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주부원숭이

코주부원숭이
Portrait of a Proboscis Monkey.jpg
학명
Nasalis larvatus
Wurmb, 1787
생물 분류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영장목(Primates)
긴꼬리원숭이과(Cercopithecidae)
코주부원숭이속(Nasalis)
코주부원숭이(N. larvatus)
보전 상태
멸종위기등급 위기.png
Proboscis Monkey in Borneo.jpg

코주부원숭이(Proboscis monkey)는 포유강 영장목 긴꼬리원숭이과에 속하는 원숭이이자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의 고유종이다.

외형적으로는 기다란 코에 톡 튀어나온 배, 물갈퀴가 달린 손발가락이 특징으로, 특히 수컷의 코는 "코주부"라는 이름의 어원이 되었을 정도로 길고 두툼한 것이 인상적이다. 털빛은 밝은 적갈색에 가슴과 배는 흰색을 띠고 있다. 기다란 코를 갖추고 있어 종종 네덜란드인 원숭이(Dutchman Monkey)나 긴코원숭이(Long-nosed monkey), 텐구원숭이(テングザル)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평균적인 코주부원숭이의 크기는 몸길이 54~76cm, 꼬리 길이는 52~76cm이며 몸무게는 수컷이 16~23kg, 암컷이 8~12kg으로 수컷에 비해 암컷이 다소 작으며, 동시에 아시아에 서식하는 원숭이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생물학적 특징[편집 | 원본 편집]

수컷 코주부원숭이
암컷 코주부원숭이

코주부원숭이는 성적 이향성을 갖추고 있으며 수컷과 암컷의 코 모양이 다르다. 수컷의 코는 이름처럼 길고 두툼하며 그 길이는 최대 10cm나 달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이런 기다란 코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코주부원숭이의 두개골에는 코를 지탱하기 좋은 구조를 지닌 특수한 코뼈가 있다. 코가 입 아래까지 늘어져 있어 입을 가리기 때문에 수컷은 한 손으로 긴 코를 제치고 먹이를 먹는다. 반면에 암컷의 코는 수컷과 비교했을 때 다소 훨씬 짧고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지만 다른 종의 원숭이들과 비교해 보면 다소 큰 편으로 마치 백인의 코를 연상시킨다.

기다란 코가 다소 우스꽝스럽고 불편해 보이지만, 코주부원숭이의 코는 자신의 위치와 위상을 과시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코주부원숭이의 코는 길면 길수록 자신의 울음소리를 널리 퍼트려주는 확성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울음소리를 통해 암컷에게 자신을 과시하거나 다른 개체들에게 위협이 있음을 알린다. 또한 코끼리물범과 마찬가지로 수컷은 코가 길수록 암컷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받는데, 실제로 코주부원숭이의 코와 고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 본 결과 코가 길수록 고환의 크기도 컸다고 한다.

코 이외에도 코주부원숭이는 날카로운 어금니가 있어서 잎을 쉽게 잘게 부술 수 있으며, 고릴라처럼 채식을 주로 하여 소화기관이 길기 때문에 배가 불룩 튀어나와 있다. 손발가락이 길고 엄지손가락이 잘 발달해 먹이를 집거나 나뭇가지를 잡고 잽싸게 나무를 오르내리기에 좋으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달려 있어 헤엄도 잘 친다.

코주부원숭이의 털빛은 머리와 등, 어깨, 넓적다리가 밝은 주황색, 적갈색, 황갈색을 띠고 있고, 팔과 다리는 토시를 낀 것처럼 밝은 청회색을 띠고 있다. 새끼의 얼굴은 갓 태어났을 무렵에는 은청색이지만, 성장함에 따라 회색을 거쳐 성체에 이르러 크림색으로 변하게 된다.

생태[편집 | 원본 편집]

코주부원숭이의 분표 지역

코주부원숭이의 서식지는 보르네오 섬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 나뉘어 분포하여 있으며, 맹그로브 숲, 또는 해안이나 강 근처에 있는 산림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원숭이들 중 헤엄을 가장 잘 칠 수 있기에 수원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지내며, 종종 강을 헤엄치거나 나무에서 뛰어내려 물 속으로 뛰어들어 이동하기도 한다. 다만 인적이 있는 곳은 대체로 피하는 편.

코주부원숭이는 사회적인 동물로 우두머리 수컷을 중심으로 암컷과 새끼들이 모여 보통 11~32마리, 최대 60마리 규모의 하렘 무리를 지어 활동하며, 우두머리 이외의 수컷들은 자신만의 무리를 이루게 될 때까지 3~19마리가 모인 독신 무리에 들어가 생활한다. 무리 내의 개체들은 같은 무리의 개체들에게 서로 관대하며 잠을 잘 때도 무리끼리 한 곳에 모여서 숙면을 취하지만, 일부 암컷들은 종종 다른 개체들과의 충돌을 피하거나 근친 교배를 피하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집단을 떠나는 경우도 존재한다.

코주부원숭이의 울음소리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발성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리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서로 간의 친목을 다질 때, 정보를 전달하거나 위험이 임박했을 때, 짝짓기를 하고 싶을 때, 화가 났을 때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울음소리를 내어 다른 개체들과 대화한다. 이외에도 나뭇가지 흔들거나 입을 벌려 위협하는 등 여러가지 의사소통 수단을 갖추고 있다.

식단 및 천적[편집 | 원본 편집]

코주부원숭이는 초식동물로 55종의 달하는 식물을 먹이로 삼는다. 주로 어린 나뭇잎이나 씨앗, 나뭇가지, 꽃과 덜 익은 과일을 주로 섭취하며, 종종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곤충을 먹기도 한다. 코주부원숭이의 위는 소나 양 같은 반추동물의 것처럼 식물의 셀룰로스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세균과 박테리아들이 서식하고 있어 자신이 먹은 식물들을 발효시켜 무리없이 소화시킬 수 있다. 학자들은 과거 코주부원숭이의 조상이 다른 영장류들과의 치열한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영양가가 낮은 대신 구하기 쉬운 풀이나 나뭇잎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탁월한 생존전략처럼 보이는 이 전략에는 한가지 큰 문제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잘 익은 과일을 먹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주부원숭이는 과일을 먹더라도 덜 익은 과일을 섭취하거나, 아니면 잘 익은 과일의 과육을 다 발라내고 씨앗만 빼먹는 다소 독특해보이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장 내의 균들이 과일의 당분을 잘 분해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달콤한 과일을 먹게 될 경우 위장의 산도가 급격히 바뀌게 되어 발효가 지나치게 진행되게 되며, 이럴 경우 위장이 가스로 가득 차게 되어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까지도 한다.[1][2] 사실 코주부원숭이 이외에도 황금들창코원숭이회색랑구르원숭이와 같이 콜로부스아과(Colobinae)에 속한 원숭이들은 잘 익은 과일을 싫어하는 편이다.그야말로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반대로 야생에서 코주부원숭이를 위협하는 천적으로는 구름표범, 말레이곰, 바다악어, 말레이가비알, 그물무늬비단뱀이 있으며, 새끼나 병이 든 개체들은 독수리나 덩치 큰 부엉이와 같은 맹금류, 혹은 왕도마뱀에게 노려지기도 한다. 코주부원숭이는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를 타고 도망치거나 물 속으로 뛰어들어 적을 따돌린다.

번식 및 생애주기[편집 | 원본 편집]

암컷과 새끼

코주부원숭이는 대체로 2월에서 11월 사이에 짝짓기를 한다. 일반적으로는 하렘 무리를 지배하는 우두머리 수컷만이 암컷들과 짝짓기를 할 수 있지만, 독신 무리에서 나온 일부 수컷들이 암컷에게 구애하기도 한다. 구애를 시작할 때는 암수 모두 삐죽거리는 표정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수컷은 암컷을 향해 소리 내어 울고, 암컷은 머리를 흔들거나 수컷에게 등을 내밀고 엉덩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끔씩 재미삼아 짝짓기를 하거나 동성끼리 번식 외의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암컷은 임신한 뒤 166일~200일의 임신 기간 끝에 3월에서 5월 사이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태어난 지 생후 몇 주 동안 어미의 품에 안겨 보호를 받다가 6주 정도가 지나면 단단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7개월이 되면 완전히 젖을 뗀다. 5살이 되어 성적으로 성숙해지게 되면 암컷은 어미 무리에 계속 남지만, 수컷은 어미를 떠나 독신 무리에 들어가거나 다른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도전하기도 한다. 다른 수컷과 암컷을 두고 싸움을 벌일 때는 서로간의 코를 비교하여 코가 더 길고 큰 쪽이 승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근친 교배를 방지하기 위해 보통 6~8년 정도가 지나면 스스로 우두머리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경쟁 수컷에 의해 무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코주부원숭이의 수명은 야생에서는 대략 20년 정도 된다.

인간과의 관계[편집 | 원본 편집]

코주부원숭이는 현재 IUCN 적색 목록에 위기(EN) 등급으로 등재되어 있다. 야생에서는 보르네오 섬에 20,000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40년 동안 서식지의 손실과 밀렵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40%나 감소했다. 코주부원숭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팜유 농장을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한 벌목과 방화 등으로 인한 서식지의 손실과 파편화, 진미로 여겨지는 고기와 중국 전통 의학에 사용되는 신체 부위를 노린 밀렵이 손꼽힌다.

현재 코주부원숭이는 CITES 부속서 Ⅰ으로 지정되어 있어 상업 목적의 거래가 금지되어 있고, 보르네오 섬 전역에서 보호 구역을 지정하여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가속화되어가는 삼림 파괴와 불법 사냥으로 인해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주부원숭이는 종종 전시 및 보존을 목적으로 동물원에 사육되기도 하지만 식성이 까다로운 탓에 아무 동물원에서나 볼 수는 없다. 국내에는 사육 기록이 전무하지만, 해외에서는 주로 싱가포르 동물원이나 말레이시아 록카위 동물원, 일본 요코하마동물원 주라시아에서 볼 수 있다.

기타[편집 | 원본 편집]

참고 자료[편집 | 원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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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그러나 예외적으로 동물원이나 연구소와 같은 사육 시설에서 자란 코주부원숭이들은 달콤한 과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섭취할 수 있다. 이는 새끼 때부터 과일을 먹고 자라 장 내의 세균들의 종류가 잘 익은 과일을 소화시킬 수 있는 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 참고로 같은 초식동물인 의 경우에도 급격하게 사료를 풀에서 곡물로 바꾸게 되면 위산이 많아지거나 가스가 차게 되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하게 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