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어

과거 유출된 국군 음어자재

음어(陰語, Code)는 상호간 약정한 단어로, 대화 속의 단어를 약속한 단어로 바꿔서 제3자가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대칭형 암호의 일종이다. 이것을 수록한 것이 음어표(Codebook)이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거기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아기가 태어날 것 같습니까?"
"예, 출산이 임박했습니다."
— 일본 외무성과 대사관의 통화 中, 코드브레이커

대화를 유출시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엿듣지 못하게 하는 일이지만, [[비화기|비화통신}}을 하더라도 통신에서 완전히 엿듣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으므로 중요한 대화를 불가피하게 통신상으로 해야할 경우에는 음어로 대화의 주요 요소를 가린다.(통신상으로 보안사항을 평문으로 흘리면 징계사안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숨겨 요인들에게 배포할 때도 요긴하다. 이때는 너무 많은 음어를 우겨넣으면 어색해서 들키기 쉽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이 제한되지만, 한번에 다량으로 배포되기 때문에 배포하기 편리한 방법이다.

코드북[편집 | 원본 편집]

이것을 극단적으로 몰고간 것이 "난수방송"으로, 낱자나 단어에 숫자나 기호를 일일이 대응시켜 모든 내용을 기호의 나열로 바꿔서 대충 불러주는 것이다. 외워서 숙지하기 힘드므로 암호화나 해독을 할 때 참고할 음어자재(코드북)를 만든다. 이 방법은 정보를 대량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누가 봐도 암호이기 때문에 적의 관심을 끌기 쉽고, 음어자재가 유출되면 한번에 다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평문에도 다른 음어를 덧씌우기도 한다.

단어 단위 코드북의 일종

단어 위주로 코드북을 짜면 단어 갯수에 따라 음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두툼한 코드북은 대부분 단어 단위로 대응되어 있는 경우다. 로마자를 쓰는 언어권에서 자주 쓰는 데, 알파벳 26자만 대응시키는 코드는 카이사르 암호에서 봤듯이 빈도분석법으로 쉽게 뚫리기 때문이다. 다만, 코드북은 직접 만들지 않고 시중의 책을 활용해도 된다. 해당 책을 암호집처럼 쓴다는거지, 해당 책을 쓴 작가가 간첩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낱자 위주로 코드북을 짜면 매우 심플해진다. 통신병으로 국군을 갔다온 사람은 대부분 이걸 만져봤을 것이다. 한국어 기준 알파벳 26자, 한글 자·모음 24자, 숫자 10자로 총 60개만 준비되면 되고, 알파벳이나 숫자는 그냥 한글로 바꿔서 조립해도 되므로 24개까지 압축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는 빈도분석법으로 털릴 위험이 있으므로 하나의 낱자에 여러 개의 음어를 할당하거나, 몇몇 단어에 대응시키는 음어를 만들거나, 일부러 빈 음어를 여러 개 끼워서 암호체계를 깨려는 사람에게 혼란이 오게 한다.

사용법[편집 | 원본 편집]

  • 조립(암호화)
    1. 평문과 음어자재를 준비한다. 전문적인 음어자재는 조립부와 해독부가 따로 준비되어 있으므로 조립부를 준비한다.
    2. 단어 단위로 약정한 경우 단어 단위로 바꾼다. 낱자를 바꾸는 경우 풀어쓰기나 영어 발음을 나열한 후 하나씩 바꾼다. 음어자재 조립부를 펼치면 가나다 순이나 알파벳 순으로 잘 정렬되어 있다.
    3. 완성.
  • 해독
    1. 암호문과 음어자재를 준비한다. 전문적인 음어자재는 조립부와 해독부가 따로 준비되어 있으므로 해독부를 준비한다.
    2. 코드를 보고 평문으로 바꾼다. 음어자재 해독부를 펼치면 코드 순으로 잘 정렬되어 있다.
    3. 풀어쓰기를 잘 정리하면 완성.
  • 주의사항
    • 어느 암호체계에서나 해당되는 말이지만, 암호문과 평문(또는 이미 간파된 암호문)을 동시 전송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평문이 유출되는 건 둘째치고, 평문을 기반으로 암호체계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유출된 음어자재는 즉시 폐기한다. 2005년, 자대 간부에 불만을 품은 전역자가 영내에서 음어자재를 촬영 후 인터넷에 유출한 사건이 있었는 데,[1] 사태 파악 이후 즉시 해당 자재는 폐기되고 새로운 버전으로 갱신했다.

사용처[편집 | 원본 편집]

  • 첩보기관
    근래에는 컴퓨터를 통한 암호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어 사용이 크게 줄었지만, 90년대 이전까지는 간첩 사건에 있어 음어는 약방의 감초 같은 것이었다. 일반적인 전화는 정부에서 도청하고 있을 것이 뻔하니, 라디오를 통해 수신했으며 이것이 난수방송의 시초다. 밤 늦게 라디오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간첩 식별의 방법인 이유가 이것이다.
  • 군대
    작전사안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암구호 같은 보안사항을 통신할 때는 음어로 조립하여 송신한다. 음어자재를 3급~대외비 정도의 군사비밀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CEOI와 함께 통신병이 분실하면 안 되는 양대 문건으로, 주둔지에서는 지통실에서 이중 시건한 보관함에 넣어 철저히 보관하고, 불가피하게 영외로 반출할 경우 음어낭에 넣어 소중히 관리한다. 그 외에 통신상으로 직접적인 호칭을 하지 않고 다른 단어로 대치하는 것도 음어에 해당한다.
  • 치안기구
    경찰은 내부적으로 음어를 정해서 치안작전간 활용한다. 전경 전역자들은 달달 외워봤을 것이다. 또한 해경·해군은 어선을 활용한 해상초계를 위해 피랍, 월남 등에 대한 해상긴급보고 약정어를 어선에 배부하고 있다.
  • 전보
    꼭 보안을 위해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전보가 미친듯이 비싼 시절에는 문장을 줄여 보내는 게 곧 돈이었기 때문에, 미리 몇몇 단어와 문장을 약정하여 해당 단어만 보내는 걸로 전신료를 아꼈다. 나중에는 체신부에서 자주 쓰는 상용구 목록을 만들어 번호만 불러주면 받는 우체국에서 번호에 맞는 상용구를 써서 전달했는 데, 이것도 상용구 목록이 없으면 무슨 내용인지 모르므로 일종의 음어라고 볼 수 있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