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코닉

라코닉(Laconic)은 수사학에서 간결하고 함축적인 축약어법을 일컫는 말이다. 라코닉이라는 명칭은 스파르타 인근의 폴리스 라코니아의 지명에서 유래했으며, '스파르타식 화법'으로도 알려져 있다. 간결한 몇 마디로 핵심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절제미와 투박함이 특징이다.

일례[편집 | 원본 편집]

갖고 싶다면[편집 | 원본 편집]

크세르크세스 1세가 스파르타로 사절을 보내 항복을 종용했다. "무기를 내놓으면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제안에 레오니다스 1세는 단 두 단어로 대답했다.

"와서 가져가시오(Μολών λαβέ)."

해야할 일[편집 | 원본 편집]

레오니다스 1세가 페르시아 군과 싸우기 위해 출정할 때, 스파르타의 왕비 고르고가 그녀가 해야할 일에 대해 남편에게 물었다. 레오니다스 왕은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어여쁜 아이를 기르시오."

아침 식사[편집 | 원본 편집]

테르모필레 전투의 마지막 날 아침, 레오니다스 왕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잘 먹어둬라. 오늘 저녁은 저승에서 먹게 될 테니."[1]

만약[편집 | 원본 편집]

그리스 도시 국가를 차례로 복속시켜가던 마케도니아필리포스 2세가 스파르타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만약 내가 라코니아로 군사를 이끌고 간다면, 그대들은 파멸하여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것이오."

스파르타의 민선장관이 이 최후 통첩에 대한 답신을 보냈다. 대답은 딱 한 단어였다.

"<만약>에(αἴκα)."

필리포스 2세는 물론, 그의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스파르타를 감히 넘보지 못했다.

가장 모범적인 스파르타인[편집 | 원본 편집]

데마라투스 왕은 어떤 인물에게 "누가 가장 모범적인 스파르타인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자의 추근거림에 짜증이 난 데마라투스 왕이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대를 가장 싫어하는 자요."

도시의 방벽[편집 | 원본 편집]

도시를 성벽으로 둘러싸는 방어책이 신중한 방법인지를 묻는 질문에 리쿠르고스가 대답했다.

"견고한 도시는 벽돌 대신 군대로 이루어진 벽을 두르는 법이오."

용기와 정의[편집 | 원본 편집]

누군가 용기와 정의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 미덕인 지에 대해 묻자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오스 2세가 대답했다.

"용기는 정의가 수반대지 않는 한 무가치하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의로워진다면 용기는 쓸모없어지겠지."[2]

소박한 옷[편집 | 원본 편집]

스파르타를 찾은 한 방문자가 왕을 비롯한 모든 스파르타인이 소박한 옷차림을 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게실라오스 2세가 이렇게 덧붙였다.

"이렇게 살아감으로써, 우리는 자유를 얻는다오."

조각상[편집 | 원본 편집]

아게실라오스 2세가 임종을 맞이하기 전, 그의 공을 기리기 위한 조각상을 세우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아게실라오스 왕은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내가 무언가 고귀한 일을 해냈다면 그 일이 충분한 기념비가 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조각상이 나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지 않는 셈이 되오."

방패를 들고 오거나, 방패에 실려 오거나[편집 | 원본 편집]

스파르타의 여인들은 자신의 남편이나 아들이 전쟁에 나설 때 이 말을 하며 방패를 건넸다.

"방패를 들고 오거나, 방패에 실려서 오세요( Ἢ τὰν ἢ ἐπὶ τᾶς)."[3]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편집 | 원본 편집]

한 아르고스인이 "스파르타인은 외지로 여행을 가면 쉽게 타락하곤 한다."며 지적했다. 스파르타의 왕 에우다미다스 2세는 이렇게 맞받아쳤다.

"만약 그대가 스파르타에 온다면 타락하기는커녕 더 나아진 사람이 될 것이오."

패러디(?)[편집 | 원본 편집]

쿨가이 관우[편집 | 원본 편집]

잠시 조조에게 의탁하던 관우는 자신의 의형 유비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조와 작별한 그는 유비가 있는 하북으로 천리행을 떠났다. 그러던 중 황하 나루터에서 한 무리의 군사들이 관우 일행을 막아섰다.

"나는 강을 지키고 있는 진기다. 누군지 이름을 밝혀라!"
"관우."

그 대답에 놀란 진기는 잠시 표정을 굳히더니 되물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오?"

관우는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북."

하북은 조조와 대립하는 원소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이었다. 적진으로 향하려는 것이 수상해진 진기가 심각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통행증은 갖고 있겠지?"
"그런 건 없다."
"조 승상의 통행증이 없으면 강을 건널 수 없다!"

그 말에 끝나기가 무섭게 진기의 잘려나간 수급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관우가 말 없이 진기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 광경에 놀란 군사들은 조용히 제 갈길을 가는 관우의 뒷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봐야 했다.[4]

페르마의 대정리[편집 | 원본 편집]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는 《산법(Arithmetica)》의 여백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이것이 그 유명한 페르마의 대정리다.

임의의 세제곱수는 다른 두 세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고, 임의의 네제곱수 역시 다른 두 네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3 이상의 지수를 가진 정수는 이와 동일한 지수를 가진 다른 두 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없다. 나는 이것을 증명할 경이로운 방법을 발견했으나 그걸 여기다 쓰기에는 책의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

수많은 수학자들이 고통받은 끝에, 이 정리는 페르마가 주석을 단 지 358년 뒤에야 겨우 증명되었다...

각주

  1. 이 말은 영화 300에서 "오늘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로 인용되었다.
  2. 정의롭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기가 있어야 하며, 모두가 정의롭지는 않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즉, 둘 다 동등하게 중요한 미덕이라는 뜻.
  3. 스파르타의 방패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살기 위해 도망가기 위해선 방패를 버리는 수밖에 없다. 도망가지 말고 승리하여 방패와 함께 귀환하거나, 죽어서 방패에 실려 오라는 의미이다.
  4. 요코하마 미츠테루 삼국지 18권에 나오는 장면을 편집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