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삼소

무리
잡을
웃을

조조가 세 번 웃는다는 뜻으로, 적벽대전에서 패배하여 퇴각하던 조조가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제갈량주유를 비웃을 때마다 곤경에 처한 것을 비유한 고사이다. 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 하더라도 교만에 빠지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래[편집 | 원본 편집]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에 모두 등장하며, 적벽대전에서 적들의 화공에 대군을 잃고 겨우겨우 패잔병들을 이끌고 도망치던 조조가 당도하는 곳의 지리를 살피더니 갑자기 크게 웃는다. 주변 사람들이 의아하여 왜 웃는지 묻자 조조는 자기였다면 이런 지형에 복병을 심어놓았을텐데 주유제갈량은 그러지 않았다며 그들의 재주가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이러한 비웃음을 3차례 반복하였고 그때마다 복병이 나타나 조조가 곤경에 처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정사와 연의간에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고, 조조가 세 번 적을 비웃다가 크게 당한다는 내용은 연의에 묘사된다.

정사[편집 | 원본 편집]

山陽公載記曰:公船艦爲備所燒, 引軍從華容道步歸, 遇泥濘, 道不通, 天又大風, 悉使羸兵負草塡之, 騎乃得過. 羸兵爲人馬所蹈藉, 陷泥中, 死者甚衆. 軍旣得出, 公大喜, 諸將問之, 公曰:「劉備, 吾儔也. 但得計少晩;向使早放火, 吾徒無類矣.」備尋亦放火而無所及. 孫盛異同評曰:按吳志, 劉備先破公軍, 然後權攻合肥, 而此記云權先攻合肥, 後有赤壁之事. 二者不同, 吳志爲是.
— 위서 무제기의 일부

진수가 기록한 정사 삼국지 위서 무제기(조조에 대한 기록)에 수록된 내용으로, 적벽대전 기록에 주석으로 달린 산양공제기에 언급되었다.

조조의 싸움배들이 모조리 유비에 의해 불태워지자 조조는 패잔병들을 이끌고 화용도(華容道)로부터 걸어서 귀환했는데, 진창을 만나 길이 통하지 않고 또한 하늘에선 모진 비바람이 몰아쳤다. 지친 군사들까지 모두 풀을 짊어지고 진창을 메우게 하여 말이 지나갈 수 있었다. 지친 군사들 중에 말과 사람에게 밟히고 진창에 빠져 죽은 이가 매우 많았다. 겨우 진창을 빠져나온 뒤 조조가 크게 기뻐했다. 제장들이 묻자 조조가 대답하길 “유비는 나의 맞수이나 다만 계책을 쓰는 것이 부족하고 늦구나. 만약 일찍이 불을 놓았다면 내가 비견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잠시 후 유비가 불을 놓았으나 이미 조조는 그 곳을 벗어난 이후였다.

연의[편집 | 원본 편집]

삼국지연의》에서는 정사의 간략한 언급을 재해석하여 조조가 적들을 비웃다가 크게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각색하여 조조삼소의 고사를 이끌어냈다. 즉 정사의 내용만 가지고서는 조조가 딱히 곤경에 처했다고 볼 수 없지만, 연의에서는 적벽대전의 승리를 이끌어낸 제갈량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조조를 더욱 비참하게 묘사하려는 의도에서 창작이 크게 가미되었다.

적벽대전에서 주유의 화공으로 조조가 자랑하던 백만대군이 몰살당하였고, 조조 그 자신도 겨우겨우 몇몇 장수들과 패잔병들을 이끌고 본거지인 허창으로 퇴각한다. 적들의 추격에 정신없이 도망가던 조조는 수풀이 울창하고 지세가 험난한 오림에 이르러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한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한 주변 장수들이 이유를 묻자 조조는 이렇게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면 큰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나 주유나 제갈량은 그런 생각조차 못한 것 같다며 비웃은 것.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주변에서 큰 북소리가 울리더니 조운의 복병이 나타났다.

간신히 조운의 매복에서 목숨을 건져 빠져나온 조조는 한참을 도망가다가 호로구라는 계곡에 당도하였다. 또다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크게 웃더니 자신은 이런 곳에 군사들을 매복시켰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조의 웃음이 사라지기 무섭게 장비가 이끄는 복병이 나타났다. 장비의 매서운 공격에 그나마 남아있던 장수들과 병사들도 큰 피해를 입었고 조조도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장비의 복병을 뿌리치고 도망치던 조조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조조가 정탐을 보내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니 대로는 평탄하고 큰 어려움이 없어보였지만 소로는 험하고 진창이 많아 병사들이 나아가기 어려웠다. 그리고 소로 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연기가 나는 곳은 적들의 매복이 있을 것이니 대로로 가자고 건의했지만, 조조는 병법의 "실즉허지 허즉실지"(實卽虛之 虛卽實之)를 떠올리며 오히려 적군은 큰 길가에 숨어있다고 확신하며 소로로 진로를 정하니 이 길이 그 유명한 화용도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험악한 산길을 겨우 빠져나와 평탄한 길에 접어들자 조조는 또다시 주변을 살피더니 크게 웃으며 적들을 비웃는다. 이렇게 험한 길을 넘어왔는데 이 곳에 단지 수백의 적군만 매복하여 길을 막았다면 자신의 목은 이미 떨어졌을 거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역시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관우의 복병이 나타나 조조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조조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마지막 일전을 치르고자 하였으나 주변에 남아있는 패잔병들은 도무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며 이에 정욱이 예전 관우가 조조의 아래에서 머무를 때를 상기시키주었다. 이에 조조는 지난 날 유비를 찾아 떠나려는 관우를 너그러이 보내준 일화를 얘기하자 관우는 차마 조조와 일행들을 사로잡지 못하고 길을 비켜주니 마침내 조조는 무사히 허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적벽가[편집 | 원본 편집]

적벽대전을 주제로하는 판소리 적벽가에도 조조삼소 고사가 나온다. 판소리의 특성상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심한 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참 이리 설리 울다가 히히히 해해해 대소허니 정욱이 여짜오되
"아 여보시오 승상님 근근도생(僅僅圖生) 창황중에 슬픈 신세를 생각잖고 어찌하야 또 그리 웃나니까?"
조조가 말하길 "야야 말마라 말 말어 내 웃는게 다름이 아니니라. 주유는 실기(實技)는 좀 있으되 꾀가 없고 공명은 꾀는 좀 있으되 실기 없음을 생각하야 웃었느니라"
이 말이 지듯마듯 오림산곡 양편에서 고성화광(高聲火光)이 충천(衝天) 한 장수 나온다. 한 장수 나온다. 얼굴은 형산(荊山) 백옥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이라 인(麟)의 허리 곰의 팔 녹포엄신갑(鹿布掩身甲)에 팔척장창(八尺長槍)을 비껴들어 당당위풍 일포성(一砲聲) 큰 소리로 호령허되
"네 이놈! 조조야 상산명장(常山名將) 조자룡(趙子龍)을 아느냐 모르느냐! 조조는 닫지말고 내 장창 받아라!"
(중략)
이렇듯이 설리울다 히히해해 대소허니 정욱이 기가 맥혀
"얘들아 승상님이 또 웃으셨다. 승상님이 웃으시면 복병이 꼭꼭 나타나느니라"
조조 듣고 얕은 속에 화를 내여
"야 이놈들아! 내가 웃으면 복병이 꼭꼭 나타난단 말이야? 아 이전에 우리집에서는 아무리 웃어도 복병은커녕 뱃병도 안나고 술병(甁)만 꼭꼭 들어오더라 이 놈들아!"
이 말이 지듯말듯 좌우산곡에서 복병이 일어나니 정욱이 기가막혀
"여보시오 승상님 죽어도 원이나 없게 즐기시는 웃음이나 싫컨 더 웃어보시오"
조조 웃음 쑥 들어가고 미쳐 정신 못 차릴 적에 장비의 거동 봐라 표독(慓毒)한 저 장수 먹장낯 고리눈에 다박수염 거사리고 흑총마에 사모장창(蛇矛長槍)들고 불끝같이 급한 성정(性情) 맹호같이 달려들어
"워따! 이 놈 조조야 날따 길따 길따 날따 파랑개비라 비상천(飛上天)허며 뒤저기라 땅을 팔따 닫지 말고 창 받어라!"
(중량)
점고하야 보니 불과 백여명이라 그 중에 갑옷 벗고 투구 벗고 창 잃고 앉은 놈 누운 놈 엎진 놈 폐진 놈 배가 고파 기진헌 놈 고향을 바라보며 앙천통곡 우는 소리 화용산곡(華容山谷)이 망망허다.
조조 마상에서 채를 들어 호령허며 행군 길을 재촉허드니마는 히히해해 대소허니 정욱이 기가 맥혀
"얘들아 승상님이 또 웃으셨다. 적벽에 한 번 웃어 백만군사 몰사허고 오림에 두 번 웃어 죽을 봉변 당하고 이 병(甁) 속같은 데서 또 웃어 놨으니 이제는 씨도 없이 다 죽는구나"
조조 듣고 화를 내어 "야 이 놈들아! 느그는 내 곧 웃으면 트집 잡지 말고 느그 놈들도 생각을 좀 해 봐라 주유 공명이가 이 곳에다가 복병은 말고 병든 군사 여나뭇만 묻어 두었드리도 조조는 말고 비조(飛鳥)라도 살어 갈 수가 있겠느냐" 히히해해 대소허니
웃음이 지듯마듯 화용도 산상에서 방포성(放砲聲)이 꿍! 이 넘에서도 꿍 저 넘에서도 꿍 궁그르르르 화용산곡이 뒤끓으니 위국장졸(魏國將卒)들이 혼불부신(魂不附身)하야 면면상고(面面相顧) 서 있을제 오백 도부수가 양편으로 갈라 서서 대장기(大將旗)를 들었난디 대원수 관공 삼군 사명기(使命旗)라 둥두렷이 새겼난디 늠름허다 주안봉목(朱顔鳳目) 와잠미(臥蠶眉) 삼각수(三角鬚)에 봉이 눈을 부릅뜨고 청룡도 비껴 들고 적토마 달려오며 우레같은 소리를 벽력같이 뒤지르며
"네 이놈 조조야! 짜른 목 길게 빼어 청룡도 받어라!"
— 적벽가[1]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