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IP(Batted Average on Balls In Play). 통칭 '바빕'.
21세기 세이버메트릭스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
역사[원본 편집]
1999년 보로스 맥크라켄(Voros McCraken)이라는 사람이 '투수는 자신이 허용한 안타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가'를 연구하던 중 인터넷에 처음으로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 수비 무관 투구 지표)라는 개념과 BABIP라는 스탯을 계산해내고 발표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통해 '일단 공이 방망이에 맞으면 투수는 그 공이 안타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매우 급진적인 결론을 내렸고, 이는 세이버메트릭스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논란의 대상이 된다.
파일:/api/File/Real/5acc1d4254ed5a451204906e
요즘엔 이렇게 생겼다고 한다. 사진 출처
파일:/api/File/Real/5acc1d9454ed5a4512049071
맥크라켄은 본인의 연구를 정리해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 Baseball Prospectus에 칼럼 형식으로 기고했다. 이 글은 <지금부터 서술하려는 내용을 얘기했을 때 보통 '넌 미쳤다'는 반응을 듣는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만큼 DIPS와 BABIP가 처음 소개됐을 때 사람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지금에 와서는 BABIP를 통해서 그가 내린 결론이 100% 옳지는 않지만, 야구의 본질을 한꺼풀 벗겨낸 발견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식[원본 편집]
BABIP는 문자 그대로 인플레이가 된 공의 타율을 의미한다. 여기서 인플레이 된 공이란 홈런이 아닌 페어가 된 공을 뜻한다. 즉 삼진, 홈런을 제외하고 타율 계산에 들어가는 모든 타구+희생플라이 타구의 타율이 BABIP다.
수식으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BABIP = (안타-홈런) / (타수-삼진-홈런+희생플라이)
BABIP = (H-HR) / (AB-K-HR+SF)
활용[원본 편집]
BABIP는 투수 혹은 타자가 순수한 실력 외에 수비/운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는 투수/타자의 BABIP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1) 투수의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투수는 일정한 수준의 시즌 BABIP를 유지한다. 이 값은 대개 0.280~0.300 사이로 유지된다(메이저리그 기준).
(2) 타자는 개인의 재능, 능력에 따라서 커리어 내내 비슷한 수준의 BABIP를 유지한다.
여기서 일정한 값을 유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어떤 선발 투수의 BABIP가 4할에 육박한다면, 더 많은 경기를 치를 수록 그 값은 3할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타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의의[원본 편집]
1990년대까지만 해도 투수의 능력은 승패와 ERA 같은 지표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표들에는 큰 결점이 있었다. 승패는 투수의 능력과 무관하게 타선의 득점지원만으로 결정지어질 수 있으며, ERA는 수비수들의 능력과 구원 투수의 승계주자 실점억제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야구 매니아들은 외부 영향을 배제하고 투수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궁리해왔다. 그러던 중 맥크라켄이 BABIP와 DIPS라는 지표를 계산해내어 인터넷에 발표한 것이다.
맥크라켄의 발표에 따르면 BABIP는 투수의 능력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투수의 능력을 가늠함에 있어서 BABIP와 연결된 지표들은 배제하는 것이 옳았다. 예컨대 '텍사스 안타'와 같이 투수의 능력보다는 운의 영역에 속한 사건, 팀의 수비력이 뒤떨어져 내준 안타와 같은 사건이 BABIP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맥크라켄은 이런 생각을 토대로 '수비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사건들, 예를 들어 삼진, 사사구, 홈런 같은 기록만을 토대로 해야 투수의 능력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맥크라켄의 발견 이후 당대 최고의 세이버메트리션 빌 제임스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각론을박을 벌이고 연구를 이어갔다. 결국 맥크라켄의 핵심 아이디어, '안타는 온전히 투수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투수가 아무리 잘 해도 안타가 될 수 있다' 혹은 '타자가 아무리 잘 해도 안타가 안 될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깨우쳐주면서 ERA의 한계를 뚜렷하게 밝혀낸 것이다. 이를 토대로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와 같은 DIPS 기반 지표들이 만들어졌다.
주의할 점[원본 편집]
한국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BABIP가 우스개소리로 '바빕신'이란 이름으로 떠받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타자의 시즌 초반 성적이 매우 빼어난데 BABIP 값도 통산 기록보다 월등히 높다면, 지금 성적이 능력보다는 행운 덕분이며 앞으로는 성적이 내려갈 것이라는 의미로 '바빕신의 가호가 깃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반대로 투수의 성적이 나쁜데 BABIP 수치가 매우 높을 때 '바빕신에게 버림받았다'는 표현을 한다.
이런 해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투수도 안타에 책임을 진다[원본 편집]
일단 보로스 맥크라켄의 주장, '투수는 안타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지금 와서는 20~30% 정도만 맞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교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투수가 안타 여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20% 중후반 수준이며, '바빕신' 즉 행운이 미치는 영향은 10%가 조금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1 따라서 투수의 피안타율, BABIP가 높을 때 그것을 단순히 불운 탓으로만 여기는 것은 틀린 해석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리그 수준에 미달하는 2군 투수들이 1군에서 정타를 쉽게 허용하는 것을 단순히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대로 에이스급 투수들은 대체로 리그 평균보다 낮은 BABIP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잘 던져서 안타를 적게 내주니까 BABIP가 낮은 것은 당연하다...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6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탄 맥스 슈어져의 사례를 들 수 있는데,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군림한 2013~2016년 4년간 BABIP가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0.270 아래를 유지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박찬호가 텍사스 시절 '땅볼 타구를 유도했는데 안타가 되는 것은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한 인터뷰를 투수 입장에서 본 BABIP의 개념을 잘 축약한 명언으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제대로 맞지 않은 타구가 야수 사이로 빠져나가 안타가 되는 억울한(?) 상황을 떠올려보면 BABIP가 왜 투수의 실력과 큰 관계가 없는지 알 수 있다.
타자도 안타에 책임을 진다[원본 편집]
기본적으로 잘 하는 타자일 수록 타율과 BABIP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상대의 수비력, 운에 따라 잘 친 공이 아웃이 된다는 것도 당연하다. 때문에 타자의 실력에 따라 BABIP가 달라지는 것은 맞지만, 그 영향력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타자의 경우는 인플레이된 타구의 타율에 30% 후반에서 40% 중후반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수에 비해 훨씬 영향력이 큰 것을 알 수 있는데, 타자의 경우는 '실력' 뿐만 아니라 타격을 하는 타입에 따라서 BABIP 수치의 높낮음이 결정되기도 한다. 보통 직선타(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타자일 수록 BABIP 값이 높다. 이는 플라이볼/라인드라이브/땅볼 중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추신수, KBO리그에서는 장효조. 또한 발빠른 타자도 내야안타를 만들어낼 확률이 높아 BABIP 값이 높은 경우가 많다.
다만 시즌 최종 성적에서 BABIP가 통산 성적 혹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은 타자라면 이듬해 성적 하락을 강하게 의심해볼 수 있다.
2014년 이명기가 그랬는데, 2014년 BABIP 0.432와 0.368/0.414/0.470의 타율/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한 뒤 이듬해 BABIP가 0.369로 떨어지면서 0.315/0.368/0.397로 성적이 떨어졌다. 홈런 증가 없이 고타율&고BABIP에 기대 성적을 내면 다음해 성적이 떨어진다는 대표적인 사례.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조나단 비야(Jonathan Villar)가 여기에 맞는 사례로, 지난해 BABIP 0.373에 0.285/0.369/0.457을 기록했지만 올해 BABIP가 0.294로 떨어지면서 0.213/0.283/0.342라는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