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

카르세아린》의 서적판 1권 표지
양판소에 수많은 유전자를 제공한 조상님이라고 할 수 있다.

양판소산형 타지 설의 약칭으로, 정형화된 대한민국장르 문학을 비하할 의도로 생긴 신조어이자 비칭(卑稱)이다. 비슷한 의도로 불쏘시개라는 용어 또한 쓰인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판타지 소설에만 한정한 것이 아니고 무협 소설, SF 소설 또한 비하의 대상이 된다.

정의[편집 | 원본 편집]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양산하는, 즉 내용과 설정 면에서 거의 다른 점이 없는 소설을 말한다.

다만 비칭이 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작품도 양판소라고 비난받기 일쑤다. 사실 양판소를 규정하는 잣대는 거의 개개인의 주관에 따르고 있다. 어느 작품에다 '양판소'라고 낙인을 찍을 때 사용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도서 대여점에서 대여 형식으로 판매될 것을 목표로 집필된 작품
양판소의 기준 중에서는 가장 협소한 잣대.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었으나, 도서 대여점 체제가 몰락한 이후의 장르 소설 생태계에서는 사장된 기준이다.
드래곤 라자》 초판 1권 표지
D/R을 양판소라고 부르는 건 억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D/R이 후대의 양판소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다른 작품과 비슷한 설정을 사용한 작품
양판소의 가장 큰 특징은 비슷한 설정을 복제했다는 데에 있다. 흔히 사용되는 소드 마스터, 서클 매직 등의 설정을 사용한다면 양판소의 낙인을 결코 피할 수 없다. 다만 모든 설정에는 그 뿌리가 있기 마련이므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원조'에도 양판소의 낙인을 찍는 예가 있다. 《드래곤 라자》, 《로도스도 전기》, 심지어 《반지의 제왕》도 양판소의 어미는 양판소라는 논리로 낙인이 찍힌다.
인터넷에 연재되는 작품
상당히 난폭한 기준이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쉬워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특히 해외의 웹 소설들에 양판소 낙인을 찍고 싶을 때 자주 사용되었다. 유료 연재가 대세로 흘러가는 추세에 따라 이 기준도 차츰 사장되는 형편이다.

유래[편집 | 원본 편집]

양판소라는 용어가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는 확실히 비정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 추측해보자면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 《묵향》과 《소드 엠페러》가 대히트를 기록하고 아류작이 도서 대여점에 넘쳐나던 시절에 인터넷 상에서 생겼을 것이다. 즉, 양판소라는 용어는 웹 소설, 대여점, 그리고 아류작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말이다.

한국의 판타지 소설·무협 소설계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대단히 정형화되었는데, 그 이유는 웹 연재를 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미숙함과 대여점 및 출판사 요구가 절묘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에 판타지 소설 출판의 붐을 불러 일으킨 《드래곤 라자》, 《카르세아린》, 《묵향》, 《소드 엠페러》 등은 모두 PC통신인터넷에서 연재되던 소위 통신 소설이었다가 출판된 작품들이다. 이에 영향받아 작가를 꿈꾸던 워너비들은 저마다 아류작을 생산했고, 출판사는 붐을 타고 이런 넘쳐나는 웹 소설들을 대량으로 공급했다. 당시 장르 소설의 판도는 도서 대여점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고, 대여점에서는 대량으로 소비할 컨텐츠를 요구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서 대여점에는 독창성이 결여된, (안 좋은 의미로) 아마추어리즘이 넘치는 소설들로 넘치게 됐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설정에 학을 뗀 독자층이 이런 아류작들을 양판소라고 멸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판[편집 | 원본 편집]

  • 한 철 장사
    환생물, 이세계물, 먼치킨, 이고깽, 이세계환생, 전이물 등 잘 나가는 클리셰를 가져다 내용만 바꾸고 내놓는 발전 없는 시장의 문제이다. 다만, 수요층에서 대체로 허용하는 분위기인 이상 클리셰 자체가 죽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주로 뜨는 클리셰를 가져다가 너도나도 사용하기 때문에 발전성이 낮다고 하지만 레이드물, 전이물, 몬스터 환생물 등 소위 클리셰 비틀기로 새로운 길을 계속 파고 있다. 비록 한 철 장사로 클리셰가 오래 가진 않으나, 대중음악이나 의류도 한 철이 지나면 길가에서 듣기 힘들 정도가 된다. 이는 수요층이 현 상황에 외면하지 않는 이상 유지 될 가능성이 높다.
  • 독자의 과도한 개입
    독자가 싫어하는 클리셰를 쓰면 악플이 달리고, 내용을 수정 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흔하다. 이는 되려 창작자들이 틀에 박혀 맛만 조금 다르고 포장부터 모양까지 같은 양판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물론, 적절한 피드백은 중요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나 이끌어가려는 방향의 선택권을 빼앗으려는 경우 틀에 박힌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 대척점의 증가
    양판소, 웹소설의 대척점은 웹툰이다. 둘 모두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볼 수 있으며, 재미를 준다는 것이 같다는 점이다. 다만, 소설은 작가의 묘사에 따라 턱시도 신사가 파티 복장을 입은 아저씨가 되는 만큼이나 문제가 있다. 이 점에서 웹툰은 턱시도 신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에, 독자가 묘사를 보고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면 유튜브라는 거대한 존재도 있다. 데이터 소모의 문제나 영상 시청이 힘든 상황이 아니면, 소설은 후순위로 더 밀려난다.

특징[편집 | 원본 편집]

양판소만의 공통된 특징은 사실 명확히 꼽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양산형'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작품수의 절대량이 많으며, 독자에 따라서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정도 일반화된 요소, 다시 말해 클리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양판소의 클리셰는 유행에 따라서 변천하며, 구식 설정은 도태되거나 변질된다. 양판소 자체도 10년이 넘는 역사를 쌓았기에 변화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관련 문서[편집 | 원본 편집]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