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전투차

보병전투차(步兵戰鬪車)는 병력수송 장갑차의 화력과 방호력을 강화한 군용 차량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IFV(Infantry Fighting Vehicle)이라 부르며 병력수송 장갑차의 약자인 APC(Armored Personal Carrier)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개념의 전투차량으로 분류한다.

개념[편집 | 원본 편집]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각국은 기계화 부대 육성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였다. 특히 냉전의 최전선이나 다름 없었던 유럽 본토는 소련이 대규모 기갑을 밀고 들어오기에 적합한 평지가 많은 지형 특성상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 양측은 기갑전력 육성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보병전투차의 시조새, BMP-1

본격적으로 보병전투차라는 개념이 접목된 차량은 소련이 제작한 BMP-1이다. 여기서 BMP라는 명칭 자체가 Boyevaya Mashina Pekhoty 1(Боевая Машина Пехоты 1, БМП-1)으로, 번역하면 보병전투차였다. BMP-1이 등장한 1966년 이후, 나토와 미국은 이러한 개념의 전투차량이 등장한 것에 대하여 많은 충격을 받았고, 단순히 병력을 전장으로 퍼나르는 장갑차 수준으로는 현대적인 기갑전에서 전차를 보호할 보병의 생존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속속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보병전투차 제작에 돌입하게 되었다. 당시 BMP-1은 기존 장갑차의 개념을 완전히 갈아엎는 수준의 강력한 무장인 73mm 저압포는 물론이고 심지어 전차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9M14 말륫카(나토 코드명 AT-3 새거)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였다. 이는 아군 전차가 BMP의 존재를 간과할 수 없게 되어[1] 기갑 운용 교리가 상당히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현대적인 의미의 보병전투차는 BMP-1의 제원을 충실히 따르면서 각 국가마다 장갑이나 무장을 강화시키면서 발전시켜 제작한 전투 차량을 의미한다. 보병전투차가 등장하면서 공수용 경전차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경전차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현대적인 기갑 부대는 대부분 전투의 주력을 담당하는 주력전차(MBT)와 보병전투차 조합을 갖춘 기계화보병으로 개편되었다.

특징[편집 | 원본 편집]

기존 병력수송 장갑차(APC)와 비교하여 보병전투차의 특징은 크게 다음과 같다.

  • 화력
    기존 장갑차가 기껏해야 중기관총 수준의 자위적인 방어수단을 갖추는 반면, 보병전투차는 20~30mm 이상의 대구경 기관포[2] 혹은 그보다 더 큰 구경의 저압포[3]를 갖추며, 이러한 주무장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포탑을 갖추는 형상을 취한다. 물론 주무장 외에 장갑차에 장비하는 중기관총이나 다목적 기관총은 부무장 혹은 동축기관총 등으로 갖추기 때문에 화력면에서 APC는 상대가 되질 않는다.
    또한 BMP-1 개념을 받아들여 제작된 보병전투차는 대전차 미사일도 장비하는 것이 기본적인 제원으로 자리잡았고, BMP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필요시 미사일을 외부 발사대에 장착하여 발사하는 방식을, 미국을 위시한 서방권 보병전투차는 별도의 대전차 미사일 발사관을 주포 측면에 탑재하여 내부에서 조작하는 형태로 세부적인 사양이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대전차 미사일을 장비하여 전차에 대한 견제능력은 갖추는 편이다. 또한 단순히 전차전을 상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적이 요새화된 건물 혹은 벙커같은 시설에 짱박혀서 진로를 방해하는 경우에 대전차 미사일을 날려 손쉽게 방해물을 제거할 수 있는 전술적 이점도 발휘할 수 있다.
  • 방호력
    대부분의 보병전투차는 중기관총 수준(12.7~14.5mm)의 총탄은 방호할 수 있는 장갑판을 갖춘다. 물론 BMP-1처럼 등장시기가 이른 초창기 모델들은 전면에 한해 증강된 방호력을 갖추는 수준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측면과 후면 장갑판이 강화된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근래에 제작되는 보병전투차는 전면 20~30mm 수준, 측후면은 중기관총 수준의 공격을 방호할 수 있는 장갑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가전 등 적 보병의 매복과 기습을 상정하여 탈부착이 가능한 슬랫아머 및 대전차 로켓 등으로부터 추가적인 방호력을 얻기 위하여 반응장갑을 증설하는 경우도 많고, 최신 모델은 아예 능동방호장치(APS)를 갖춰서 날아오는 투사체를 요격해버리는 수준으로 방호력을 끌어 올린 장비들도 등장했다.
  • 기동성
    APC와 마찬가지로 보병전투차도 크게 궤도식과 차륜식으로 나뉜다. 궤도식은 주로 전차와 합을 맞추는 기계화보병용 장비로 제작되는 편이며 전차와 동일한 수준의 기동력을 갖추기 위하여 강화된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계통이 APC보다 월등히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화력과 방호력을 증강한다는 것은 APC보다 보병전투차의 중량이 더 무겁다는 의미가 되므로 필연적으로 고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출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 궤도식은 험지 주행능력과 고중량을 버틸 수 있는 차대와 결합되기 때문에 차륜식보다 훨씬 강력한 화력과 방호력을 갖추는 것으로 여겨지나, 차량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륜식도 궤도식 못지않은 야지 기동성을 보여줄 수 있고, 운영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장점 및 수송기를 통한 신속한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주력 장비로 채택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의 BRT 계열중 후기형인 BTR-90이 대표적인 예. 또한 러시아는 아예 궤도식 보병전투차를 낙하산에 매달아 공수하는 위엄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여기에 최적화된 모델이 BMD 시리즈이다.

세계 각국의 보병전투차[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기존 교리에서 장갑차는 전차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어 전장에서 조우하더라도 전차가 장갑차를 상대로 일방적인 학살이 가능하다는 개념을 가졌던 시기였다.
  2. K21 보병전투차에는 40mm 기관포가 장비되어 있으며 탄종 중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 있어 장갑차와의 전투 역시 상정하고 있다.
  3. 전차나 화포처럼 강력한 화력을 발휘하는 고압포는 포신의 길이도 길어야하고 강한 반동을 상쇄하는 육중한 주퇴복좌기 등 설비가 복잡하고 거대해지는데, 이런 물건을 장갑차 차대에 장착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형태가 되며 보병을 수송하는 공간 자체가 크게 제한되어 현실적이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