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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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채소 절임류 발효 식품군(보존식)을 일컫는 분류 명칭 중 하나. 친척으로는 짠지, 장아찌가 있다.

개요

한반도에서 주로 생산 및 소비가 이뤄지는 요리로 배추, 무, 열무 등을 염장한 것에 갖은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 '김치'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배추로 만든 배추김치를 떠올리지만, 사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김치는 조선무김치이다. 배추(白菜)라는 채소 자체가 중국에서 들여와 한국식으로 개량된 것이기 때문.

기본적으로 김치는 '재료명 + 김치'의 공식을 따르는데 열무(어린무)[1]로 만든 열무김치, 갓으로 만든 갓김치, 총각무(알타리무)로 만든 총각김치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공식에 따르지 않는 김치류도 있는데, 대개는 말이 바뀌면서 김치라는 단어가 탈락되어서 그렇다. 대표적으로 보쌈김치(=보쌈), 동치미(冬沈(동침), 겨울 김치. 참고로 김치는 한자로 沈菜(침채)라 쓴다.) 등. 단, 소박이류(오이소박이, 가지소박이 등)는 김치의 일부로 취급하지만 김치라는 단어가 없고, 깍두기의 어원인 각독기(刻毒氣)에도 김치라는 단어가 없으며, 섞박지 또한 그런 등등, 공식이 모두 완벽하게 들어맞지만은 않는다.

김치의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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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김치는 익힌 채소보다는 살아 있는 채소를 재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가열하면 죽는 영양소'가 살아 있다는 장점이 있다(다르게 보면, 그런 김치를 익혀먹는 김치전이나 김치찌개는 그런 영양소들이 죽는다).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발효유산균이 있으며, 김치에는 여러 젓갈이나 마늘 등의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가있어서 거기서 오는 영양소들이 풍부하다.

하지만 만들 때 소금 및 젓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염분 함량이 매우 높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짠지'라고도 한다.) 그리고 김치는 만들 때 생채소를 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식품 안에 있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이러면 맛이 중화되기 때문에 맛이 약해지지 않도록 일부러 더 짜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김치의 역사

김치와 유사한 음식에 대해 가장 오래된 문헌은 약 3천 년 전의 중국 문헌 '『시경(詩經)』'이며, 오이를 이용한 채소 절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菹)'라는 글자가 나온다. 이후 조선 중종 때의 '벽온방'에 "딤채국을 집안 사람이 다 먹어라." 하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저'를 우리말로 '딤채'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어학자 박갑수는 김치의 어원에 대해, '딤채'가 '팀채'로 변하고 다시 '딤채'가 되었다가 구개음화하여 '김채', 다시 '김치'가 되었다고 설명한다.[2]

이상국집(李相國集)에 의해 언급된 김치의 재료는 苽(외)茄(가지)菁(순무)蔥(파)葵(아욱)瓠(박)의 6종으로, 배추는 19세기 후반에서야 겨우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보급되기 시작하여 20세기 초에 전세를 역전시키며 대표 자리를 꿰차게 된다. 본래 김치란 오래 삭혀서 보존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중국산 품종 도입 이전까지는 엽채[3]에 불과한 배추가 김치의 재료로서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으나, 중국 배추의 유입으로 김치의 식재료에 편입될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음력 10월 전후로 월동준비를 한다고 집집마다 배추와 무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흡사 김장전투(?!)를 벌였지만 현대 도시지역 거주민, 그것도 1인~2인가구라면 더더욱 김장을 하는 일이 없어졌다. 농촌지역에서도 김장을 따로 배우지 않은 계층은 김장을 안 한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중반 세계화 진입 초기당시 김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유행한 탓도 있지만, 애초부터 김치는 조리 난이도가 만만찮게 높고[4], 시간도 많이 걸리며 손도 많이 가는 상당히 까다롭고 번거로운 음식이다. 이런 경향에 몇몇 어르신들은 "요즘 애들은" 라며 혀를 차기도 하지만 마트에서 간단히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할 필요까진 없다. 다만 가격 경쟁력면에선 만들어 먹는게 훨씬 싸므로 가족 중에 한 사람이라도 김장을 할 줄 알게되면 가계에 무척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

지역적 특색

앞서도 몇차례 언급했으나, 김치는 본래 와 같은 가을 무렵에 수확되는 야채를 소금물에 절여놓아 겨울철부터 봄나물이 나오기 직전까지 꺼내먹던 저장식이었다. 즉, 김치의 본래 목적은 저장에 있으며, 저장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는 김치의 지역적 특색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되었다.

간단히 정리하여 북녘은 담백하고 쩡하게, 남녘은 진하고 짭조름하게라 할 수 있다. 추운 지방인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에서는 동치미, 백김치와 같이 수분이 풍부하고 맛이 강하지 않은 김치가 주류를 이루었고, 더운 지방인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이른바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등을 비롯해 남도식 김치라 하는 짭조름하고 진득한 양념이 특징인 배추김치 등이 상에 오르곤 하였다. 추운 지방에서는 엽채같은 여름 야채를 키우기 어려웠고 고추나 산초같은 향신료도 자생하지 못하였으며, 굳이 짜게 담그지 않아도 간혹가다 얼어버릴 뿐 썩어버리는 일이 없으니 소금값도 절감할 겸사 수분만 빼놓는 정도로 삼삼하게 절여먹었다. 하지만 더운 지방에서는 쓸데없는 수분을 남기면 조금만 방심해도 잡균이 침투해 곰팡이가 피어오르거나 지독한 군내가 나기 일쑤였던지라 소금으로 팍팍 절여서 소독한 뒤 향신료 범벅으로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치의 문화적 위상

식문화적인 의미에서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는 일이 거의 없는 중요한 존재이자 소울푸드(Soul food)이다. 식사하는 사람이 김치를 먹든 안먹든 김치는 필수요소마냥 꼭 올라와 있을 정도이고, 심지어는 한식이 아닌 식단에서도 김치를 찾아서 먹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은 김치를 해외배송해서 먹거나 어떻게든 현지 재료로 재현해 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배추를 재배하기 힘든 연해주 지방으로 끌려간 고려인들도 김치앓이로 인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만든 '한국 당근'으로 향수를 달랬을 정도로 김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매년 늦가을 무렵부터 단체로 김장을 담그는 문화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일종의 연례행사이며 이로 인한 물가관리가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김장철 돼지고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김장문제로 인한 가정사 문제 등 각종 사회 경제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의 음식이자 이와 관련된 문화현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에 당당히 첫 순위로 등장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것들 (한글, 한복, 탈춤, 한라산, 판소리 등)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바로 김치이며, 설령 순서가 바뀔지라도 반드시 나오는 것이 김치이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김치는 매우 밀접한 존재이다. 다만, 서구의 식문화가 들어오고 2000년대를 넘기면서 김치를.먹지 못하고 거부감을 가지는 젊은 층들도 생겨나고 있다. 강한 매운 맛과 젓갈의 냄새를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소울푸드와 김치

가끔 누군가가 (외국인도 예외없이)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면, 그것을 한국을 혐오하는 것이라고 과대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지만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스파게티를 싫어한다고 해서 이탈리아를 싫어하는 건 아닌 것처럼 누군가 김치를 싫어한다고 해서 한국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초, 한국이 본격적으로 세계화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5] 젊은 세대 중심으로 김치를 낡은 것으로 치부하던 경향이 일어났던 것에서 '고유한 전통문화로 여겼다는 것이 도태될 수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반향이기도 하다.

김치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는 해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고, 한국인이어도 못 먹는 김치가 분명히 있다고 할 정도이다. 일례로 강원도는 김치에 오징어와 명태를 더한 생선 김치를 먹으며,[6]전라도는 쓴맛이 정말 강한 고들빼기로 담근 고들빼기김치, 겨자처럼 톡 쏘는 매운맛이 강한 갓김치 등도 먹는다. 제주도에서는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먹고, 이 외에도 지역마다 무말랭이, 콩잎, 깻잎, 우엉 등 다양한 재료로 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런데 '그 김치를 사랑한다는' 한국인이 그런 특색있는 김치를 못 먹는 건 조금도 언급하지 않거나 처음이면 다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김치를 사랑하는 게 당연히 희귀할' 외국인이 김치를 못 먹는 것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후술하지만, 이런 신성화로 인해 김치의 효능을 만병통치약마냥 과대포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암이 낫는다, 성인병에 좋다, 각종 전염병에 탁월하다는 등 근거없는 주장을 마구자비로 갖다붙인다. 오히려 김치는 근본적으로 장기간 저장을 위한 염장식품이라 매우 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몸에 좋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이와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된장이 있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안 좋은 예로 김치 전사가 있다(...)

일본에서의 김치

일본인에게 김치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이 분들에게는 거의 바퀴벌레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2000년대에 한류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낸 뒤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김치는 2010년대 중반인 현재, 슈퍼마켓의 한 코너로서 당당히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흔한 음식이 되었고, 김치를 만들기 위한 소스[7]는 몰론, 김치돈부리(キムチ丼)나 김치나베(キムチ鍋)같은 요리가 일상식(※주로 맵고 따뜻해지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찾는다.)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이미 일본풍으로서 편입이 완료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듣고 일본에 찾아온 한국인은 일본식 김치맛을 보고는 대부분 실망한다. 뭔가가 녹아내린 듯한 눅진한 국물이 흥건하고, 소금 대신 설탕에 절였나 궁금할 정도로 단맛이 오르는 배추맛에 발효식품 특유의 시원한 맛이 전무하기 때문. 하물며 매운맛도 복불복인 마냥 전혀 맵지 않거나 조화가 안 될 정도로 무식하게 맵거나[8] 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인의 입맛에는 이런 스타일의 김치가 맞으니 이렇게 바뀐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본가의 맛이 훨씬 낫지만 재료의 차이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부정하기도 한다. (비슷한 예로 '치게(チゲ)'가 있다.) 어디까지나 케바케이므로 그냥 '아, 일본에서는 김치가 이런 식으로 발전한 건가' 정도로만 생각하자.

1990년대 중반무렵, 일본에서 김치를 기무치(キムチ, Kimuchi)라는 이름으로 츠케모노에 편입시켜 국제 표준(ISO규격)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가 있기는 있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김치를 과거의 유산처럼 경시하려는 풍조[9]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있었고, 한국 정부로서는 내외부 양쪽으로 위기를 맞은 김치를 구하고자 적극적으로 반론를 들었다. 결론적으로 한국 요리라는 결정이 내려져 'Kimchi'로 남게 되었지만, 그 영향으로 여전히 '기무치'라는 발음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어거지로 교정시키려는 한국인이 있다. 문제는 일본어의 구조상 받침을 쓸 수 없는 것 때문에 '기무치'라 하는 것까지 뭐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인에게 어거지로 R발음을 연습시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니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의 김치

중국에는 파오차이(泡菜, 혹은 솬차이)라는 음식이 있는데, 이게 동북지방이 아닌 화남지방 음식임에도 김치와 거의 친척꼴이라 봐도 될 정도로 비슷하다. 때문에 중국어로 한국식 김치를 파오차이(혹은 매운 파오차이라는 뜻의 '라파오차이')라 부르는 경우가 매우매우 많다. 한 술 더 떠서 한국 김치(조선 김치)를 중국 요리의 범주에 넣기도 하는데, 이는 조선족이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라는 논리에 기인한다.

다만 대부분의 중국인은 '김치'라는 요리가 조선반도(한반도) 유래라는 것은 이해하며[10], 조선족 김치와 한국 김치가 동일 계열이라 보는 정도의 인상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라면'을 두고 한국 음식인 것은 맞지만, 한국 (전통) 요리라고 인정하기엔 주저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미권에서의 김치

구미권에서 김치의 이미지는 '코리아의 전통음식'으로 결정났다. 한국에서 프로세스 치즈(슬라이스 치즈 같은 것)가 아닌 진짜 치즈가 매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듯, 미국인과 유럽인들도 김치는 소수 매니아층에 의해 소비되는 정도이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한데, 첫째로는 문화적으로도 크게 동떨어진 생소한 음식[11]이라는 것, 둘째로는 특히나 유럽대륙 같은 경우엔 김치를 담글 토지가 전혀 아닌 고로 가성비가 심히 떨어지는 탓이라는 것이다.[12]

요리법

‘한국인은 어지간한 채소를 절임, 김치, 짱아지 셋 중 하나는 해먹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김치의 종류가 다양하다.

김치들 김치요리들

트리비아

  • CNN의 문화여행지인 'CNN Go'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맛있는 요리 50선 중 12위가 김치이다.
  • 김치의 재료로 사용 가능한 식물이 상당히 다양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그냥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물 = 김치 재료로 사용 가능한 수준일 정도. 심지어 대마가 합법인 국가에서 만든 대마초 김치도 있을 정도이다.

같이 보기

각주

  1. 별칭이 어린무이긴 하지만, 일반 무와 열무는 서로 다른 종이다.
  2. http://www.example.org/wiki/%EA%B9%80%EC%B9%98
  3. 대략 지금의 '봄동'을 생각하면 된다.
  4. 조금만 수가 틀려도 맛이 간 미쳐버린 김치가 만들어진다. 게다가 실제로 그걸 알아차리는 건 숙성된 후이기 때문에 (겉절이 상태에선 잘 된건지 아닌지 구분을 잘 못한다.) 초보에겐 거의 복권긁기처럼 느껴진다.
  5. 여행 자유화가 1989년에 이뤄졌기 때문.
  6. 시원한 맛을 내기위해 생선액젓을 넣듯이 오징어나 명태 이외에도 꽁치나 심퉁이, 가자미 등을 비롯한 각종 잡어들을 젓갈로 집어넣어 만드는데, 감칠맛은 더 깊어지겠으나 몸체가 삭는 순간 그 냄새는 상상을 불허한다.
  7. キムチの素(키무치노모토)라고 부른다. 대략 한국의 양념갈비 소스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본래 소금에 절인 배추에 무쳐서 먹는 것이지만 귀찮다고 그냥 양배추에 찍어먹는 경우(...)도 있는지라 한국인이 보면 엄청난 컬쳐쇼크를 먹기도 한다. 덧, 일본에는 이런 '~の素(~의 재료)'에 해당하는 상품군이 매우 흔하다.
  8. 일본인에게 한국 김치는 '일단 매워야 본격적'이라는 인상이 있어서, 본가의 맛을 낸다고 타카노츠메(동남아 원산 하늘고추)나 하바네로 같은 고추를 쓰는 레시피도 존재한다(...)
  9. 소위,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10. 애초에 '조선'족이라 부르고 있으니까.
  11.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동화(同化)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에멘탈 치즈'가 밥과 찌개, 김치 등으로 차려진 밥상에 어떻게 곁들여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같다.
  12. 비유하면 '한국에서 생산한 와인을 프랑스 와인과 같은 가격을 주고 사먹을 수 있을까?' 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