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기

  • 無線呼出機 / Pager

개요[편집 | 원본 편집]

기지국에서 무선으로 단문 정보를 받아오는 단방향 통신수단. 기기 알림음을 본따 “삐삐(Beeper)”라고 많이 불렀다.

삐삐만으론 용건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전화기를 찾아 호출자와 통화하거나 음성 사서함을 열어야 했다. 삐삐가 한창 유행일 당시에는 공중전화를 주로 사용했으며, 내노라 하는 카페에서는 전화기를 대여해주고 삐삐 사용자의 편의를 도왔다. 90년대에 발신만 되는 시티폰(CT-2)이 영국을 비롯해 몇몇 국가에 출시되었지만, 이내 PCS의 물결에 밀려나 삐삐보다 먼저 사라졌다.

의외로 가늘고 길게 가는 편인데, 삐삐 끝물에 간단한 양방향 단문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굳이 양방향 음성통신이 필요하지 않은 IoT 시장(원격 검침 등)이나 단순 호출이 필요한 곳(긴급 대응팀 등)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기나 무전기는 괜히 크고 배터리도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곳에는 효율이 낮은 편이다.

한국 시장[편집 | 원본 편집]


한국에는 1982년 체신부 한국전기통신공사[1]에서 시험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로[2] 1개 광역삐삐 사업자(SK텔레콤)와 10개 지역삐삐 사업자(수도권 2개사)가 사업을 전개했다. 삐삐가 처음 들어온 80년대에는 광역삐삐만 서비스 되었으나, 회선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개 사업자로는 버티기 어려워 지역 사업자를 신설했다.

‘광역삐삐’와 ‘지역삐삐’가 있었다. 삐삐는 지역별로 할당 주파수가 달랐으며, 초기에는 지역 밖으로 나가면 삐삐가 먹통이 되었다. 95년 다중 주파수를 지원하는 광역삐삐가 등장하면서 불편함이 해소되었다. 대신 지역을 옮겨 다닐 때마다 삐삐의 할당 지역을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는 삐삐가 핸드셰이킹 없이 단방향으로만 수신하는 특성 때문인데, 휴대전화와 달리 삐삐가 어디 있는지 기지국에서 알 길이 없으니 지역 내 모든 기지국에서 일제히 신호를 뿌렸고, 이걸 단일 주파수에서 전국 단위로 해 버리면 용량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식별번호는 초기 10년간은 미국의 제도와 비슷하게 시내전화와 같이 지역번호를 받았다. 1991년 전국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에 012가 할당되었으며[3], 1992년 지역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015를 할당받았다[4]. 012는 2009년 사업권 반납으로 완전 소멸했다가 사물인터넷 식별번호로 부활, 015는 수도권 사업자였던 서울이동통신이 남아 유지 중이다.

삐삐는 80~90년대 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아 왔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PCS 전쟁으로 질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2000년부터 지역 사업자들이 줄이어 사업권을 반납했으며, 마지막으로 SK텔레콤도 2001년 무선호출 사업을 벤처기업에 양도하고 정리하면서 삐삐의 전성기가 종식됐다. 광역삐삐 사업은 2009년 완전 종료되었고, 서울이동통신이 원격검침이나 통합 메시징 서비스로 명맥을 이어간다.[5]

단말기[편집 | 원본 편집]

무선호출기.png

단말기는 그 당시 기술로도 담배곽보다 크지 않았다. 단말기에서 송신을 하는 일이 없다 보니 구조도 간단했고, 먹는 전력도 적어 건전지 하나로 몇달씩 쓸 수 있었다.

삐삐 호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 호출자가 삐삐 고유번호로 전화를 걸면 단말기가 울림
  • 호출자가 삐삐 고유번호로 전화를 걸어 숫자 조합을 입력하면 단말기에 해당 숫자가 뜸. 일명 ‘삐삐 암호’의 탄생 순간.
  • 호출자가 상담원이나 PC통신, 미리 정해진 상용구 등을 통해 한글 단문을 송신.
  • 호출자가 시티폰 연결을 선택하고 기다리면 호출받은 상대방이 시티폰으로 발신, 연결 성립. (미투미)

기타[편집 | 원본 편집]

  • 음성 위주의 무선통신만 있었던 2000년대 이전이었기에 초라하게나마 문자 표시가 가능한 삐삐는 청각장애인에게 각광 받았다. 한 청각장애인은 자주 쓰는 용어들을 엮어 코드북으로 만든 ‘삐삐수첩’을 만들어 배포했다.[6]
  • 대한민국에서는 무선호출 서비스에 200~300 MHz 대역을 주로 할당했는데, 이는 휴대전화 주파수(최소 700MHz)보다 회절성이 좋아 적은 출력으로도 멀리 퍼지기 때문에 사물인터넷에 안성맞춤인 서비스였다. 단말기에서 발신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지만, 양방향 무선호출 기술이 개발되면서 원격검침 등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