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블랙홀(Black hole)이란 중력이 너무 강력해 조차도 탈출하지 못하는 천체를 말한다.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우주에 굉장히 많은 수가 존재한다. 당장 우리가 사는 은하 중심에도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블랙홀의 경계면을 사상의 지평선(이벤트 호라이즌), 중심을 특이점이라고 한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일반적인 물리법칙이 통용되지 않는다. 중력이 너무 강력해서 시공곡률이 무한대가 되기 때문.

생성

조건

블랙홀이 만들어지려면 일단 질량이 커야 한다. 중력은 자연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가장 약한 힘인데, 중력이 나머지 세 힘을 이길 만큼 강력해야만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큰 질량이 일정 반지름보다 작은 공간 안에 압축되면 블랙홀이 되고, 이 일정한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부른다. 태양의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3km, 지구는 9mm정도밖에 안 된다.

생성 과정

백색왜성, 중성자성, 블랙홀은 굉장히 밀도가 높기 때문에 밀집성이라고도 부른다. 밀집성은 더이상 핵융합을 할 연료가 없기 때문에, 중력에 대항할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중력에 의해 수축하게 된다.

중력에 의한 수축은 첫번째로 전자 축퇴압에 의한 저항을 받는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자구름은 다른 원자의 전자와 겹치지 않으려는 축퇴압을 갖는다. 그래서 원자들의 전자와 전자가 맞닿기는 하지만, 축퇴압에 의해 더이상 수축되지 않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단계에 이른 밀집성이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이 되는 것은 항성이 겉껍질을 날려버린 뒤에 남아있는 질량이 태양의 1.44배 밑일 경우다. 이 태양의 1.44배라는 질량을 찬드라세카르 한계라고 한다.

전자 축퇴압은 전자기력이다. 전자기력은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 중 두 번째로 강한 힘이다. 그리고 항성의 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력은 네 가지 기본 힘 중 가장 약한 힘이다. 보통은 중력이 전자기력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질량이 커져서 중력이 일정치 이상이 되면 전자 축퇴압까지 이길 정도로 강해진다. 중력이 전자 축퇴압을 이길 정도로 강해지기 위해서는, 항성이 초신성을 일으키거나 한 뒤에 남은 질량이 태양의 1.44배를 넘어야한다.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중력이 전자 축퇴압을 넘어서면 계속해서 항성이 수축한다. 그리고 원자핵끼리 맞닿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 때는 중성자 축퇴압이라는 중성자간의 척력으로 항성의 형태가 유지되는데, 이러한 상태의 밀집성을 중성자성이라고 한다. 중성자간의 척력은 강력으로. 우주의 기본 힘 중 가장 강한 힘이다.

그리고 어떠한 밀집성의 질량이 중성자성보다 커서, 중력이 중성자 축퇴압을 넘어서면 블랙홀이 된다. 중력이 너무나 커서 모든 힘보다 강해져서 더이상 수축을 막을 힘이 없어지니 계속해서 수축하게 되는 것이다. 블랙홀이 되기 위해서는 초신성 이후 남은 질량이 태양의 3배를 넘어야한다. 아직 블랙홀이 되기 위한 최소질량에 대한 정확한 값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양질량의 3배를 넘는 중성자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블랙홀의 최소질량이 태양의 3배라고 추측하고 있다.

종류

블랙홀은 질량, 전하, 각운동량으로밖에 구분되지 않는다. 만약 저 세 요소가 동일하다면, 두 블랙홀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이것을 대머리 정리(...)라고 한다.

슈바르츠실트 블랙홀

카를 슈바르츠실트라는 독일 천문학자에 의해 제안된 가장 단순한 형태의 블랙홀로, 회전하지도 않고 전하도 없다. 가지고 있는 특징은 오로지 질량 뿐으로, 이러한 단순함 덕분에 시공간에 있는 블랙홀이 주변에 미치는 공간왜곡을 설명하는 해를 가장 먼저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이를 슈바르츠실트 계량(또는 해)이라고 한다.

카를 슈바르츠실트는 1차대전 때 마흔이 넘는 나이로 입대하여 전선에 투입된 와중에도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1915년에 발표된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하여 중력장의 특수해를 구했다. 그는 이 논문을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로 전달하였고, 그걸 보고 놀란 아인슈타인은 학계에 그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슈바르츠실트는 논문을 보내고서 4개월 뒤, 질병으로 인해 전장에서 사망했다.

그가 구한 특수해에서는 두 개의 특이한 지점을 서술하는데, 그 중의 하는 질량 중심이고, 다른 하나는 2GM/c^2로 표시되는 지점이다. 이는 천체의 질량과 중력상수를 곱한 값에 2를 곱한 뒤, 광속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이 특이점 중에서 전자는 말 그대로 특이점으로, 블랙홀의 모든 질량이 모여있는 중력중심을 가리킨다. 그리고 후자는 천체가 중력붕괴를 일으키는 임계 반지름인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가리킨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안에 천체의 모든 질량이 들어가게 되면 천체는 무한히 중력붕괴하여 특이점에 수렴하는 블랙홀이 된다. 즉, 슈바르츠실트는 중력장에서의 특수해를 구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한 것이다.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블랙홀은 전하를 갖는 슈바르츠실트 블랙홀로, 질량 이외에도 전하라는 특징을 갖는다. 독일의 한스 라이스너와 핀란드의 군나르 노르드스트룀은 슈바르츠실트 계량이 발견된 직후에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계량이라는 해를 발현했다.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계량에 따르면, 블랙홀에는 두 개의 지평선이 존재한다. 둘 중에서 바깥쪽에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상의 지평선이고, 안쪽에 있는 것은 코시 지평선이라고 한다. 시공간에서 사상의 지평선은 공간적인, 코시 지평선은 시간적인 지평선이다.

여기에서 블랙홀의 질량과 전하의 크기(절댓값)가 중요한데, 보통은 블랙홀의 질량이 전하보다 크기 때문에 코시 지평선이 사상의 지평선 안쪽에 위치한다. 블랙홀이 가질 수 있는 전하의 최대값이 질량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이다. 전하와 질량이 같으면 그 블랙홀은 가능한 최대의 전하를 갖게 되며, 사상의 지평선과 코시 지평선이 일치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에 전하의 절댓값이 질량보다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블랙홀의 특이점이 외부로 노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게 바로 노출 특이점이고, 우주 검열관 가설에 따르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1]

커 블랙홀

커 블랙홀은 회전하는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다. 즉, 질량에 더해 각운동량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뉴질랜드 수학자인 로이 커가 발견한 커 계량에 따른 것으로, 슈바르츠실트 이후 거의 50년이 지난 1963년에 발표되었다. 블랙홀이 회전하는 특징에 의해서 작용권(ergosphere)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작용권은 블랙홀이면서도 블랙홀이 아닌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블랙홀이 자전하면서 사상의 지평선 바깥으로 빠져나온 부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블랙홀에 붙잡혀있으면서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영국의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에 의해 제창된 펜로즈 과정에 따라서 블랙홀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초대질량 블랙홀인 가르강튀아의 작용권에 들어갔다가 필요없는 다른 모든 부분을 버리면서 에너지를 얻어 우주선을 탈출시키는 방식으로 이용했다.

블랙홀이 회전하다보니,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에서는 중심의 특이점이 점이었지만, 커 블랙홀의 특이점은 원심력 때문에 고리모양이 된다.

커-뉴먼 블랙홀

실존하는 블랙홀처럼 질량, 전하, 각운동량이 모두 있는 블랙홀에 대해서는, 커 계량의 발견에서 2년이 지난 뒤에 미국의 에즈라 뉴먼이 발견한 커-뉴먼 개량을 서술할 수 있다. 이를 커-뉴먼 블랙홀이라고 한다. 블랙홀 뿐만이 아니라,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리는 시공간의 모습을 잘 설명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커-뉴먼 블랙홀에서 전하가 0이되면 커 블랙홀이 되고, 각운동량이 0이 되면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블랙홀이 된다. 그리고 전하와 각운동량이 모두 0인 블랙홀은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 된다.

관련 현상

플라스마 제트
블랙홀의 주변에 존재하는 강착 원반(Accretion disc)를 통해 물질이 블랙홀의 회전축 방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2013년에서 2014년의 관측[2]에 따르면, 블랙홀에서 빠져나가는 플라즈마의 초기 속도는 광속의 80%나 된다고 한다.

오해

블랙홀은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마법의 구멍이 아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강력하지만, 그건 질량이 크기 때문이지 블랙홀이라서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지구가 껍데기만 남고 내부가 블랙홀로 변한다고 해 보자. 그래도 지상에 사는 우리는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중력장의 크기는 중력장을 발생시키는 질량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데, 지구의 질량은 블랙홀이 된다고 해도 여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각주

  1. 하지만 블랙홀이 증발하는 것처럼 특이한 상황에서는 노출 특이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2.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newsMaterial/3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