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

상춘곡(賞春哭)은 조선 전기의 문신인 정극인이 지은 시이다. 이 시는 최초의 가사 형식을 갖춘 시로 평가받는다. 상춘이라는 말은 "을 기념하다"라는 뜻이다.[1] 출전 불우헌집.

교과과정에서[편집 | 원본 편집]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의 국어2에서는 기본적으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 수학 익힘책마냥 워크북 비슷한 걸 나눠주면 높은 확률로 출몰하는 고난이도의 시이다. 또한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거의 100% 등장한다. 시도 시지만 최초의 가사 문학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렇다.[2] 그러므로 읽어두면 매우 좋다. 실상 처음 맞닥들이고서 해석을 완벽히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모의고사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자주 그 위용을 뽐낸다.

원문과 해석본[편집 | 원본 편집]

정확히 말하면 원문은 아니다. 중세 국어 표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현대식 한글로 중세 국어의 문자들을 바꾸었다.

원문 해석본
1행 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2행 녯 사람 풍류를 미칠가 못 미칠까. 옛 사람의 풍류를 따르겠는가, 못 따를까
3행 천지간(天地間) 남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 나만한 사람이 많지마는
4행 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 산림에 묻혀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5행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6행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되여셔라. 소나무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주인이 되어 있도다.
7행 엊그제 겨을 지나 새 봄이 도라오니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8행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9행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 푸른 버드나무와 향기로운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푸르도다.
10행 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로 잘라냈는가? 으로 그려내었는가?
11행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12행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숲 속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로다.
13행 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물아일체이거늘, 흥이야 다르겠는가
14행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사립문 주변을 걸어보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15행 소요음영(逍遙吟詠)하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이리저리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보며,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16행 한중진미(閑中眞味)를 알 니 업시 호재로다.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
17행 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18행 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풀을 밟는 것은 오늘하고,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19행 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하세.
20행 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이제 막 다 쪄서 익은 술을 뿌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21행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22행 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23행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히 담기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24행 준중(樽中)이 뷔엿거든 날다려 알외여라.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25행 소동(小童) 아해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지를 물어서
26행 얼운은 막대 집고, 아해는 술을 메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27행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의 호자 안자,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28행 명사(明沙) 조한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를 굽어 보니, 맑은 모래 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29행 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30행 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메이 긘 거인고.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 ?
31행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를 부치 들고,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붙들고
32행 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산봉우리 위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33행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려 잇네.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34행 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재폇는 듯, 안개노을과 빛나는 햇살은 수 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구나
35행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할샤. 엊그제까지 거뭇거뭇하던 들판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36행 공명(功名)도 날 끠우고, 부귀(富貴)도 날 끠우니, 명예와 부귀도 나를 꺼리니
37행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맑은 바람과 밝은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38행 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헛된 생각을 아니 하네.
39행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읽을 때[편집 | 원본 편집]

  • 운율은 가사 문학의 특징을 따라 4음보의 율격을 가진다. 또한 종장이 3.5.4.4자로 끝난다는 것, 분명 형식은 운율이 있는 운문이지만 모양새가 산문에 가깝다는 것에서도 가사 문학의 특징을 알 수 있다.
  • 자연친화적인 소박한 삶을 꿈꾸는 시로, 시에 등장하는 단표누항이라는 사자성어와 뜻이 일맥상통한다.
  • 반어법 비슷한 표현이나 현재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이 많다. 주의하면서 읽자.
  • 원문은 중세 국어로 쓰였다. 많이 나오는 단어는 암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중요한 내용[편집 | 원본 편집]

실제로 생긴 건 산문이어서 행의 구분은 없다시피 하지만 위의 3번 항목을 기준으로 하였다.

  • 5행과 6행 : "수간모옥"은 '몇 칸 초가집', "울울리"는 우거진 속
  • 8행과 9행 : 도화 행화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다. 이 꽃들은 노을에 빛나고 풀들이 가는 비가 내려 더 푸르게 보인다. 자연을 예찬하는 구절이다.
  • 10행과 11행 : "조화신"은 조물주이고, "헌사랍다"는 야단스럽다는 뜻이다. 헌사랍다는 표현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즉 조물주가 칼인지 붓인지 모를 것으로 이 풍경을 만들었더니 야단스러웠다, 즉 아름다웠다는 뜻이다.
  • 12행과 13행 : 수풀에 우는 새가 봄 기운을 못 이기고 교태부린다는 것은 사실 화자의 감정이다. 즉, 화자는 새에게 감정이입을 하였고 새는 화자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13행의 물아일체란 표현이 자연에 친화적이란 주제를 나타내는 주제어이다.
  • 14행과 15행, 16행 : 소요음영이라는 시어는 천천히 거닐며 나직이 읊조린다는 뜻이고, 27행의 미음완보라는 시어와 동의어이다. 16행에 훼이크가 있는데, 여기서 화자의 심리고독이 아니다. 한중진미, 즉 한가한 가운데 진짜 의미를 안다, 즉 좋은 걸 혼자 가졌다 이건 외로운 감정이 아니다.[3]
  • 17행과 18행, 19행 : 이웃들에게 산수를 구경 가자는 건 예의상 혹은 관습적으로 하는 말이다. 쉽게 얘기해서 자랑이다. 화자는 풀 밟고, 시냇물에 목욕하고, 산에서 나물 캐고, 낚시를 하자고 말한다. 이 시에서 자연친화적인 행동들이 긍정적으로 묘사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늘 하루 종일 외식하고 쇼핑했단 얘기랑 비슷하다. 즉, 다시 말하지만 자랑이다.--자랑친화적인 시--
  • 20행과 21행 : --자연친화적인 시의 공식 : 취해서 풍류 즐기기-- 갓 발효가 다 된 술을 대충 엮은 천으로 급하게 걸러내서 벌컥벌컥 마신다는 것이다. 보통 막걸리를 거를 때는 건더기가 같이 떨어지지 않도록 팽팽한 천으로 걸러내는데, 화자는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꽃나무 가지를 꺾는다는 것은 자신이 몇 잔을 마셨는지 센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면 알코올 중독이지만 결국 시에서는 술=풍류다. --풍류운전-- "수 노코"는 수학의 그 인 것이다.
  • 22행과 23행 : 선선한 바람이 강을 건너오니, 취했다는 뜻이다.--왜죠-- 청향과 낙홍이 언급되는 구절의 뜻은 13행의 물아일체이다. 자연과 하나 되었단 것이다.
  • 24행과 25행, 26행 : 술동이가 비자 하인을 부른다. 소동의 "아이 동" 때문에 아이로 착각하기 쉽다.--그럼 아동학대잖아-- 어른은 화자 자신을 일컫는다.
  • 27행과 28행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미음완보소요음영과 같은 뜻을 가진다. 적적히 거닐면서 읊는 것이다. "조한"이라는 구절에서 중세 국어의 "둏다"와 "좋다"를 구분해야 한다. "둏다"는 오늘날의 "좋다"라는 뜻이고, "좋다"는 오늘날의 "깨끗하다"라는 뜻이다. 즉 이 시에서 좋은 물이란 것은 깨끗한 물이다. 의미에 조심하자.
  • 29행과 30행 : 화자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무릉도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드디어 다 취했다.-- 그러므로 무릉도원을 찾고 있다는 선지가 있다면 틀린 선지가 된다. 도화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복숭아꽃이다.
  • 31행과 32행, 33행 : 꽃을 들고 와서 촌락들을 내려다본다. 세속과의 단절감을 나타내고 있다.
  • 34행과 35행 : "연하일휘'는 아름다운 자연을 뜻한다. 또한 "금수"는 애국가의 금수강산과 같은 비단으로 수 놓았단 뜻이다. 으로 수 놓은 것이 절대로 아니다.
  • 36행과 37행 : 원래 "끠우다"의 ㄲ은 ㅅㄱ이 붙은 겹자음의 형태로 되어 있음에 유의한다. "끠우다"는 "꺼리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부귀영화가 화자를 꺼린다고 묘사된 구절은 본래 화자가 부귀와 명예를 꺼리는 것을 주객전도한 부분이다.
  • 38행과 39행 : 단표누항은 소박한 생활을 뜻하는 사자성어이다. "흣튼 혜음"은 헛된 생각을 뜻하는데, 이 시에서는 35행의 부귀와 공명과 뜻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8행에서 우리는 화자의 안분지족하는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각주

  1. 간혹 뉴스를 보면 봄에 꽃구경 온 사람들을 "상춘객"이라고 하는데, 이 시에서 유래된 말이다.
  2. 고려 말의 서왕가가 최초라는 설이 있다.
  3. 좋은 거 가져놓고 염장을 지르는 대목이라고 봐도 좋다. 전용기 타고 가면서 혼자 타고 가니 쓸쓸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