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수학

Creamforest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4월 30일 (목) 02:2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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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일반적인 추상적 대상에 기하학적인 직관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

"근처" 라던가, "수렴한다"라던가 하는 기하학적인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3차원 공간의 개념을 팬티만 남기고 빨가벗긴 개념이다. 즉 "근방"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보만이 남아있으며 A와 B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라는 거리개념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상공간을 잘 정의함으로써 기존에 단순히 집합으로만 여겨지던 대상들에게 기하학적 직관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수학자들은 그 집합들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가곤 한다. 자연스럽게 기하학적 대상[1]으로 여기기가 어렵지만 기하학적 직관이 생겨서 이득을 보는 대상들의 예로는 p-adic NumberProfinite Group 등이 있다.

이하에서는 위상공간의 정의를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하고, 그후 다양한 추가적인 개념에 대해 설명하도록 한다.

소개

열린 집합

위상공간은 아무 집합 [math]\displaystyle{ X }[/math]를 갖다 놓고, 그중 [math]\displaystyle{ X }[/math]의 특정한 부분집합들을 "열린 집합"이라고 약속하는것이다. 즉,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math]\displaystyle{ X }[/math]의 부분집합들을 모아놓은 집합이라고 하면,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가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때) [math]\displaystyle{ (X,\mathcal{T}) }[/math]를 위상공간이라고 한다. 보통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는 빼고 그냥 [math]\displaystyle{ X }[/math]를 위상공간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마치 위상정보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math]\displaystyle{ X }[/math]로 스며들어버렸다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예로 아무런 언급없이 실수 [math]\displaystyle{ \mathbb{R} }[/math]를 언급한다면 위상은 해석학에서 쓰는, 그 위상(보통위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많은 위상공간들은 실용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위상정보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거시기 그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 있잖혀" 하듯이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는 그냥 무시하고 안쓰는 것이다. 처음엔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차차 익숙해진다.

아무 부분집합들이나 모아놓고 열린 집합이라고 부르는 것이라면, 열린 집합은 대체 무슨 직관을 담고 있느냐를 알아야 할 것이다. 열린집합은 방문을 열어뒀을때 안팎의 구분이 애매하듯이, "껍질" (방문을 열어둔 방의 경우에는 "문"이 껍질이다)이 없는 집합을 두고 수학자들은 "열린 집합"이라고 한다.

하필 왜 열린집합이 중요한가하면 연속, 컴팩트, 연결 등등의 위상수학에서 다루는 성질이 열린집합을 이용하여 정의되기 때문이다. 닫힌집합을 이용하여 위상을 정의하고 연속 등의 성질을 닫힌집합을 이용하여 표현할 수도 있다. 단지 열린집합을 이용한 방법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근방

제일 처음에 말했듯이, 어떤 집합의 "근방"에 대한 정보만이 남아있는 것이 위상공간이다. 하지만 방금은 열심히 "열린 집합" 얘기만 했다. 그러면 둘은 무슨 관계인가? 집합 [math]\displaystyle{ X }[/math]의 어떤 임의의 점 [math]\displaystyle{ x }[/math]에 대해서 [math]\displaystyle{ x }[/math]의 근방은 바로 [math]\displaystyle{ x }[/math]를 포함하는 열린 집합으로 규정된다. 즉, 위상공간이라는 것은 "근방"이 무엇인가를 규정되어있는 집합 [math]\displaystyle{ X }[/math]라고 할 수 있다.

정의

다음의 세 조건을 만족하는 집합족(set family)을 위상(topology)라 하고 [math]\displaystyle{ (X,\mathcal{T}) }[/math]를 위상공간이라 한다. 위상은 [math]\displaystyle{ X }[/math]의 부분집합들을 모은 집합족이며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의 원소들을 열린 집합이라고 정의하며, [math]\displaystyle{ X }[/math]의 임의의 원소 [math]\displaystyle{ x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x }[/math]의 근방은 [math]\displaystyle{ x }[/math]를 포함하는 열린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1. [math]\displaystyle{ \emptyset \in \mathcal{T}, X \in \mathcal{T} }[/math]
  2. 임의의 [math]\displaystyle{ i \in I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G_i \in \mathcal{T} }[/math]이면 [math]\displaystyle{ \bigcup_{i \in I} G_i \in \mathcal{T} }[/math]이다. 즉,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의 원소들을 합집합해도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에 속한다.
  3. [math]\displaystyle{ i=1, 2, \cdots, n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G_i \in \mathcal{T} }[/math]이면 [math]\displaystyle{ \bigcap_{i=1}^{n} G_{i} \in \mathcal{T} }[/math]이다. 즉,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의 원소들을 유한 교집합해도 [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에 속한다.

여기서 2번에서 첨자집합 [math]\displaystyle{ I }[/math]가 유한집합인지, 무한집합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말인 즉슨, 유한개 합집합을 하든, 가산개 합집합을 하든, 심지어 비가산개의 합집합을 해도 그것은[math]\displaystyle{ \mathcal{T} }[/math]에 속해야 위상이 된다. 3번 조건은 경우에 따라 임의의 [math]\displaystyle{ G_1, G_2 \in \mathcal{T} }[/math]에 대하여 [math]\displaystyle{ G_1 \cap G_2 \in \mathcal{T} }[/math]로 표현하기도 한다. 두개만 성립하면 이항연산에 의해 유한개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번 조건은 자잘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한편 2,3번은 위에서 이야기한 "열린집합"의 직관을 위해 아주 중요한 조건들이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거리공간"의 개념에 대해 고찰이 필요하다! "거리공간"이 바로 위상공간의 모든 직관을 담고있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위상의 종류

위상이란 결국에는 '어떤 집합이 열린집합이냐?'를 정의하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실수에서 [math]\displaystyle{ (0,1), (1,2) }[/math] 같은 열린 구간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열린 구간들의 합집합들만 열린 집합으로 정의하는 것이 보통위상(usual topology)이다.

어떤 집합 [math]\displaystyle{ X }[/math]의 모든 부분집합 [math]\displaystyle{ P(X) }[/math]를 열린 집합으로 보는 위상을 이산위상(discrete topology)라 한다. 그렇다면 열린 집합을 공집합과 전체집합, 두개만 정의하는 위상도 있는데 이를 비이산위상(indiscrete topology) 혹은 자명한 위상(trivial topology)라 한다.

[math]\displaystyle{ \mathcal{T}= \left\{ U \subset X | X \setminus U \right\} \cup \left\{ \emptyset \right\} }[/math]이라 하고 [math]\displaystyle{ X \setminus U }[/math]를 유한집합이라 하면 여유한위상(cofinite topology, finite complement topology)가 되고 가산집합이라 하면 여가산위상(cocountable topology, countable complement topology)라 한다. 여유한 위상은 여집합이 유한집합이면 열린집합, 여가산위상은 가산집합이면 열린집합이라 보겠다는 것이다. 기묘하게 보이는 정의겠지만 위상의 정의에 의해 조건을 맞춰보면 다 성립한다.

열린집합과 닫힌집합

여러번 언급하지만 위상공간 [math]\displaystyle{ (X,\mathcal{T}) }[/math]에서 열린집합이란 위상의 원소를 말한다. 닫힌집합은 여집합이 열린집합인 집합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보통위상공간에서 [math]\displaystyle{ [0,1] }[/math]처럼 닫힌 구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반드시 닫힌 구간일 필요는 없으며 [math]\displaystyle{ [0,\infty) }[/math]의 여집합인 [math]\displaystyle{ [0,\infty)^{c} = (- \infty, 0) }[/math]가 열린집합이므로 [math]\displaystyle{ [0,\infty) }[/math]도 닫힌집합이다.

착각하지 말아야할 것은 모든 집합이 열린 집합이거나 닫힌집합인 것은 아니다. [math]\displaystyle{ [0,1) }[/math]은 실수에서 열린집합도 아니며 닫힌집합도 아니다. 한편 어떤 집합이 열렸으면서 동시에 닫혔을수도 있다. 위상의 정의에 의해 공집합과 전체집합은 열린집합인 동시에 닫힌집합이다. 이산위상공간 상의 모든 집합은 열린집합이면서 동시에 닫힌집합이다.

위상공간의 모델: 거리공간

제일 위에서 "위상공간"이란 기하학적 직관을 팬티만 남기고 빨가벗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팬티만 말고 츄리닝까지는 입혀두고 벗긴 개념이 있다. 그것이 바로 "거리공간"이다. 즉, 덜 추상적인 것에서 더 추상적인 개념으로 나열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유클리드 공간 < 거리공간 < 위상공간

거리공간은 최소한 A랑 B 사이의 거리정도는 규정할 수 있는 집합을 의미한다.

거리공간의 직관

거리공간의 정의

어떤 집합 [math]\displaystyle{ X }[/math]가 주어졌을 때, 이 함수에 거리함수 [math]\displaystyle{ d : X \times X \rightarrow R }[/math]를 추가해서 거리공간을 만든다. 이 때, [math]\displaystyle{ d }[/math]는 다음 세가지 조건을 만족한다.

  • [math]\displaystyle{ 0 \leq d(x,y) }[/math]를 만족한다. [2] [math]\displaystyle{ d(x,y) = 0 \Leftrightarrow x = y }[/math] [3]
  • [math]\displaystyle{ d(x,y) = d(y,x) }[/math] [4]
  • [math]\displaystyle{ d(x,z) \leq d(x,y) + d(y,z) }[/math] [5]

거리함수가 주어졌을 때, 이 거리함수를 가지고 이 집합에 위상을 줄 수 있다. 양수 [math]\displaystyle{ \epsilon }[/math]와 점 [math]\displaystyle{ x }[/math]가 있을 때, 점 [math]\displaystyle{ x }[/math]와의 거리가 [math]\displaystyle{ \epsilon }[/math]보다 작은 점들을 모아둔 집합을 열린 공([math]\displaystyle{ B_\epsilon(x) }[/math], open ball)이라고 한다. 이런 열린 공들을 기저(basis)로 하는 위상을 설정하면 거리공간이 된다. 그래서 어떤 집합에 거리함수를 설정한다고만 해도 기본적으로 이 집합에 위상을 준다고 이해하면 된다.

위상공간의 2,3번 조건에 대한 설명

열린구간 무한히 많이 합집합해봤자 열린구간이다.

한편 열린구간 무한히 많이 교집합하면 닫힌구간이 될 수 도 있다. 열린 구간 [math]\displaystyle{ (- {1 \over n}, {1 \over n} ) }[/math]를 무한 교집합 하면 [math]\displaystyle{ \bigcap_{n=1}^{\infty} (- {1 \over n}, {1 \over n} )= \left\{ 0 \right\} }[/math]이 되어 [math]\displaystyle{ \left\{ 0 \right\} }[/math]은 (보통 위상공간에서) 열린 집합이 아니다. 그래서 3번 조건은 "유한 교집합"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기저 (basis)

거리공간에서 open ball들을 모아서 임의의 열린집합을 만들었듯이, 임의의 위상공간에서도 적당한 집합들을 모아서 모든 열린 집합을 만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기저 (basis)의 개념이다.

집적점과 닫힌집합

무한히 가까이 모인다는 의미에서 "집적점" (limit point)이라는 개념이 있다. 위상공간 X를 두고 그것의 부분집합 S를 잡자. x가 S의 응집점이라고 하는 것은, x의 임의의 근방 U에 대해서 U-{x}는 S의 점을 최소한 하나라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리공간에서는 x와 S의 점들의 거리가 (엡실론델타 논법으로) 무한히 좁다는 뜻이 된다. 이것이 기하학적인 직관을 임의의 위상공간에 부여한 한 예이다.

닫힌집합은 열린집합의 여집합으로 정의되지만, 다른 정의도 가능하다:

"위상공간 X의 부분집합 K가 닫혔다는 것은, K의 집적점이 모두 K 안에 담겨있다는 것이다."

닫힌집합이 "껍데기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추상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이 정의가 열린집합의 여집합이라는 것은 동치이며, 증명은 연습문제로 남긴다. 이건 정말 직접 시도해보는게 가장 도움이 될 것이다. 결코 귀찮아서가 아니다

다양한 위상공간들

위에서는 위상공간의 정의에 큰 제약을 두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조건 몇개를 더 요구함으로써 더 말잘듣고 착하고 이쁜 이론을 전개하는것이 가능하다.(본격 이론 페티쉬)

하우스도르프 공간

실수 직선을 두고, 서로 다른 실수 x,y를 아무렇게나 골라보자. 예를 들어 x=10, y=1000. 그러면 x의 근방과 y의 근방을 잘 잡아서 두 근방이 절대 안겹치도록 할 수 있을까? 뭐, 그냥 구간 두개를 (9,11)랑 (999,1001) 이렇게 잡으면 된다. 근데 만약 x=10, y=10.1이었다면 어떻게 할까? 그러면 (x-e,x+e), (y-e,y+e)를 잡되 e를 0.001이라고 하면 된다. 더 일반적으로는 e를 그냥 x-y의 반절로 잡으면 장땡이다. 그리고 이것은 거리공간에서 똑같이 논리전개가 가능하다.

이렇게, 착하고 말잘듣는 위상공간들은 아무 두점이나 잡아도 그 두점을 분리하는 근방들이 존재한다. 이런 공간을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라고 한다. 정의로 말하자면, 위상공간 X가 주어졌을때, 그 어떤 x,y라는 원소를 고른다고 하더라도 x를 포함하는 근방 U, y를 포함하는 근방 V를 잘 잡아서 U와 V에 교집합이 없도록 할 수 있다면 X는 하우스도르프 (Hausdorff) 공간이라고 한다.

하우스도르프 공간은 T2 공간이라고도 한다. 하우스도르프 공간의 조건을 더 강화해서 요구했을 때에는 T3, T3.5, T4, T4.5 공간이라고도 하며, 약화시킨 놈들은 T1, T0도 있다.

하우스도르프 공간이 아닌 놈이 존재하지 않겠지 싶을수도 있겠지만, 토폴로지를 줄 때에 T={공집합, 전체집합}이라고만 하면 하우스도르프는 커녕 T0 공간조차 아니게 된다! 이렇게 "반례를 위한 반례"가 아니어도, 실제로 응용되는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하우스도르프공간이 아닌 공간을 찾을수 있다. 예를 들면 affine scheme은 대부분 하우스도르프 공간이 아니다.

연결 공간

연결 공간이라고 하면 직관적으로 경로 연결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경로 연결 공간은 공간의 두 점이 있을 때, 그 두 점을 잇는 선을 그릴 수 있으면 경로 연결 공간이다. 수학적으로는

  • 임의의 두 점[math]\displaystyle{ x,y \in X }[/math]에 대해, [math]\displaystyle{ f(0)=x }[/math]이고 [math]\displaystyle{ f(1)=y }[/math]를 만족하는 연속함수 [math]\displaystyle{ f : [0,1] \rightarrow X }[/math]가 존재할 때, [math]\displaystyle{ X }[/math]가 경로 연결 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서 정의역은 편의상 [math]\displaystyle{ [0,1] }[/math]로 놓은 것으로 반드시 [math]\displaystyle{ [0,1] }[/math]일 필요는 없고 [math]\displaystyle{ [a,b] }[/math]처럼 닫힌 구간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경로 연결 공간을 일반화한 것이 연결 공간이다. 공집합이 아닌 두 열린집합으로 나눌 수 있다면 비연결 공간이고 나눌수 없다면 연결공간이다. 당연히, 경로 연결 공간은 연결 공간이다. 그 이유는 [math]\displaystyle{ [0,1] }[/math]가 연결 공간이고 [math]\displaystyle{ f }[/math]가 연속이기 때문에 [math]\displaystyle{ f([0,1]) }[/math]또한 연결 공간이라는 점을 이용해 경로 연결 공간이 연결 공간임을 유도할 수 있다.

컴팩트 공간

어떤 위상공간에 대해 모든 열린 덮개(open cover)들이 유한 부분 덮개(finite subcover)가 존재할 때 컴팩트 공간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만 봐서는 이 정의가 왜 중요하며 어떻게 하다 나온건지 의중을 파악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많은 이들이 수학을 접어버리는 관문중 하나이다 그러니 컴팩트함의 직관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이게 대체 뭘까?

컴팩트(긴밀, compact)라는 단어는 빽빽하다는 뜻인데, 수학적으로 빽빽하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나온 정의다. 덕분에 정의만 봐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거리공간 [math]\displaystyle{ X }[/math]에 한정해서, [math]\displaystyle{ X }[/math]가 컴팩트함은 컴팩트함은 [math]\displaystyle{ S \subset X }[/math]가 무한 부분집합이면, S는 집적점 (limit point)를 갖는다와 동치이다. 즉, 집합 안에서 열심히 뛰어다녀봤자 어떤 점에는 무한히 가까히 다가간다는 것이다. 다른말로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것! 이 조건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두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예를 들어서, 2차원 평면에 있는 단위원 [math]\displaystyle{ D = \{ (x,y)\in \mathbb R^2 | x^2+y^2\lt 1\} }[/math] 의 경우, [math]\displaystyle{ S= \{ (0,0), (\frac12, 0), (\frac23,0), (\frac 34,0) , \cdots\} }[/math]라는 수열을 생각해보자. 이 수열을 [math]\displaystyle{ \mathbb R^2 }[/math]에서 보면 [math]\displaystyle{ (1,0) }[/math]이라는 집적점 (limit point)가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math]\displaystyle{ D }[/math] 에서만 생각을 한다면 [math]\displaystyle{ S }[/math]라는 수열은 그 어느 점에도 무한히 가까이 가지 않는다. [math]\displaystyle{ D }[/math]는 거리공간이기 때문에 (2차원에서 원래 거리를 재듯이 똑같이 거리함수를 주면 된다) 위에서 말한 동치조건 때문에 [math]\displaystyle{ D }[/math]는 컴팩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math]\displaystyle{ D }[/math]에 통상적인 위상을 줬을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math]\displaystyle{ D }[/math]에 indiscrete topology를 주면 컴팩트해진다. 위상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다루는 위상"이 있다는 것에 익숙해지자.)

한편 [math]\displaystyle{ \bar D = \{ (x,y)\in \mathbb R^2 | x^2+y^2\leq 1\} }[/math]을 생각하자. 여기 위에서 수열을 잡으면 항상 집적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직관을 이야기하자면, 유한 집합 안에 무한집합을 우겨넣었을때 서로 무한히 가까워지기 때문에 "바깥"으로 도망가는 길만이 집적점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만, 밖으로 도망가봤자 [math]\displaystyle{ \bar D }[/math]에는 [math]\displaystyle{ D }[/math]와는 달리 울타리 (단위원!)이 길을 가로막고 있으므로 어느 수열을 잡아도 어떤 점에는 무한히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상은 직관을 설명한 것이고, 엄밀하게 다루는 것은 또 다르다. 심심하면 혼자 힘으로 [math]\displaystyle{ \bar D }[/math]의 모든 무한 부분집합은 집적점이 생길 수 밖에 없음을 증명해보아라.

이렇게, 컴팩트하다는건 점들이 서로 빽빽하게 모여있으며 넘쳐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위의 직관적인 성질, 즉 [math]\displaystyle{ S \subset X }[/math]가 무한 부분집합이면, S는 집적점 (limit point)를 갖는다에는 따로 이름이 붙어있다: 집적점 컴팩트함 (limit point compactness)이라고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거리공간에서는 컴팩트함과 집적점 컴팩트함이 동치이다.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모든 컴팩트 집합이 집적점-컴팩트 집합이긴 하지만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집적점 컴팩트함의 직관적인 정의를 두고 열린 덮개에 대한 원래 정의를 고수하는 것은 원래대로 정의했을때 더 활용도가 많기 때문이다. (왜? 추가바람) 결국 수학을 심도있게 공부하려면 컴팩트함의 원래 정의를 제대로 곱씹을 필요가 있기에 열린 덮개에 대해서 골머리 썩히는건 보통 불가피하지만, 이상의 [math]\displaystyle{ D }[/math][math]\displaystyle{ \bar D }[/math]를 생각하며 직관이라도 알아두면 많이 편리할 것이다.

이걸 알면 어따 쓸까?

어따쓰더라... 참 많이 쓰이긴 하는데

컴팩트한 공간은 "작고 아기자기한" 공간이기에 적당히 들어맞아야 할 것 같은 성질들이 많이 들어맞는다. 또한, 작고 귀엽기 때문에 생김새를 금방 파악할 수도 있다.

컴팩트한 공간에서 실수값을 가진 연속함수를 정의하면, 이 함수는 항상 최대값과 최소값을 가진다.

컴팩트한 공간에서 하우스도르프한 공간으로 가는 함수가 연속이고 전단사 (bijective)이면, 이 함수의 역도 연속이다. 즉, 이 함수는 동형함수 (homeomorphism)이 된다.

컴팩트한 공간의 연속적인 사상 (image)는 컴팩트하고, 컴팩트한 공간들을 곱하면 (product topology를 줘야 한다!) 컴팩트하다. 이를 통해 알고있던 컴팩트 공간에서 새로운 컴팩트 공간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즉 위의 좋은 성질들을 더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그림추가바람

컴팩트하고 방향을 줄 수 있는 (orientable) 곡면 (2차원 다양체)은 완전히 분류가 되어있다. 이게 위에서 설명한 "생김새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의 예이다. 비슷한 예로, 리만-로크 정리를 사용해서 컴팩트한 리만 표면을 어느정도 분류할 수 있다.

하이네-보렐 정리

하이네-보렐 정리(Heine-Borel theorem)는 유클리드공간 [math]\displaystyle{ \mathbb R^n }[/math]에서는 "집합[math]\displaystyle{ S }[/math]가 컴팩트하다"는 것과 "그 집합이 닫혀있고 (closed) 유계 (bounded)다"는 것이 동치라는 정리이다. 이 정리는 컴팩트함을 아주 손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원래의 그 복잡한 정의를 잠시 잊어도 되게 하는 편리함이 있다.

이는 중요한 정리로, 이 정리를 통해 컴팩트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예를 들자면 열린 구간 [math]\displaystyle{ (0,1) }[/math]의 경우 [math]\displaystyle{ \bigcup_{n=1}^{\infty} ({1 \over n}, 1)=(0,1) }[/math]이 되므로 열린 덮개이지만 유한 부분 덮개를 고르면 [math]\displaystyle{ (0,1) }[/math]를 덮지 못하므로[6] [math]\displaystyle{ (0,1) }[/math]은 컴팩트가 아니다.

연속사상

소개

사실 원래 위상수학은 위상적 변형의 세 가지 특성인 구부리거나 잡아당기고 비트는 조작을 하여도 변하지 않는 사물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과정을 일반적인 상황에서 진행하기 위하여 위의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정의들과 논의들이 나타난 것일 뿐이다! (물론 ) 그렇기에, 원래 위상수학을 처음 공부하던 학자들의 마음으로 돌아가보자. 구부리고 잡아당기고 비트는건 위상공간의 정의를 가지고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구부리거나 잡아당기고 비트는 조작은 다르게 말해, 변형 전에 서로 가까이 있던 대상의 점들은 변형된 후에도 서로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형을 동형사상 (homeomorphism)이라고 하며, X에 동형사상을 적용했을때 Y가 된다면, X는 Y와 동형이라고 한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쪼물딱쪼물딱해도 같아지는 물체들에 대해 엄밀하고 매우 일반적인 논의를 하고 싶다면 동형함수가 뭔지 위에서 말한 정의들을 활용하여 해보면 될 것이다.

[math]\displaystyle{ f }[/math]가 동형사상이라는 것은 [math]\displaystyle{ f }[/math]가 연속함수이며, 정의역과 치역의 모든 점을 하나하나씩 매칭해주며 (전단사 / bijective), [math]\displaystyle{ f }[/math]의 역함수 역시 연속함수라는 것으로 정의된다. 연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잘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아직은 연속함수가 뭔지도 정의하지 않았다. 위상수학에서의 연속함수는 처음보면 생소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정의되지만, 위상공간에서 정의된 일반적인 연속성을 거리공간 (특히 [math]\displaystyle{ \mathbb R^n }[/math])에 적용하면 정확히 ε-δ를 사용한 정의가 된다. 이하에는 연속사상의 정의를 소개하고, 동형사상의 정의를 다시 소개한다.

연속사상의 정의

[math]\displaystyle{ X, Y }[/math]를 각각 위상공간이라 할때, [math]\displaystyle{ f: X \rightarrow Y }[/math][math]\displaystyle{ f(x) }[/math]의 열린 근방 [math]\displaystyle{ H \subset Y }[/math]에 대하여 [math]\displaystyle{ G \subset f^{-1}(H) }[/math] 혹은 [math]\displaystyle{ f(G) \subset H }[/math]를 만족하는 [math]\displaystyle{ x }[/math]의 열린 근방 [math]\displaystyle{ G \subset X }[/math]가 존재할때 한 점 [math]\displaystyle{ x \in X }[/math]에서 연속이라 한다.

또한 [math]\displaystyle{ f: X \rightarrow Y }[/math]가 임의의 [math]\displaystyle{ Y }[/math]-열린집합 [math]\displaystyle{ V }[/math]에 대하여 [math]\displaystyle{ f^{-1}(V) }[/math][math]\displaystyle{ X }[/math]-열린집합일때 [math]\displaystyle{ f }[/math]가 연속사상이라 정의한다.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정의역이나 공역이 어떤 위상공간이냐에 따라 보통위상공간에서 연속이었던 함수도 불연속으로, 불연속이었던 함수도 연속으로 바뀔 수 있다.

동형사상의 정의

최종적으로 [math]\displaystyle{ f: X \rightarrow Y }[/math][math]\displaystyle{ f }[/math]가 전단사이고 [math]\displaystyle{ f }[/math][math]\displaystyle{ f^{-1} }[/math]이 연속일때 위상동형사상이라 하고, 위상동형사상이 존재하면 두 공간 [math]\displaystyle{ X, Y }[/math]를 위상동형이라 한다.

[math]\displaystyle{ f }[/math]가 연속이면 [math]\displaystyle{ f^{-1} }[/math]가 연속인건 당연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math]\displaystyle{ [0,1) }[/math]에서 단위원 [math]\displaystyle{ S^{1} }[/math]으로 가는 함수 [math]\displaystyle{ f: [0,1) \rightarrow S^{1} }[/math][math]\displaystyle{ f(t)=(\cos 2\pi t, \sin 2\pi t), t\in[0,1) }[/math]로 정의하면 [math]\displaystyle{ f }[/math]는 연속이지만 [math]\displaystyle{ f^{-1} }[/math]는 연속이 아니다. 한편, 만약 정의역이 컴팩트하고 치역이 하우스도르프하면 전단사 연속함수는 역도 연속이라서 자동으로 동형사상이 된다.

대수적 위상수학, 미분위상수학

이상의 직관을 활용해서 재밌는 새로운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다.

각주

  1. 정확히는 위상적 대상 이지만 일반인을 위해 설명하는지라 "기하학적"이라고 씁니다.
  2. 거리가 음수일 리가 없다.
  3. 두 점 사이의 거리가 0이라는 것은 두 점이 같다는 것을 뜻한다.
  4. A에서 B까지의 거리와 B에서 A까지의 거리는 같다.
  5. 삼각형에서 한 변의 길이가 나머지 두 변의 길이의 합보다 작다는 것을 나타낸다.
  6. 덮개가 유한개니까 가장 n이 클 때를 고를 수 있고, 1/n은 그 유한부분덮개가 덮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