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홍차

1.241.14.129 (토론)님의 2015년 6월 12일 (금) 11:59 판 (→‎기타)

개요

2006년 일어난 암살 사건에 이용된 음료수(?). 러시아 차의 최고봉

설명

연간 생산량이 100g밖에 안된다는 희귀한 물질인 폴로늄이 들어 있는 홍차. 즉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진귀한 홍차다.

이것을 맛보고 싶다면 러시아를 뒤집어 엎을만큼 크고 아름다운 불편한 진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면 된다. 그러면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높이 사서 크렘린에서 최상의 재료들을 공수해와 직접 제조하여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당사자의 식탁 앞으로 전달해준다. 소문에 의하면 이것을 제조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러시아의 전/현직 총리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한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실로 과분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특별한 홍차답게 그 맛은 말 그대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가 온몸 구석구석에서 강림하는 듯한 파괴적인 맛. 즐길 수 있으면 즐겨보시라

진실

전직 러시아 비밀경찰(FSB) 출신 알렉산드로 발테로비치 리트비넨코는 영국으로 망명한 뒤 그간 자신이 수집해온 푸틴 정권의 치부를 하나둘 까발리면서 푸틴 정권을 공개비난하는 반푸틴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가 2006년 11월 1일 그는 전 FSB 동료였던 안드레이 루고보이와 옛 KGB 요원 출신 인사 드미트리 콥툰을 만났고 이 두명을 만난 직후 심한 복부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입원하였으나 급속하게 상태가 악화되어 2주만에 숨지고 말았다.

문제는 리트비넨코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그 물질의 정체였는데, 의료진은 제독법은 물론 아예 독성 물질의 정체 자체를 파악해내지 못하였다. 이 와중에 리트비넨코의 소변과 찻잔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분석 결과 이는 폴로늄으로 드러난다.

폴로늄은 자연적으로는 모이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며(...) 양성자 가속기에서 비스무트 209를 중성자와 충돌시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겨우 100g 될까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물질이다. 즉, 이 물질을 사람을 죽이는데 쓸 수 있을만큼 모을 수 있는 것은 한 강대국의 높으신 분들쯤 되는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하며, 리트비넨코를 암살할만큼 극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러시아 정부밖에 없다는 아주 환상적인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으니, 그렇다고 러시아를 상대로 진상조사에 들어가자니 너무도 큰 국제적인 규모의 정치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건드리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진상조사도 진상조사거니와, 푸틴이 범인이 맞다고 밝혀졌다 쳐도 처벌은 어떻게 할 건가? 일단 영국 경찰청은 유력한 용의자로 추산된 문제의 리트비넨코의 옛 동료들을 조사하고자 하였지만 러시아 정부는 당연하게도(?) 증거 불충분으로 영국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때문에 수사는 진전이 없어 그대로 굳어 있는 상태이다.

효율

일단 단순한 살상 능력으로 비교하자면 비상이나 청산가리 같은 전통적인 암살용 독약은 물론 농약 같은 일상적인 독극물, 하다못해 아프리카 세렝게티 어딘가에서 독사의 독침을 쥐어짜내는 것 보다도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진다. 상술했듯 더럽게 비싼데다가 희귀해도 너무 희귀한 물질이기에 그걸 쓰면 누가 썼는지 다 티가 나는, 효율로만 따지면 그야말로 최악의 암살법.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긴 하다. 이런 범인이 누군지 티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것이 사실상 암살의 탈을 쓴 처형임을 의미하며, 이는 정적등에 대한 경고로 써먹을 수 있다. 덤으로 공식적으로 범인이 밝혀져도 블라디미르 푸틴의 강대한 권력으로 처벌을 피해가면 그만.

독극물 차원에서 보면, 한번 중독되면 민간 병원 레벨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제 때 제독 방법은커녕 독성 물질이 무엇인지 분석조차 불가능하니 사실상 확실한 죽음을 보장할 수 있다. 부가적으로 폴로늄이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 잔인하기 그지없는데, 원래 폴로늄이 내뿜는 방사선입자가 너무 커서 실험복 가운 한 장으로 막히는 판이라 인체에 비교적 해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일단 몸 속에 들어가고 나면 발생을 넘어 세포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며, 매우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한다. 대인용 핵무기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야말로 지극히 정치적인 암살법이라 할 수 있다.

자매품

우크라이나의 경우 소련이란 이름으로 러시아와 함께 한 전적이 있는 데다가 지리상으로도 러시아와 가까운 반면, 반대로 소련 시절 러시아의 횡포로 우크라이나 대기근 같은 사건도 숱하게 겪어온지라 친러시아 성향과 반러시아 성향의 충돌이 심한 곳으로, 정치권에도 마찬가지로 친러계와 반러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반러계 인사 빅토르 유시첸코를 대상으로 누군가가 그가 먹는 스프에 과도한 양의 다이옥신을 투입시켜 다이옥신 중독으로 쓰러지게 만든 이른바 '다이옥신 스프'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민간인이 쉽게 구하긴 어려운 물질폴로늄보다야 쉽겠지만에 대놓고 중요한 선거 기간에 노려진 것이라 러시아나 친러계 우크라이나 정치 세력이 저지른 것으로 기정사실화되었으나, 정작 증거도 증인도 없어 결국 흐지부지된 사례. 차이점이라면 유시첸코는 리트비넨코와는 달리 기적적으로 살아남아서 치료를 받고 다시 정치계로 복귀하여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기타

참고로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절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터뜨려서 진짜로 인근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사례가 있어 주변 국가의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방사능이 함유된 홍차를 먹게 만든 바가 있다(...). 설계다! 그리고 현재는 일본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켜서 주변 국가의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방사능 홍차를 시음하게 만들었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일본과 러시아는 서로 이웃한 인접 국가다.

이 사건이 유명해진 뒤로 영국에 있던 '폴로늄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식당은 그저 단순히 폴란드식을 취급해서 폴로늄인 거고, 암살에 쓰인 원소 폴로늄은 과거 퀴리 부인이 이 물질을 처음 발견하면서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붙여 만든 이름으로 둘이 별 연관은 일절 없지만, 하여튼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영국 요리의 악명을 생각해보면 그럴듯하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