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타/작중 행적/1기

미래의 어떤 순간(프롤로그)[편집 | 원본 편집]

몸이 들썩거린다.
멍멍한 고막에 시끄러운 소리가 날아와 부딪힌다.
여기가... 어디지?

“여기가... 어디냐?..” 정신을 차린 김진호가 중얼거리자, 그를 업고 있던 허천도는 카토그래퍼가 지금 위치를 모르면 어쩌자는 거냐고 외쳤다. 뒤에서 크리처가 나타나 그들을 덮쳤으나, 시빌이 공격하여 둘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앞서 가던 아쉬타가 보니 닫히는 구조의 문이 있다. 이 문을 닫는다면 뒤에서 쫓아오는 크리처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시빌이 크리처들을 상대하는 동안, 셋은 문을 닫는 장치를 찾아냈다. 지금까지의 장치들 모두 잡아당겨야 작동됐으니 저 장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허천도가 램프라이터 능력을 이용하여 장치를 잡아당겼는데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진호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이 던전의 지형이 바뀌었다. 그러면 장치를 작동하는 방식도 바뀐다. 저 장치는 내려야 작동한다! 김진호는 시빌에게 (허천도가 문의 장치에 고정시킨)줄을 밟으라고 외쳤고, 시빌이 줄을 밟자 문이 닫혔다. 위험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인디스터럭터블 크리처가 문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한숨 돌렸지만, 조명 장치가 없는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천도가 조명탄을 쏘아올리자, 주변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난간 너머 바로 앞에 거신상이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일행은 모두 얼이 빠졌다. 김진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던전 그 자체가 변화했어.
저런 건 이곳엔 존재해선 안 돼.
우린 길을 잃은 거야.
우린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영입(1화~3화)[편집 | 원본 편집]

아쉬타는 호문쿨루스 시빌 나비(이하 시빌)를 창조하였다. 시빌이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랐던 그녀는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진 소원의 힘으로 시빌이 말을 할 수 있게 만들 속셈이었다. 어머니인 아딤이 반대하자,[1] 아쉬타는 떼를 쓰다시피 하며 대회 참가를 허락해달라고 간청했다.대회 참가하게 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아쉬타의 고집을 막을 수 없었던 아딤은 김진호(이하 진호)와 허천도(이하 천도)를 데려간다는 조건으로, 아쉬타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허락했다. 아딤의 말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는 진호가 우승할 운명이라고 한다.

아쉬타는 시빌과 함께 자택 카타콤을 나서, 진호와 천도를 찾아갔다. 그녀는 2등에 당첨된 로또를 미끼로 둘에게 대회에 함께 참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진호와 천도는 그녀의 거래에 응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그때 갑자기 쿵쿵거리며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담벼락이 부서지더니 조폭들이 나타나 진호와 천도를 데려가려 했다!

대회 준비(4화~13화)[편집 | 원본 편집]

시빌이 조폭들을 상대하는 동안 아쉬타는 진호와 천도에게 말을 걸었다. “가실 곳은 정하셨어요?” 진호와 천도에게 다른 길은 없었다. 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서둘러 아쉬타의 차에 탑승했다. 뒤이어 시빌도 합류했고, 일행은 무사히 차를 타고 자리를 벗어났다. 차 안에서 아쉬타는 진호, 천도와 의뢰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아쉬타와 시빌은 사람에게 태어나지 않은 자, 즉 만들어진 존재인 호문쿨루스이다. 그리고 김진호는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라는 특별한 존재다.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의 삶은 내용이 끝까지 적혀 있는 한 권의 책과 같아서, 그 존재를 엿봄으로써 미래를 계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진호는 어떤 대회에서 우승할 운명이며, 그 대회의 우승자는 소원 한 가지를 이룰 수 있는 특권을 얻게 된다. 아쉬타의 의뢰는, 천도와 진호가 아쉬타와 시빌과 팀을 맺어 그 대회에 참전하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아쉬타는 우승 특전으로 주어지는 소원의 힘으로 시빌이 말을 할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진호는 아쉬타의 말을 전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쉬타가 자신의 오른팔에 깃들어 있던 ‘악마의 왼손’ 아쉬타로스를 보여주자,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의뢰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회는 한 달 뒤에 열린다. 자택 카타콤에 도착한 후, 아쉬타는 진호와 천도에게 “대회에서 적들과 대결할 것을 대비하여 능력을 수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진호가 대회에서 우승할 운명인데, 우리가 훈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나?”라며 천도가 질문하자, 아쉬타는 쪽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 보여주었다.

아딤의 예언은 일종의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란, 대회의 결승점인 ‘데스티니 챔버’ 안에서, ‘로가텐의 돌’에 손을 얹고 서 있는 진호의 모습. 로가텐의 돌에 손을 얹고 어떤 조건에 부합되는 소원을 외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예언을 ‘진호가 대회에서 우승한다.’라고 해석한 것은 바로 그 이미지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이미지에는 진호 말고 다른 팀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는 천도와 아쉬타, 시빌이 진호와 함께 하지 못할 정도의 큰 사고를 당한다는 말이다. 아쉬타가 진호와 천도의 능력을 각성하기 위한 훈련을 계획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아쉬타는 시빌이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로가텐의 돌은 어떤 조건에 맞춰 말을 외쳐야만 소원을 들어준다. 말의 형식이 조건에 부합되지 않으면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쉬타는 ‘아쉬타의 돌이 완전해지는 것’이라고 외쳐야, 조건이 충족되어 로가텐의 돌이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카타콤에 도착하고 다음 날, 진호와 천도는 본격적인 능력 수련에 들어갔다. 적성을 테스트한 결과, 진호는 카토그래퍼 능력자이며 천도는 램프라이터 능력자로 밝혀졌다. 시빌은 디거 능력자이며, 아쉬타는 대회에서 트랩퍼 능력자로 출전할 생각이었다. 진호와 천도는 능력 각성을 위해 전투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전투 내용은 아쉬타의 크리처 스컬 나이트를 쓰러뜨리는 것. 시뮬레이션 도중 스컬 나이트가 천도를 사살하자, 진호는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카토그래퍼 능력을 각성한다. 훈련 첫날에 바로 능력을 각성했으니 이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그러나 카토그래퍼 능력은 전투능력이 없기에 더 이상의 시뮬레이션은 의미가 없다. 아쉬타는 크리처를 정지시켰다.

불청객(13화)[편집 | 원본 편집]

아쉬타는 진호에게 설명했다. 대회 출전자들은 LC라는 이름의 수정을 소지하게 되어 있다. LC를 가지고 있으면, 부상을 입더라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 다만 일정 이상의 피해를 받을 시에는 LC가 부서지게 되어 있으며, 대회에서는 소지하고 있던 LC가 부서지면 그 자리에서 탈락하게 되어 있었다. 아쉬타는 전투 시뮬레이션에 앞서 이론 수업을 할 때 이에 대해 설명했으며, 전투 시뮬레이션 때에도 진호와 천도는 이 LC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천도는 스컬 나이트의 공격을 받고도 무사했다. 그러나 진호는 수업 내내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기에, LC를 전혀 몰랐고, 그래서 천도가 정말로 죽었다고 착각했다.

진호가 방으로 돌아간 뒤, 아쉬타는 혼자 남아 전투 시뮬레이션의 리플레이를 시청했다. 그때 그녀의 아버지, 쉬타카두르가 나타났다. “거짓말을 했구나, 아쉬타. 진호에게는 가짜 LC를 주었잖니?” 쉬타카두르의 말대로다.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자는 예언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다. 진호는 대회에서 우승할 운명이고 따라서 그전에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아쉬타는 그 점을 이용하고자 일부러 진호에게 가짜 LC를 주었다. 진호는 절대 죽지 않으니, 아쉬타는 그저 그가 능력을 각성하기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쉬타카두르는 운명을 현명하게 다루었다며 아쉬타에게 감탄하면서도, 네 어머니 아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람을 믿지 못하는 거냐고 나직하게 말했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끝나고 아쉬타는 진호를 찾아갔다. 그는 자신의 카토그래퍼 능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쉬타는 그에게 카토그래퍼 능력에 대해 설명하면서카토그래퍼 능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일!!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향했다. 그런데 2층 복도에 나온 순간, 진호가 아쉬타를 불렀다. “아까부터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A란 글자와 R이란 글자가 다가오는데요? 이건 뭐에요?” A와 R은 각각 아미와 레저렉셔니스트의 약자이다. 하지만 카타콤에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는데... 아쉬타가 이상하게 여기고 있을 때 갑자기 복도의 벽이 부서지면서 크롤카가 튀어나왔다! 그는 대뜸 진호를 낚아챘고, 부서진 벽에서 이어서 발루치가 튀어나왔다. 그는 아쉬타에게 추파를 날리며 말했다.

안녕, 아쉬타. 내 사랑, 오랜만이야.
갑작스럽게 이렇게 나타나서 미안하지만...
김진호는 우리가 데려가도록 할게.
당신이 대회에 나가게 둘 수는 없거든, 절대로.

vs발루치(14화~16화)[편집 | 원본 편집]

전투 시뮬레이션을 위해 스컬 나이트를 소환하는 작업을 한 상황이었기에, 아쉬타는 현재 트랩퍼 모드였다. 그녀는 트랩퍼 능력으로 먼저 식당으로 가고 있던 시빌을 소환했다. 시빌은 바로 크롤카를 향해 달려들었고, 뒤이어 천도가 나타나 시빌에게 가세했다. 그들 셋이 한데 뒤엉켜 싸우는 동안, 아쉬타는 발루치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무 조각으로 발루치를 공격했으나, 발루치는 어렵지 않게 나무 조각을 잡아챘다.[2] 알고 보니 진호가 살던 곳에 들이닥쳤던 조폭들도 발루치가 고용한 자들이었다. 그는 아쉬타가 대회에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조폭들의 힘을 빌려 진호의 신병을 확보해두려 한 것이었다.

한편 천도와 시빌 쪽은 전황이 불리하게 흐르고 있었다. 천도는 능력을 아직 각성하지 못했고 시빌은 한 명분의 전투능력을 지닌 디거였지만, 크롤카는 두 명분의 전투능력을 지닌 아미였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천도가 극적으로 램프라이터 능력을 각성하면서 셋의 전투는 난전으로 변했고, 크롤카가 천도에게 주의가 쏠린 틈에 시빌이 그의 팔을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크롤카가 일격을 맞자, 별안간 발루치는 싸움을 포기하고 지니고 있던 카트릿지를 던졌다. 그러자 카트릿지에서 푸른 머리의 소녀가 소환되었다. 그녀가 카트릿지를 크롤카에게 던지자, 카트릿지에 깃들어 있던 포인트무버 능력에 의해 크롤카는 사라져 버렸다. 소녀는 이어서 발루치와 진호에게 카트릿지를 던졌다. 아쉬타는 진호가 납치당하는 것을 막고자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진호 쪽으로 던졌다. 그리하여 카트릿지의 힘에 의해 발루치와 나무 조각(...)이 사라지고, 뒤이어 소녀도 카트릿지를 사용하여 그곳에서 벗어났다.

싸움은 끝났지만, 진호는 의식을 잃은 채 깨어나질 않았다. 아쉬타가 보니, 크롤카의 팔 때문인 것 같았다. 진호의 몸 상태를 진단해보니, 그가 정신을 차리는 건 빨라도 대회가 시작될 쯤일 듯하다. 아쉬타는 천도에게 진호의 일을 사과했다.

...천도씨.. 대회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신다고 해도 로또는 드리겠습니다.
아쉬타씨, 사실 우린 이런 초능력이나 이상한 대회 같은 거에 어울릴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가끔 쉴 때 만화책이나 게임하면서 시간 때우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신비한 모험이나 위험천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죠.
이런 종류의 싸움은 솔직히 제 알 바가 아니라구요. 제 말 아시죠?
네.. 이해해요.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그 싸움에 관계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부터 저희의 도움을 바라신다면 알고 계시는 걸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말해주십시오.

대회(17화~26화)[편집 | 원본 편집]

시간은 흘러 대회 날이 되었다. 진호는 끝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천도와 아쉬타, 시빌은 진호를 남겨두고 셋이서 대회에 출전했다. 이는 아딤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진호는 오지 않았다. 선두와의 격차도 너무 벌어져 있다. 상황은 갈수록 아쉬타 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원래 아쉬타 팀의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진호는 카토그래퍼 능력으로 결승점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을 찾는다. 시빌은 디거 능력으로 길을 막고 있는 크리처들을 물리친다. 천도는 램프라이터 능력으로 길을 밝혀, 팀이 제약 없이 길을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아쉬타는 트랩퍼 능력으로 길목마다 크리처를 만들어, 다른 팀의 추격을 저지한다. 그러나 선두를 뺏긴 것은 물론이고, 진호를 두고 출전하게 된 탓에, 기존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한 팀 구성상 전투에 매우 불리했다. 그래서 아쉬타 팀은 진호와 합류할 때까지 다른 팀을 피해, 개방되어 있지 않은 통로만을 골라(다른 이들이 지나가지 않았다는 의미이므로) 이동했다. 그렇게 길을 나아가던 중, 한 팀이 뒤에서 기습을 해왔다. 로췌파즈 스님, 그리고 39였다. 로췌는 아쉬타를 비웃다가 발루치의 전언이라며 말했다. “당장 대회를 포기하고 돌아가. 이 대회에 널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러나 아쉬타는 시빌이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고, 그 소원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아쉬타는 물러설 수 없다며, 천도의 등에 손을 댔다. 39가 아쉬타의 행동을 눈치채자, 아쉬타는 바로 시빌과 함께 후퇴했다. 천도만을 홀로 남겨둔 채로...

대회에 출전하고 아쉬타 팀이 세운 또 다른 전략. 그건 바로 다른 팀과 마주쳤으며 승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한 명이 미끼로 남아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빌은 천도를 그냥 두고 갈 수 없는 눈치였다. 그녀는 아쉬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천도에게로 돌아갔다. 시빌이 아쉬타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쉬타 역시 도망칠 생각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 그녀도 시빌의 뒤를 따라 다시 천도에게로 돌아갔다. 그녀는 손에 크리처를 소환하는 붉은 수정을 들고 있었다.

트랩퍼의 크리처는 특정 지점에서만 움직일 수 있으며, 소환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쉬타는 도망치기 전 천도의 등에 트랩퍼 능력을 걸어두었다. 상대 팀은 몰랐지만 크리처의 소환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곧 천도의 등에서 스컬 나이트가 튀어나왔고,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아쉬타 팀은 간신히 로췌 팀을 물리쳤다.

아딤의 계약(27화)[편집 | 원본 편집]

아쉬타 팀은 다시 길을 나아갔다. 천도는 파즈 스님의 말이 신경쓰이는 눈치였다. 실제로 비밀 조직들 중에는 아쉬타로스가 지닌 무한의 에너지를 탐내는 이들이 있었다. 게다가 파즈 스님은 불망계를 서원한[3] 불제자이니,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대회에 아쉬타의 힘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쉬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아쉬타로스의 힘이 대회에서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 힘을 노리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회의 관리자인 아쉬타의 아버지는 대회에서 능력이 제한되지 않기에 누구도 그와 대적할 수 없다. 아쉬타로스를 노리는 자가 누구든, 대회에서 아쉬타를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아쉬타의 설명을 듣고 천도는 안심했다. 아쉬타가 대회에서 안전하리라 확신한 것이다. 그러나 아쉬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아쉬타로스를 소유할 권리가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이 그녀가 한 말의 본뜻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운명을 자신보다 정확하게 예견하는 것을 의심하셨어.
나의 어머니 아딤이 ‘운명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버린다고’ 생각했지.
아버지의 의심이 점점 심해지자 어머니는 한 가지 제안을 내셨지.
두 분이 힘을 합쳐 아버지가 그릇(vessel)을 만들고,
그 안에 어머니의 힘의 일부를 쪼개서 집어넣으셨지.
그리고 이런 조건을 거셨어.
자신이 만일 운명을 멋대로 조종하는 증거를 아버지가 가지게 되면,
어머니는 그릇에 넣어둔 힘을 포기하기로 하신 거야.
그리고 그 그릇은 바로 나야.
운명을 조종했는지 안 했는지는 어떻게 알아?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맞아, 그게 아버지 주장의 난점이야.
아무리 정밀하게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예상은 할 수 있어도 증명을 할 순 없거든.
물잔이 움직이는 게 운명이란 말을 듣고 물잔을 안 움직이면,
사실 물잔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운명이었던 거니까.
너로서는 만일 아버님이 증거를 발견하게 되면, 힘이 제한되는 이 대회는 위험하잖아.
너 스스로 지킬 수도 없고..
아버지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상황은 똑같아.
그리고 반복하는 것 같지만, 운명이 바뀌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해.[4]

28화~29화[편집 | 원본 편집]

합류[편집 | 원본 편집]

한참 길을 나아가던 중, 아쉬타 팀은 진호와 마주쳤다. 그는 한가하게 배낭에 걸터앉아 쉬고 있었다. 진호는 “대회에 들어오니까 아쉬타의 아버지가 자신을 여기에 데려다 놓았다.”고 말했다. 진호의 말을 듣고 아쉬타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시빌이 그 모습을 보고 걱정하자, 아쉬타는 별일 아니라고 말하며 그녀를 다독였다. 일행은 계속해서 길을 나아갔다...

결승점[편집 | 원본 편집]

마침내 아쉬타 팀은 결승점에 도착했다. 데스티니 챔버 입구 앞에는 쉬타카두르가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쉬타카두르와 아쉬타는 다른 이들 몰래 전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여기까지 도달했구나, 아쉬타. 차라리 이곳까지 오지 못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딤과의 계약을 이행해야 할 때가 왔다.
진호와 만난 시점에서 이미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발루치가 저택에 온 날 아버지도 오셨던 것을 우연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진호씨를 도왔다는 것도..
만일 대회 상에서 제 앞에 나타나셨다면 증거를 찾으셨단 거겠지요..
다른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단다. 정말로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 생명을 빼앗는 방법밖에 없구나...
아니요, 아버지. 저에게 생명을 주셨던 것으로 전 감사하고 있습니다.
네가 사라질 것을 안다면 저들은 나에게 대항할 것이다.
무력으로 저들을 굴복시키고 싶지는 않구나.. 대신 설득해주겠니?
아니요. 제가 저들을 속이겠습니다.
네가 사라지더라도, 저들이 있으니 너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이다.
네.. 저들은 소원의 ‘조건’을 모르니 다른 소원을 빌 수 없겠지요.
왜.. 저항조차 하지 않은 채 받아들이는 것이냐...
언젠가는 아버지가 증거를 찾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 사라지게 될 테고..
그 전에 외톨이가 될 시빌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이루었으니, 저의 역할에 망설임은 없습니다.
망설임이 없다면 눈물은 흐르지 않을 것이다, 나의 딸이여..

아쉬타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쉬타카두르와 함께 셋에게 거짓말을 했다. 쉬타카두르는 “대회 규칙 상 데스티니 챔버에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원의 유혹이란 무서운 것이니 아쉬타 본인이 소원을 비는 게 좋지 않겠냐면서 아쉬타만 들어오게 했다. 진호가 “아쉬타가 알려준 미래와 다르다.”며 의아해하자, 이번에는 아쉬타가 그럴 듯하게 설명하여 그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아쉬타는 애써 눈물을 감추고 표정을 유지한 채, 셋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고, 데스티니 챔버로 향했다. 그때 진호가 갑자기 아쉬타를 붙들었다. “아쉬타씨,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확실히 설명하기 전까진 못 가.”

처음 만났을 때 아쉬타는 아딤의 예언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진호가 홀로 로가텐의 돌에 손을 얹고 있는’ 그 모습을, 아쉬타는 “대회 중 다른 팀원들이, 진호와 함께 있지 못할 수준의 어떤 사고를 당한다.”라고 해석했다. 즉, 데스티니 챔버에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5] 천도야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아쉬타와 시빌과 함께 보냈고 자연히 그 말도 잊어버렸지만, 줄곧 잠들어 있던 진호에게 이때의 일은 엊그제 겪은 것과 같았다. 진호는 쉬타카두르와 아쉬타를 추궁했고, 수상함을 느낀 천도와 시빌도 쉬타카두르를 경계하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당황한 아쉬타는 오해라며 그들을 말리려 했지만, 쉬타카두르는 단념하고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아쉬타는 기절해버렸다...

각주

  1. 대회에서는 밸런스를 위해 참가자들의 힘을 제한시킨다. 그러므로 아쉬타가 대회에 참전하게 되면, 아쉬타로스가 지닌 무한의 힘 역시 축소된다. 따라서 아쉬타로스의 힘을 노리는 자들이 아쉬타를 노리고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아딤이 염려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2. 설정 상으로는 호문쿨루스인 아쉬타가 인간인 발루치보다 완력이 더 월등해야 한다. 그러나 카타콤은 대회의 규칙이 적용되는 곳이고, 아쉬타와 발루치 둘 모두 전투능력이 없는 능력자였기에(아쉬타는 트랩퍼, 발루치는 레저렉셔니스트), 규칙에 의해 둘의 힘은 비슷하게 조정되어 있었다. 발루치가 아쉬타의 나무 조각을 간단히 붙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3. 계(戒)란, 불교에서 지키는 일종의 율법이다. 불망계는 재가인(출가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오계 중 하나이다.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서원한다’는 것은 맹세한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4. 그런데 아쉬타가 이 말을 하는 시점(1기 27화)의 장소는 1기 프롤로그의 장소와 동일하다. 그리고 1기 27화와 1기 프롤로그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아딤이 운명을 조종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5.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 다른 팀원이 사고를 당할 거라고 확신할 근거가 없다. 그냥 아무 일 없이 순탄하게 진행한 결과 일어난 미래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쉬타는 반드시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따라서 데스티니 챔버에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규칙이 거짓임을 간파한 것이다. 작중 설정으로도, 데스티니 챔버에는 한 팀만이 들어갈 수 있지,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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