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글쓰기에 입문하려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논문

논문을 쓰기 전에[편집 | 원본 편집]

먼저 이 문서를 보는 당신에게 감사를 표한다. 2010년대 이후 학부논문을 시험으로 대처하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논문을 쓰려고 하는 당신이 있어서 한국 학계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가끔 학부수업에서 논문이나 소논문을 과제로 내는 교수들이 있으나 이 또한 매우 특이 케이스 이다. 아무튼 논문을 쓰려는 당신의 열정에 감탄사를 보낸다.

모든 글쓰기의 기본, 독자를 생각해라[편집 | 원본 편집]

논문도 결국 글쓰기임을 명심하자, 논문이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결국은 하나의 글일 뿐이다. 그렇기에 글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독자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글쓰기의 기본이다. 위키와 달리 논문의 경우에는 높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 학부, 석사, 박사 논문의 경우에는 그 논문을 심사하는 사람이 읽고,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은 그 학술지 구독자가 볼 것이다. 자 그렇다면 논문은 작성하는데 있어서 위키와 달리 작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왜냐면 논문을 읽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지식이 많고, 그 분야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한 학생이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해서 물었다가 교수실에서 5시간 동안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독자를 설정했다. 그러므로 논문을 작성하는데 있어 최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 쓸 것이고 어디까지는 생략할 것인가이다. 주로 논문의 주제와 연관된 것은 작성하고 논문의 주제와 연관이 없으면 간단히 언급만 하는 정도로 끝낸다.

글쓰기는 대부분 주장이다[편집 | 원본 편집]

글쓰기는 대부분은 주장이다. 당연히 논문도 주장이다. 자신의 주제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의 생각이 들어가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학부논문(인문)[편집 | 원본 편집]

각 논문은 논문마다 수준이 있다. 학부논문은 학부수준에서 석사는 석사, 박사는 박사수준에서 작성되어야한다.

1단계: 주제문 설정[편집 | 원본 편집]

자 본격적인 논문 작성을 위한 여행을 떠나보자. 첫 번째는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무엇에 대해서 논의할 것인지 그 주제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주제는 매우 세세하게 설정해야한다. 그래야 편하다.

주로 논문의 주제는 매우 구체적이고 매우 세세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리 빠지고 저리 빠져서 정작 논문작성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1990년대 냉전의 붕괴로 발생한 사회적 변화가 한국전쟁 원인 연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이 논문은 한국전쟁 원인 연구의 변화를 살펴보겠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한 눈에 그 논문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가 파악되는 것이 바로 주제문 설정이다.

2단계: 자료 찾기[편집 | 원본 편집]

주제를 설정했으니 이제는 자료를 모아야 한다. 그럼 자료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위키? 뭐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리브레 위키나무위키처럼 엔하계 위키는 정보의 출처가 따로 요구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니 굳이 위키에서 찾는다면 영어 위키백과를 추천한다. 그곳은 정보 출처를 항상 요구하므로 1차 자료를 쉽게 찾아갈 수 있고,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가 적혀져 있다. 물론 위키 자체를 인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고, 그냥 어떤 것들이 있나 훑어보는 정도로만 사용하자. 아니면 위키로 가되 1차 출처들만 참고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역시 위키보다는 KISSRISS, DBPia같은 논문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자. 생물계의 경우 Pubmed와 up-to-date가 있다. 해외 논문은 구글 스콜라JSTOR 등을 이용하면 좋다.

이곳에서 주제문의 핵심 키워드로 검색한다. 앞서 말한 "1990년대 냉전의 붕괴로 발생한 사회적 변화가 한국전쟁 원인 연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가 주제라면 그곳에서 한국전쟁 원인, 한국전쟁, 한국전쟁 기원 등의 키워드를 쳐서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논문이 등장한다.

그 중에 주제와 유사한 논문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 논문을 읽고 동시에 그 논문 뒷쪽의 참고문헌을 살펴본다. 그러면 참고할 자료가 수두룩 나온다. 그렇게 자료를 모으면 된다.

자료를 모을 때 주의할 점은 꼭 다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자료를 모으는 것이 목표이므로 웬만하면 제목 또는 서문만 읽고 최대한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

학사논문의 경우 참고문헌을 대충 2~3페이지 정도 만들어 놓는 것을 추천한다.

이 외에 연구바탕으로 깔고갈 통계자료들은 인터넷 정보공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선 흔히 사용하는 인구통계의 경우 5년마다 시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흔히 센서스라 불림)와 매달 공개되는 주민등록인구통계를 이용할 수 있다. 정보의 질은 센서스가 더 좋으며 사실 주민등록인구통계는 지역, 성, 나이 정도의 분류밖에 안 된다. 사회환경 등을 고려하고 싶다면 센서스를 이용할 것. 단, 5년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조사 시기와 논문 발표시기가 너무 멀어지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센서스의 경우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더 자세한 통계는 신청하여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주민등록인구통계는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3단계: 자료 정리[편집 | 원본 편집]

이제 모아놓은 자료를 정리할 시간이다. 물론 여기서도 정독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학술논문의 경우 서론과 결론을 읽으면 그 논문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왜냐면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학술논문은 서론에서는 연구목적, 연구의식을 설명하고 결론은 본론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두 부분만 읽으면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학술서적에게도 통용되는 원칙이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는 모아놓은 자료들의 서론과 본론을 훑어보면서 필요한 논문참고할 논문, 불필요한 논문으로 구분한다. 불필요한 논문들을 삭제하면 앞서 2~3페이지 정도 모아놓은 참고문헌의 절반은 사라져 1-2페이지 정도가 될 것이다.

4단계: 논문 초고 작성[편집 | 원본 편집]

대충 자료를 읽었기에 자신의 주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판단이 서게 된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초고를 작성한다. 당연히 초고이므로 대충 써도 된다.

위키에 글을 쓴다는 식으로 생각나는대로 적어나가면 된다. 그렇게 초고를 먼저 완성해야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초고를 작성하다보면 자신 논문이 원래 의도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러면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주제를 바꾸는 경우와 결과를 조작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하게되면 영원히 논문을 끝내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원래 의도가 나오도록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연구윤리에 어긋난다. 사실 이 문제는 인문계열 논문에서 잘 나오지 않고, 주로 이과계열에서 나오는 문제이긴 하다.

아무튼 원래 의도와 다른 결론이 나온다고 해서 그 논문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만큼 가치가 있다. 본 위키러의 경우 "1990년대 냉전의 붕괴로 발생한 사회적 변화가 한국전쟁 원인 연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지만 연구하다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1990년대 냉전의 붕괴는 한국전쟁 원인 연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이에 본 위키러는 멘붕을 경험하였고, 지도교수한테가서 한탄했다. 이때 지도교수가 말하길 "걍 바꾸지 말고 그냥 완성해!!!"였다. 원래 의도와 다르게 결론이 나오는 것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문을 작성하면 할수록 나는 겁나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를 깨닫는 것이다.[1]

5단계: 필수자료 읽기 및 초고 수정[편집 | 원본 편집]

초고를 완성한 다음 전에 정리한 필수자료를 읽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잘못 쓴 부분이 생각이 난다. 이렇게 자료를 읽어가면서 초고를 수정해 나가면 논문의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6단계: 논문 서론과 결론 다시 쓰기[편집 | 원본 편집]

지금까지 순서대로 따라왔다면 처음 작성한 서론과 결론이 본론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이를 수정해 주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서론은 연구 목적, 연구 의의, 그리고 앞으로 다룰 내용을 적고 결론에서는 본론에서 했던 말을 정리하는 것이다.

주로 초심자의 큰 실수는 결론을 멋부러지게 쓰고 싶은 욕심에 본론에서 언급하지도 않았던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바로 마이너스이고 심하면 논문탈락된다. 그러므로 절대로 본론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은 적지 말아야 한다. 물론 본론의 내용을 종합하여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2]

7단계: 참고자료 읽기 및 최종퇴고[편집 | 원본 편집]

대충 읽은 참고자료를 읽고 논문을 다시 손을 본다. 그런데 이쯤되면 그렇게 손 볼 일은 없다.

8단계: 오탈자 정리 및 양식 맞추기[편집 | 원본 편집]

논문은 지켜야 할 양식이 있다. 인용 방법, 각주 작성법, 참고문헌 작성법 등. 이것을 양식에 맞추어 정리하면 된다. 그래도 이 단계는 거의 단순노동이라 금방 끝난다. 논문 양식에 대해서는 각 대학별로, 심사기관별로 지침이 다르니 직접 확인하자. 보통 공지사항에다가 다 올려놓는다. 만약 논문 양식에 대해 읽어봐도 모르겠다면 해당 양식을 사용한 논문을 참조하여도 좋다. 예를 들어 교수가 한국정치학회의 양식을 요구하였다면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제된 논문을 참조하여 작성한다.

[편집 | 원본 편집]

사실 팁이라고 할 것은 전부 앞에서 서술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를 빼먹어서 여기에다 적는다. 이 한 가지가 사실 논문작성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필요한 만큼 읽고 필요한 만큼 써라
— 모대학 모교수

정말로 중요한 말이다. 이게 쉬울 거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 먼저,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아무래도 내가 아는 게 없는 것 같고 나는 더 읽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 부족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읽는 수많은 글들 중에서 80% 가량은 내가 쓰려는 내용과 하등 상관이 없는 글이거나 아예 반대의 내용이라서 논문에서 끌어올 방법이 전혀 없다. 아무리 위대한 석학이라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내 논문을 가지고 그들을 비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차갑게 글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 글에 도움이 되도록 끌어오기 힘들 것 같은 글들은 과감하게 쳐내고, 내게 정말로 필요해 보이는 글들만 골라서 읽어내야 제때 글을 시작할 수 있다.

글을 쓰는 것 역시 적당한 선에서 끊는 게 중요한데, 쓰다 보면 계속해서 보완하고 싶어지고, 잘 쓰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쓴다고 해서 통과가 되는 게 아니다. 양이 많아진 만큼 흥미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수가 아무리 덕업일치를 이룬 존재라 할지라도 재미없는 글을 많이 읽는 건 질색한다. 특히 글쓰기 교육이 개차반인 한국에서 학생들의 글 수준이 좋아봤자다. 우리의 비루한 글이 아니라 유명한 학술지에 등재된 글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쓴 글도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길고 복잡하게 설명하고, 복잡한 문장 구조를 사용하면서 문장을 계속 늘리는 글은 읽기 힘들다. 내가 힘들면 남도 마찬가지니, 괜히 따라하지 말고 할 말만 하면서 짧게 끝내자. 프랑스 놈들이 이게 제일 심하다.

어쨌든 필요한 만큼 읽고 필요한 만큼 써라.[3] 그러면 재미가 없더라도 교수가 읽고 심사할 수 있다.위키러 선배가 학부논문을 40페이지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그냥 탈탈 털리고 탈락되어 시험으로 대체하여 졸업한 사례도 있다.

각주

  1. 주로 주제문 설정은 자신이 관심있는 것을 선정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다. 그러나 연구를 지속하다보면 알던 것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고, 점차 내가 알았던 것이 모두 오류였음을 깨닫는다. 논문을 완성할 쯤 확실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그러나 얼마나 대충 알고 살았는지를 알게된다.
  2. 사실 이것도 본론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3. 평균적으로 학부는 20페이지 석사는 100페이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