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2005년 영화)


2005년 12월 8일에 개봉된 영화. 여주인공은 성현아, 남주인공은 조동혁, 감독은 김태은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장인물[편집 | 원본 편집]

여자(성현아)[편집 | 원본 편집]

7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 직업은 전통공예품 디자이너이며, 전통매듭이나 노리개 등의 장신구를 만든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어른들의 말씀에 잘 따르며 큰 사건 없이 무탈하게 혹은 무미건조하고 단조롭게 살아왔고, 일탈이나 모험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자친구와도 고만고만하고 평범하게 교제해왔고, 역시 평범하게 결혼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평소의 자신답지 않은 일을 저지른다. 바로 우연히 만난 ‘남자(조동혁)’와 하루를 보내며 그와 사랑에 빠진 것. 처음부터 ‘하루’라고 예정하고 시작한 가벼운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예상 외로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고, 그녀는 약혼남과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남자(조동혁)[편집 | 원본 편집]

건축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하고, 머나먼 이국의 섬인 잔지바르[1]로 떠나려는 남성. 적당히 타협하고 비위를 맞추는 데는 소질이 없다. 빈털터리가 된 와중에도,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일꾼들의 월급은 한 푼도 떼먹지 않고 전부 다 챙겨주었다.

한국을 떠나기 하루 전,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자(성현아)’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적극적으로 작업을 걸어온다. 처음에는 그저 가볍고 껄렁껄렁한 호색한으로만 보였지만, ‘여자’와 하루를 보내면서 언제부터인가 그녀에 대한 그의 마음은 조금씩 변화하여,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는 잔지바르로 떠나려던 것을 취소하고 ‘여자’와 진지한 관계를 만들어갈까 고민하는데…

여자의 약혼남[편집 | 원본 편집]

‘여자(성현아)’와 무려 7년이나 교제한 끝에, 1달 후면 결혼식을 올릴 남자친구. ‘여자’가 우연히 헤이리예술마을[2]에서 만난 ‘남자’와 달리 부유하고 전도유망한 인물이지만, 어딘지 완고하고 오만하며 강압적인 인상이며, 약혼녀인 ‘여자’에게도 그렇게 대한다. 오래 사귀어온 연인인 ‘여자’에게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은 없지만 그럼에도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며, “이 또한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기타[편집 | 원본 편집]

OST에는 조규찬, 해이 등이 참여했다.

줄거리[편집 | 원본 편집]

결혼을 앞둔 여자(성현아)가 웨딩샵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점원은 호들갑스럽게 여자의 드레스 맵시를 칭송하며 “신랑 되실 분께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두 분, 어떻게 만나셨나요??”라고 친근하게 말을 붙이지만, 여자는 어딘가 씁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웃기만 한다.

웨딩드레스를 다 보고 난 후 웨딩샵을 나온 여자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밖에서 다급하게 “잠깐만요!!”라고 외치는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자는 그를 위해 열림 버튼을 눌러주고, 덕분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있게 된 남자는 여자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한다. 허둥지둥 달려와 엘리베이터에 오른 남자는, 여자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었다.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슬쩍슬쩍 훔쳐본다. 그는 큰 키, 구릿빛 피부, 근육질 몸매의 미남이었다. 하늘색 셔츠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으며, 이런저런 서류들과 책자들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안고 있었다. 남자도 은근슬쩍 여자를 훔쳐보았다. 그녀는 단정한 무채색의 정장-흰색 재킷과 검은색 H라인 정장치마 차림이었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안에는 빨간색(원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길고 늘씬한 다리에, 발에는 검은색의 높은 하이힐을 신고,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귀걸이에, 왼손 약지에는 약혼반지나 결혼반지로 보이는 반지를 끼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자에 여자의 시선이 닿은 것을 보고, 남자는 “잔지바르예요,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라고 말하며 빙긋 웃는다. 여자는 애써 무뚝뚝하게 “궁금하지 않아요.”라고 짧게 대꾸하면서도, 자꾸 남자에게 신경이 쓰인다. 그러던 중, 남자는 갑자기 여자를 와락 끌어안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고, 여자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이내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그와의 키스를 즐기는데…

그것은 여자의 상상이었다. 그녀가 상상에서 깨어나 민망해하며 겨우 현실로 돌아오는데, 돌연 남자가 뜻밖의 제안을 해 온다.

지하 3층까지 우리 둘이서만 내려가면, 제가 한 잔 살게요.

여자는 속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서 당황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코웃음을 치며 “지금 저에게 작업 거시는 거예요?!”라고 쏘아붙인다. 남자는 아까처럼 계속 실실 웃으며 “걸면? 걸리나요?”라고 받아친다. 그러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중년 남성 1명이 탑승하지만,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임을 알고는 곧 도로 내린다. 남자와 여자만을 태운 엘리베이터는 다시 쭉쭉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남자는 내려가는 층수를 한 손으로 헤아린다. 당황한 여자는 결국 1층에서 먼저 내리고 만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 밖으로 나가는 그녀는, 재미있었던 듯이 웃고 있었다. 이어 여자는 택시를 타고, 남자는 직접 차를 운전해서,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남자는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자신의 건설현장에 와서, 홀로 남아있던 일꾼과 대화를 나눈다. 건축사업이 망하긴 했어도 일단 내일까지는 남자가 ‘사장’이기에 현장을 둘러보러 온 것이다. 일꾼은 남자에게 “노가다 20년에, 망한 회사에서 밀린 월급 다 받아보기는 처음이다”라며 고마움을 표한다. 그리고 남자가 내일 뜬금없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머나먼 낯선 땅인 잔지바르로 가려고 하는 이유를 궁금하게 여긴다. 하지만 남자는 별다른 대답도 없이 웃기만 하면서 2층 난간 아래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다보다가,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여자가 나타나 지도를 들고서 길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발견한다. 남자는 옆에서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라고 타박하는 일꾼의 목소리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계단을 내려가 그녀에게 달려간다.

아까 여자와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에 군청색 재킷을 걸친 남자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여자에게 접근하여 넉살 좋고 장난스럽게 말을 붙이더니, 그녀가 먼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선뜻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선다. 시큰둥한 그녀의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그녀가 찾고 있던 가게로 가는 길을 말해주더니, 아예 그녀를 앞질러가며 가게까지 안내해준다. 여자는 남자의 뒤를 따라 아름다운 호수 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간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남자와의 예기치 않은 재회에 그녀는 잠깐 당황하지만, 이내 본래의 방문 목적을 위해 가게로 들어간다. 한편 여자에게 가게를 안내해준 남자는, 가게 앞에서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여자가 들어간 가게[3]는 전통공예 공방이었다. 공방 여주인은 여자가 손수 만든 노리개, 핸드폰 고리, 나비 모양 매듭들을 보며 “듣던 대로 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요.”라고 감탄하고, 나비매듭에 수나비와 암나비가 따로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신기해한다. 여자는 공방 주인에게 나비매듭에 대한 설명을 더 들려주며 뿌듯해한다.

나비매듭은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매듭이에요. 가장 아름다운 매듭이기도 하고요.

공방에서의 볼일을 마친 후, 여자는 화장실의 파우더룸[4]에서 약혼남과 통화한다. 여자는 약혼남을 불러내고 싶었지만 약혼남은 일이 바쁜 듯, 시간이 없는 듯했다. 여자는 서운해 하면서도 무언가 말을 더 하려고 하지만, 이내 괜찮다고 말하고는 통화를 종료한다. 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고, 여자는 남자와 아이들이 놀던 자리를 괜히 서성거려 보다가 공방 앞을 떠난다.

여자는 헤이리예술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한 서점[5]에 들어가, 여행 관련 서적들을 구경한다. 그런데 책장 너머에서 갑자기 “어디 갔었어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까 우연히 2차례 마주쳤던 남자였다. 여자는 깜짝 놀라 책을 떨어뜨렸고, 그만 손가락을 다치고 만다. 남자도 놀랐고, 그리고 여자가 자신 때문에 손을 다친 것이 미안하여, 그녀의 손에 반창고를 붙여주려고 하는데… 남자는 여자가 다친 손이 아닌 반대편 손을 붙잡고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지적에 당황하여 허둥거리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피식 웃는다.

여자는 계속 책들을 구경하면서 “여기서 일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남자에게 묻는다. 남자는 “어제까지 일했었지요.”라고 답하고는, 대뜸 여자에게 자신과 같이 놀자고 제안한다. “내가 같이 놀아준다는 것이 고맙지 않아요?”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내비치는 그에게, 여자는 “싫다면요?”라고 도도한 척 튕기다가도, 이내 “오후 6시 전에는 출발해야 해요.”라고 돌려 말하여 수락한다.

두 사람은 함께 서점을 나온다. 남자는 “약속 있어요?”라고 묻지만, 여자는 서점 앞에 꾸며져 있던 연못과 연못에 떠 있던 색색가지 오색찬란한 종이배들을 구경하며 감탄할 뿐이다. 그들은 대화를 주고받지만 계속 동문서답을 하고, 함께 한나절 놀기로 하면서도 서로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

여자: 아까 왜 나한테 을 산다고 했어요?

남자: 이름이 뭐예요?

여자: ‘여자’예요.

남자: 예쁘네.

여자: 당신 이름은요?

남자: ‘남자’요.

두 사람은 ‘남자’와 ‘여자’라는 익명으로 오후 6시까지의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들은 거리에 진열되어 있는 태권브이 장난감, 인형박물관백설공주 인형, 영화박물관에서 상영되는 옛날 영화를 보며 즐거워한다. 공포영화, 고어물, 좀비영화 등을 좋아한다는 ‘남자’에게 ‘여자’가 경악하자, ‘남자’는 “현실은 더 끔찍한걸요.”라고 정곡을 찌른다. 결국 옛날 한국 공포영화인 <월하의 공동묘지>를 보기로 한다. 작은 상영관에는 마침 아무도 없어서, 둘이서만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았다. 귀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남자’가 갑자기 ‘여자’의 손을 와락 붙잡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자’는 조금도 불쾌한 빛 없이 같이 웃어버린다.

(태권브이 장난감을 보며)

남자: 태권브이가 태권도 몇 단인지 알아요?

여자: 몇 단인데요?

남자: 3단이래요.

여자: 애걔, 겨우?

남자: 태권도협회 전문가들이 만화영화를 직접 보며 심사해보니, 3단이더래요.

(백설공주 인형을 구경할 때)

남자: 백설공주의 목에 걸려있던 독사과가, 왕자의 키스 때문에 빠진 줄 알았지요?

여자: 아니었어요? 그러면?

남자: 섹스 때문이에요. 지나가던 왕자가, 기절해있던 공주를 와락 덮쳐서, 공주의 몸이 마구 흔들리니까…

(옛날 영화들이 가득한 영화박물관에서)

여자: 나는 이런 낡고, 부드럽고, 오래된 것들이 좋아요.

남자: 낭만적이시네요.

여자: 낭만 무지 좋아하시네요. 나이도 어리면서.

남자: 당신 내 나이 알아요?

여자: 나보다 1살 어리잖아요?[6]

남자: 당신은 몇 살인데요?

여자: 당신보다 1살 많다니까요?

‘여자’의 장난에, ‘남자’도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함께 피식 웃어버린다.

영화박물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남자’와 ‘여자’는, 이번에는 어느 미술관[7]으로 들어간다.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미술관 주변에는 녹음(綠陰)이 우거져 있고, 창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들려오고, 내부는 온통 눈부시게 새하얀 색이었는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반사되어 더욱 반짝였다. 그리고 마침 미술관 내부에는 ‘남자’와 ‘여자’ 외에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

단둘이서 전시물들을 구경하다가, ‘여자’는 아까 ‘남자’가 가지고 있던 잔지바르 책자 이야기를 꺼내며 “여행 가시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남자’는 다소 쓸쓸한 분위기로 대답한다. 괜찮으면 아예 잔지바르에 눌러앉아 살아볼 생각이며,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난다고. 그리고 어쩌면 ‘여자’가, 자신이 한국에서 만난 마지막 인연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여자’는 더 이상 캐묻지 않는다.

‘여자’는 별 말 없이 계속 작품들을 관람하고, 한낮의 미술관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남자’는 미술관을 둘러보는 척하며 미술품 관람에 정신이 팔린 ‘여자’를 몰래 훔쳐보다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가만히 다가가 옆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만지다가, 키스를 시도한다. 뜻밖의 상황에 ‘여자’는 조금 당황하여 소심하게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키스를 시도해오고, 결국 ‘여자’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인다.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머뭇거렸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남자’의 접근에 응했고, 가끔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그와 성관계까지 맺는다. 돌발적으로 이루어진 관계였기 때문에 당연히 콘돔 같은 피임도구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여자’의 부탁대로 ‘남자’는 그녀의 배 위에 체외사정을 한다.

관계가 끝나자 두 사람의 사이에는 잠시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여자’는 마치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넋이 나간 표정이다. ‘남자’는 그대로 멍하니 누워있는 ‘여자’의 배를 손수건으로 닦아주다가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손수건을 좀 빨아올게요.”라는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깨뜨린다. 그리고 일어나서 셔츠와 바지를 대강 추스르고는 화장실로 달려간다. 하지만 하필 마침 미술관 화장실의 세면대에서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서, ‘남자’는 미술관을 나와서 근처 다른 건물의 화장실을 헤맨다.

누워있던 ‘여자’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바닥에 그대로 앉은 채 벽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는, 뛰어다니는 ‘남자’를 곁눈질로 힐끔 훔쳐보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이내 이런저런 감정들이 섞인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여자’가 앉아있던 곳으로 ‘남자’가 다시 돌아와 보니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고, 새하얀 바닥 위에는 ‘남자’의 재킷만이 단정하게 개켜져 놓여 있었다. ‘남자’는 무척 당황하고 아쉬워하지만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그녀를 다시 찾을 방법은 없었다. 한편 그 시각, ‘여자’는 아까의 표정 그대로 택시 뒷좌석에 앉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여자’가 떠난 후, ‘남자’는 혼자 헤이리의 어느 장난감가게 앞에 앉아서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가지고 놀지만, 무료하고 따분한 모습이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든 ‘남자’는 저만치에서 아까 그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장난기가 발동하여, 자동차를 그녀의 발 근처로 몰고 간다. 놀란 ‘여자’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그 ‘남자’가 반갑게 웃고 있었고, ‘여자’도 같이 웃어준다. ‘남자’는 ‘여자’에게 대뜸 반말로 묻는다.

남자: 아까는 왜 도망갔어?

여자: 내가 도망갔다고 생각해?

남자: 그럼 아니야? 그나저나 반말이네?

여자: 네가 먼저 했잖아?

두 사람은 같이 피식 웃어버리고는 키스를 한다. 그리고 근처 레스토랑[8]에서 함께 스테이크를 먹는데, 찬물을 들이키던 ‘여자’가 기침을 한다. 괜찮으냐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에게 ‘여자’가 말하길, 자신은 찬물을 마시면 기침을 한다고 했다. 다행히 ‘여자’의 기침은 금방 가라앉았다. ‘여자’가 “우리 오후 6시까지 뭐하지?”라고 묻자 ‘남자’는 “나를 좀 가지고 놀아줘. 실컷.”이라고 답한다. ‘남자’의 엉뚱한 말에 ‘여자’는 깔깔 웃고, 근사한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헤이리의 이곳저곳[9]을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다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의 벤치에 앉아 ‘여자’의 다리를 주물러주던 ‘남자’는 “아까 내가 왜 ‘지하 3층까지 우리 둘만 내려가면 제가 술을 살게요’라고 했는지 알아?”라고 묻고, 당연히 ‘여자’는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남자’가 밝힌 이유인즉, ‘여자’의 다리를 만져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남자’가 ‘여자’의 다리를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고, 그대로 ‘여자’를 벤치에 눕히고 그녀와 키스한다. ‘여자’는 “누가 보면 어떡해.”라며 조금 민망해하면서도 즐거워했고, ‘남자’는 “뭐 어때. 괜찮아. 그냥 막 나가자.”라며 웃는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마치 오랜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한참동안 키스를 나눈다.

어느덧 ‘여자’가 처음에 약속한 시간인 오후 6시가 거의 다 되었고, ‘남자’는 ‘여자’를 헤이리 입구에 데려다주려고 차를 가지러 간다. 그런데 그때 ‘여자’의 약혼남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여자’는 어두운 얼굴이 된다. ‘남자’는 ‘여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하는데, ‘여자’가 표정이 굳은 채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러다가 ‘남자’는 ‘여자’에게 조수석 앞에서 담배를 꺼내달라고 한다. ‘여자’가 담배를 꺼내주려고 조수석 앞을 열었는데, 그 안에서는 한 젊은 여성의 독사진이 있었다. ‘여자’는 사진을 꺼내어 들고 보다가 ‘남자’에게 “이 사람 누구야? 애인? 아내?”라며 묻지만 ‘남자’는 “담배나 꺼내줘.”라며 대답을 회피했고, ‘여자’는 사진 속의 여성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남자’는 ‘여자’를 헤이리예술마을 입구에 내려주고, 둘은 작별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앞길을 축복하지만, 둘 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좀처럼 헤어지지 못한다. 차에서 내려 약혼남과의 약속장소로 걸어가던 ‘여자’는 다시 ‘남자’의 자동차[10]로 돌아와 그에게 30분의 시간을 주고, ‘남자’는 “그동안 근처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했다. ‘여자’는 자신이 공원에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확신하지 못했지만, ‘남자’는 그래도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런 ‘남자’를 뒤로 하고, ‘여자’는 약혼남과의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그곳은 카페였다. 하지만 ‘여자’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통유리 너머로 약혼남의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약혼남은 외국인 귀빈들과 둘러앉아 우아하게 대화하고 있었고, ‘여자’는 망설이다가 결국 발길을 돌린다.

한편 ‘남자’는 공원 잔디밭 앞의 벤치에 드러누워 음악을 들으며, 내일이면 탑승할 대한항공 비행기 표를 멍하니 들여다보며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질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앞에 ‘여자’가 다시 나타난다. ‘남자’는 조금 전까지 듣고 있던 <제주도의 푸른 밤>을 ‘여자’와 함께 듣는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며 보낼까 해.”라고 쓸쓸한 듯이 말한다. ‘여자’는 “나도 이 노래 좋아하는데.”라며 기뻐하며 <제주도의 푸른 밤>을 듣다가, ‘남자’의 손을 잡아 이끌고서 공원을 빠져나간다. 당초에 ‘오후 6시까지’라고 약속했던 데이트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하면서. ‘남자’ 또한 신이 나서 ‘여자’를 따라나선다. ‘남자’는 “조금 더 길게 해주지…”라며 살짝 투정하기도 했지만, ‘여자’는 내일 아침 일찍부터 약속이 있다고 했다.

둘은 옷가게, 오락실, 스쿼시, 노래방[11] 등을 즐긴다. 옷가게에서 ‘여자’는 그때까지 입고 다니던 답답한 정장 대신, 민소매의 시원한 투피스를 새로 사서 입는다. 도중에 소나기가 쏟아지고 그들에게는 우산이 없었지만, 그들은 함께 비를 맞으며 거리를 뛰어다니면서도 마냥 즐거워했다. 두 사람은 비를 피해 어느 골목길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다가 이번에는 ‘여자’가 먼저 “하고 싶어”라고 제안하여, 모텔에 가서 또 섹스를 한다. 낮에 미술관에서의 첫 관계 때와 달리, ‘여자’는 완전히 몰입하여 적극적으로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 관계가 끝나자 ‘남자’와 ‘여자’는 침대 위에서 서로 한참동안 꼭 끌어안고 있다가, 함께 욕조에 몸을 담그고서 몹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모텔에서 나온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러 고깃집으로 간다. 한참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를 마시던 중, 문득 ‘여자’가 “아까 사진 속의 그 여자는 누구야?”라고 또 다시 묻는다. ‘남자’는 아까처럼 대답을 피했지만, ‘여자’가 집요하게 매달리자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그의 말인즉, ‘결혼할 뻔했던 여자’라고 한다. ‘여자’가 흥미를 보이자, ‘남자’는 더욱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사진 속의 여인은 ‘남자’의 옛 여자친구로,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남자’가 운영하던 건축회사에서 근무했으며 ‘남자’와 3년이나 열애했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가 그녀에게 청혼하려던 바로 그 순간, 그녀는 ‘남자’의 선배와 눈이 맞았다고 한다.

여자: 선배와?

남자: 응. 그런데 더 웃긴 게 뭔지 알아? 결혼은 선배가 아니라 또 다른 남자와 했다는 거야. 사랑이라는 것이 참…

여자: 아직 그 여자를 잊지 못한 거야?

남자: 아니, 잊었어.

여자: 그런데 사진은 왜 가지고 다녀?

남자: 너무 빨리 잊는 것이 서글퍼서. 3년을 죽어라고 사랑했는데… 눈도, 코도, 입도, 다 잊어버리면… 너무 서글프잖아.

분위기를 바꾸고자 ‘남자’와 ‘여자’는 다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떠든다. ‘남자’는 ‘여자’에게 “당신은 결혼했어?”라고 묻지만, ‘여자’는 웃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남자’가 다시 문득 진지해져서 ‘여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만약, 결혼하기 전에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여자’는 순간 흠칫 놀란 듯했지만, 이내 태연한 얼굴로 “때려줄 거야. 팔, 다리, 엉덩이, 가슴, 얼굴… 그리고 모른 척할 거야.”라고 대답하고 “당신은?”이라며 ‘남자’에게 되묻는다. ‘남자’는 “모르겠어.”라고 빼다가, ‘여자’가 재차 묻자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지하 3층까지 우리 둘만 내려가면 술을 사겠다며 꼬실 거야.”라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밥값을 계산하는데, ‘남자’가 점원에게 내민 신용카드들은 모두 ‘한도초과’ 아니면 ‘정지’였다. ‘남자’는 당황하고 민망해하며, 결국 ‘여자’의 카드로 대신 계산하고 고깃집을 나왔다. 어느덧 ‘여자’가 연장하여 정한 데이트 종료 시간인 밤 10시가 되었다. ‘남자’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며 아쉬워했고, ‘여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문득 ‘여자’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나, 당신을 좀 때려도 돼?”라고 묻는다. ‘남자’가 수락하자 ‘여자’는 그의 팔, 다리, 엉덩이, 가슴을 장난스럽게 주먹으로 토닥토닥 때린다.

그러다가 그의 턱도 때리는데, 순간 세게 맞았는지 ‘남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다. ‘여자’가 놀라서 사과하며 그의 얼굴을 살펴보려는데, ‘남자’가 ‘여자’를 와락 껴안는다. ‘여자’는 당황해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지만, ‘남자’는 그녀를 더 세게 껴안고서 놓지 않는다.

남자: 우리… 잠깐만 이러고 있자.

여자: 이러지 마. 약속했잖아.

‘여자’도 마음이 아팠지만, ‘남자’의 등을 토닥거리며 달랜다. 그리고 ‘남자’와 겨우 헤어져 걸어가는데, ‘남자’가 계속 ‘여자’의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여자’가 “뭐 하는 거야. 아까 우리가 했던 약속과 다르잖아.”라고 따지지만, ‘남자’는 “그냥 여기 있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고 핑계를 댄다. ‘여자’는 그를 애써 무시하고, 마침 도착한 약혼남의 자동차 조수석에 올라탄다.

잘 차려입고 비싼 자동차를 몰고 나타난 약혼남은, 친구와 (핸즈프리로) 통화하며 1달 후에 치러질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옆에 약혼녀인 ‘여자’가 버젓이 있는데도 그는 “에이, 쓸데없고 복잡한 것들은 다 생략하기로 했어. 7년 동안 볼꼴도, 못 볼꼴도, 다 본 사이인걸 뭐.”라며 함부로 말한다. 그리고 친구와 통화할 때의 사람 좋은 말씨가 무색하게, 통화를 마치자 곧장 고압적인 말투로 돌변한다. ‘여자’의 민소매 옷차림을 나무라고, 오후 6시 약속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왜 하지 않던 짓을 하지? 내가 둘러대느라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알아?”라며 꾸짖다가, ‘여자’에게서 소주 냄새가 풍기자 “술 마셨니? 뭐, 마실 수도 있지. 나 그런 것도 이해 못하는 사람 아니야. 결혼 전에 다들 조금씩 그런다고[12] 하더라.”라며 관대하게 용서해주는 듯하더니, 곧이어 “주말에 모 회장 댁 따님의 귀국 기념 독주회가 있으니, 함께 참석해서 인사드리고 결혼식 주례도 부탁드려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여자’는 아무 반응도 없이 앉아있고, ‘여자’와 약혼남의 사이에서는 ‘여자’가 만든 나비모양 장신구가 위태위태하게 흔들린다. 문득 ‘여자’는 차창 밖을 바라보는데, 아까 헤어진 줄 알았던 ‘남자’가 자동차의 옆을 따라오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여자’는 약혼남에게 “오빠, 우리 결혼… 좀 미루고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라고 머뭇머뭇 말하지만, 약혼남은 “나 지금 많이 참고 있거든?”이라며 화를 억누르는 듯이 말하더니, 끝내 앞차 운전자의 태도를 핑계로 “요즘 개나 소나 차를 끌고 다니네!”라고 버럭 화를 내며, 거칠게 차를 몬다.

‘여자’는 약혼남을 따라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먹지 않고, 약혼남 혼자서만 쌀국수 1그릇을 주문하여 먹으면서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결혼이 뭐 별거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질질 끌지 말고, 그냥 살자. 그러면 돼. 이것도 사랑이라면 나름 사랑이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사랑의 기쁨이나 결혼을 앞둔 새신랑의 설렘 같은 것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자’는 그에게 매달리듯이 “내가 질리지 않아?”라고 묻지만, 약혼남은 이렇게 말할 뿐이다.

세상의 어떤 여자도, 7년이나 만나면 다 똑같아져. 누구나 자신만의 지옥이 있는 거야.

약혼남이 자신과의 교제와 결혼을 그토록 폄하하고 의무처럼 치르는 일인 양 말하는 것도 모자라 ‘지옥’이라고까지 표현하자, ‘여자’는 기막혀한다. “내가 왜 오빠의 지옥이야?! 그렇다면 나를 버리면 되잖아?!”라고 ‘여자’가 항의하지만, 약혼남은 여전히 냉랭하게 말한다.

7년 동안 ‘사랑’만큼 ‘지옥’도 함께 키워온 거야. 너를 버리고서 내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너는 나를 떠날 수 있니? 누구나 지옥인 줄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것, 그게 ‘지옥’ 아니니?

‘여자’가 몹시 기분이 나빠지고 있던 그때, ‘남자’는 쌀국수집에까지 따라 들어와 비어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종업원이 그의 앞에 메뉴판과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고 자리를 떠나고, ‘남자’가 물을 마시는데, ‘여자’는 갑자기 실없이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하더니 약혼남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오빠, 내가 아까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알아? ‘남자’와 마셨어.

이어 ‘여자’는 벌떡 일어나 ‘남자’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오더니, 그의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병신”이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을 한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약혼남은 그제야 뒤로 돌아앉아 ‘남자’를 노려보더니,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쌀국수 값을 계산하고는 ‘여자’와 ‘남자’를 두고 혼자서 식당을 나가버린다. 곧바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온다. 그는 얼굴에 물을 맞고도 불쾌한 기색도 없이 ‘여자’에게 “당신, 나를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야?”라며 웃는다. ‘여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당신이 먼저 막 나가자고 말했잖아.”라고 말하더니, 딱딱하게 굳은 화난 얼굴로 “나를 좀 재미있게 해줘. 지금 기분이 정말 엿 같거든.”이라고 부탁한다. ‘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나이트클럽으로 간다.

‘남자’와 ‘여자’는 화려한 조명 아래서 서로를 마주보며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고, ‘여자’는 제법 기분이 풀렸는지 즐거워한다. 한참 춤을 추다가 한구석에 문이 아닌 발로만 입구가 가려져있는 방으로 들어가 앉는데, ‘여자’에게 약혼남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남자’는 받지 말라며 ‘여자’의 핸드폰을 빼앗았지만, ‘여자’는 다시 ‘남자’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아 굳이 전화를 받았다. 약혼남은 ‘여자’와 ‘남자’를 따라 클럽에 들어와 있었다. ‘여자’가 약혼남의 전화를 받자 기분이 나빠진 ‘남자’는 방을 나가 아까 춤추던 자리로 향하는데, 도중에 ‘여자’와 통화하고 있던 약혼남과 마주친다. 그는 결혼을 앞둔 약혼녀의 하루 일탈에 대해 너그럽게 선처해 주겠다는 듯이 말했다.

실컷 놀아. 그냥 오늘 하루 동안 네가 미친 셈 칠게.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결국 너는 나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고, 나를 떠날 수 없으니까.

통화를 마친 약혼남은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자신보다 한참 키도 크고, 덩치도 좋고, 잘생기고 젊은 ‘남자’를 노려보며 “잘해봐라. 그래봐야 너는 어차피 1회용 딜도에 불과하니까.”라는 모욕적인 조롱을 내뱉고는, ‘남자’의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는 나가버린다. ‘남자’는 무척 화가 난 채로 아까 ‘여자’가 있던 방으로 간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여자’는 말없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치마 아래로 팬티를 벗어 던지며 “나는 당신이 저돌적인 것이 좋아. 나를 흥분시키거든.”이라며 유혹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달려들어 다시 섹스를 한다.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여자’는 약혼남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말싸움을 벌였다.

뭐하냐고? 놀고 있지. 오빠가 아까 나보고 ‘실컷 놀아’라며? 오빠가 그렇게 잘났어? 오빠는 나와 섹스하는 것이 재미있어? 나는 재미없어, 다 재미없어!

‘여자’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핸드폰을 소파 위로 집어던진다. ‘여자’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남자’는, 섹스를 중단하고 일어나 앉더니 ‘여자’에게 화를 낸다.

남자: 지금까지 나와 하면서 그놈을 생각한 거야? 누구야? 남편? 애인?

여자: 좋을 대로 생각해.

남자: 왜? 그 자식은 이렇게 안 해주냐?

‘남자’가 보여주는 약혼남에 대한 질투와 자신에 대한 집착에, ‘여자’도 화를 낸다.

너도 별 수 없구나? 네가 왜 내 몸을 가지고 지랄이야?!

두 사람의 말다툼은 이내 몸싸움으로 번지고, 몸싸움 끝에 ‘남자’는 ‘여자’를 테이블 위에 엎어놓고 강제로 섹스를 한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지만 시끄러운 클럽에서 그녀의 비명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고, ‘남자’의 힘을 당해낼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참한 기분에 조용히 눈물만 흘렸고, ‘남자’도 그녀의 그런 모습에 섹스를 중단하고 바지를 올렸다. ‘여자’는 일어나서 ‘남자’의 뺨을 힘껏 한차례 때리더니, 클럽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멍하니 있던 ‘남자’는 이내 ‘여자’의 뒤를 쫓아 나가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남자’는 절망하여 비명에 가까운 절규를 내뱉는다.

캄캄한 밤거리를 헤매며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결국 ‘남자’는 아까 낮에 ‘여자’와 있었던 공원에서 그녀를 발견한다. 그녀는 낮에 ‘남자’와 함께 앉아서 <제주도의 푸른 밤>을 듣던 벤치에 혼자 웅크리고서, 매듭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엉망진창인 ‘남자’의 모습에 안쓰러운 듯 “꼴이 그게 뭐야.”라고 말하다가, 이내 ‘여자’는 그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당신, 정말 내일 비행기 타는 거 맞아? 출국하는 거 맞아? ‘내일이면 떠나요’라는 말… 책임지기 싫어서, 그냥 나와 하루 즐기고 싶어서, 나와 자고 싶어서 꾸며낸 것 아니야?!

‘여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의심받은 ‘남자’ 역시 “너, 이제 나를 갖고 놀지 마.”라며 버럭 화를 내고 만다. ‘여자’와 ‘남자’는 다툼 끝에 결국 화해하고, 캄캄한 공원에서 서로 와락 껴안고 화해의 키스를 한다. 그리고 아까 낮에 함께 앉았던 벤치에 나란히 앉고, ‘여자’는 ‘남자’에게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불러준다. ‘남자’는 ‘여자’의 손바닥을 벤치에 대놓고서, 하얀 수정액으로 그녀의 손을 벤치에 따라 그린다. 왜 그러느냐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보고 싶어지면, 여기 와서 벤치에 그려놓은 당신의 손을 잡으려고. 당신의 얼굴이 가물가물해질 때쯤… 겁이 나… 당신을 잊어버릴까봐. 눈도, 코도, 입도…

두 사람은 어느 성당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당에 서있는 성모마리아상을 주례로 삼아, ‘여자’의 손에 들려진 조그만 노란색 꽃다발 외에는 아무런 준비나 꾸밈도 없이, 지켜보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이 둘만의 결혼식을 치렀다. 물론 성모상이 말을 할 수는 없기에, 주례가 해야 할 말까지 ‘남자’가 맡아서 자문자답의 혼인서약을 했다. ‘남자’는 “신랑은 ‘여자’를 아내로 맞아,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평생토록 사랑하며 함께 살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곧바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신부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평생토록 사랑하며 함께 살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여자’ 또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사랑의 키스를 한다. 조금 전의 모순적인 혼인서약이 무색하게 진지한 키스 후에, 두 사람은 (멋대로 정한) 식장에서 함께 퇴장하여, 나름대로의 신혼여행을 하고 첫날밤을 보내러 떠난다.

‘남자’와 ‘여자’는 한강공원에 와서 한강과 그 주변 야경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남자’의 옆에 나란히 앉아 그의 어깨에 기대어 경치를 감상하다가, ‘여자’가 문득 이렇게 말한다.

당신, 그거 알아? 사랑하는 사람은 말이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말이야… ‘애인’으로 지내는 것이 좋아. 영원히…

이어 근처를 돌아다니며 온갖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벽화들을 구경하는데, 비록 카메라가 없어 실제로 사진을 찍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자’와 ‘여자’는 벽화 앞에 함께 서서 셀카를 찍는 시늉도 하며 즐거워했다. ‘남자’와 ‘여자’가 셀카 흉내를 내다가 떠난 벽에는,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동물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두 사람이 와인 1병을 사들고서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을 보낼 곳으로 갔다. 그곳은 ‘남자’가 설계하여 지어진 모델하우스였다. 두 사람은 즐겁게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다가, 함께 샤워를 하고, 잠들기 직전 침실에서 와인 잔으로 건배를 했다. 그러다가 ‘여자’가 문득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어머니가 손수 깎아주시던 뭉툭하고 투박한 연필과, 친구가 가져온 연필깎이로 뾰족하고 완벽하게 깎았던 연필을 대조하여 이야기하며, ‘남자’를 ‘손으로 깎은 연필’에 비유했다.

당신이 그래. 뭉툭하고, 투박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해.

다음날, 해가 뜨기도 전에 ‘여자’는 먼저 깨어났다. 그녀는 착잡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자신의 옆에 나란히 누워서 곤히 잠들어있는 ‘남자’를 내려다본다. 그러다가 이내 곧 옷을 입고,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으며,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어 약혼남에게 ‘어제는 미안했어. 이따가 봐.’라고 문자를 보낸다. ‘남자’는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옆에 ‘여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놀라서 깨어나,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애써 “잘 잤어?”라고 인사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굳었고, 어제 ‘여자’가 부케로 삼았던 노란색 꽃다발이 장식된 거실에서 ‘여자’는 한참동안 뒤에서 ‘남자’를 껴안고 놓지 못했다.

‘남자’와 ‘여자’는 나란히 손을 잡고 모델하우스를 나와, 아직 캄캄한 새벽 거리를 가르며 감자탕집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종업원이 가져다준 물이 찬물이어서, ‘여자’가 찬물을 마시면 기침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남자’는 종업원에게 따뜻한 물을 달라고 부탁한다. 마주앉아 맛있게 밥을 먹던 중, ‘남자’가 문득 말한다.

나… 잔지바르비행기, 타지 말까? 우리… ‘애인’ 하지 않을래?

‘여자’는 아주 잠깐 놀란 듯도 했지만, 곧장 “그러지 말자.”고 말해버린다. ‘남자’는 ‘여자’가 하자는 대로 다 하겠다고 말한다. 그녀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고,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져 주겠다고 한다. ‘여자’는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당신의 이름조차도 모르는데?”라며 회피하지만, ‘남자’는 “이제부터 서로 조금씩 알아 가면 되잖아.”라며 매달린다. 하지만 ‘여자’는 “섹스는 어제 하루 종일 했으니까… ‘애인’은 1주일? 1달? 1년쯤 해볼까? 그렇게 사귀다보면, 미래에는 또 어떻게 될까?”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지금이야 좋아하고, 사랑하고, 콩깍지가 씌어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보이겠지. 하지만 사귀다보면 분명히 단점들도 눈에 띄고, 싸우는 일도 생길 거야. 나는 지금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고 싶어. 당신… 그런 여자 있어? 너무도 좋아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싶은 여자. 나이를 먹고, 늙고, 죽을 때까지도 추억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만 꺼내보고 싶은 여자. 나는 당신에게 그런 여자이고 싶고, 당신이 나에게 그런 남자였으면 좋겠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모습 그대로.

‘남자’는 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조용하고, ‘여자’는 애써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아까 실수했어. 내게 따뜻한 물만 챙겨주지 않았더라도… 당신이 ‘우리 애인 할래?’라고 했을 때, 나도 ‘그러자’고 받아들였을 거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여자’는 반말을 그만두고 다시 ‘남자’에게 존댓말을 한다. ‘남자’는 이제 ‘여자’와의 하루간 연이 끊어지는 것을 실감하여 착잡한 얼굴이 되고, ‘여자’도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밥을 먹는다.

으음~ 이 집 감자탕, 참 맛있네요. 그렇죠?

아침식사를 마친 후 ‘여자’는 택시를 잡으러 대로변으로 나가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배웅하러 따라간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뭐하실 거예요?”라는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장난스럽게 “비행 중에 작업 걸었던 스튜어디스에게서 받은 번호로 전화해볼 거예요.”라고 답하고, ‘여자’는 “당신다워요.”라고 웃는다. 함께 웃다가 문득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당신, 늙지 말아요.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나면 내가 또 당신에게 작업을 걸 수 있도록 말이에요.

‘여자’는 손수 만든 전통매듭 팔찌를 ‘남자’에게 작별의 선물로 준다. ‘여자’가 자신의 손목에 매어주는 팔찌를 보고 ‘남자’가 말한다.

남자: 꼭 당신 같네요. 아름답고, 꼼꼼하고, 잘 풀리지 않을 듯 빈틈없어 보이는 것이…

여자: 잘 풀리는 매듭은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거지요. 하지만 아무리 빈틈없게 꽉 묶고 조여도, 어딘가에 반드시 빈틈은 남아있더라고요.

‘여자’는 ‘남자’에게 택시비도 주려고 하지만 ‘남자’는 택시를 타지 않겠다며 사양하고, 두 사람이 실랑이하는 사이에 택시가 떠나버려 다시 택시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던 도중 ‘남자’의 눈에 근처의 음료수 자판기가 들어오고, ‘남자’가 “커피라도 한잔 할래요?”라고 물으며 ‘여자’를 돌아보니, 이미 그녀는 뒤이어 나타난 택시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녀는 애써 해맑게 웃으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며 택시 조수석에 탑승했고, 택시는 ‘남자’를 뒤로 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아까의 미소가 무색하게 침울한 표정의 ‘여자’를 싣고 달리던 택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신호등에 걸려 멈추었다.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여자가 탄 ‘택시’를 바라보고 있었고, ‘여자’의 오른손은 더듬더듬 택시 문고리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차마 좀처럼 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신호등이 다시 녹색불로 바뀌면서 택시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렸고, 그녀의 오른손과 함께 눈물도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녀가 탄 택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여자’는 어제의 그 공원에서 약혼남과 함께 결혼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 무색하게 약혼남도 ‘여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더없이 행복하고 다정한 예비부부의 모습이었고, 웨딩드레스에 티아라와 면사포를 쓰고 자주색 부케를 손에 쥔 ‘여자’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새 신부(新婦)였다. 사진작가들은 예비부부의 훌륭한 포즈와 화창한 날씨에 연신 감탄했고, 웨딩샵 직원들은 ‘여자’의 웨딩드레스 맵시를 호들갑스럽게 칭송했다.

한참 촬영한 후에 사진작가의 조수는 ‘여자’가 들고 있던 부케를 자주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꿔주었고, 촬영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한다. ‘여자’는 웨딩샵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사진작가를 따라 이동하다가 어느 벤치 앞을 무심코 지나는데, 조금 후 혼자서 다시 벤치 앞으로 돌아왔다. 그 벤치는 어제 그녀가 ‘남자’와 함께 앉아서 놀던 벤치였다. 둘이서 <제주도의 푸른 밤>을 듣고, 노래하고, ‘남자’가 ‘여자’의 손바닥을 그려 넣었던 그 벤치에는 그사이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

어느 사이에 ‘남자’가 자신의 손을 추가로 그려놓은 것이었다. ‘여자’의 손과 맞닿아 있는 손은, 분명 손목에 ‘여자’가 만들어준 전통매듭 팔찌를 두른 ‘남자’의 손이었다. 마주보고 있는 자신의 손과 ‘남자’의 손을 보고 ‘여자’는 감정이 복받쳐 울컥하여,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2개의 손이 그려진 벤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을 부르는 사진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벤치를 뒤로 하고서 다시 약혼남과의 결혼사진을 촬영하러 간다. ‘남자’의 손과 ‘여자’의 손이 그려진 벤치가 점점 멀어지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기타[편집 | 원본 편집]

  •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던 (임자 있는)[13] 여성이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난 남성과 금단의 사랑에 빠지지만, 끝내 일상을 깨뜨리고 탈출하는 파격을 감행하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온다’는 줄거리가,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특히 택시를 타고 가던 ‘여자’가 뛰어내려 ‘남자’에게 갈지 말지 망설이다가 끝내 가지 못하는 결말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비슷하다.
  •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사랑’이 소재라는 점에서는 미국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비슷하다.
  • 촬영이 주로 이루어진 장소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헤이리예술마을이다.
    • 후명원: 소설가 윤후명의 이름을 딴 갤러리.
    • 북 하우스(book house): ‘남자’와 ‘여자’가 마주친 서점.
    • 아트팩토리(art factory): 인테리어 소품점. ‘여자’가 나비 모양의 매듭을 가지고 방문하는 가게.
    • 영화박물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월하의 공동묘지>를 관람하던, 옛날 영화들을 상영하는 극장.
    • gallery 희원: 미술관. 지금은 폐업하고 없다. ‘남자’와 ‘여자’가 처음 즉흥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곳.
    • 식물감각: ‘남자’와 ‘여자’가 점심식사를 하는 레스토랑.
    • 딸기가 좋아: 점심식사 후에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하는 곳. 지금은 폐업하고 없다.
  • 개봉 당시 ‘남자’와 ‘여자’의 파격적인 정사(情事) 장면들로 화제가 되었다. 아무도 없지만 언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대낮 미술관에서 갑자기 펼쳐지는 정사, 새하얀 미술관 내부와 ‘여자’의 빨간 블라우스의 강렬한 색채 대비, 그리고 ‘여자’의 배 위에 ‘남자’가 사정해놓은 정액도 잠깐 비추어졌다. 또한 클럽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다투다가 ‘남자’가 ‘여자’를 붙들고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 제작사도 베드신을 적극 내세워 홍보했다. 포스터도 야릇하게 촬영했고, 개봉 전에 영화 홈페이지에 베드신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 여주인공 ‘여자’ 역을 맡은 성현아는, <애인>의 포스터 및 홍보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남녀의 만남, 사랑, 갈등, 이별에 대하여 다룬 영화인데, 자극적으로 노출과 베드신 위주로 강조해서 홍보했기 때문이다.
  • ‘여자’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통해, 그녀의 성격과 심리를 표현했다.
    • 흰색 재킷과 검은색 치마는 ‘여자’의 내성적이며 예상과 상식과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겉모습을, 안에 입었던 새빨간 블라우스는 그녀의 내면에 불타고 있는 일탈에의 욕구와 욕망을 보여준다. 또한 ‘남자’와 어울려 놀면서 정장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민소매로 갈아입은 모습을 통해, 그녀가 일탈을 택했음을 드러낸다.
    • 처음 미술관에서 ‘남자’가 먼저 다가와 얼떨결에 성관계를 할 때는 약혼반지를 그대로 끼고 있었지만, 이후 자신이 먼저 제안하여 모텔에서 이루어진 2번째 관계 때는 약혼반지와 귀걸이를 모두 빼버렸다.

각주

  1. 아프리카 대륙 동부의 국가인 탄자니아의 섬
  2. 경기도 파주시 소재
  3. 아트팩토리
  4. 그녀가 입은 블라우스처럼 온통 빨간색이다.
  5. 북하우스
  6. 실제 ‘여자’ 역을 맡은 성현아1975년생, ‘남자’ 역의 조동혁1977년생으로, 성현아가 조동혁보다 2살 연상이다.
  7. 갤러리 희원. 지금은 폐업하고 없다.
  8. 식물감각
  9. 딸기가 좋아’ 등. (현재는 폐업)
  10. ‘남자’는 이 자동차를 자신의 후배에게 주기로 했다고 한다.
  11. 스쿼시노래방 장면은 본 영화에서 잘렸다.
  12. 혼전우울증(marriage blue)
  1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카는 유부녀, <애인>의 주인공 ‘여자(성현아)’는 약혼자가 정해져 있고 결혼을 앞둔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