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라면만 먹던 당신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초보자

Jellanie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1월 7일 (목) 11:15 판 (Jellanie (토론)의 1048167판 편집을 되돌림)

앞서 읽던지요 말던지요

이 단계에 오신 여러분은 슬슬 라면 라이프도 물려가고, 김치에 밥 얹어먹는 것도, 허구한날 만두에 스팸 구워먹는 것도 지겨운 상태일 것입니다. 분명 피자, 짜장면에 탕수육, 치킨은 은혜로운 음식들인게 틀림없습니다만, 그렇다고 매일 시켜먹다가는 당신의 지갑과 맞바꾼 뱃살이 초신성으로 성장하다가 끝내는 블랙홀을 낳고는 하얗게 불태우게 되겠지요.

본 초보자 파트에서는 슬슬 식품회사 바치는 로열티가 아까워질 법한 시점에서 반조리 데워먹기를 그만두고 1차 생산품인 자연상태의 식재료를 만지작거리며 보다 지구친화적 밥상을 만들어보며 창의력도 키우는, 아이들도 즐겨먹는 킨더초...요리정도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취요리 전반을 배워보면서 본질적으로 요리란 무엇인가, 과정이 어떠한가를 깨닫고 그동안 부모님이 당신을 먹여 키우느라 어떤 일을 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도록 합니다.

하얀것은 글씨요, 검은 것은 사진인가? (레시피 읽기)

레시피(Recipe)란 일종의 요리 교과서이다. 수학 문제를 풀려면 수학 공식을 알아야 하고 문학문제를 풀려면 배경지식과 문장구조를 알아야 하듯, 새로운 요리를 배우시려면 레시피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시피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어떤 재료가 어떻게 조리하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고 그 과학적 알고리즘을 적절히 재배치하여 창작요리를 만드는 것이지, 아무렇게나 조합했다간 독요리와갤요리가 나온다.

각종 레시피 자체는... 당장 여기서 언급하기엔 최소 1광년은 앞서갔다. (정 궁금하면 레시피 항목을 읽자.) 예시는 조금 더 나중에 들기로 하고, 여기서는 레시피에 자주 쓰이는 용어들을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 계량 : 레시피에서 '계량하라'라고 하면 일단 무조건 계량기구를 구매한 다음 철저히 계량하고 보자. (다X소 같은 곳에서 취급하는 싸구려면 충분하다!) 쉬크하게 눈대중 손대중 발대중으로 넣는 것은 최소한 아무렇게나 따라도 대충 계량이 가능해졌을 때 하는 것이 권장된다. 괴식을 연성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1큰술 (1Ts, 1테이블스푼) : 15cc[1], =밥숟가락 1.5스푼. 한국에서는 그냥 밥숟가락(10cc가량)을 큰술[2]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조리용어로 정확히는 수프 숟가락 크기(15cc가량)라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계량스푼 이용시 위를 평평하게 깎을 것.
    • 반큰술 (½Ts) : 7.5cc = 1.5작은술. 보다시피 굉장히 애매한 단위인데 밥숟가락 이용시 좀 덜 채운 상태정도로 통한다.
    • 1작은술 (1ts, 1티스푼) : 5cc, =밥숟가락 반스푼. 참고로 1큰술=3작은술이다. 계랑스푼 이용시 마찬가지로 평평하게 깎아서 잰다.
    • 1온스 (1ounce) : 영미권에서 쓰는 계량단위로 30g=30cc 정도이다. 계량스푼 2큰술과 유사하다.
    • 1컵 (1C) : 200cc. 종이컵 1컵(195cc)으로 치환 가능하며 대략 13큰술이다. 영국, 호주 등지에서는 240cc(16큰술)를 가리키기도 한다. 재료에 따라 1컵의 정확한 중량이 다르므로 '1C=200g'식으로 무게를 아무렇게나 치환하지는 말 것. 특히 제과제빵이라면!
    • 1국자 (1ladle) = ½컵(100cc)을 말한다. 대충 잴 경우엔 흔히 쓰는 중간 크기의 국자를 이용하면 된다.
    • 1리터 (1litre, Quart) : =5컵. 영미권에서는 쿼트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 시각적 계량 표현 : 일반 계량과는 달리 수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는 경우에 쓰인다. 그렇지만 그 오차도 1시그마를 넘어가면 신뢰도 폭락으로 무다무다무다한 요리가 만들어지니 최소한 말이 될 정도의 신경은 쓰도록 하자.
    • 잠길정도 = 잔뜩/듬뿍 : 재료를 깔면 적어도 손가락 한 마디 이상 더 잠길 정도로 높은 수위. 끓어서 물이 말라가도 여전히 잠길 수준으로 채운다.
    • 넉넉하게 = 찰랑찰랑 : 재료를 깔 때 모두 잠길 정도. 위 잠길 정도와 비슷한 표현인데 조금 더 낮아서 증발하면 자작하게 될 정도를 말한다.
      • (기름을) 넉넉히 : 팬에 전을 부칠 요량으로 붓는 정도에서 조금 적게. 분량으로 따지면 2~3큰술.
      • (기름을) 약간 : 1큰술(15cc) 두르라는 뜻이다.
    • 자작하게 : 재료를 깔면 재료들이 살짝 위로 튀어나올 정도의 수위. 주로 찌개와 전골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 모자라게 : 잘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재료 높이의 절반정도에 해당.
    • 간간히 붓다 : 자작하게 붓는데 끓어서 증발할 때마다 다시 붓는다.
    • (소금, 후추 등) 약간 : 환산하면 ⅛ 작은술이다. 그저 간을 맞추라는 뜻에서 애매하게 쓰는 표현으로 정확히는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가루를 쥐어서 흩뿌리는 것을 말한다. 간 조절 필요에 따라 2~3번 반복하는 것도 허용되며 가루통에 담겨있다면 약간 한두 번 흔드는 정도이다.
    • (깨, 마늘 등) 조금 : 환산하면 ¼~⅓ 작은술 = 1~2g이다. 찻숟갈로 아주 조금 덜어서 뿌리는 정도이다.

직접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 보자

분류:레시피를 보고 먹고 싶은 요리를 골라 레시피를 만들어 보자. 작게나마 요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다 위대(胃大)하다. (칼질과 밑준비)

이제 레시피도 읽었으니 칼을 써볼 차례이다. 전문 요리사의 길을 걸을때, 혹은 중국집 주방 알바할 때 접시닦이가 끝나면 야채손질을 맡길 정도로 칼질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몰론 요리사의 길을 걷지 않아도 칼질은 중요한데 솔직히 말해 정말 지루하고 귀찮은 과정이다. 그래서 콧대높은 일부 주방장이 칼을 안 잡는 모양이다. 요즘 마트는 이런 심리를 노려서 칼질을 마친 손질야채를 판매하고 있으나 당연히 가공값은 철저하게 받아먹는다.

기본 재료의 칼질방법 (야채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는 공작이나 조각수업이 아니다. 브루노아, 줄리엔느, 바토네, 페이잔느, 콩까세(?!) 따위를 요구하지 않으며, 카와이하게 별모양으로 자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으며, 자와 분도기, 컴퍼스 따위를 써가며 정확한 작도법으로 썰라고도 안 한다. 요리책에서 최소한으로 언급하는 칼질방법만 나열해보니, 열심히 마스터해보자.

  • 칼 다루기의 기본 자세
칼은 손잡이를 컴퓨터 마우스 잡듯이, 검지를 손잡이 위로 올리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가볍게 손잡이를 감싸 잡아준다. 쥐는 힘을 너무 세게주지 않도록 유의하자. (너무 세게 쥐면 손떨림이 일어나서 미끄러지기 쉽고, 금방 피곤해진다.) 재료를 잡는 손은 손가락 끝 첫마디들이 모두 재료와 접촉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둥글게 말고, 엄지와 새끼 손가락으로 재료가 움직이지 않도록 붙잡는다.[3] 단, 엄지/새끼가 나머지 세 손가락보다 앞에 가 있으면 절대 안 된다! [4] 칼을 움직일때는 자연스럽게 칼이 스스로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사용한다. 칼질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일부러 힘 주지 말 것. 그건 그냥 재료 자체가 칼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칼 자체가 잘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 내용은 중학교 가정과목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내용이다.
  • 썰기 (통으로 썰기, 반갈라 썰기 등의 제모양대로 썰기)
기본 자세에서 칼을, 칼날이 잘 보이지 않도록 똑바로 세운 후 시선 처리도 칼등을 정확히 주시한다. 재료를 직각으로 썰어낼 수 있도록 정확히 세우도록 하자. 그리고 칼을 쥔 손만 앞 혹은 뒤로, 사선 방향으로 움직인다. (앞이든 뒤든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움직임에 주의하자! '왔다갔다'가 아니다.) 재료의 밑바닥이 둥글어서 고정시키기 어렵다면 반으로 가르던가, 일단 큰 면으로 잘라서라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든 후 사용하도록 하자.[5] 연습에 가장 만만한 것은 대파, 양파(...), 당근, 양배추이니 참고.
  • 한 입 크기로 썰기 (큼지막하게 썰기 등)
  • 어슷썰기
  • 채썰기
  • 잘게썰기 (잘게 다지기)
  • 길쭉하게 썰기 (막대썰기)
  • 편썰기 (※주의! 난이도 높음)

냉장고 속을 전세낸 듯한 식재료의 밑준비

  • 양파, 대파
  • 마늘, 생강
  • 당근, 감자, (애)호박

사실, 뚝배기로 쌀국수를 해먹을 수는 없다.

제길 속았다!

(프라이팬)

(궁중팬/중국팬)

(편수냄비/유키히라/소스팬)

(전골냄비/뚝배기)

그럼 이제 설거지좀 하고 가

전공 선택의 시간

여기까지 따라하시느라 혹은 읽기만 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뭔가 아쉽지만, 여러분들에게는 이젠 슬슬 다른 선생님을 소개해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아래 선생님 중 한 분을 따라가 수행을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각주

  1. 1cc(cubic centimeter)는 1ml와 같다.
  2. 모 레시피책은 아예 밥숟갈을 기준으로 잡은 것도 있을 정도. 야매요리라던가.
  3. 일본에서는 이를 고양이손(猫の手)이라 부르는데, 정말 그 말 그대로 '냥냥 포즈'를 떠올리면 간단하다(!)
  4. 손가락을 베는 가장 흔한 이유이다.
  5. 훗날 숙련되면 둥글어도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