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곡이 여문 벼

이 열리는 식용식물로 외떡잎식물에 해당한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수천년동안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경제를 책임져왔으며 아직도 주식생산용 작물로서는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식물.

동북아시아는 매년 여름의 한순간에 몰빵된 재해급 폭우가 땅 위를 모조리 쓸어버리는 기후이고, 동남아시아는 일년 내내 고온다습한 녹색 사막이기 때문에 밀 같은 작물은 잘 자라지도 않을 뿐더러 이삭도 맺히기 전에 썩어버린다. 하지만 벼는 태생이 열대의 습지라서 내습성이 강하다(물론 몰아치는 폭풍우에는 약하지만, 그래도 습기에 훨씬 강한 편이다). 때문에 벼와 논농사가 도입됨으로써 곡물 생산 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아시아에서 맛과 식감과 보존성이 좋은 곡식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야말로 혁명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겨울을 피해서 1기작으로 최대한 많이 거두는 방식으로 재배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잦은 강우로 인해 지력이 상시 유실되는지라 모자라는 생산성을 2기작으로 벌충하는 방식으로 재배된다. 겨울에 편하게 쉴 수 있는 동북아시아 방식은 가뭄에 취약하다는 것이 최대의 문제고, 동남아시아 방식은 1년 내내 힘들지만 태풍만 피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산출이 안정적인 편이다. 한국에서도 온난한 지방에서는 2기작으로 심어보려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조생종 벼만 가능한 점, 부족했던 맛 등의 이유로 최근까지 일반적인 시도는 아니었다.

장단점[편집 | 원본 편집]

아열대식물 답게 강렬한 햇빛과 습기에 강하며, 오히려 생장기에 충분한 햇빛과 습기가 있어야 결실이 좋다. 유기물이 활발히 생성되는 습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점토질만 충분한다면 척박한 땅에서도 얼마든지 재배가 가능하며 토양에 유해염류가 쌓이지 않아 윤작없는 연작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냉해에 약해서 이북 산간지대에서는 재배가 안되고, 가뭄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상기후 한방에 한해의 농사를 날려먹는 경우가 가끔 터진다. 물론 그 정도 이상기후라면 웬만한 고가치 작물은 다 박살나겠지만 예전엔 주식용으로 병행해서 기르던 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날려먹을 리스크가 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처럼 연중 날씨가 널뛰는 곳에서 재배하려면 미리 저수지와 수로를 아주 빡세게 조성해놔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도 단점이다.

재배[편집 | 원본 편집]

의외로 벼는 야생성이 강하며, 종자만 심어두면 굳이 사람이 매만지지 않아도 알아서 쑥쑥 큰다. 농사로 기르면서 품질을 중요시하는 경우에는 잡초 등을 솎아내는 일이 필요하긴 하지만, 안 솎아내도 그런대로 잘 자라준다.

기계이앙(일반) 기계이앙(소식) 직파(무논직파) 직파(건답직파)
  • 파종
    벼의 파종은 모를 길러서 모내기로 옮겨 심는 이앙법과 땅에 종자를 바로 심는 직파법으로 구분된다. 근대부터 현대까지 이앙법이 잡초 억제 등에 있어 유리했으나, 농촌의 노동력 절벽이 다가와 기계화된 이앙법으로도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직파법을 보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이앙법
      잡초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모종을 일정기간 기른 뒤에 물을 채운 에 모종을 옮겨심는 방법이다. 모종을 키우는 데 25일 정도가 소요되며, 모내기는 초여름(5월~6월)에 진행된다. 이앙법은 모종을 키워 모판을 준비하는 데 대부분의 노동력이 집약되는 데, 모판의 모종 집약도를 높여 노동력을 절감하는 드문모심기(소식, 밀묘)재배가 연구되었다.[1]
    • 직파법
      벼를 2mm 정도 발아시킨 상태로 땅에 심는 방법이다. 이앙을 준비해둔 논에 심는 방법만 바꾼 "무논직파"와, 마른 논에 직파한 뒤 물을 늦게 채우는 "건답직파"로 구분된다. 이앙법에 비해 준비과정이 간단하여 노동력이 크게 절약되며, 건답직파는 이앙기 대신 트랙터를 활용할 수 있다.
  • 생장
    작물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잡초를 억제하기 위해 논에 물을 오래 채워놓는데, 물빼기 1~2개월 전에 불필요한 가지가 열리지 않도록 물을 일부러 뺐다가 다시 채운다(중간물떼기). 수확기에는 콤바인이 진입해야 하므로 땅을 굳히기 위해 수확 45일~60일 전(통상 8월 중순)에 물을 뺀다.
  • 수확
    수확은 대부분 콤바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확 현장에서 바로 낟알을 얻지만, 수작업으로 수확하는 경우 별도의 탈곡 과정을 거쳐야 낟알을 얻을 수 있다. 수확한 낟알은 함수율 25% 이하로 건조하여 15ºC 이하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며 이듬해에 종자로 사용하거나 그때그때 도정하여 로 출하한다. 도정 정도에 따라 백미, 현미 등으로 구분한다.

품종[편집 | 원본 편집]

벼는 크게 장립종인 인디카 계열과 단립종인 자포니카 계열로 구분한다.

  • 야생쌀 (Wild rice)
    표현하자면 줄풀열매에 가까운 원시적인 쌀로, 찰기는 커녕 백미 수준까지의 도정 자체도 불가능할 정도의 품종이다. 단품으로 조리하면 그냥 물에 삶아내는 수준으로 수분 흡수율이 낮아서 식감이 단단하고, 맛도 견과류에 비교할 정도의 묘한 향취가 있다. 그러나 그 특징이 되려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바가 있고, 탄수화물질이 낮아 건강식으로도 유명하다.

인디카[편집 | 원본 편집]

  • 바스마티 (Basmati)
    인도의 대표적인 장립종 품종이자 향미(香米)라고 불리는 쌀의 대명사이다. 그 이름은 '향긋한 것'이라는 뜻으로, 특유의 쌀향이 강하고 찰기가 거의 없다. 낟알 길이도 상당히 길쭉해서 줄곧 단립종만 먹어왔다면 이게 도저히 쌀이라고 믿기질 않는 수준이다.
  • 자스민 (Jasmine)
    태국의 대표적인 장립종 품종(향미)으로, 자스민 꽃에서 가져온 이름처럼 아련하게 향기가 난다.
  • 웨하니 (Wehani)
    갈색을 띠는 장립종 쌀로, 칼로스처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재배된다.

자포니카[편집 | 원본 편집]

  • 코시히카리 (コシヒカリ, 고시히카리)
    단립종에서 찰진 맛의 품질이 가장 월등한 것으로 치는 품종이다. 이름부터가 찰기를 뜻하는 '코시'와 윤기(빛깔)를 뜻하는 '히카리'가 합쳐진 단어. 이 품종을 모종으로 하는 신품종이 상당수 존재하며, 지금 이 시점에서도 개발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이다. 히토메보레나 아키타코마치, 밀키 퀸 등이 코시히카리를 교배시킨 신품종.
  • 사사니시키 (ササニシキ)
    단립종의 대표 품종 중 하나이다. 코시히카리와는 반대로 수분 흡수가 적고, 찰지지 않으며 가벼운 맛을 가진 쌀이라, 스시(초밥)와 같은 조리용에는 오히려 코시히카리보다도 적합하다.
  • 야마다니시키 (山田錦)
    주로 청주를 빚기 위해, 간사이 지방에서 재배하는 낟알이 큰 단립종 쌀이다.
  • 아키바레 (秋晴, 아끼바레 / 추청)
    적당한 찰기와 윤기가 특징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단립종 품종이다.
  • 통일벼
    자포니카와 인디카를 교배시킨 한국산 품종으로, 장립종처럼 생산량이 높으면서도 적당한 찰기를 가지고 있는 품종이다. 이 품종 덕택에 1960년대 한국 내 식량(쌀) 보급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다른 품종을 섞은지라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밥맛이 치명타로, 쌀 자급률이 높아진 이후에는 질을 우선시하느라 기피되고 있다. 그러나 만일에 대비하여 모종은 계속 보존 중이다.
  • 봄바 (Bomba)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쌀로, 빠에야에 쓰이는 작은 낟알의 단립종 쌀이다. 외관은 자포니카와 거의 다르지 않다만 조금 더 찰기가 없다. 칼라스파라 마을에서 재배된 봄바가 가장 유명하다.
  • 알보리오 (Arborio)
    이탈리아 북부에서 재배되는 낟알이 큰 자포니카(단립종) 품종으로, 리조토 등에는 가장 적합한 품종이다. 아밀로오스-아밀로펙틴의 비율이 미묘하게 달라서 찰지기보다는 쫀득한 맛이 있다. 다만 조리 시간이 길고, 압력솥을 쓰기 어려운 점이 단점.
  • 카르나롤리 (Carnaroli)
    알보리오와 함께 이탈리아 북부 자포니카 품종의 일종이나, 정확히는 중립종에 해당한다. 조직이 알보리오보다 더 치밀하여 알보리오보다 더 대중적으로 쓰인다. 보기와는 달리 낟알이 크기 때문에 그냥 밥솥에 넣고 지었다가는 설익은 밥을 씹게 된다.
  • 칼로스 (Calrose)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단립종 자포니카 품종이다. 코시히카리나 아키바레 등에 비하자면 윤기나 찰기가 떨어져서 값싼 수입쌀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곤 한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미국산 쌀이 거의 대부분 이것이다.
  • 신동진
    1992년 호남농업연구소에서 화영벼와 중대립종의 인공교배로 개발을 시작한 품종으로 1999년 신동진이라는 명칭이 붙은 쌀이다. 통상 단백질 함량 낮을수록 밥맛이 좋아진다고 하는데(6%선) 이 품종은 7.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쌀알이 상당히 큰 편인데다[2] 찰기가 떨어지고 단단한 편이다. 이런 쌀이면 통일벼마냥 사장되어야 정상인데도 2019년 기준으로 한국내 재배 쌀 품종 중 여섯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다. 조리 후 냉각과 녹말의 노화로 인한 식감의 감퇴가 적어 24시 편의점에 납품되는 냉장 도시락류와 김밥류는 모두 신동진으로 만들기 때문에 수요 자체는 많다.

이용[편집 | 원본 편집]

  • 낟알()
    낟알은 도정해서 쌀로 출하한다. 출하 방법에 따라 가격편차가 큰데,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워서 직판으로 팔면 20kg 기준 5만 원은 챙겨볼 수 있으나 정부미 수매로 넘기면 때에 따라 40kg에 5만 원도 못 받는다.
    쌀은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낮기도 하고, 기계화 없이 맨손으로 뛰어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도 별로 못 번다. 벼농사로 돈 좀 번다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기계화가 완료되어 대규모 경작이 가능한 곳들이다. 벼농사에 필요한 농기계들을 1대씩만 마련해도 수억은 우습게 넘어가는 형국이라 귀농귀촌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벼농사는 그다지 추천할 게 못 된다.
  • 줄기()
    탈곡 후 남은 줄기는 쓰임새가 많았다. 초가집의 지붕이 되기도 하고, 새끼줄이나 광주리를 꼬는 데 쓰기도 하고, 가축의 여물로도 사용되었다. 현대에는 흰색 비닐로 래핑 후 발효하여 가축의 여물(헤일리지)로 사용하는 것이 주류로 수확철이 지난 후 농지 여기저기에 커다란 마시멜로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3]

같이 보기[편집 | 원본 편집]

각주

  1. 드문모심기 할 때 건강한 모기르기는 이렇게, 농사로, 2021.05.06.
  2. 한국내 마트 판매 품종 중 가장 큰 쌀알 크기
  3. 잘 말리고, 잘 말아서, 잘 먹여요(feat.풀사료), 국립축산과학원 네이버 공식블로그,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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