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영국 모즐리 성 메리 성당의 가고일

가고일(Gargoyle)은 유럽그로테스크 건축물이다. 프랑스어식도 또는 목구멍을 뜻하는 가르구예(gargouille)에서 유래한 단어.

가고일상은 괴수의 형상으로 묘사되는 예가 많아서 전설 속에서는 돌이 된 악마로 여겨졌으며, 현대 판타지 장르에서는 이 전설을 받아들여 가고일은 곧잘 괴물로서 등장하고 있다.

빗물받이 괴물 조각상[편집 | 원본 편집]

중세 유럽의 고딕 양식 건축물, 특히 가톨릭성당 지붕에서 빗물을 빼기 위해 지은 빗물받이 조각이다. 단순한 빗물받이는 가고일이라고 부르지 않으며, 악마나 드래곤 같은 괴물이나 사자 같은 맹수의 조각으로 표현한 빗물받이 시설만을 가고일이라고 부른다. 후대에 들어서는 괴물의 묘사만을 따와서 단순한 조각상의 역할만을 하는 가고일도 만들어졌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은 건물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이를 배출하는 시설은 중요하고, 빗물을 배출하는 구멍을 괴물의 입에 빗대는 정서도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빗물받이 괴물 조각상을 도치오네(doccione)라고 부르며, 독일에서는 아우스구스(Ausguss) 또는 바서슈파이어(Wasserspeier)라고 부른다.

아시아권인 한국에도 유사한 빗물받이 조각의 유형이 있어서 이를 이무깃돌(이무기 머리를 본뜬 조각) 또는 이주석(螭柱石)이라고 부른다. 이런 용이나 괴수의 모습을 한 빗물받이 조각은 창덕궁수원 화성 등, 현대 한국에 남은 사적사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교적 의미[편집 | 원본 편집]

독일 부퍼탈의 교회에 설치된 빗물받이. 별다른 장식 없이 홈통만이 남아있다.

빗물받이를 하필 괴물이나 맹수의 모습으로 조각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액막이 신앙과 관계가 있다.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의 조각 및 그림 등을 건물 안팎에 두어서 재앙이나 악령을 쫓아내려는 민간신앙은 전 세계적으로 흔한 것이다. 이런 액막이 신앙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렇게 무서운 게 우리 집을 지키고 있으니 나쁜 것들은 얼씬도 하지 마라." ……라는 뜻이다.

『가고일』이라는 용어 자체는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짐승 모양으로 조각한 배수구는 사실 그 이전 시대부터 이미 있었다. 고대 이집트고대 그리스의 신전에도 빗물받이 용도의 괴물 조각상은 있었으며, 빗물받이 용도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귀면와해태 상 같은 것도 가고일이 품고 있는 액막이 신앙과 일맥상통한다.

악마와 괴물 형상인 가고일 조각이 하필이면 신성한 성당 지붕에 올라가게 된 원인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가고일 조각은 기독교 전승과는 별반 관계가 없고, 연금술이나 비교(秘敎)적인 상징성을 띠고 있는 다분히 이교적인 상징물이다. 상대적으로 민간신앙 및 토착종교에게 관대한 가톨릭은 이들과 타협해서 가고일을 수용했다. 그러나 개신교 세력들은 달랐다. 종교 개혁 때, 그들은 이러한 가고일 조각들 역시 성상(聖像)처럼 우상 숭배라고 하여 가차 없이 파괴했고, 따라서 개신교의 교회에서는 가고일 조각을 찾아볼 수 없다.

전설화[편집 | 원본 편집]

아무리 가톨릭이 민간신앙에 관용적이라도 기독교 입장에서는 가고일 조각 같은 이교적인 상징물을 수용하려면, 나름대로 기독교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가고일 조각에는 기독교화한 전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프랑스에 전해지는 루앙의 사악한 드래곤 가르구예성 로마누스가 퇴치한 전설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화된 전설에 따르면 가고일의 정체는 기독교의 성인이 악마를 굴종시키고 돌로 바꾸어 믿음 없는 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성당에 비치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전설에서 가고일은 위압적인 악마의 형상으로서 믿음 없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내리고, 사악한 영이 접근하지 못하게끔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

대중문화 속의 가고일[편집 | 원본 편집]

OVA 《로도스도 전기》에서 묘사된 가고일. 석상으로 의태했다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TRPG 시스템 《던전스 앤드 드래곤스》(D&D) 이래, 판타지 장르의 작품에서 가고일은 석상의 모습으로 의태하는 괴물로 자주 이용된다.

어느 작품에 나오는 가고일이라도 그 특징은 대동소이한데, 대체적으로 가고일에게는 날개가 달렸고, 석상으로 의태해 인간을 속이며, 무언가를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맡는다. 다만 가고일의 종별에 관해서는 해석이 비교적 일치하지 않는 편으로, 보통 다음의 세 가지 의견으로 나뉜다.

  1. 마법구조물이라는 설. 생물이 아니라 골렘 같이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라는 설정이다. 마법사가 자신의 터전 및 보물을 지키기 위해 배치한 파수꾼.
  2. 생물이라는 설. 인간이 석상으로 착각할 만큼 의태 능력이 뛰어난 생물이라는 설정이다. 자연적인 생명이라는 설과 마법구조물 설처럼 마법사가 파수꾼 역할로 만들어낸 인공생명이라는 설, 양쪽 다 찾아볼 수 있다. 인공생명이라는 설정이라도 창조자가 사망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야생화한 가고일이 나오는 사례도 있다.
  3. 악마라는 설. 인간 세계에 살고 있는 사악한 영적인 존재, 악마라는 설정이다. 이 경우에는 악마 중에서도 비교적 약하고 지위가 낮은 존재로 나오는 예가 많다.

작품별 가고일[편집 | 원본 편집]

  • 게임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는 보스 몬스터로 종탑의 가고일이 나온다.
  • 라이트 노벨 《요시나가 씨 댁의 가고일》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이 작품의 가고일은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낸 생명을 가진 석상.
  • 애니메이션 《가고일즈》(전사 골리앗)에서 가고일은 낮에는 돌이 되고 밤이 되면 전사로서 활동하는 히어로로서 묘사된다.
  •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등장인물 중 주요 악역의 이름으로 나온다. 이름만 따온 것이고 석상이나 괴물은 아니다. 네오 아틀란티스 제국을 건설하려는 세력의 지휘자.

외부 참조[편집 | 원본 편집]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