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수학

현대식 교실을 살펴보자. 교사가 묻는다. "왜 2+3=3+2인가요?"

학생들이 주저하지 않고 답한다. "왜냐 하면 둘 다 5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아니요, 정답은 덧셈교환법칙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한다. "왜 9+2=11인가요?"가 교사의 다음 질문이다.

학생들은 다시 지체없이 말한다. "9 더하기 1은 10이고 10 더하기 1은 11이기 때문입니다."

"틀렸어요." 교사가 소리친다. "정답은 2의 정의에 의해

9+2=9+(1+1)

인데, 덧셈의 결합법칙이 성립하기 때문에

9+(1+1)=(9+1)+1
입니다. 이제 10의 정의에 의해 9+1이 10이고 11의 정의에 의해 10+1이 11이 되는 것입니다."
— Morrris Kline (1973). Why Johnny can't add: The failure of the New Math. p. 1.

뭐가 다른 거지?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1]

1960년대에 편찬된 새수학 안내서.

새수학(영어: New Math)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까지 지속된 수학교육 개혁 운동이다.

배경[편집 | 원본 편집]

20세기 전반 초등수학교육의 주류는 존 듀이를 중심으로 한 진보주의 교육이었다. 진보주의 교육은 고등학교에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그들의 전문 분야에 특화된 교사들이 진보주의 운동에서 비롯된 홀리스틱 교육을 위해 자신들의 과목을 포기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2] 이렇게 되자 진보주의 교육이 진행되던 20세기 전반 미국 고등학교에서 대수와 기하 과목의 수강비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대수와 기하 과목의 수강 비율[2]
학년 대수 기하
1909-1910 56.9% 38.9%
1914-1915 48.8% 26.5%
1921-1922 40.2% 22.7%
1927-1928 35.2% 19.8%
1933-1934 30.4% 17.1%
1948-1949 26.8% 12.8%
1952-1953 24.6% 11.6%
1954-1955 24.8% 11.4%

진보주의 교육은 1950년대부터는 교육과정에 대한 결함이 거세게 비판을 받으며 퇴조해갔다.[3] 한편 수학교육 체제를 개편하자는 논의는 1930-40년대에 이미 존재했으며, 1950년대 초반에 대학 수학자들에 의해 수학 프로젝트가 다수 출범하였다.[4] 1957년 10월소련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렸고 미국은 자신들이 과학기술의 우위를 잃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5] 1958년 LIF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론이 가장 중요시하는 문제는 "인플레이션, 전쟁 회피, 차별"에서 "방어경쟁에서 소련을 따라잡는 것, 그리고 뛰어난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으로 바뀌었다.[5]

새수학이 전세계로 퍼진 원인으로는 다음이 거론된다:[6]

진행 과정[편집 | 원본 편집]

1950년대에 다수의 새수학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는데, 이들 대부분은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중 주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의 숫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연도를 나타낸다.[4]

  • 학교수학 일리노이 대학 위원회(University of Illinois Committee on School Mathematics, UICSM) (1951)
  • 매릴랜드 대학교 수학 프로젝트(University of Maryland Mathematics Project) (1957)
  • 칼리지보드 수학위원회(Commission on Mathematics of the College Entrance Examination Board) (1959)
  • 학교수학연구그룹(School Mathematics Study Group, SMSG) (1958)
  • 대 클리브랜드 수학 프로젝트(Greater Cleveland Mathematics Project) (1959)
  • 매디슨 프로젝트(Madison Project) (1957)
  • 종합 학교수학 프로젝트(Comprehensive School Mathematics Project) (1963)

교수 내용의 변화[편집 | 원본 편집]

UICSM의 교육과정에서는 명료한 언어와 기본적인 개념의 주의깊고 빈틈없는 설명을 강조하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수는 무엇일까? 변수는 무엇일까? 함수는 무엇일까? ...

그러나 UICSM은 전통 수학교재들이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고 보았다. UICSM이 강조한 것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숫자의 구별이다. 수는 일종의 추상적인 개념이고, 숫자는 수를 표현하는 기호다. 가령 3과 '셋'은 같은 수를 나타내는 다른 숫자다. 수학에서 수는 주요 관심분야지만 숫자는 그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그러나 전통 초등수학교육은 숫자의 조작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기성 교육은 주어진 연산을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양산할 수 있지만 정작 수치 자료가 주어졌을 때 연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UICSM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7]

1959년 칼리지보드 수학위원회는 보고서를 내어 시대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8]

위원회의 주요 제안은 다음 아홉 가지 주장으로 윤곽을 드러낸다.

  1. 개념과 기능 양면으로, 미적분학해석기하학의 단계에 이르는 대학수학에 대한 확고한 준비
  2. 대수와 기하에서 연역추론의 본질과 역할 이해하기
  3. 수학적 구조("패턴")의 참된 인식—예를 들어, 자연수, 유리수, 실수, 복소수의 성질
  4. 일관된 개념(집합, 변수, 함수, 관계)를 신중하게 사용하기
  5. 부등식을 방정식과 함께 다루기
  6. 좌표·평면기하와, 입체기하 및 공간지각의 기초의 결합
  7. 11학년에서 삼각법 도입—좌표, 벡터, 복소수를 중심으로
  8. 12학년에서 초등"함수" 강조 (다항함수, 지수함수, 삼각함수)
  9. 12학년을 위한 추가적인 대안 단위 추천: 통계 활용이 있는 확률론 도입 또는 현대대수학 도입
— Program for college preparatory mathematics, pp.33-34
1964년 SMSG에서 출간한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1959년 프랑스 로야몽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장 듀도네(Jean Dieudonné)는 유클리드 기하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그 대신 현대수학의 내용을 도입하며, 수학 이론에 공리적으로 접근할 것과 논리적 추론의 엄밀성을 중시할 것을 강조하였다.[6][9]

유클리드는 꺼져라! (Euclid must go!)
— J. Dieudonné (1959), New Thinking in School Mathematics, p.35

SMSG의 실험교과서[편집 | 원본 편집]

SMSG에서는 실험적인 수학교과서를 만들어 퍼블릭 도메인으로 배포하였는데, 이때 집합 개념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여러 면에서 혁신을 시도했다.[10][11] 1959년에 SMSG에서 출간한 7-12학년 수학 교과서는 1959-1960학년도에 약 2만 6천 명의 학생이 사용했다.[7]

영향[편집 | 원본 편집]

비판[편집 | 원본 편집]

1962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수학자 64명은 새수학을 주도하는 수학자들이 무의식 중에 모든 어린이들이 수학자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거나 장차 전문 수학자가 될 사람들만 교육받을 가치가 있다고 가정하는 게 아니냐며 비난했다.[12] 1965년 리처드 파인만은 새수학은 쓸데없을 정도로 엄밀함을 추구하며 또한 많은 정의가 나오는데 정작 새로운 사실이 없다고 비난했다.[13] 1973년 모리스 클라인은 그의 저서 Why Johnny Can't Add: The Failure of the New Math에서 엄청난 자원이 새수학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되었지만 전통 수학교육의 결점을 고치는 데 실패했으며, 새수학이 단지 수학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6] 또한 1964년 FIMS(First International Mathematics Study)에서 연구에 참가한 국가 중 미국은 최하위였으며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음을 근거로 새수학이 미국의 낮은 수학 성취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비난 또한 존재한다. 다만 이 시기에 연구에 참여한 미국학생들 대다수는 전통수학으로 가르침을 받았으므로 비난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반박이 존재한다.[14]

새수학에 대한 비판으로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Basic) 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대한민국과 새수학[편집 | 원본 편집]

새수학 운동이 대한민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였고 1963년제2차 교육과정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주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1969년에 미국, 캐나다, 일본의 교육을 시찰한 김치영 외 6인이 소개했다. 이들은 SMSG의 수학교과서를 소개하면서 대한민국 수학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였으며, 이들의 제안이 1973년 제3차 교육과정에 대폭 반영되었다.[15] 집합을 토대로 수학 내용을 전개하였으며, 수학적 구조와 엄밀성을 강조하였다. 6, 70년대에 임용되신 수학 선생님 만나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안 계시겠지... 제3차 교육과정의 국민학교 1학년 과정의 일부를 잠깐 보자.

(1) 수
(가) 낱낱의 사물을 묶는 조작을 통하여 집합을 알아보고, 크기가 같은 두 집합을 비교하기
집합의 원소를 알아보기
② 원소의 개수가 같은 두 집합을 일대일 대응에 의하여 비교하기
...
(2) 연산
...
② 기초적인 덧셈교환법칙을 알아보기
③ 기초적인 덧셈의 결합법칙을 알아보기
— 제3차 교육과정 국민학교 교육과정(1973.02)

일부만 뽑았는데 이 정도다. 제3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 검·인정제가 시행되고 있었으나, 제3차 교육과정에서는 단일 국정 교과서로 바뀌었다. 이때 교과서는 불과 1개월 만에 완성되었고 심사 기간은 15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내용이나 체계가 부실하다는 의심을 피해갈 수 없었다.
  • 제3차 교육과정에서 새수학이 도입될 때는 이미 세계적으로 비판이 거세질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제3차 교육과정은 새수학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수학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새수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15]

같이 보기[편집 | 원본 편집]

외부 링크[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참고로 한국에서 2007 교육과정까지는 항등원까지 끼어있었다. 항등원이란, 무엇을 어떤 연산에 넣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사칙연산에서의 0과 벡터에서의 영벡터를 들 수 있다.
  2. 2.0 2.1 Valente, Evandro R., "Mathematics Curriculum Coaching and Elementary School Students’ Mathematics Achievement in a Northeast Tennessee School System" (2013). Electronic Theses and Dissertations. Paper 1783.
  3. 朴州信 (1999). 「브루너(J. S. Bruner)의 교육사상 연구」. 『교육문화연구』, 5, pp.403-435.
  4. 4.0 4.1 Walmsley, A. L. E. (2003). A history of the new mathematics movement and its relationship with current mathematical reform. University Press of America.
  5. 5.0 5.1 Ready, Patricia M (1992). The Diffusion of New Math.
  6. 6.0 6.1 6.2 김연식 외 3명 (1995). 수학교육학 용어 해설 (2). 대한수학교육학회 논문집. 제5권 제1호. pp. 243-256.
  7. 7.0 7.1 Hayden, R. W. (1981). A history of the" new math" movement in the United States.
  8. Commission on Mathematics (1959). Program for college preparatory mathematics
  9. J. Dieudonné (1959). New Thinking in School Mathematics. 2015년 5월 26일에 확인.
  10. Ralph A. Raimi (1995.10.22). Whatever Happened to the New Math?. 2015년 5월 16일에 확인.
  11. 여기에서 SMSG에서 만든 교과서를 찾아 제한 없이 다운로드할 수 있다.
  12. "On the Curriculum of the High School". The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Vol. 69, No. 3 (Mar., 1962), pp. 189-193.
  13. Feynman, R. P. (1965). New textbooks for the "new" mathematics. Engineering and Science, 28(6), 9-15.
  14. Willoughby, S. S. (1990). Mathematics Education for a Changing World. 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 1250 N. Pitt Street, Alexandria, VA 22314-1403.
  15. 15.0 15.1 한태식 (1999.7). 수학교육 개혁 운동과 우리나라 수학 교육과정. 『수학교육학연구』, 9(1),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