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너구리

오리너구리
Platypus.jpg
학명
Ornithorhynchus anatinus
Shaw, 1799
생물 분류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단공목(Monotremata)
오리너구리과(Ornithorhynchidae)
오리너구리속(Ornithorhynchus)
오리너구리(O. anatinus)
보전 상태
멸종위기등급 취약근접.png
Wild Platypus 4.jpg

오리너구리(Platypus)는 포유강 원수아강 단공목에 속하는 반수생 포유류의 일종으로, 가시두더지 4종과 함께 현존하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알을 낳는 분류군인 단공류에 속해 있으며 오리너구리과에 속한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동물이자 모식종에 속해 있다.

기상천외한 생김새를 지닌 것으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게 생긴 동물이다. 외형적으로 오리를 닮은 뭉뚝한 부리, 비버를 닮은 넓직한 꼬리, 수달을 닮은 늘씬한 몸과 물갈퀴가 달린 발 등 여러 동물의 특징을 하나로 합친 것 같은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으며, 마치 조류의 일종으로 혼동되거나 조류포유류의 중간종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오리너구리는 엄연히 어미의 젖을 먹는 포유류이다. 워낙 비현실적으로 생긴 탓에 서구 박물학자들은 살아 있는 오리너구리를 확인하기 전까지 1799년 학계에 기증된 오리너구리의 표본을 가리켜 다른 여러 동물들의 부위를 뒤섞어 조작해 놓은 가짜 표본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도 있었다.

평균적인 오리너구리의 크기는 수컷의 몸길이가 45cm~60cm, 주둥이는 5.8cm, 꼬리는 10.5~15.3cm, 몸무게는 1.0kg~2.4kg이고, 암컷은 몸길이가 38cm~55cm, 주둥이는 5.2cm, 꼬리는 8.3~12cm, 몸무게는 0.7kg~1.6kg 정도 된다.

어원 및 언어적 요소[편집 | 원본 편집]

다국어 표기
한국어 한국어: 오리너구리
영어 영어: Platypus, Duckbill
중국어 중국어: 鸭嘴兽 Yāzuǐshòu
일본어 일본어: カモノハシ

워낙에 오리처럼 생긴 부리가 눈에 띄어서 그런지 오리너구리와 관련된 이름들은 덕빌(Duckbill), 카모노하시(カモノハシ) 등 대부분 이 오리 부리와 관련되어 있는 명칭으로 지어져 있다. 예외적으로 오리너구리를 뜻하는 영단어 플래티퍼스(Platypus)는 그리스어로 '평발'을 의미하는 플라투포우스(πλατύπους)에서 따온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오리너구리의 명칭에 "너구리"를 붙이는 등 너구리와 관련이 있는 동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는데, 넓직한 꼬리 등의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너구리는 반수생 생활을 하지 않으므로 둘 사이에 별 관련성은 없는 편이다.사실 어감이 좋기 때문이다. "오리수달"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잖아

처음 오리너구리의 학명을 지은 동물학자 조지 쇼는 플래티퍼스 아나티누스(Platypus anatinus)라는 학명을 부여했으나, 이미 해당 속명이 암브로시아바구미(Ambrosia Beetle)의 한 속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요한 블루멘바흐는 1800년 오리너구리의 속명을 오르니토린쿠스 파라독수스(Ornithorhynchus paradoxus)로 수정하였다. 이후 학명의 명명법 원칙 가운데 먼저 쓰인 종명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거하여, 오리너구리의 학명은 최종적으로 오르니토린쿠스 아나티누스(Ornithorhynchus anatinus)[1]가 되었다.

발견 및 진화[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를 그린 첫 스케치

오리너구리가 서방 학계에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798년으로, 대영 제국의 해군 장교이자 뉴사우스웨일스의 2대 총독이었던 존 헌터가 간략한 스케치와 털가죽을 본국에 보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오리너구리의 생김새를 처음 본 영국의 학자들은 장교가 새빨간 사기를 치고 있다고 여겼다.[2]

총독은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게 위해 완전한 모습을 지닌 오리너구리의 박제를 학회에 보고하였지만, 학회는 여전히 총독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동물을 저서 《자연도감(Naturalist's Miscellany)》에 처음 기록한 조지 쇼는 해당 책을 통해 이 동물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으며, 스코틀랜드의 동물학자 로버트 녹스는 이 동물을 아시아의 박제사가 재미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드러냈다. 공통적으로 오리너구리는 누군가가 비버와 비슷하게 생긴 설치류 동물에 억지로 오리 주둥이를 달아 놓은 가짜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조지 쇼가 그 진위를 검증하고 나서야 오리너구리의 존재가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그러나 총독의 사기꾼 이미지는 아이만한 크기에 네모난 똥을 싸는 녀석을 발견했다는 것을 주장한 계기로 더 오래가게 된다

한편, 오리너구리의 존재 자체가 과학자들에게 실존하는 것으로 입증된 뒤에도 이 동물이 알을 낳는지, 아니면 직접 새끼를 낳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1884년까지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가 윌리엄 헤이 칼드웰이라는 스코틀랜드 출생의 동물학자가 150명의 호주 원주민들과 함께 탐사를 한 결과 토굴 둥지에서 알이 발견되면서 알을 낳는 동물로 확인되었다.


처음에 오리너구리를 비롯한 단공류들은 연구된 것이 거의 없어서 19세기 내내 진화 과정에 대하여 타당한 근거 없는 낭설만 난무하였고, 지금까지도 일부 사실들은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들도 존재한다. 현재 오리너구리를 비롯한 단공류는 유대류와 태반류가 갈라지기 전에 이미 원수아강(Prototheria)으로 따로 떨어져 나갔으며, 화석 자료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1,900~4,800만년 전에 갈라져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오리너구리 화석은 100,000년 전 제4기 홀로세의 것이다. 테이놀로포스, 스테로포돈 등의 멸종한 단공류들은 한때 현생 오리너구리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종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친척뻘이라기보다는 조상뻘에 가까운 관계로 수정되었다. 같은 오리너구리과에 속하는 멸종된 단공류 가운데서는 모노트레마툼 수드아메리카눔(Monotrematum sudamericanum)이라는 종도 있는데, 이 종은 팔레오세에 살았으며 호주가 아니라 아르헨티나에서 화석이 발굴되었다. 과거 남아메리카와 호주가 남극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을 당시를 곤드와나라고 부르는데, 이 당시 유대류가 현재의 남아메리카 땅에서도 살았다는 증거가 되었다. 역시 같은 과에 속하는 오브두로돈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1,500만 년 전에 살았는데, 이 속에 속하는 종 가운데 오브두로돈 타랄코스킬드(Obdurodon tharalkooschild)는 남겨진 치아 화석으로 볼 때 몸길이가 약 1.3m로 추정되었으며, 이는 오리너구리과에 속한 동물 내에서는 기록적인 크기이다.

생물학적 특징[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 골격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오리너구리는 "오리주둥이를 가지고 알을 낳는 특이하게 생긴 포유류"로 인식되곤 하지만, 오리너구리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특이하게 생긴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이런 애도 실존하는데 왜 유니콘은 실존하지 않는 것일까

오리너구리는 앞뒤로 길쭉한 몸에 둥글넓적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 부리와 발을 뺀 나머지 몸 전체가 두더지의 체모와 매우 비슷한 질감의 털로 빽빽하게 뒤덮여 있으며, 털은 단열 및 방수 효과가 매우 뛰어난 편이다. 털 색은 보통 진갈색, 내지는 고동색을 띠지만 지역에 따라 노란색이나 연회색에 가까운 털 색을 지닌 개체가 발견되기도 하며, 모피에 생체형광성이 있어서 자외선을 쬐면 청록색 빛을 낸다.

비버의 꼬리마냥 동글넓적한 형상을 지닌 꼬리는 낙타의 혹이나 태즈메이니아데블의 꼬리처럼 지방을 비축하는데 사용된다. 발의 물갈퀴는 앞발에 달린 것이 더 넓고 뚜렷하게 발달되어 있는데, 물 속에서는 헤엄을 잘 치게 해 주고 뭍으로 올라올 때는 지표면을 걷기에 알맞게 접힌다. 헤엄을 칠 때는 대부분 앞발만을 사용하여 추진력을 얻고, 뒷발은 직접 추진력을 내는 대신 꼬리와 더불어 방향을 바로잡는 타륜(舵輪)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유의 넓적한 주둥이는 그 모양새로 인해 마치 오리를 연상시키지만, 제질이 연한 피부와 가죽으로 되어 있고 두개골의 주둥이 가운데 부분이 비어 있어서 만지면 새 부리처럼 딱딱한 대신 물렁물렁한 촉감이 느껴진다. 주둥이 끄트머리에 두 콧구멍이 있고, 눈과 귀는 귓바퀴가 없는 대신 홈이 패인 듯 움푹 들어가 있어 헤엄을 칠 때 물이 새지 않도록 쉽게 여닫을 수 있다. 기분이 언짢을 때 낮고 떨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오리너구리를 사육하는 시설에서는 개체들끼리 여러 가지 음성 신호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듯한 행동이 목격된 바가 있다.

또한 오리너구리는 마치 상어돌고래처럼 부리를 통해 미세 자기장을 탐지하는 전기수용 능력으로 먹이가 어디 있는지를 간파해 낼 수 있다. 사실 전기수용 감각은 오리너구리 말고도 가시두더지를 비롯한 단공류 전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오리너구리는 대체적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혼탁한 물속에서 먹이를 사냥하기 때문에 단공류 중에서도 전기수용 능력이 가장 뛰어난 편이다.[3]

한편, 개나 고양이 등 진수하강에 속한 다른 동물들이 평균 체온을 37°C로 유지하는 데 반해, 오리너구리의 평균 체온은 32°C 정도로 포유류 중에서는 낮은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단공류 본연의 특질이라기 보다는 가혹한 생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점진적인 진화로 인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

독성[편집 | 원본 편집]

수컷 오리너구리의 며느리발톱

오리너구리는 갯첨서, 솔레노돈, 늘보로리스 등과 함께 포유류 가운데서는 매우 드물게도 을 가지고 있다. 수컷 오리너구리의 뒷발 며느리발톱에 연결된 독샘에서는 신경독이 분출되며,[4] 번식기 때 수컷 오리너구리들끼리 암컷을 두고 다투는데 이용된다. 암수 모두 모두 날카로운 며느리발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발목 뒤쪽의 독샘을 통해 독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수컷뿐이며, 암컷은 수컷만큼 다리 부분의 내분비선이 발달하지 않아 며느리발톱이 있어도 독을 분출할 수 없다.

오리너구리가 가진 고유 면역 체계를 통해 생성되는 이 독은 개나 쥐처럼 비교적 작은 동물들에게는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그 정도로 효과가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 번 쏘인 후 뒤따르는 고통은 노랑가오리의 독과 함께 가장 지독한 고통을 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발톱에 찔린 상처 주변에 부종이 급격히 생겨나며 점차 쓰라리는 부위가 넓어지며,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에 이어 마치 쿡쿡 찌르는 듯한 고통을 준다. 오리너구리 독에 쏘인 사례들 가운데서 상당수가 고통이 악화되어 심하게는 두세 달 동안까지 가는 통각과민을 앓는다고 한다.

생태[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의 분포 지역

오리너구리는 태즈메이니아섬을 포함한 호주 동부 전체에 분포하며 강이나 연못, 소택지, 또는 늪지대 등 물이 있는 환경에서 서식한다. 내륙 지역에서는 분포지나 분포 한계선 따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다만 캥거루섬에 몇몇 개체들이 도입되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머레이달링 분지의 경우 지나친 관개농업 때문에 수질이 악화되어 역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수계(水界)를 따라서 오리너구리가 정확히 어디에 분포하는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주로 밤, 또는 새벽 무렵에 활동하는 야행성 내지는 박명박모성 동물이지만 낮에 활동하기도 하며, 특히 흐린 날씨일 때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먹이를 쉽게 구하기 위하여 강과 강둑에 거처를 둔다. 활동 반경은 최대 7km 가량으로, 대개는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서너 마리와 활동 반경이 겹친다.

물 속에서 헤엄을 치는 능력이 뛰어나며, 시간을 대부분 물속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보낸다. 한 번 잠수하면 보통은 30초 정도, 길게는 40초 가량 물 속에 머무르며, 그 뒤 10초 동안 공기를 호흡하다가 다시 잠수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몇 시간 동안 물 속에 있어도 체온을 항상 32°C로 일정하게 유지한다. 뭍에 있을 때는 타원형으로 판 얕은 땅굴 속에서 쉰다. 굴은 항상 강가에 바짝 붙어서 파며, 종종 천적이 침입하기 어려운 나무뿌리 사이에 파기도 한다. 수면 시간은 하루에 약 14시간으로 다소 긴데, 그 까닭은 칼로리 함량이 높은 갑각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식단 및 천적[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는 육식동물으로 민물가재, 민물게, 새우, 수서곤충, 유충, 환형동물 등을 즐겨 먹는다. 먹이들은 대개 부리로 강바닥을 헤집고 긁어서 나오는 것들로, 먹은 뒤에는 볼주머니를 이용해 육상으로 옮긴다. 하루에 제 몸무게의 20%에 달하는 양을 섭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하루 12시간 동안 먹이를 찾아다닌다. 반대로 야생에서 오리너구리의 천적으로는 , 오스트레일리아물쥐, 왕도마뱀, 맹금류 등이 있으며, 북동부 지역에 서식하는 오리너구리들은 때때로 악어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현재는 절멸한 주머니늑대 역시 한때 오리너구리의 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1845년을 전후로 붉은여우가 들어오면서 개체 수에 변동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번식 및 생애주기[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는 1년에 한 번 번식기를 가지며, 6월에서 10월 사이에 교미가 이루어지나 사는 곳에 따라서 번식기가 찾아오는 정확한 날짜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 수컷이 암컷 여러 마리의 암컷과 관계를 가지는 일부다처형 번식을 하며, 암컷은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2년부터 번식을 시작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번식 사례는 9살 이상으로 비교적 나이든 암컷들의 사례가 많다.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수면에서 위로 30c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던 기존 둥지를 더 깊이 파고들어가는데, 그 깊이는 종종 20m 정도까지 깊은 것도 있으며, 파고들어간 입구 근처에 마개나 차폐물로 쓸 법한 돌이나 나무조각을 종종 가져다놓는다. 이렇게 해 두면 물이 둥지 속으로 흘러들어오거나 포식자가 침입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으며,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컷은 교미 후 곧바로 암컷과 결별해 자기 은신처로 돌아간다. 암컷은 알을 낳기 전까지 낙엽을 모아 굴 속 바닥을 부드럽게 만들고, 긴 터널 끝에 둥지 재료가 될 낙엽, 짚 따위를 깔아 놓는다. 이 재료들은 모두 암컷이 꼬리로 긁어서 운반한다.

암컷은 자궁 속 난소가 두 개지만 오로지 왼쪽 난소만이 제 역할을 한다. 오리너구리가 지닌 유전자는 포유류의 XY 성염색체와 조류 및 파충류의 ZW 성염색체 사이의 연결 고리를 시사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데, X염색체 다섯 개 가운데 한 개가 조류의 Z염색체에서 발견되는 DMRT1이라는 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배에 2-3개의 알을 낳는데 보통은 2개를 낳으며, 알은 태반이 타원형인 새알에 비해 좀더 원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고 직경이 11mm 정도 되며 회색이 감도는 흰색으로 가죽 같은 껍질로 싸여 있다. 알은 자궁 속에서 28일 동안 형태를 갖추며, 이후 10일 동안은 자궁 밖으로 나와 어미가 배와 앞쪽으로 구부린 꼬리로 품는다. 포란기 동안 알 속 새끼에게는 총 3단계를 거쳐 형태 변화가 찾아온다. 1령 단계에서는 배아에서 번듯한 기관을 찾아볼 수 없으며 오로지 노른자의 난황낭에 의지한다. 이 난황낭은 알 속의 새끼가 점점 커 가면서 흡수된다. 2령 단계에서는 새끼에게 다리가 자라나며, 3령 단계에서 난치가 나타난다.

갓 알을 깨고 나온 새끼는 눈을 감은 채 태어나며, 마땅한 털도 없고 매우 작고 연약하다. 어미에게 기어올라 젖을 먹고 자라며, 이 때 어미는 젖샘에서 분비되어 복부의 모피 사이에 패인 홈을 통해 스며나오는 젖으로 새끼들을 먹인다. 새끼들을 돌보는 기간 동안에 어미는 거의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며, 나간다 해도 필요한 먹이만을 미량만 먹고 돌아오며, 나가 있는 동안 포식자가 돌아오지 않도록 입구와 통로를 흙더미로 가로막는다. 넉 달 동안 포유가 이어지다가 새끼가 다 자라면 굴을 나와 독립하며, 이 때즈음 살짝이나마 돋아나 있던 치아는 떨어져 나가고 턱에 거친 치판만 남는다.

야생에서의 수명은 11년 정도로, 사육되는 개체는 최대 17년까지 살 수 있다. 천적이나 병에 의한 사망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태즈메이니아섬에서 사는 개체들은 종종 무코르 암피보룸(Mucor amphiborum)이라는 곰팡이로 인한 풍토병에 걸리기도 한다.[5]

인간과의 관계[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 모피로 만든 1890년대의 망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오리너구리를 식량으로 사냥하며, 그 중 두터운 꼬리가 특히 지방 함량이 많고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에서 온 이주민은 고기보다는 모피를 얻기 위해서 19세기 후반부터 사냥이 법적으로 엄금된 1912년까지 오리너구리를 사냥했다. 또한, 동물학자나 연구자들 역시 오리너구리를 생포해 가거나 알을 쓸어가는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로 과학적 지식을 얻으려는 동시에, 명성을 얻거나 학문적 경쟁에서 승리를 쟁취하려는 의도에서였다.

오리너구리는 20세기 초까지 모피를 얻고자 남획당했으나, 현재는 모든 서식지에서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인공번식으로 개체 수를 불리는 것이 어렵고 환경 파괴와 수질 오염에 취약하지만, 아직까지 개체 수의 폭락이나 눈에 띌 만한 위협은 보이지 않는다.

오리너구리 포획 금지는 1905년 법제화되었지만, 20세기 전반에 걸쳐 모피를 얻기 위해 사냥의 대상이 되었으며, 1950년대까지도 그물이나 낚시에 잘못 걸려드는 사례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방 호주에서 자취를 감춘 것을 제외하면, 오리너구리의 생태적 지위나 보존 상태는 호주에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전과 비교하여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지속적인 자연 개발로 인한 서식지의 분열 때문에, 장차 멸종 위기에 처할 위험성은 제기되지만, 보호 정책이 성공적으로 효과를 거두어들인 덕에 현재까지도 해당 서식지에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다. 그러나 댐 건설, 관개농업, 수질오염, 한발 등의 위협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어, IUCN에서는 적색 목록에서 오리너구리를 취약근접(NT) 단계로 책정하고 있다. 2020년 오리너구리의 수효가 전 주에서 감소함에 따라 취약 단계로 격상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1939년 과학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오리너구리 사육과 연구를 다룬 기사가 올라온 이후로 동물원에서 오리너구리를 기르는 사례 또한 늘어났다. 동물원에서는 사육하기 힘든 동물로, 번식과 새끼의 생존이 어려우나 빅토리아주의 힐스빌 보호구역처럼 인공 번식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 시설의 책임자인 데이비드 플레이는 오리너구리를 사육할 때 안에 담긴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등 최대한 자연 상태와 유사하게 만든 수조를 사용하여 1943년 번식을 성공리에 실현시켰다. 해당 시설에서는 1998년과 2000년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조를 이용한 번식이 성공했고, 2008년부터는 정기 번식, 2대째 번식시키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타롱가 동물원에서도 2003년과 2006년 오리너구리를 번식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호주에서는 자국 내 동물을 외부로 반출시키는 것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 호주 외의 동물원에서 오리너구리를 전시하고 있는 곳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사파리 파크가 유일하다. 한때 뉴욕의 브롱스 동물원이 1922년, 1947년, 1958년에 오리너구리 반입을 시도한 기록이 있으나, 오로지 1947년에만 성사되었고 그마저도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폐사했다.

문화적 묘사[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 조형물
So please, before you think about hurting someone over this trifle of a film, remember: even God has a sense of humor. Just look at the Platypus.
그러니까 제발, 이 사소한 영화로 인해 누군가를 상처 입히려는 생각을 하기 전에, 기억하세요: 하느님께서도 유머 감각이 있으시다는 것을. 여기 오리너구리 좀 보세요.
도그마 (영화)

워낙 기상천외하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귀여운 외모 덕분에 오리너구리는 매체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희귀동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 외에도 겉보기에 흥미로울만한 특징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 각종 학습만화나 교육용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오리너구리는 호주 원주민들 사이에서 전승되는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며, 원주민들은 오리너구리를 오리오스트레일리아물쥐 사이에서 태어난 동물이라고 여겼다. 그 가운데 어떤 전승민담에 따르면, 땅짐승과 물짐승, 그리고 날짐승들이 그들 모두의 특징을 가졌던 오리너구리에게 서로 자기들 편에 붙어 달라고 졸랐으나,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굳이 어느 쪽 편에 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오리너구리는 세 집단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상징물[편집 | 원본 편집]

오리너구리가 그려진 우표

캥거루코알라만큼은 아니지만, 오리너구리는 종종 호주의 상징으로서 대회나 축제 마스코트로도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가시두더지웃음물총새와 함께 2000 시드니 올림픽의 마스코트의 모델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88년도 세계 박람회에서도 마스코트 엑스포 오즈(Expo Oz)로 디자인되었으며, 운영 체제 다윈 역시 헥슬리(Hexley)라는 오리너구리 캐릭터를 마스코트로 사용한다.

오리너구리는 호주에서 통용되는 우표와 동전에 종종 등장하는 동물이다. 처음 우표에 그려진 것은 1937년이었고, 1960-64년도에 호주의 토종 동물 시리즈에 다시 등장했다. 라오스와 적도기니에서 나온 기념 우표 시트에서도 오리너구리를 우표에 그렸으며, 이후 1987년 36센트짜리 우표와 1996년 95센트짜리 우표, 2006년에 다시 $4.65 호주 달러 및 5센트 우표에 연달아 다시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1966년부터 호주에 십진제 통화가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화폐 도안 담당자였던 스튜어트 데블린(영어: Stuart Devlin)이 20센트짜리 동전 뒷면에 오리너구리 그림을 새겨넣었다.

캐릭터[편집 | 원본 편집]

기타[편집 | 원본 편집]

  • 현재는 폐업한 부곡하와이에서 보유한 여러 희귀 동물들의 박제들 중 오리너구리의 박제가 존재하기도 했었다.

관련 항목[편집 | 원본 편집]

참고 자료[편집 | 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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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오르니토린쿠스 역시 그리스어(ορνιθόρυγχος)에서 따온 말로서, '새 주둥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또한 아나티누스는 라틴어 형용사로 '오리를 닮은'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2. 그 당시에는 원숭이 미라와 물고기 미라를 접착제로 붙인 후 인어라고 주장하는 등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으니, 현대에서도 실존하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지닌 오리너구리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조지 쇼는 심지어 표본에 가위날을 들이대고서 부리를 꿰매 놓은 자국이 없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3. 반대로 지상 생활을 선호하는 가시두더지의 전기수용 능력은 오리너구리보다 미미한 편으로, 특히 짧은코가시두더지는 현존하는 단공류 가운데 전기수용 능력이 가장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4. 이는 비단 오리너구리의 특징만이 아닌, 현대에는 멸종된 많은 원시 포유류들도 지니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이다.
  5. 이 곰팡이는 현재까지는 오로지 태즈메이니아섬에 서식하는 오리너구리에게만 감염되며, 아직 호주 본토의 오리너구리 가운데서는 곰팡이에 의한 감염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곰팡이로 인한 풍토병에 걸린 오리너구리는 피부 병변과 더불어 등, 꼬리, 다리 등 신체 구석구석에서 궤양이 발생하며, 체온 불균형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로 사망하거나 타 오리너구리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킬 위험도 존재한다. 본 질병의 정확한 감염 경로 및 현황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