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 통신

EME 통신(Earth-Moon-Earth Communication)은 월면반사(Moon bounce)라고도 불리우는 무선통신기법으로, 인공위성이 아닌 전파의 반사체로 쓰는 통신기법이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EME 통신이 최초로 시도된 것은 1940년이나 실제 실용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통신의 가능성만을 확인하는 데에 그쳤다. 제대로 성공한 것은 1946년 미국 육군의 다이아나 프로젝트다. 그 이전까지의 장거리 통신은 단파전리층 반사를 이용한 방법에 전적으로 의존했으나, 단파 통신은 전리층의 상태에 따라 송수신 범위가 바뀌고,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협소한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통신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과 탄생한 초단파 이상의 대역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는 EME 통신은 기존 단파 통신과 비교가 되지 않는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초창기 : 다이아나 프로젝트[편집 | 원본 편집]

미국 육군 통신 군단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다이아나 프로젝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EME 통신을 시도했다.

  • 사용하는 무전기는 SCR-271. 사실 SCR-271은 1937년에 개발된 SCR-270 조기 경보 레이더의 이동전개 능력을 포기하고, 성능 좋은 고정식 안테나를 사용하여 해상도를 높인 VHF 레이더다.(...) 그리고 SCR-270은 바로 진주만 공습일본 해군의 공습 편대를 감지한 바로 그 레이더다. 감지는 했지만 적인 줄 알아내진 못했다
  • 본래 SCR-271은 106Mhz의 주파수를 쓰게 되어 있으나, 프로젝트 다이아나에서는 111.5Mhz를 사용했다.
  • 초기에는 3Kw의 출력, 후기에는 50Kw의 출력으로 전파를 송신하였다.
  • 안테나는 111.5Mhz의 8열 반파장 다이폴 안테나 8개를 배치하여 총 64개를 사용하였으며, 전면에 리플렉터를 설치하여 합 24dB의 게인(gain)을 가져왔다.
  • 전파가 달을 거쳐서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5초. 전파가 움직인 거리는 총 768,000km

이 과정에서 발신된 도플러 효과에 의해서 주파수가 변경[1] 되는데, 이는 수신기의 주파수를 적절히 바꾸는 방법으로 해결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편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안테나를 만들기 힘들었기 때문에 수신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또한 다이폴 안테나는 빔의 반사반경이 넓을뿐더러 안테나의 회전 반경 또한 수평으로만 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에 빔의 넓이는 15도로, 매우 넓고 비효율적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안테나가 바로 파라볼릭 안테나이다. 바로 위성 방송 때 달아주는 그 접시. 하지만 이 안테나가 나온 것은 다이아나 프로젝트가 끝난 뒤이다.

전성기 : 미 해군에서의 사용[편집 | 원본 편집]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도 장거리 통신의 주류는 단파를 사용했다. 하지만 단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 전리층의 상태에 따라서 통신 가능 지역이 바뀐다. 특히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에 따라서 통신하는 범위는 제한적이며, 1만km가 넘는 장거리 통신의 경우 아예 낮시간대에는 어떤 단파 주파수로도 통신을 할 수 없는 공백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중계국으로 중계해주면 해결된다
  • 지자기 폭풍플레어같은 현상이 발생할 경우 짧게는 수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 아예 단파 통신 자체가 차단된다!!
  • 애당초 단파의 범위는 3~30Mhz로 27Mhz영역밖에 되지 않는다. 6Khz를 소비하는 AM을 사용하더라도 금방 주파수가 포화된다. 군용, 민간방송, 아마추어 무선 등등으로 이미 주파수는 포화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SSB 같은 새로운 프로토콜이 나왔지만, 효율이 2배로 올라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 무엇보다 통달 범위가 넓고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보안성이 취약하다. 그 때문에 음어, 암호 같은 여러 가지 기만책들이 사용되었으나, 송신자의 위치가 노출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저런 기만책들을 정기적으로 바꿔주고 개선하지 않으면 금방 뚫린다는 것은 이미 [제2차 세계 대전 때 겪은 바가 있었다. 이런 노출을 막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주파수를 바꿔줘야 하는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단파는 매우 영역이 협소하여 바꿀 수 있는 채널 자체가 한정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이아나 프로젝트의 떡밥을 문 곳은 다름 아닌 미국 해군이었다. 본래는 소련의 레이더를 도청하기 위한 PAMOR(Passive Moon Relay)로 시작했으나, 다이아나 프로젝트와 합쳐서 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초단파극초단파에서의 장거리 통신을 하자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게 바로 달 통신 릴레이(Communication Moon Relay)다.

1954년 워싱턴 D.C-샌디에이고간 전파 송신에 성공하고, 1955년에는 시스템을 완성하여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전파 손실 문제를 수정하여[2] 하와이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기에 이른다. 무엇보다 초단파/극초단파용 파라볼라 안테나는 단파용 안테나에 비해서 그 공간을 크게 잡아먹지 않았고, 그 때문에 미국 해군의 잠수함에 우선적으로 채용되기에 이른다.

몰락 : 인공위성의 출현[편집 | 원본 편집]

하지만 1960년 Courier 1B가 발사되고, 통신위성이 본격적으로 EME 통신은 급격히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훨씬 거리가 가깝고 더 소규모 출력으로도 통신이 가능한 인공위성 덕에 상대적으로 대출력을 요구하는 EME 통신은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고, 1966년 IDCSP 위성이 발사되면서 EME통신은 본격적인 몰락의 길을 걷는다. 물론 그 이전까지는 미국 해군의 장거리 통신의 한 축으로 활동하였지만, EME 통신 장비를 위성통신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쉬웠고, 새로 위성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EME 통신 장비보다도 싸게 먹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개발된 기술의 상당 부분은 아마추어 무선으로 흘러가서, 현재 EME 통신은 아마추어 무선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통신 방식이 되고 만다. 물론 기술 개발도 매우 미미하여, 새로운 프로토콜과 주파수 확장 시도가 일어났다는 점을 빼면 1960년대와 크게 바뀐것이 없으며, 수십 년이 지난 현재에도 기본 틀은 1960년대와 별반 바뀐 것이 없다. 심지어 주파수 확장 시도도 실험적으로만 이루어졌을 뿐, 여전히 초단파와 극초단파에서 주로 통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르스 부호를 주 프로토콜로 사용하고 있다.

의의[편집 | 원본 편집]

비록 EME 통신은 망했지만(...), 현재에도 EME 통신의 산물은 계속해서 우주, 통신 분야에서 활용되어지고 있다.

  • 도플러 효과에 의한 페이딩을 통신과 함께 연구하다보니 나온 대표적인 통신기법이 바로 주파수 분할 다중화이다. 여기서 약간 발전한게 OFDM인데 현재 사용하는 여러 통신기법 중 OFDM를 사용 하는 통신은 수도 없이 많다!! 당장 다중접속을 지원하는 상당수의 기기들은 다 OFDM를 사용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인공위성의 정밀한 통제를 하는 데도 EME 통신의 유산이 잔뜩 들어갔다. 당장 인공위성에서 송수신하는 전파 역시 도플러 효과의 영향을 받게 되고, 이미 저걸 보정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들은 EME 통신을 연구하면서 다 누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머큐리 계획이나 아폴로 계획을 진행 할 때 EME 통신을 연구하면서 누적된 데이터가 없었다면 진행에 수년이 더 소요되었을것이다.
  • 전파 천문학의 직접적인 시조다. 당장 다이아나 프로젝트 때 나온 데이터를 그대로 정리해서 천문학회에서 사용한 게 전파 천문학의 시작이다. 심지어 EME 통신의 기술적 기반과 전파 천문학의 이론적 기반은 크게 다르지 않다.
  • 당연히 전파 천문학에 쓰이는 장비의 상당수는 Deep Space Network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심우주 탐사에 있어서 아주 직계 조상인 셈
  • 최초의 소련 통신위성인 몰니야1965년에 발사되었다. 반면 미국은 1960년에 이미 통신위성을 발사하였고, 여기에는 EME 통신용 장비를 간단히 개량하여 위성통신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주

  1. 현재 주로 EME 통신에 사용되는 144Mhz 대역을 기준으로 도플러 효과에 의한 주파수의 영향은 월몰/월출 기준으로 300Hz 정도이며, 달이 최고 고도에 올라갔을 때는 거의 제로가 된다. 진짜 문제는 주파수와 달의 고도, 송수신시 지구의 위치 등으로 말미암아 이 도플러 효과의 결과가 계속 바뀐다는 것.
  2. 초창기의 전파 손실률은 12%에 달했으나, 이후 7%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데시벨로 표현하면 약 2.25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