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링 (신조어)

ITKW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10월 9일 (화) 21:52 판 (→‎반론)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따라해서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러링'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메르스 갤러리메갈리아에서는 미러링을 남성 위주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주 나오는 미소지니 적 레퍼토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자리만 바꾼 채 기본 구조는 그대로 전시하는 게시글, 또는 그러한 게시글을 올리는 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초 사이트에서 남성 비하 발언을 하거나 일베 말투를 따라하는 사례는 메갈리아 측에서 미러링을 내세우기 전에도 디시 인사이드의 남자 연예인 갤러리나 여성시대 등의 사이트에서는 일상적으로 존재했다.[1][2] 이외에도 메르스 갤러리 및 메갈리아의 서비스 시작 이전에도 암베저장소, 암베스트 등의 일베 내의 여성을 배척하는 성향 때문에 떨어져 나온 일베저장소 여성 유저들이 주로 이용했던 독립된 사이트 역시 존재했으며, 이들의 행동양식 역시 일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메르스 갤러리 및 메갈리아의 남성 비하 발언은 단지 기존의 남성 비하 발언을 즐기던 회원들이 모여서 발생한 것일 뿐이며, 미러링은 비하 발언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잘못된 타겟팅이 아니라는 주장

일부 여혐을 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해서, 미러링된 표현을 보여줌으로써 그 행동을 고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이해해달라.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일부를 타겟으로 잡는다고 주장하고서 남성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는 방식은 오류투성이로 보일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일부러 따라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를 문제삼는 '타겟' 가운데 여혐 문제에서 자유로운 남성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미러링이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서, 세상 모든 남자들이 성폭행과 성추행과 성적 폭언을 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 남자들은 모든 여자들에게 위협이 된다. 애초에 '김치녀'도 '특정 여성'을 비난하는 말이었다고 강변하는 걸 떠올려보자 이 문장에서 성별만 뒤집으면, '모든 여자들이 미러링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 미러링에 모든 남자들이 무차별로 노출'되는 셈이 된다. 그런데 이는 자신이 여자를 혐오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남자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그러나 혐오에 분노하는 그들의 '정의'는, 그동안의 여성'혐오'에는 왜 침묵했냐는 반론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다.

여기에서 결정적인 모순이 발생한다. '선량한 여자들'이 그동안 '이유 없이' 당해왔던 혐오와 자신들이 마주한 혐오가 구조적으로 같다는 것을 인식할 경우, 자신이 상식적이고 정의롭다는 전제를 자기 손으로 부숴야 한다. 이는 자신이 여성혐오에 적어도 동조했음을, 달리 말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들이 일베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이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남성들은, 결국 돌파구로 여성혐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한다.[3] 이유 없이 남성혐오를 일삼는 '여자 일베' 프로파간다가 이러한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JTBC의 '일베 등'이라는 표현에 온 커뮤니티들이 펄펄 날뛰었던 사례는 이의 연장선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미러링에 분노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그 원본인 여성혐오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리하여 자기들이 여성혐오자임을 스스로 선언하게 된다.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게 한다'는 의도에 확실하게 말려드는 셈이다. 처음부터 혐오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미러링이 나타난 배경과 원인을 찾지 미러링 그 자체를 문제삼지 않을 것이고, 진짜 '선량한 남자들'이라면 자신들이 여성혐오의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역시 미러링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러링이 잘못된 타겟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주장을 할수록 오히려 미러링의 정확도와 파괴력이 계속 상승하는 결과밖에 불러오지 않는다.

반론

틀:독자연구 위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미러링에 분노 및 반대하는 각기 다른 주장을 가진 수많은 개인이 모조리 여성혐오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미러링에 반대하는 남성 중에는 '김치녀' 등 각종 혐오 발언을 특정 여성을 비난하는 말이라고 옹호하거나 여성혐오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미러링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한 후에도 남녀 갈등 증폭, 혐오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 불가 등 미러링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비판하는 개인, 이전에도 여성혐오 문제를 인식하고 발언에 적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음에도 미러링의 공격을 받아 이를 비판하는 개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이 주장하는 미러링의 배경과 원인이 현실과는 앞뒤가 맞지 않음을 지적하며 남성 비하 발언을 자유롭게 하며 즐기기 위한 명분으로 미러링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고 이를 비판하는 개인 등, 미러링에 대해 반대하는 집단은 여성혐오를 부정하는 자 이외에도 다양한 비판 의견을 가진 개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미러링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여성혐오의 존재를 부정하며 자신을 여성혐오자로 선언한다는 주장은 이러한 반례를 무시하는 것이며, 비판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비판 의견을 '여혐'으로 낙인찍어 입막음을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여성혐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미러링에 대한 분노 내지 비판을 표출하는 것은 서로 양립 가능하다.

또한, 여성혐오에 '침묵'했으니 사실상 동조한 것이라 해석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상황의 전후 맥락을 보지 않고 단순히 '여성혐오를 접하고 그에 대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거나 그에 맞서는 의미있는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을 '침묵'으로 규정하고 이를 '동조'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개인이 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비판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혐오 표출을 제재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웬만큼 규모가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사회 규범을 따르지 않는 괴팍한 이용자가 필연적으로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미리 솎아낼 방법은 없기 때문에, 다수의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비판 댓글을 달고 커뮤니티 운영자가 개입해 문제의 글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여성혐오 발언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커뮤니티 운영자와 다수의 이용자들이 협업해도 커뮤니티 내 여성혐오 발언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개 개인에게 괴팍한 이용자가 주류를 차지하고 운영자가 이들의 행패를 방기하거나 사실상 조장하는 일베와 같은 커뮤니티의 여성혐오 표출을 제지할 능력이 없음은 자명하다. 능력 밖에 있는 혐오 표출 제지 행위를 지속해 자신의 자원을 소비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하는 대신 혐오와 거리를 두거나 무시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 여성혐오에 자신의 주장을 일치시킨 것은 (즉, '동조'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맥락은 무시한 채 침묵했으니 동조한 것이라는 논리를 따른다면 권력형 성범죄와 같은 여성혐오를 겪은 후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어 자신의 피해에 대해 침묵한 여성도 여성혐오에 동조한 것이라는 괴상한 명제가 참이 된다.

결론적으로, '미러링의 타겟이 돼 이를 문제삼는 사람 중 여혐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에 미러링의 목표물 설정은 적절하다.'는 주장은 미러링을 문제삼는 사람은 여성혐오를 부정하는 남성이라는 성급한 일반화에서 비롯된 가정과 여성혐오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 원인 및 맥락은 완전히 무시한 채 침묵한 것은 동조한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주장이기에 성립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을 기반으로 미러링을 계속하면 오히려 기회가 있을 경우 여험 발언 봉쇄에 협력할 수 있는 사람까지 적으로 돌려[4] 결과적으로 여혐 발언이 널리 퍼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주의

반면교사 또는 충격요법의 의미에서 미러링은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불법적인 행위의 미러링은 모방범죄이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연하게도 검찰은 미러링을 면책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홍대 몰카 사건이나 워마드 남탕 몰카 사건 같은 경우 미러링 이전에 범죄행위가 성립한다.

미러링은 부정적인 방식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론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일베식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베가 하도 '~노' 나 '이기야' 같은 말투를 남발하는 통에 애꿎은 영남 방언을 쓰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각주

  1. 관련 정황을 보여주는 링크들 #1#2 #3 #4
  2. "2014년 7월에서 11월 사이에 있었던 남연갤 커뮤니티의 일상적인 일베 말투와 어그로, 패드립 문화(왼쪽). 남연갤 유저들이 일베를 이용하고 있었던 정황(오른쪽)", 박가분, 혐오의 미러링, 바다 출판사, 2016년
  3. http://www.sisain.kr/26764
  4. 상식적으로 봤을 때,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측에서 일베 등의 여성혐오 발언에 적대적이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직접적으로 이에 대항하지는 않고 있는 사람에게 '너는 정도만 다를 뿐 일베와 다를 것이 없다.'와 같이 본인이 본인이 적대하는 집단과 같은 부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잠재적인 지지기반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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