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병은 행정 업무를 하는 병사로, 주로 중대본부나 참모부에서 장교 및 부사관을 보조하여 자잘한 작업을 하는 병사들을 말한다.
개요
이 문서에서 말할 행정의 의미를 먼저 밝힐 필요가 있는 데, 전투 기능 이외의 것을 모두 행정이라 할 것이다. 전투, 정비, 수송, 공병 등 전투에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기능을 제외한 문서 작성, 재고 실셈 등 몸을 그나마 성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맡는 병사를 말한다.
보통 행정병은 주요 군사특기를 받고 입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행정 군사특기가 주어지는 경우는 병참, 회계, 법무 등 정말 전문적인 요소에만 주어지고, 나머지는 해당 부대에서 필요할 때 부대원 중에서 차출하여 일을 시킨다. 예를 들어 통신중대는 통신병이, 수송중대는 운전병이 행정 업무를 하는 식이다. 그런 업무에 인원이 내려오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부대원 중에 불러다 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능이 행정(전투근무지원) 위주로 구성된 부대를 "기행부대"라고 한다.
구분
- 중대행정
- 중대본부에서 중대장, 행정보급관의 지시로 업무를 보는 인원들로, 행정병 중에서 가장 현장 최전선에서 뛰는 인원들이다. 실질적인 재고 실셈, 다른 병사들의 클레임 조정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일반행정과 보급행정 특기만 배치되지만, 중대장 무전병과 기타 전투원 2~3명을 더해서 5명 정도로 굴리는 게 보통이다. 70~80년대에는 행정부서를 군수계, 인사계.. 이런 식으로 불렀기 때문에 행정병들을 계원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명칭이 계속 구전되어 내려오다보니 현재에도 대대급 행정병들을 계원이라 부르는 부대들이 제법 남아있다.
- 참모부 행정
- 대대급 이상에는 참모부가 정식으로 배치되고, 이에 대한 병사 TO도 명확하게 주어진다. 여기서부터는 상급부대와 하급부대간의 조율이 주된 업무가 되며 빨리 하라고 쪼는 상급부대와 좀 시간을 달라는 하급부대 사이에 낑긴 형태가 된다. 대대나 연대급은 행정병 인가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어서 본부중대에 행정병이 대부분 소속된 형태이며, 사단급 이상은 각 처부의 인원들이 상당히 많다보니 본부대, 본부근무대를 구성한다.
업무
행정병의 주 업무는 물론 부서 간부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간부가 모든 업무를 수행하기엔 양이 너무 많다보니, 결국 행정병은 좋든 싫든 간부의 업무를 일정부분 대리하게 될 수 밖에 없고, 상급 부대로 갈 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된다. 물론 간부의 능력이 어떠한가에 따라 행정병의 군생활 난이도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또한 참모가 허수아비거나, 참모가 없는 중대본부는 병사가 곧 참모가 되어 업무 결정권자가 되는 경우 그냥 간부가 하는 일을 그대로 다 하는 형태가 된다.
대대나 연대급은 행정병이 주업무를 수행하고 지휘관을 보조하는 당번병이 별도로 존재하나, 사단급 이상만 가더라도 기본적으로 주요 참모들의 계급은 중령급 이상[1]이고, 이러한 처부에는 타 처부의 간부가 놀러온다거나, 타 부대의 간부가 업무차 방문하는 등 생각보다 외부 인원의 출입이 잦은 관계로 처부 행정병 중 짬이 안되는 병사는 반쯤은 참모의 당번병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즉 보병이 총대신 삽을 더 많이 잡을 때, 처부 행정병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대신 커피 배달을 더 많이 할 수도 있다. 이런 응대 업무가 숙달되면 쟁반 하나에 10인분 이상의 커피 제조는 눈감고도 하는 경지에 이른다.
기본적으로 문서 작업 프로그램인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와 싸우며 간혹 도판 작업으로 아스테이지나 네임펜 등으로 단대호를 지도에 도배하면서 예쁘게 꾸며야 할 때도 있다. 또한 파워포인트로 브리핑하는 경우에도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서 아기자기한 효과를 넣기도 한다. 그래서 행정병으로 군생활을 마친 사람이 전역 후 사회에 나와서 기본적인 문서 작업은 상당한 스킬을 보유한 상태가 된다. 회사에서 옆의 동료가 워드 프로세서의 기본적인 단축키도 몰라서 하나하나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거나..
생활상
전투병과과 행정병을 보는 시선
일선 전투부대 병사들은 행정병을 꿀빠는 보직으로 인식한다. 그도 그럴것이 업무 특성상 대부분의 전투 훈련 및 교육에서 열외되기 때문에 몸은 편한 편이다. 사무실도 에어컨 같은 공조장치가 완비되어서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대신 휴식시간도 없이 눈 떠 있는 시간을 모두 업무에 쓸어넣어도 모자라고, 전투체육이고 뭐고 다 열외됨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개인정비시간도 까먹는 일이 다반사다. 거기에 처부 간부의 능력이 영 아니올시다 수준이면 고참 행정병이 거의 간부화되어 대부분의 문서와 보고서를 결재 직전 단계까지 완성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상급 부대의 전투지휘검열이나 큰 훈련이 닥치면 준비 과정에서 야근과 철야가 밥먹듯 이어질 수 있고, 보안점검이 뜬다고 하면 사무실을 뒤엎어서 유효기간이 지난 비밀문서나 보안에 위배되는 사적인 물품들을 폐기하는 등 잡무도 상당하다.
행정병이라고 해도 모든 근무에서 열외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상급 부대의 작전병이나 정보병은 각자 순번을 정해서 지휘통제실 당직근무를 서고, 기타 행정병들도 최소한 경계나 불침번 근무는 수행한다. 부대 지휘관에 따라서는 행정병도 가차없이 전투훈련을 시키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부분 처부 간부들이 자신들이 귀찮아지는 것을 싫어해서 어떻게든 행정병은 열외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중간에 끼인 행정병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 대대장 혹은 연대장은 자기보다 높은 장교가 부대 내에는 존재하지 않아서 무대뽀로 행정병을 귀찮게 굴릴 수 있으나, 사단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처부장들이 본부대장보다는 계급이 높다는 점이 작용하여 행정병들을 어찌 할 방도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야근이나 철야 등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성 위염 및 비만, 오랜 시간 앉아서 업무를 하다보니 거북목이나 근골격계 질환같은 흔한 직장인이 겪는 직업병을 군대에서 장착하는 경우도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