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에 흉년이 들어서 밀이나 벼와 같은 주식용 작물의 한해 농사가 완전히 망해도 그와 별개로 일단 다음 수확철까지는 재배해서 주식 대용으로 섭취하며 버틸수 있었던 작물. 구황작물은 보통 비교적 척박한 토양과 모자란 햇빛으로도 잘 자라며 생육기간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 루타바가(터닙, 스웨덴 순무)
-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매우 잘 자라며 부수적으로 열량도 제공해주는 부식용 구황작물의 본좌. 다만 녹채류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열량원의 함유량이 감자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기에 주식으로 먹기에는 부적합하다. 루타바가를 주식으로 먹은 역사적 사례는 1차 세계 대전 말과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의 독일 정도이다.
- 고구마
- 척박하고 비탈진 곳에서도 잘 자랄뿐만 아니라 먹는 부분이 열매가 아니라 덩이뿌리이기 때문에 수확철이 아니라도 채취해서 섭식할 수 있다는 것이 감자와 비슷하지만, 한랭한 북쪽지역에 특화된 감자와 달리 고구마는 온난한 남쪽지방에 특화되어있다는게 차이점. 고구마는 추위에 엄청나게 약해서 자랄 때에도 높은 기온과 많은 일조량이 필요하고, 조금만 추워도 뿌리고 줄기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썩기 시작하는데다, 일단 조금이라도 추워서 썩기 시작한 것은 거의 식용할 수 없다.
- 메밀
- 옥수수
- 본격 오늘만 사는 구황작물. C4 식물이라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아야 잘 자라기 때문에 구황작물로서는 모자란 감이 있지만, 일단 물이 잘 빠지고 비탈진 곳에서도 일단 재배는 할 수 있으면서도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열량이 높기 때문에 구황작물로 쓰이기는 했다. 다만 지력소모, 그 중에서도 특히 고정질소의 소모량이 미쳐돌아가기 때문에 파종 전에 퇴비를 많이 쓰지 못한다면 연작이 불가능하므로 아무래도 안정적인 구황작물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옥수수를 한번 키우고 난 땅에 심을수 있는 것은 콩 뿐인데, 콩은 가뭄에 약하기 때문에 장기간의 흉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 보통은 당장 먹을 곡물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해마다 자리를 옮기며 산림을 불태워 일군 밭에 옥수수를 재배하는 화전방식이 쓰였는데, 정기적으로 엄청난 넓이의 숲을 통째로 사막지대로 만들버린다는 점에서 생태계가 크게 파괴됨은 물론 산사태 등의 재해가 폭증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근의 문제가 더 커진다. 현대에는 북한 정권이 주체농법이랍시고 자기네 산림에 이 짓거리를 했다가 결과적으로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엄청난 기근만 불러들인 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