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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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정리(運轉整理)란 철도 사고나 재해, 운행 장애 등으로 열차 운행에 혼란이 발생하거나 혼란이 우려되는 경우에 열차의 운행조건 및 일정 등을 변경하여 열차운행을 정상화 하는 것을 말한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철도의 운행은 수요, 시설물 조건, 차량 성능 등 열차 운행의 제반 조건에 기초해 만들어진 열차 운행계획(이른바 열차 다이아)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늘 계획대로 철도가 운행되는 것은 아니다. 작게는 승객의 승하차가 늦어지거나 기관사의 작은 조작 미스로 발생하는 소소한 지연부터 시작해서, 차량 고장이나 시설물의 장애, 악천후, 각종 사고, 또한 이들의 연쇄작용 등으로 인해서 열차의 대폭 지연이나 운행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때 상황을 수습하고 운행 상황을 복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운전정리라고 칭한다.

운전정리는 철도 관제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과거에는 각 역소 등으로부터 열차 운행 상황(도착·출발시간, 차량 조성 상황, 장애 및 사고 유무 등)을 전화전신을 통해 수시로 전달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계획과 대조하거나 다이어를 작도하는 방식으로 운전정리의 필요를 판단, 필요할 경우 지원관제와 협의, 각 역소에 운전정리 사항을 지시하여 조치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열차집중제어의 보급으로 현재의 운행 상황을 직접 전광판이나 모니터, 정보시스템을 통해 즉각적으로 확인하여 직접 운전정리를 실시하거나 역소에 지시를 내리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종류[편집 | 원본 편집]

운전정리의 수단은 다음과 같다.[1] 보통 이하의 범주 내에서 어지간한 정리 기법은 거의 포함된다고 봐도 된다.

운전휴지
열차운행을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운휴라고 줄여 부른다.
운행순서변경
먼저 운행할 열차의 운행시각을 변경하지 않고 운행순서를 변경하는 것.
운행선로변경
소정의 열차운행방향을 변경하지 않고 운행선로를 변경하는 것. 주로 복복선 구간에서 시행한다.
운행경로변경
열차의 운행경로를 변경하는 것. 함백선 등 인접노선으로 우회하는 경우에 시행한다.
단선운행
복선 구간에서 사고 등 기타로 한쪽 방향의 선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다른 방향의 선로를 사용하여 상·하행열차를 운행하는 것. 대용폐색법이나 양방향 운전이 여기에 관련된다.
운행시각변경
계획된 열차운행시각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것.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세분화된 용어들이 존재한다. 열차시각표를 앞당기는 경우에는 조상운전, 늦추는 경우엔 조하운전, 시각표보다 일찍 운행하는 것을 일찍출발(조발)이라 한다. 그리고 지연시분을 계산하지 않을 때는 현시각운전, 시각표의 일부를 변경하는 경우 변시각운전이라 한다.
열차합병
운행 중 2개 이상의 열차를 1개 열차로 편성하여 운행하는 것.
특발
지연열차의 도착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따로 열차를 조성하여 출발시키는 것. 보통 반복으로 나가거나, 반복열차가 지연되어 예비차 또는 다른 편성을 충당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교행변경
단선구간에서 열차의 교행정거장을 변경하는 것. 지연시 서열이 낮은 열차를 먼저 교행대기를 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대피변경
복선구간에서 열차의 대피정거장을 변경하는 것. 보통 열차 서열이 높은 열차(급행열차, 특급열차 등)가 지연되거나, 지연이 예상될 때 대피 변경을 종종 사용한다.
열차번호변경
소정의 열차번호를 변경하는 것. 보통 특발 내지는 운행순서 변경과 관련되어 실시된다.
폐색구간 또는 폐색방식 변경
신호, 차량 등에 장애가 발생하여 폐색구간 또는 폐색방식을 변경하는 것. 대개 대용폐색으로의 전환 및 복귀에 사용하며, 몇몇 야간 근무자 미배치역이나 기기 고장시의 특정역의 폐색취급을 중지하고 역간을 건너뛰어 폐색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할때 이것을 적용한다.
임시서행
철도 사고 등으로 열차속도를 낮추어 운행하는 것으로, 보통 시설측의 트러블이 있거나 연선의 화재, 사고가 있는 경우 적용한다.
임시정차
철도 사고 등의 발생, 부상자 긴급후송, 선로의 긴급수리 등을 위하여 열차를 임시로 정차시키는 것. 또한 임시로 입환을 실시하거나 할 경우도 임시정차에 포함한다.
편성변경
열차 소정의 철도차량 연결량 수를 변경하거나 아예 투입차량 자체를 교체하는 것. 이른바 기교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임시열차운전
철도 사고 등에 따른 구원열차, 임시열차의 운행을 승인 또는 지시하는 것

원칙[편집 | 원본 편집]

운전정리를 통한 열차 운행의 정상화는 반드시 정시 운전으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운행형태에 따라서 운전정리의 지향성이 달라지게 된다.

  • 정시 지향
    통상적으로 고속열차새마을호 등의 우등열차 같은 장거리 열차는 빈도가 적고, 속달성을 중시한다. 또한, 지연이 발생할 경우 소정의 지연 보상을 실시하게 된다. 따라서, 지연이 발생하거나 운전 상황에 혼란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가급적 정시 운행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행하는 화물열차보통열차 등 지장되는 열차의 대피 변경 등을 통해 가급적 다른 열차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운전 정리를 실시하게 된다.
  • 등간격 지향
    우등 열차와 달리 운행 빈도가 높은 수도권 전철 등의 경우는 운전정리는 정시를 회복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열차 간의 간격이 너무 벌어지거나 붙지 않도록 조정하는데 운전정리의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실제 열차 운행간격이 벌어지게 되는 경우, 벌어진 간격의 뒤에 따라오는 열차는 혼잡도가 올라가면서 지연이 계속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그 지연열차의 후속 열차는 또 비어다니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어 수송력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앞 열차를 추가 지연시키거나, 지연열차의 후속 열차를 좀 더 지연시키는 등 열차들의 간격을 조정하여 혼잡을 분산하고, 추가 지연을 예방하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 종착역에서 반복 변경, 극단적인 경우 타절이나 특발을 시켜서 간극을 메꾸기도 한다.
    배차간격이 적은 광역철도 구간에서는 이런 정리 원칙이 비난성 민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운영기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듯 하다.

여담[편집 | 원본 편집]

운전정리는 나름의 전문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은데, 열차 차장 등 승무원들이 지연의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하지 않고 '열차 운전정리 관계로 천천히 운행하고 있습니다' 등의 안내방송을 자주 써서 사람들에게 뜻은 모르겠지만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앞서가는 열차가 어떤 이유로 지연되기 때문에 운행시각을 변경하거나 아예 특정 위치에 열차를 잡아두는[2] 것이기에 일단은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근래엔 비난이 많아서인지,'앞 열차와의 안전거리 유지를 위해' 또는 '○○역의 신호를 기다리는 중' 등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경향이 늘었다.

운전정리는 대개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 시점에 착수가 되다 보니 말 그대로 상황의 수습이나 악화 방지 정도에 머무르게 된다. 묘수라고 생각해서 뭔가 운전정리안을 이리저리 내봐도 사실 원안 그대로 밀어붙이는 거 보다 그리 나은 정리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래서 일본의 지령소 쪽에서는 '기정(旣定;본래 운행계획)을 이기는 운전정리 없다.'라는 격언(?)도 있다고 한다.

각주

  1. 철도교통관제 운영규정 제2조 제13항
  2. 일본철도에서는 억지(抑止)라고도 한다. 한국 철도에서는 잘 안쓰는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