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저격수(狙擊手, Sniper)는 은폐, 엄폐를 유지한 상태에서 장거리에 위치한 목표물을 정확한 사격술로 제압할 수 있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신은 많은 병력의 편이 아닌 정확한 사수의 편에 선다.
— 볼테르

역사[편집 | 원본 편집]

저격수를 의미하는 단어인 Sniper에서 저격을 의미하는 Snipe는 야생 도요새의 명칭이다. 18세기 인도에 파견된 영국군 장교들 사이에서 작고 재빠른 도요새를 사격하여 맞추는 경쟁이 벌어졌는데, 이 작고 날랜 도요새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에서 도요새를 잘 잡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Sniper라는 명사가 기원한 것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저격수가 등장한 것은 미국남북전쟁이다. 남북전쟁 당시 일반 보병과는 별개로 소수의 인원이 흩어져서 적군을 정찰하고 매복하여 지나가는 중요 목표를 공격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산병(散兵, Skirmisher)의 등장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의 저격수라는 보직을 형성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각 국가들은 나름대로 명사수들을 전선에 투입하여 저격수의 역할을 부여했는데, 특히 독일은 당시 다른 나라들보다 발달한 광학장비 및 기계가공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저격수가 사용하는 무기에 배율이 적용된 스코프를 달아줬고, 이는 육안에 의지한 사격을 하던 타 국가의 저격수들을 압도하는 전과를 올릴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저격수가 대두되어 전선의 판도를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이 시기의 저격수들은 스코프를 기본적으로 장착하였으며 혼란스러운 전쟁터 한복판에 숨어들어 적군의 장교 등 지휘부를 정확히 제거하면서 적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등 존재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커다란 심리적 압박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소련바실리 자이체프, 핀란드시모 해위해같은 전설적인 저격수들도 이 시기에 맹활약을 펼쳤다.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베트콩의 저격수들에 의해 많은 피해가 누적되었던 미군은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특히 해병대를 필두로 체계적인 저격수 양성이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 활약한 전설적인 저격수 카를로스 헤스콕에 의해 각종 저격기록이 작성되었고, 이후 각 국가들은 자신들의 노하우와 해외 교환훈련 등을 거치면서 체계적인 저격수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었다.

특징[편집 | 원본 편집]

소수 정예[편집 | 원본 편집]

저격수는 양성과정 자체가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 기밀사항에 속할 정도로 고도화된 훈련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은폐와 엄폐능력이 요구되며, 장시간 같은 자리에서 엎드린 상태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강한 체력은 기본이고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정신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혹독한 양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저격수의 자격을 얻는 인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대로 훈련된 저격수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전략 자원으로 여기며 이들이 수행하는 임무 자체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외부로 저격수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 유지에 많은 공을 들인다.

위장[편집 | 원본 편집]

길리 슈트로 위장한 저격수

저격수는 일반적인 보병과 다른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며, 보통 사수와 감적수 2인 1조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격수는 아군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임무수행을 위해 독자적인 활동을 수행하며, 적진 깊숙히 침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필수적으로 적군의 시야에 발각되지 않도록 위장이 필요하다.

길리 슈트(Ghillie suit)는 이러한 위장에 최적화된 복장으로, 저격수의 안면부위 일부를 제외하면 전신을 가려주는 위장이 가능하다. 길리 슈트의 불규칙한 패턴은 인간의 시각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쉽게 저격수의 형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하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또한 길리 슈트는 주변 환경에 따라 나뭇가지나 수풀 등을 부착하여 위장 능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으며, 체온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두껍게 제작되어 적군의 열상감지장치의 관측으로부터 감지될 확률을 낮춰주기도 한다.[1]

행동[편집 | 원본 편집]

영화 긴급명령에 묘사된 저격수의 행동

위장과 더불어 저격수는 은밀한 움직임도 필요하다. 특히 저격수의 존재에 대비하여 적군도 아군 저격수를 제거하기 위해 저격수로 맞불을 놓는 전술을 취하기 때문에, 저격수의 움직임이 크면 클 수록 상대방 저격수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진다. 물론 길리 슈트를 뒤집어 쓴 저격수는 단순히 풀숲에 엎드려있는 것 자체로 큰 위장 효과를 발휘하며, 바로 옆에 지나가는 보병이 저격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 다만 침투나 퇴출, 임무변경 등의 이유로 저격수가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순간이 저격수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격수는 평상시 이동을 하거나 위치 변경을 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느리고 주변 환경에 동화되어 쉽게 발각되지 않도록 행동하게 된다. 예컨데 일반인이라면 1시간에 4km를 걸어서 움직일 수 있는데 저격수는 3시간동안 단지 3m를 이동한다는 식으로.

장비[편집 | 원본 편집]

M24 SWS의 기본 구성품

저격수의 핵심장비는 단연 정밀하게 제작된 저격소총이다. 저격수는 먼 거리에서 찰나의 순간을 노려 단 한 발의 총알로 목표물을 제압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이 때문에 정확히 원하는 지점에 탄환을 보낼 수 있도록 제작된 고정밀 저격소총이 중요하다. 또한 먼 거리를 관측하기 위하여 고배율 망원 조준경이 필수적이며, 최근에는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탄도를 계산할 수 있는 저격수용 계산기가 지급되는 추세이다. 또한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탄환의 비행시간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지구의 중력이나 자전, 풍향이나 습도같은 다양한 변수가 추가되므로 이러한 변수를 측정할 수 있는 풍향계나 위치 파악을 위한 GPS같은 장비도 휴대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군대나 경찰에 납품되는 저격소총은 스코프와 부가장비가 기본 품목으로 구성(BII, Basic Issued Item)되어 패키지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저격수의 성향이나 임무 특성에 따라 부가장비가 추가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저격수와 함께 행동하는 감적수는 저격수의 좁은 시야[2]를 보완하기 위하여 넓은 영역을 관측할 수 있는 고배율 망원경을 소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임무[편집 | 원본 편집]

과거에는 단순히 총을 잘 쏘는 것만으로 저격수의 자격을 부여했으나, 현재에는 사격술은 기본이고 여기에 임무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 예를 들자면 임무지역까지 성공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공수교육, 수중침투교육, 장거리 전술행군 등을 익히며 적지에 고립된 상태로 오랜 시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각종 생존훈련, 적군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찰 및 정보수집 등 특수부대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전부 교육받는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혹독한 양성과정을 거치게 된다.

저격수는 흔히 생각하는 중요 인물 저격뿐만 아니라, 멀리서 고배율 스코프 등 광학장비를 활용하여 적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간정보(HUMINT)의 역할도 겸한다. 오히려 저격을 통해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는 위험성을 지양하고, 적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아군의 작전 수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본연의 임무인 저격 또한 중요한 요소이며, 현대전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위주로 소규모 분쟁이 잦다. 특히 이라크 전쟁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면서 민간인과 적군의 구별이 쉽지 않고, 시가전 상황에서 가옥 수색 등 아군 지상군을 보호하는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편이다. 물론 반대 세력도 저격수를 배치하여 맞불을 놓기 때문에 저격수들간의 대결도 심심치않게 벌어진다. 또한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에는 해군 특수전전단 소속 대테러팀의 저격수도 포함되며, 이들은 공중에 떠있는 헬리콥터 안에서 바다에 떠다니는 소형 해적선의 동태를 감시하고, 필요시 정확한 사격으로 아군 검문검색팀을 엄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군대 뿐만 아니라 경찰같은 법집행 기관들도 저격수가 존재하며 대테러 임무, 인질극과 같은 상황에서 동향을 파악하고 목표물을 정확하게 제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위력[편집 | 원본 편집]

통계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에서 적군 1명을 사살하는데 일반적인 보병은 약 7,000발을 소모한 반면, 저격수는 평균 1.3발로 적을 사살했다고 한다. 그만큼 저격수는 정확한 사격으로 중요 목표를 제거할 수 있고 이것은 적군에게 커다란 공포심을 안겨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일례로 베트남 전쟁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저격수 카를로스 헤스콕은 임무에 투입되어 자리를 잡고 적군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헤스콕의 시야에 이동중인 베트콩 중대급 부대가 포착되었고 헤스콕은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원을 저격하였다. 지휘관이 사라진 적군은 이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 하였고 지휘권을 넘겨받은 부관 역시 헤스콕에 의해 저격당했다. 이런 식으로 지휘권이 사라진 적군은 그 자리에 엎드린 상태로 패닉에 빠졌으며, 고개를 드는 적군은 여지없이 헤스콕의 총탄에 사살당했다. 야간에도 헤스콕은 본부에 연락하여 조명탄을 지속적으로 떨궈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야음을 틈타 탈출하려던 적군도 차례 차례 쓰러졌다. 결국 땅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5일간 아무것도 못한체 베트남의 고온다습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적군은 탈진하였고 그 자리에 포병의 효력사가 떨어지면서 헤스콕에 의해 고립된 중대급 인원은 단 1명만이 살아남았다고.[3]

즉 저격수는 그 존재 자체로 적군에게 커다란 심리적 압박감을 안겨줄 수 있으며 잘 훈련된 저격수 1명은 1개 중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분석이 존재할 정도. 이 때문에 상대방은 어떻게 해서든 저격수를 제거하고자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며, 최적의 대응책은 아군의 저격수가 적군의 저격수를 먼저 제압하는 것이다. 또한 총성이나 총탄의 소음으로 방향을 역추적하는 레이더가 등장하기도 하였으며, 이라크 전쟁 중 시가지에서 적군의 저격수에 발이 묶인 미군 부대는 아예 적 저격수가 있을법한 위치에 공군을 호출하여 공습을 날리기도 했다.

여담[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반대로 생각하면 길리 슈트를 뒤집어쓴 저격수는 체온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전신에 방한복을 착용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특히 햇볕이 쨍쨍한 여름철이라면..
  2. 저격수는 고배율 스코프를 통해 극히 좁은 지역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며, 주변의 상황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3. 애초에 헤스콕이 적의 발을 묶어놓은 시점에 포병으로 전멸시킬 수 있었으나, 상부에서는 저격수의 위력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자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