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라면만 먹던 당신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숙련자

여기까지 읽은 (혹은 항목을 점프해서 온) 당신은 그나마 재료 다루는 법을 익히고 가스불에 굽고, 지지고, 볶고, 삶는 기본적인 조리 스킬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식재료의 이치를 깨닫고 조리세계의 규칙을 나름 통달하고 있어 최소한 야매로 음식을 만들줄은 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진정한 요리 퀘스트는 이런 단순한 손놀림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지능과 오감각을 모두 꺼내야합니다. 용사님, 본격적으로 식극락의 성서로 깨어날 준비는 되셨습니까.

슬슬 주방기구를 갖춰보지 않겠나

식칼

지금까지 칼 한자루로 고기도 썰고 야채도 썰고 용케도 수고가 많았다. 재료들을 이리저리 만져봤으면 뭔가 감이 오지 않던가. 안 왔다면 아직 덜 썰어본 것이고 왔다면 당신도 이제 여러칼을 쥐어볼 때가 도래한 것이다. 입문편에서 칼의 용도가 괜히 분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이번엔 그 칼의 용도를 알아보자.

각각의 재료는 제각기 용도에 맞는 식칼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고 또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도로 고기를 썰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칼이라는 물건은 제각기 용도에 걸맞게 디자인되어 나온다. 집 주방을 살펴보자. 요리를 배운 적 없는 어머니라도 칼은 크기별로 최소 3~4종류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딱히 조리교육을 받아 체계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겠지만 감각만으로 용도마다 다른 칼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시고 계시는 것이다.[1] 그렇다고 수백만 원 들여서 괜히 식칼 풀 세트 이런거 갖추지 말고.

가정집 라인업에서 필요한 칼 종류는 아래의 5종 정도면 충분하다. 그 외에 버터나이프니 클리버니, 필레트 나이프니 하는 특수목적칼은 있어봤자 거치적거리기만 할 것이다.

  • 식칼 : 다용도 식칼. 그냥 쉐프 나이프 내지는 쿡 나이프로 통하는 그것. 크기별로 2종 정도면 충분하다.
  • 빵칼 : 빵이 일상적이지 않은 한국의 가정집에서는 없는 경우가 많은데, 빵칼이 있으면 작업이 매우! 편리해진다.
  • 과도 : 만렙 주부들은 다용도 식칼로 과일을 깎기도 하는데,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작업이 편리해진다.
  • 회칼 : 소위 야나기. 생선포를 뜰 때 편리하다. 식칼로 예쁘게 회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있으면 좋다.
  • 중식도 및 사각도 : 크고 아름다운 재료를 썰 때 편리.

칼은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고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제품이 좋다. 탱이 짧은 경우 힘이 엉뚱한 방향에 들어가기 십상이라 손목에 무리를 주는 데다가 식칼의 내구성을 보장할 수 없다. 오래 쓰다보면 손잡이 부분과 날을 잇는 부분이 부러지는 사고를 종종 겪을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브랜드 식칼은 탱이 길거나 손잡이 끝까지 연장되어 있다.

브랜드 제품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쉽게 대답할 수 없다. 행켈 등 유명한 제품군도 사람에 따라 혹평이 속출하고, 브랜드 식칼보다 시장 막칼이 편하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시장 막칼도 갈면 날카롭고, 브랜드 제품도 갈지 않으면 무디어진다. 다만 아무래도 재질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브랜드 식칼의 성능을 시장 막칼이 따라오기는 힘들고, 디자인적 문제나 심미성 문제 등도 있다. 결국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큰 편.

재질은 탄소강, 스테인리스, 티타늄, 세라믹 정도가 있는데 가정집에서 구분이 필요하지는 않다. 가정집에서는 세라믹이나 탄소강보다 스테인리스가 더 적합할 것이다. 부엌에서는 가장 보통의 재질이기 때문.

  1. 큰 칼로 고기를 썰고 작은 칼로 야채를 써는 정도의 구분은 해 주자. 게다가 중식이나 일식은 특별한 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