사냥하려 했다. 그러나 황선생이 까치를 구하고자 석궁으로 그녀를 공격했다. 수신의 아내는 목숨을 잃었고, 수신은 분노하여 아내의 원수를 갚으려 했다. 앞서 여러 사람들을 죽여온 것은 원수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 셈이다.
  10.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수신의 아들도 홍도의 몸에 깃들었다.
  11. 홍도의 말로는 그 꼬마는 황선생을 지키기 위해 금기를 범했다고 한다. 이제는 갈 곳이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고... 황선생은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그 아이가 지난 날 자신이 지켜주었던 까치 새끼였음을 깨닫는다.
  12. 8화 바로 다음의 특별편에서 이름이 처음 나온다.
  13. 교국 관리청에서 이런 자들을 색출해서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음지에서 활동하는 자들이라, 교국 관리청으로서도 소속 없는 주술사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기는 어려운 모양.
  14. 주자염이 차고 다니는 목걸이는 금폐였던 셈이다.
  15. 권속이 강제로 계약을 끊고자 술자를 잡아먹었다. 금폐를 통해 원래 자질을 넘어서는 수준의 권속과 계약했던 모양이다.
  16. 철식은 순혈늑대이다. 늑대는 특정한 주술사의 혈통에서 태어난다. 즉, 철식도 주술사다. 그가 신부 후보로 뽑힌 것은 당연한 일인 셈.그가 남자라는 건 무시하자
  17. 주자염은 주씨 방계 출신이었으며, 홍도는 세간에 반월로 알려져 있었다. 소융경은 그들을 만날 때마다 천출이라며 멸시하고 비웃었다고 한다.
  18. 자질이 부족한 주술사는 신체의 일부를 걸어 잡신과 계약을 맺는다. 소융경은 자신의 신체를 거는 대신, 다른 사람의 생명을 대가로 바쳐 대풍과 계약을 맺고자 한 것이다. 주자염도 그렇고(인어를 권속으로 삼겠다고 마을의 처녀들 수십을 제물로 바쳤다. 결국 실패했지만.) 다들 인성이 왜 이 모양인지...
  19. 27화에서, 신부 후보를 감별하던 권속이 행사가 끝나고 소융경에게 날아와 뭔가를 알려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이미 홍도 일행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20. 치치의 독으로 돌바닥이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었다.
  21. 금폐가 사라진 것을 보고 소융경은 충격을 받아 넋을 놓았다. 31화에서는 그 모습을 나라를 잃은 자의 망연자실이라고 표현했다.(...)
  22. 32화를 보면 압수한 호패의 개수는 총 3개다. 일행은 네 명인데,(홍도, 주자염, 양필, 철식) 좀 이상한 부분이다. 다만 양필은 일반인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 하나는 수배자인 홍도 것, 하나는 무단탈영한 후 음지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해온 주자염 것, 하나는 주위의 시선을 끄는 외국인인 철식 것. 이렇게 세 개를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23. 대풍을 정식 권속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수신과 마찬가지로 몸에 깃들게만 했을 뿐이다.
  24. 까마귀를 쫓던 중, 공중에 전각이 떠 다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한다. 호기심에 올라가 지붕을 뜯어보니,(...) 환노인이 무기를 제련하고 있었다고 한다.불법주거침입죄 아닌가?
  25. 홍도를 난도질한 것이 미안해서, 사죄 겸 그에게 협조할 생각인 듯하다.
  26. 모란등롱이 환노인의 권속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7. 양필의 난도질로 입은 부상이다. 주술로 상처를 강제로 틀어막아 출혈을 막았지만,(38화) 부상이 완치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28. 육로로 갈 경우, 최단 경로는 갈씨 가문의 동방진을 거친다. 금폐나 양필의 존재를 감안하면 갈문은 회현과 손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갈문은 갈씨 가문의 소가주이므로, 동방진 역시 갈문과 한 패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동방진을 돌아간다면, 이동 경로가 길어지니 의미가 없고. 그래서 해로를 택한 듯하다.
  29. 부영가는 홍도의 손에 검은 무언가를 옮기려 했다. 그리고 부영가에게 닿은 홍도의 손에 검은 무언가가 생겨났다. 부영가가 뭔가 홍도에게 수를 쓴 모양.
  30. 이지를 가진 채,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 이제 쉬고 싶다고... 신목 말로는 영도 앞바다의 해신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한다.
  31. 갑자기 컷이 바뀌더니 어떤 여인이 등장하는 것이나, 완안호련이 홍도를 쫓아다니던 것을 근거로, 뭔가 연애 문제 같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32. 수신은 홍도가 인어에 잡아먹힐 위기에 처했을 때, 그의 몸에 깃들어 있던 수신이 현신하여 도와주려 했다. 주자염이 살수를 펼쳤다면, 인어 때와 마찬가지로 수신이 막았을 수도 있다.
  33. 댓글들을 보면... 호... 호모렌즈가... 젠장! / 강의신이랑 엮어도 되요? / 솔직히 저 둘이 이어졌음 좋겠다 / 그때부터 였던거같아요..(...) 작가가 언급한 댓글들 말고도 해당 화의 베스트 댓글을 보면, 수신이 섹시하다거나 심쿵했다고 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