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
Container Ship 'Ever Given' stuck in the Suez Canal, Egypt - March 24th, 2021 cropped.jpg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에버기븐호
사건 정보
날짜 2021년 3월 23일
장소 이집트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다. 2021년 3월 23일 오전 7시 40분(현지 시각),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22만톤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가 미상의 이유로 동력을 잃고 좌초하여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사고이다.

사고 과정[편집 | 원본 편집]

좌초한 에버기븐호(ever given)는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 항을 출발하여 3월 3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며, 수에즈 운하 입구에 위치한 수에즈 항을 경유한 후 현지 시각 3월 23일 오전 4시 17분 경 수에즈 항을 출항하여 운하에 진입 후 지중해 방면으로 항해를 시작하였다. 항해를 지속하던 에버기븐호는 7시 40분경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여 수에즈 운하 남쪽 수로 중간 구간에서 동력을 잃고 강풍에 밀리면서 선수와 선미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표류하다가 결국 선수가 동쪽 제방을 들이받으면서 수에즈 운하를 완전히 가로막은 상태로 좌초하였다.

사고 원인[편집 | 원본 편집]

선사측의 입장은 수에즈 운하에 진입 후 갑작스러운 강풍을 맞차 수로를 이탈했고, 북쪽으로 선수를 돌려 방향을 잡으려다가 동력을 잃고 표류하여 좌초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좌초 후 동력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으나 선수가 이미 제방을 들이받아 깊숙하게 박혀버린 상황이라 자력으로 탈출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는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선사의 주장대로 강한 바람이 1차적인 원인이 아니며, 선박 자체의 기계적 결함 또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선박 통제능력 상실이 주된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인재(人災)로 보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2021년 5월 30일(현지시간) “선장이 12분 동안 항로를 바로잡기 위해 8차례에 걸쳐 지시를 내린 끝에 에버기븐호는 비틀대다가 좌초됐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고 원인이 선장의 운전 미숙이 좌초 원인이라 밝혔다.[1]

사고 선박[편집 | 원본 편집]

좌초한 에버기븐호

파나마 선적의 에버기븐호는 길이 400m, 폭 59m, 만재배수량 224,000톤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최대 20,124 TEU를 선적할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가 443m임을 감안하면 거대한 빌딩이 쓰러져서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해당 선박은 대만의 에버그린 해운이 용선한 선박[2]으로, 일본의 쇼에이기선이 소유하고 있다. 2018년 5월 9일 진수되어 동년 9월 25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신조 선박이다. 주기관은 미쓰이-MAN B&W 11G95ME-C9 직렬 11기통 디젤 엔진 79,500마력 (59,300 kW)이며 22.8노트의 순항속도를 발휘한다.

피해[편집 | 원본 편집]

인명피해는 없지만 하필 가로막은 수역이 아시아와 유럽의 교역을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라서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 좌초한 선박의 예인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만큼 경제적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누적될 것으로 보이며, 사고 원인에 따라서는 선사와 소유주 간 피해보상금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 수에즈 운하는 2015년에 그레이트 비터 호수의 북쪽 35Km 구간에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여 2개의 수로로 확장된 바 있으나, 에버기븐호가 좌초한 구간은 확장된 구역이 아닌 하나의 수로로 유지되어오던 기존의 남쪽 구간이어서 수에즈 운하는 완전히 불통되고 말았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통행료를 징수하는데, 2020년 기준 일 평균 51.5척 통과를 기준으로 하루에 약 $15,206,044, 우리 돈으로 약 170억원 이상의 통행료 수입을 얻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불통으로 인해 하루에 170억원 이상의 통행료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에즈 운하 남쪽(홍해)과 북쪽(지중해) 및 운하 중간의 그레이트 비터 호수 등 운하 통행이 중단되어 계류중인 400척 가량 선박들의 계류 비용 및 유조선에 실린 원유라던가 원자재 등의 물류가 마비되면서 유가 불안정, 현물 시장 불안정과 같은 부수적인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선박에 적재된 동물들도 계류가 길어지면서 식량과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여 아사할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 당국이 수의사와 식량을 보급해 주는 등 예기치 못한 피해도 발생하였다.

수에즈 운하 통행 재개를 기다리다못한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 통행을 포기하고 멀리 아프라카 남단의 희망봉을 경유하는 우회 루트로 운항을 결정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 경우 수에즈 운하 통과와 비교하여 거리상으로 약 9,600Km 가량이 늘어나고 운항일수도 약 1~2주일 가량 더 소요되므로 운송비가 높아지며, 서아프리카 연안의 해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회를 선택한 선박들의 안전한 운항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수습[편집 | 원본 편집]

사고 선박이 22만톤급 초대형인 관계로 선박 인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차적으로 제방에 처박힌 선수와 선미를 빼내기 위해서는 준설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수에즈 운하가 건설된 지형이 사막과 인접한 곳이며, 지질 자체가 매우 연약한 모래뻘밭에 가까워 준설을 하더라도 주변의 지형이 무너져 내리면서 매꿔버리는 상황이다. 지상에서 파내려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특히 선미는 약 15m 깊이를 파고 들어간 상황이라 배를 띄우려면 최소한 20m 가량은 땅을 파내야한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수중 준설이 가능한 특수 선박을 동원하는 등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에버기븐호에는 20,000개의 컨테이너가 가득 적재된 상황으로 예인선을 동원하더라도 선박 자체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에즈 운하의 수위가 만조가 되는 3월 28~29일이 그나마 에버기븐호를 인양할 골든타임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인양 성공 확률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인양에 실패할 경우 선박의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적재된 컨테이너를 하역해야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은게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를 대각선으로 가로막은 상태로 좌초되어 크레인 설치도 쉽지가 않고, 크레인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지상에서 약 60m 이상의 높이를 확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단 3월 29일 선체 일부를 부양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제방을 들이받아 깊숙하게 박혔던 선수 부근의 준설이 진척되어 배를 물위에 띄우는 데 성공하였고, 예인선과 에버기븐호의 자체 동력으로 수로 방향과 정렬시킨 후, 홍해 쪽으로 예인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예인 후 선박에 대한 정밀 조사를 거쳐 사고원인을 분석할 예정이며, 중단되었던 수에즈 운하의 통행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통항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이미 400여척에 가까운 각종 상선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수에즈 운하 1일 통행량이 평균 50대 안팍임을 감안하면 정체 해소에만 1주일 넘게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정상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3]

여담[편집 | 원본 편집]

  • 사고 컨테이너선의 선주인 일본 쇼에이기선은 3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에즈 운하 불통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막대한 폐를 끼쳤다면서 사과하였다. 인양작업에 드는 비용은 선주가 먼저 부담하고, 향후 보험사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주

  1. 이집트 "에버기븐호 수에즈 '길막' 원인은 운전 미숙…8번 비틀대다 좌초", 경향신문, 2021.05.31
  2. 좌초한 에버기븐호의 측면에 선사의 상표명인 EVERGREEN이 거대하게 표기되어 있어서 에버기븐이 아닌 에버그린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나, 선박의 명칭은 측면이 아닌 선수와 선미에 표기하도록 되어있다.
  3. 수에즈운하 열렸지만…물류정상화까진 1주일 더 걸린다, 매일경제, 2021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