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경제학


Econometrics

수학과 통계학, 그리고 경제학 사이에서 우린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만나는데, 더 좋은 이름이 없으므로 이를 계량경제학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 Ragnar Frisch[1], "Sur un Problème D'économie Pure" (1926)

개요[편집 | 원본 편집]

계량경제학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학 모형(economic model)과 실제 자료(data)를 통계학적 방법을 통해 서로 맞닿게 한다는 데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계량경제학의 존재 자체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지만, 학부 과정에서 중요성을 점차 실감하게 되며[2], 대학원 이상에서 논문을 쓸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량경제학적 방법을 이용해 현실의 자료를 분석해 포함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다.

그래서 도대체 뭐 하는 것인가?[편집 | 원본 편집]

예시를 들어 계량경제학이 경제학 모형과 자료를 가지고 뭘 하는 학문인지 알아보자. 일반적인 미시경제학 모형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한다. 이때 여러 가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정말 그런 '수요의 법칙'이 성립하는가? 둘째, 만약 성립한다면 가격이 상승할 때 수요량은 도대체 얼마나 감소할 것인가? 첫 번째 질문은 경제학 이론이 진짜 쓸모 있는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만약 세상이 경제학 이론이 말하는 것과 달리 움직인다면, 그런 이론 따위는 버리고 새로운 이론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 또한 정책적 혹은 전략적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이 된다. 예를 들어 담배 가격을 두 배 올려도 사람들이 별로 담배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담배값 인상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정책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계량경제학은 시장에서 실제로 관측되는 자료에 통계학적 도구를 적용하여 이러한 질문에 답을 주는 학문이다. 즉 담배값이 오르면 도대체 얼마나 수요가 줄어들지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자료를 통해 담배값 인상이 담배 소비를 줄이는 정도를 파악했다면, 그 결과를 이용하여 예측을 할 수도 있다. 가장 간단하게는, 자료에서 담배값 10% 인상이 담배 소비를 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자. 그러면 정부에서는 담배소비를 25% 줄이기 위해서는 담배값을 50% 인상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3] 실제로 한국은행이나 IMF등 여러 단체에서 발표하는 GDP, 물가수준 등의 경제 전망은 복잡한 계량경제모형을 세우고 현실의 자료를 얹어서 예측한 결과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도대체 계량경제학이 통계학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계량경제학이 일반적인 통계학과 다른 점은 내생성(endogeneity) 문제 혹은 인과관계(causality)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실험을 통해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자연과학과는 달리, 경제학적 자료는 많은 경우 실험된 자료가 아니라 관측된 자료이다.[4] [math]\displaystyle{ X }[/math]라는 변수가 [math]\displaystyle{ Y }[/math]라는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다고 치자. 자연과학에서는 물체를 미는 힘([math]\displaystyle{ X }[/math])을 여러 단계로 바꾸어가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가속도([math]\displaystyle{ Y }[/math])를 측정함으로써 자료를 만들어내고, 이 자료를 통해 [math]\displaystyle{ F=ma }[/math]라는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경제학에서 교육([math]\displaystyle{ X }[/math])이 임금([math]\displaystyle{ Y }[/math])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다고 하자. 실험을 위해 올해 태어난 애들을 데리고 '이 애는 중퇴까지만 만들고, 저 애는 대졸까지 만들자'처럼 실험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아이들이 그 통제를 따를 지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인권 문제와 막대한 비용 때문에 북한이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다.

그렇다면 현실세계에 중졸, 고졸, 대졸 등이 넘쳐나는데 그 사람들의 임금을 조사해보면 되지 않겠는가?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먼저 단순히 학력간에 임금 격차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자 하는 게 목적이라면, '관측된 자료에서 보자면 대졸이 고졸보다 시급이 만원 정도 높더라'하는 이야기로 충분하다. 그러나 만약 앞에서 말했듯이 교육([math]\displaystyle{ X }[/math])이 임금([math]\displaystyle{ Y }[/math])에 미치는 '영향' 내지는 인과관계를 알고 싶다면, 즉 '다른 조건이 똑같을 때 학교를 1년 더 다닌다면 임금이 얼마나 오를까' 하는 질문에는 부적합하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관측되는 사람들의 교육수준은 그 사람들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령 고졸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이 생각건대 자기는 대학교육보다는 직접 시장에서 뛰는 사업수완이 탁월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교를 졸업하느니 차라리 고등학교까지만 다니고 시장에 뛰어드는 편이 자신에게 더 이롭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고졸을 선택할 것이다. 이 경우 이 사람을 대학교에 진학시키고 졸업시켰다면, 대학교 교육의 효과로 우리가 지금 관찰하는, 대학교육을 선택한 사람들만큼 임금이 상승할까? 아마 그보다는 낮은 수준일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대졸과 고졸의 임금을 비교함으로써 교육이 그만큼 임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졸/대졸 임금의 차이에는 교육의 효과 뿐만 아니고 자기선택(self-selection)의 효과도 끼어 있는 것이다.[5] 이 경우 교육은 내생적으로 결정되었다고 말한다.[6]

계량경제학은 이처럼 경제학 자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다양한 이론을 통해 해소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다중회귀분석 (multiple regression analysis), 도구변수 방법 (instrumental variables method) 등은 계량경제학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내생성을 해결하는 방안이다. 어쨌든 관측자료를 다룰 수밖에 없는 경제학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내생성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점이 통계학과 뚜렷이 구별되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자료의 종류[편집 | 원본 편집]

계량경제학에서 다루는 자료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횡단면 자료 (cross-section data)
고정된 시간 내에서 여러 대상들에게서 관측되는 자료를 모은 것이다. 예를 들면 2015년 아이돌 가수들의 키, 인기순위, 음반 판매량, 관련 뉴스 기사 개수 등을 모았다면 이는 횡단면 자료라 부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자료를 가지고서는 '가수들의 경우 키가 인기 순위에 영향을 미칠까?'와 같은 질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계열 자료 (time-series data)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정된 대상에게서 관측되는 자료를 모은 것이다. 예를 들어 매년 EXID의 음반 판매량, 인기순위 등을 모았다면 이를 시계열 자료로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자료를 가지고서는 '올해 인기순위가 높았던 가수들은 내년에 음반 판매량이 높은 경향이 있을까? 그렇다면 싸이는 내년에 음반을 몇 장 정도 팔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패널 자료 (panel data, longitudinal data)
여러 대상들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따라가며 관찰해 자료를 모으는 것에 해당한다. 아이돌 가수들의 여러 해에 걸친 데이터를 모았다면 이를 패널 자료로 부른다. 주의할 점은, 매년 아이돌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을 조사해 숫자만 늘어놓았다면 패널 자료라 부를 수 없다. 패널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가령 '2014년 EXID의 음반 판매량은?' 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자료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에 관한 패널자료라면 아이유라는 학생이 2012년에 몇 점, 2013년에는 몇 점, 2014년에는 몇 점 등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료가 구축되어야 한다. 따라서 패널 자료는 자료를 구축하기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패널 자료를 이용할 때의 장점 중 하나는, 관측되지 않는 고유의 특성을 통제함으로써 내생성 문제를 해소 내지는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각주

  1. 노벨경제학상 1회 수상자이며, Econometric Society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Econometric Society에서 발간하는 저널인 Econometrica는 계량경제학 뿐만 아니고 경제학 전분야에서 거의 최상급으로 치는 저널로 발전해왔다.
  2. 학계로 진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금융공기업 등의 취직에 유리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계량경제학을 공부하곤 한다.
  3. 당연히 이는 단순한 예시에 불과하다.
  4. 물론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실험경제학에서는 실험을 통해 직접 자료를 수집하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 레벨의 대규모 실험은 여전히 불가능하며, 무엇보다도 실험경제학조차 수집한 실험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계량경제학을 사용한다.
  5. 예시가 딱딱했다면, 다음 주장을 생각해보자. "내가 보니까 역 주변 지역은 발전된 곳이 많더라. 그러니 우리 동네에도 하나 만들면 걔들만큼 발전할 수 있을 거야." 이미 역이 세워진 곳은 애초에 발전이 되었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역이 지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람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즉 관측된 자료를 단순히 보는 것으로는 인과관계를 제대로 추론할 수 없다.
  6. 경제학에서 등장하는 거의 모든 변수들은 내생적으로 결정된다. 아주 드물지만 예외가 있기는 하다. "어떤 국가의 법 체계가 성문법(civil law)인가 아니면 불문법(common law)인가"가 금융산업 발전에 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