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천화상송증도가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는 중국 당나라의 승려 현각이 쓴 『증도가』의 해설서로서 선불교의 지침서이다. 약칭으로 『남명증도가』라고도 불린다.

설명[편집 | 원본 편집]

제목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는 "승려 남명선사 (법)천이 노래한(게송을 덧붙인) 『증도가』"라는 뜻이다. 『증도가』는 원래 당나라의 승려 영가 현각(665~713)[1]이 지은 한 권의 불시인데, 선불교에서 중시되었기 때문에 후대에 수많은 해설서들이 저술 및 간행되었다.[2]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송나라의 승려 남명선사 법천이 쓴 것으로서 『증도가』의 여러 해설서 중에서도 특히 널리 알려져 중시되었다. 『남명증도가』의 초간본은 지금의 중국 절강성에서 1076년(송 신종 10년) 간행되었고, 고려에도 수입되어 애독되었다.

대한민국의 문화재[편집 | 원본 편집]

현재 대한민국에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인쇄본 3점이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2점은 각각 보물 제758-1호와 제758-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1점은 2015년에 국가문화재 지정이 신청되었다.[3]

보물 제758-1호 『남명증도가』 책머리에는 1077년(고려 문종31년)에 작성된 서문이 붙어 있으며, 권말에는 1076년에 작성된 글이 첨부되어 있다.[4] 또한 보물 제758-1호와 제758-2호 모두, 책 끄트머리에 고려 무신정권기의 권력자였던 최이(최우)가 1239년에 쓴 발문이 붙어 있어[5] 이들 판본이 제작된 시기를 파악하기 위한 단초가 되고 있다.

최이의 발문은 "『남명증도가』는 선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래가 끊겨 유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금속활자(鑄字)본을 바탕으로 다시 판각하여 보급한다"고 이들 판본의 간행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남명증도가』가 처음 고려에 수입된 1076년과 이 판본이 간행된 1239년 사이 어느 기간에 금속활자본이 인쇄된 적이 있었고, 현존하는 판본은 그 금속활자본을 재간행하기 위해 목판으로 다시 인쇄한 책이라는 뜻이 된다.

이 기록이 주목을 끈 까닭은 한국 초기 금속활자 인쇄술의 역사와 관련 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 직지심체요절』이 1377년 인쇄되었으며, 기록 상으로 전해지는 것 중 구체적 인쇄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 서적이 『상정고금예문』으로서 1234년에 인쇄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남명증도가』에 실린 최이의 발문에 따르면 적어도 『직지심체요절』보다는 더 일찍, 또한 어쩌면 『상정고금예문』보다도 앞서 『남명증도가』의 금속활자본이 인쇄된 적 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증도가자'와 판본을 둘러싼 논란[편집 | 원본 편집]

보물 제758-1호와 제758-2호 『남명증도가』가 단순히 금속활자본 『남명증도가』의 존재를 증언하는 자료가 아니라, 그 자신이 금속활자본으로서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앞선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주장이 한때 제기되었다.

2010년 9월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권희 교수는 소위 '증도가자'라 명명된 금속활자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6] 이 금속활자 유물은 글자체가 보물 제758호에 쓰인 것과 거의 일치하여 이 판본을 인쇄하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서 제작된 현존 최고의 금속활자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후 보물 제758호의 『남명증도가』가 목판 인쇄본인지 금속활자 인쇄본인지, 또 소위 '증도가자'의 진위 여부와, 활자와 인쇄본 간의 일치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2015년까지 5년간 이어졌다.[7]

2015년 10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활자 7점 모두에서 위조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8] CT(컴퓨터 단층촬영) 결과 활자의 외부와 내부가 서로 다른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먼저 활자를 만든 다음 오래 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외부를 화학 약품 등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남권희 교수는 고대 청동 유물에서 내부로부터 부식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반박했으나, 금속공학 전문가는 그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없다고 반박했다.[9] 또한 활자 표면의 구성 성분에서 20세기에 원자력 기술을 통해 개발된 인공 원소인 테크네튬이 발견되었다.[10]

2016년 1월에는 보물 제758-1호와 제758-2호 자체가 1239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후대인 조선시대에 인쇄되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11] 이같은 정황은 2015년 김모 씨가 소장 중이던 『남명증도가』 판본을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하면서 드러났다. 김모 씨 소장본과 보물 제758-1호 및 제758-2호는 각 장에 표기한 장인의 이름과 글자의 목리(木理·나뭇결), 칼자국 등이 같은 것으로 미루어 모두 같은 목판에서 인쇄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두 판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네 번째 발문이 김씨 소장본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네 번째 발문은 조선 전기의 문신 김수온이 1472년 6월에 쓴 것으로서, 성종의 어머니인 인수대비가 선왕(세조, 예종)들과 죽은 남편(덕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증도가 200부를 간행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누군가가 이 책이 조선시대에 간행된 것임을 감추고 고려시대의 것처럼 꾸미기 위해 김수온의 발문을 뜯어내고 새로 제책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같은 목판에서 인쇄된 것으로 확인된 보물 제758호 2점 역시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수정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단 『남명증도가』 판본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것으로 수정 발표된다 하더라도 보물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