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군주(君主)는 군주제 국가의 최고 권력자를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으로, 나라 및 시대에 따라서 군주를 지칭하는 이름 또한 다양하게 갈라졌다. 예를 들어 한반도의 고대 국가 신라에서는 이사금이나 마립간 같은 명칭도 사용했다.

전근대에 국가원수란 거의 군주와 동일한 의미였지만, 근대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군주의 명칭[편집 | 원본 편집]

엄밀히 따지면 『군주』라는 말은 학술적인 편의상 제시된 용어다. 한 나라의 주권을 소유한 특정 개인이 소유하고 있을 때, 그 주권자를 군주라고 뭉뚱그리는 것이다. 당연히 이 주권자는 문화권과 시대상에 따라 가리키는 말이 천차만별이며, 그 사회적 위치도 기실 미묘하게 다르다.

역사[편집 | 원본 편집]

군주가 언제, 어디서부터 등장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대체로 인류 최초의 문명이 탄생한 메소포타미아에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40세기경,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의 땅에 거주하는 수메르인들은 1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들을 건설했다. 도시는 엔시(ensi)와 루갈(lugal)이 통치하였는데 각각 성직자와 군주에 해당한다. 이들은 신의 대리인을 칭하면서, 유목 민족과 타 도시의 침략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다 기원전 2340년 ~ 2280년 경 아카드의 사르곤 대왕이 수메르의 모든 도시 국가를 정복하면서, 도시에 국한되었던 국가는 넓은 영토를 단일 정치체제로 다스리는 영역 국가로 확장되었다.

메소포티마 문명과 비슷한 시기, 나일강 유역에서도 여러 도시들이 건설되었다. 기원전 3100년 무렵에는 이 도시들이 크게 상이집트와 하이집트로 나뉘었는데, 각 왕국 마다 30여 개의 도시 국가들이 있었다. 그러다 상이집트의 지도자 메네스가 하이집트를 멸망시키고 나일강 유역의 모든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면서, 본격적인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역대 지도자들은 자신을 파라오(Pharaoh)라 칭하고, 현세에 도래한 살아있는 신으로 자처했다. 그후 두 문명이 발전하는 동시에 각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곳곳에 신의 대리인 또는 현신을 자처하는 군주가 등장하여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다.

초기의 군주는 제정일치 사회에 입각하여 종교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를 겸임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제사를 주관하고 신의 뜻을 전달하는 제사장과 국정을 총괄하는 지도자가 구분되었다. 이러한 변천 과정은 성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지자 모세가 이집트에서 유대인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인도한 이래, 대대로 신의 선택을 받은 선지자가 종교와 정치 지도자를 겸임하여 유대인을 다스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민중들이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왕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선지자 사무엘이 왕을 세우면 생기는 폐단을 쭉 설명했지만, 민중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왕을 세웠다. 그후 왕은 정치 지도자로 활동하고, 제사장이 별도로 세워져 성전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 후 수 천년에 걸친 기나긴 시간 동안,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제도는 상식으로 통했다. 물론 아테네, 로마 공화국 처럼 왕이 아니라 민중이 투표로 뽑은 지도자가 정해진 임기 동안 다스리는 공화정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례일 뿐이었다. 그나마 로마는 지중해 전역을 정복한 뒤 공화국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으로 변모하였다. 군주들은 자신이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라고 선포해 정통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가령 페르시아의 왕중왕은 자신이 주신 아후라 마즈다의 선택을 받았다고 자처하였고, 로마 제국의 황제들은 초기에는 '프린켑스(일등 시민)' 이자 '임페라토르(최고 사령관)', 그리고 '폰티펙스 막시무스(최고 제사장)'을 칭하고 죽은 뒤에는 신으로 칭해졌다. 그러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뒤에는 예수의 선택을 받은 황제로 자처했다. 또한 중국의 군주들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군주가 될 수 있다는 '천명(天命) 사상'에 입각하여, 자신을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로 칭했다.

그러던 서기 18세기경, 사회계약론이 식자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군주제는 도전을 받기 시작한다. 사회계약론은 군주가 세워진 건 신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자기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대가로 선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중을 고통에 빠뜨린 군주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므로 축출되어야 마땅하다고 하였다. 군주들은 이 학설을 불온사상으로 간주하고 탄압했지만, 재산이 많은데 평민 취급받기만 하여 불만을 품고 있던 부르주아 계층을 중심으로 확신되는 걸 막지 못했다. 1783년 미국 독립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1987년 최초의 근대식 공화국을 수립하자, 이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 시민들이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다. 군주들은 왕의 목을 잘라버린 혁명 세력에 경악하여 진압하려 했으나 번번이 패배하였고, 나폴레옹은 황제로 즉위한 뒤 유럽 전역을 공략하며 자유주의, 계몽주의 등 혁명 정신을 전파했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유럽 열강들은 빈 체제를 구축하여 프랑스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미 유럽 각지에 전파된 혁명 정신을 억누르는 것엔 한계가 있었고,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이 잇달아 발발하면서 빈 체제는 무너진다. 그렇지만 군주제는 여전히 강고하여, 20세기에 접어들 무렵에도 미국, 프랑스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군주제를 따랐다. 그러나 양차 세계대전의 발발, 민족주의 및 공산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혁명 빈발 등으로 인해 수많은 군주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 현재까지 군주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몇몇 있지만, 대부분 국가의 상징으로 남을 뿐 실권은 국민이 뽑은 의원이 가지고 있다.

특징[편집 | 원본 편집]

대체로 군주 1인이 최고 지도자로서 죽을 때까지 국정을 다스린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부탄에서는 왕이 65세가 되면 반드시 은퇴해야 하는 법이 있으며, 넓은 영역을 혼자서 관리할 수 없어서 공동 군주를 세우는 경우가 역사에 종종 있었다. 군주와 그의 가족(왕족)은 궁전에서 최상급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며, 왕을 곁에서 보필하는 이들은 귀족으로서 차등급 대우를 받는다. 다만 이러한 대우는 어디까지나 군주가 제 역할을 잘 할 때나 보장할 수 있는 것이며, 군주는 나라의 운명을 홀로 감당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떠안는다. 현재 영국 등 다수의 군주국에서는 왕이 실권을 의회에게 내주고 상징으로 남지만, 그나마도 언론매체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관찰받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유형[편집 | 원본 편집]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성군(聖君): 어질고 덕이 뛰어난 군주. 도덕적으로 흠잡을 게 없고 백성들에게 무척 인자하여 나라를 잘 다스린 군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군주로서 최상의 평가라 할 수 있다.

2. 명군(名君): 나라를 훌륭히 다스린 군주. 국가의 전성기를 이끌어내거나 국난을 극복한 군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정치적 이유로 희생을 치르는 등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을 벌이기도 해, 성군보다는 격이 낮은 평가를 받는다.

3. 암군(暗君): 어리석어 나라를 그릇되게 이끈 군주. 능력이 부족하거나 의욕이 떨어져서 국정을 잘 이끌지 못해, 국가를 쇠망의 길로 이끄는 군주이다.

4. 폭군(暴君): 사납고 악한 짓을 일삼는 군주. 백성과 신하를 힘과 권력으로 억눌러 수많은 희생을 치르는 군주.

계승[편집 | 원본 편집]

최강의 권력을 행사하는 군주이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후계자를 사전에 둬서 미래를 맡길 필요가 있는데, 후계자를 정하는 방식이 가지각색이다.

1. 자식 계승: 부왕이 죽은 뒤 자식이 그 뒤를 잇는 방식이다. 대체로 맏아들이 후계자로 지명되지만, 맏아들이 없거나 일찍 죽었을 경우 차자가 뒤를 잇는다. 맏딸의 경우 계승이 부정될 수 있고(살리카법), 계승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보편적인 계승 방식이지만, 어린 자식에게 물려줬다가 말아먹을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2. 형제 계승: 형이 죽으면 동생이 그 뒤를 잇는 방식이다. 군주의 권위가 약하거나 자식이 부실하여 형제들이 왕위를 노릴 때 종종 발생한다. 성숙한 동생이 왕위를 차지하니 안정성에서는 나을 수 있지만, 형제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그 후대에서는 계승 순서가 모호해져서 분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3. 선거제: 왕이 사망한 뒤 유력 계승 후보들 중 한 명을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대통령과 비슷해보이지만, 실상은 후보자와 투표자 모두 엄격하게 제한되므로 일반 시민이 왕위에 오를 가능성은 없다. 왕권이 지극히 약할 때 통용되는 방식으로, 군주들은 자손대대로 물려받게 하기 위해 왕권을 길려서 선거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곤 했다.

4. 분할 상속: 군주가 생전에 가지고 있는 모든 영역을 자식들에게 분할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모든 자식이 해택을 받으므로 공평해보이지만, 영토가 작을 경우에는 실현하기 어렵고, 크더라도 분할 후 내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5. 환생 계승: 선대가 사망한 뒤 윤회에 의해 한 아이에 선대의 영혼이 씌워져서 계승되는 방식이다. 티베트 등 불교계 몇몇 국가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다.

그 외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현대의 군주[편집 | 원본 편집]

공화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사는 한국인은 실감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현대에도 군주는 엄연히 남아있다. 대다수는 입헌군주제의 군주로서 실권이 없지만, 현대에도 국가원수로서 활동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군주는 엄존하고 있다.

같이 보기[편집 | 원본 편집]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