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 스님 (트레져 헌터)/작중 행적/2기 2부: 두 판 사이의 차이

잔글 (/* Horseman원뜻은 말을 탄 사람이란 뜻이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세상에 종말을 가져온다고 전해지는 네 명의 기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각각 정복(Conquest), 전쟁(War), 기근(Famine), 죽음(Death)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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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딤의 계시를 받은 자 ===
=== 아딤의 계시를 받은 자 ===
39는 잠을 깼다. 종정 스님은 39로 하여금 라크와 로췌를 데려오게 했다. 그들이 돌아가기 전에 말할 것이 있었다. “큰스님,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신발 벗을 필요 없다. 길게 나눌 이야기는 아니니 그냥 거기서 듣거라.”
39는 잠을 깼다. 종정 스님은 39로 하여금 라크와 로췌를 데려오게 했다. 그들이 돌아가기 전에 말할 것이 있었다. “큰스님,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신발 벗을 필요 없다. 길게 나눌 이야기는 아니니 그냥 거기서 듣거라.”
{{인용문|{{인용문|라크리모사, 너는 지금 네 상황에 만족하고 있느냐.|||}}{{인용문|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인용문|넌 사람이 가장 바라는 두 가지의 신비한 힘인,<br />‘미래를 아는 것’,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었지 않았느냐.<br />그건 많은 사람의 꿈이 아닌가?|||}}{{인용문|그런 걸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br />생활, 가족, 친구, 저를 구성하던 모든 것을요.|||}}{{인용문|그래 그랬지. 로가텐의 힘으로 태어난 신비한 힘들은 반드시 불행한 결과로 인도한단다.<br />큰놈이의 이야기, 발루치와 로췌의 이야기도 들었겠지. 그 일이 어떤 슬픔을 만들어 냈는지도.<br />로췌, 연금술사들이 이름을 받을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었지? 말해주겠니?|||}}{{인용문|....우주적인 전망 내에서는<br />비열한 것도, 정직하지 못한 것도, 사악한 것도, 범죄도 아닌 것이 된다.<br />사실 신의 섭리에 따라 정리된 모든 것은 선하고 아름답고 정당하다.<ref>2기 2부 1화 머릿글에 나온 글귀이기도 하다. 9세기, 요하네스 스코투스 에리우게나의 ‘자연구분론’에 나오는 내용이라고...</ref>|||}}{{인용문|그 말을 반대로 돌리면 신의 섭리를 어긴 것은 그게 어떤 것이든 옳지 않다는 말이 되지.<br />나는 신을 믿는 자는 아니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하늘의 섭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br />사람이 나고, 죽고 상처 입는 건 하늘이 이 세상에 내려준 섭리다.<br />물론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딛고 이겨내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도리지.<br />하지만 하늘의 섭리란 연약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 때가 있단다.<br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너무도 힘들어서,<br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기대서 섭리를 거스르길 원하기도 하지.<br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어떤 불행을 불러들일지 모른 채,<br />그 힘을 사용하고 그 결과에 더 큰 슬픔에 빠질 수도 있어.<br />로가텐의 힘은 신비함이다. 그리고 그 힘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br />이해하는 순간 그 힘은 더 이상 신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br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두려워하거나 경배한다. 그리고 그것에 취하지.<br />힘에 취한 인간들... 그것보다 무서운 게 어디 있을까.<br />힘을 손에 들고 거짓된 힘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려 하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br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는 자들이 서로 다투게 될지도 몰라.<br />아니...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미 그런 싸움들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구나.<br />라크리모사, 자신을 잃은 자여. 잘 듣거라.<br />대범천왕님은 세 명 중 한 명을 선택하라 했다 했지.<br />난 네가 이제껏 보고 들은 것들은<br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선택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 생각한다.<br />너는 평범한 사람과, 신비한 힘을 가진 자 둘 다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니까.<br />대범천왕님이 널 만들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한 것 또한 그 선택을 위해서일 것이다.<br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지.<br />너에게 힘든 일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널 대신할 자가 없구나.<br />하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무명사는 대범천왕님의 뜻을 믿고 널 지지할 것이다.<br />네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온다면,<br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거라. 우린 네 선택에 따를 것이다.<br />가거라. 다시 볼 때를 기다리마.|||}}|||}}
{{인용문|{{인용문|라크리모사, 너는 지금 네 상황에 만족하고 있느냐.|||}}{{인용문|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인용문|왜? 넌 사람이 가장 바라는 두 가지의 신비한 힘인,<br />‘미래를 아는 것’,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었지 않았느냐.<br />그건 많은 사람의 꿈이 아닌가?|||}}{{인용문|그런 걸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br />생활, 가족, 친구, 저를 구성하던 모든 것을요.|||}}{{인용문|그래 그랬지. 로가텐의 힘으로 태어난 신비한 힘들은 반드시 불행한 결과로 인도한단다.<br />[[파즈/아귀 김현식|큰놈이의 이야기]], [[로췌#로췌의 과거|발루치와 로췌의 이야기]]도 들었겠지. 그 일이 어떤 슬픔을 만들어 냈는지도.<br />로췌, 연금술사들이 이름을 받을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었지? 말해주겠니?|||}}{{인용문|....우주적인 전망 내에서는<br />비열한 것도, 정직하지 못한 것도, 사악한 것도, 범죄도, 아닌 것이 된다.<br />사실 신의 섭리에 따라 정리된 모든 것은 선하고 아름답고 정당하다.<ref>2기 2부 1화 머릿글에 나온 글귀이기도 하다. 9세기, 요하네스 스코투스 에리우게나의 ‘자연구분론’에 나오는 내용이라고...</ref>|||}}{{인용문|그 말을 반대로 돌리면 신의 섭리를 어긴 것은 그게 어떤 것이든 옳지 않다는 말이 되지.<br /><br />나는 신을 믿는 자는 아니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하늘의 섭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람이 나고, 죽고 상처 입는 건 하늘이 이 세상에 내려준 섭리다. 물론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딛고 이겨내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도리지.<br /><br />하지만 하늘의 섭리란 연약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 때가 있단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너무도 힘들어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기대서 섭리를 거스르길 원하기도 하지.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어떤 불행을 불러들일지 모른 채, 그 힘을 사용하고 그 결과에 더 큰 슬픔에 빠질 수도 있어.<br /><br />만일 이런 힘들이 세상에 나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본 적이 있느냐? 이해할 수도 없는 힘을 이용해서 죽은 사람을 살리고,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능력들이 판을 치고, 전설상의 신기가 세상에 나타난다면 말이다.<br /><br />얼핏 듣는다면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모든 게 소름끼치도록 두렵구나. 로가텐의 힘은 신비함이다. 그리고 그 힘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는 순간 그 힘은 더 이상 신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두려워하거나 경배한다. 그리고 그것에 취하지. 힘에 취한 인간들... 그것보다 무서운 게 어디 있을까. 힘을 손에 들고 거짓된 힘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려 하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는 자들이 서로 다투게 될지도 몰라. 배부름을 모르는 낙타처럼 끝없이 더 많은 힘을 원하면서.... 아니...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미 그런 싸움들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구나.<br /><br />라크리모사, 자신을 잃은 자여. 잘 듣거라. 대범천왕님은 세 명 중 한 명을 선택하라 했다 했지. 난 네가 이제껏 보고 들은 것들은,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선택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 생각한다. 너는 평범한 사람과, 신비한 힘을 가진 자 둘 다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니까. 대범천왕님이 널 만들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한 것 또한 그 선택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지. 너에게 힘든 일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널 대신할 자가 없구나. 하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무명사는 대범천왕님의 뜻을 믿고 널 지지할 것이다. 네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온다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거라. 우린 네 선택에 따를 것이다.<br /><br />가거라. 다시 볼 때를 기다리마.|||}}|||}}


=== 김현식의 눈물 ===
=== 김현식의 눈물 ===

2016년 12월 11일 (일) 01:06 판

내용 누설 주의 이 부분 아래에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열람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1기, 2기 1부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Horseman[1](1화, 17화)

래더라는 단체에서 한 과학자가 도망쳐왔다. 그는 버나드 굿맨(이하 버나드)라는 남자였다. 버나드는 무명사에서 생성되는 LC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는 LC의 힘을 찬탄해 마지않았고, 종정 스님에게 LC를 세상에 공개하자고 역설했다. LC로 사람들을 치료해준다면, 무명사는 교세를 엄청나게 확장시킬 수 있다. 종교 분쟁이 걱정이라면, 민간 쪽을 통해 공개하자. 모두에게 베풀 수 없는 게 문제라면, 꼭 살려야 하는 인물만 선별하여 LC를 사용하자...

종정 스님은 그의 말을 모두 일축했다. 그는 이미 버나드를 의심하고 있었다. LC에 대한 관심이 너무 집요하고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래더에서 도망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들과 결탁하고 LC를 확보하기 위해 온 것처럼 보인다. 종정 스님이 추궁하자, 버나드는 본색을 드러냈다. 종정 스님의 추측대로 그는 래더의 우두머리 ‘제이콥’의 지시를 받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무명사가 LC를 세상에 공개하면, 래더는 이 땅의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LC로 무기를 만들고, 버나드는 LC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특권을 갖는다. 이것이 버나드와 제이콥의 노림수였다.

그러나 버나드는 이미 제이콥과 갈라선 지 오래였다.[2] 버나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류와 싸울 적을 만드는 것이었다. 강대한 적이 나타난다면 인류는 분쟁을 멈추고 하나로 뭉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인류의 평화가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호문쿨루스를 양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버나드 굿맨의 숙원이었다.

버나드의 사상은 위험했지만, LC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는 있었다. 종정 스님은 그가 LC를 연구하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버나드는 LC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지 LC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16화~17화

업보

어느 날, 무명사 인근에서 크롤카가 나타나 폭주하며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파즈쉬타카두르[3] 덕분에 사태는 해결되었다. 종정 스님은 크롤카를 감금해두었다. 크롤카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졌다. LC에는 힘을 흡수하는 능력도 있기에, 무명사는 크롤카의 힘을 가장 잘 억제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동안 별 문제는 없으리라.

크롤카는 힘을 억제하기 위해 무명사로 오던 중이었다. 그는 로췌와, 그리고 라크리모사(이하 라크)라는 이름의 남성 호문쿨루스와 동행하고 있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김진호와 생긴 것이 똑같았다. 종정 스님은 로췌와 라크를 법당으로 데려왔다. 로췌의 말로는 라크는 자기 자신을 잃은 호문쿨루스라고 한다. 라크는 크롤카와 격전을 벌인 탓인지 탈진하여 기절해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종정 스님은 라크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라크는 어린 아이를 보았다고 말했다. 39와 만났던 모양이다. 종정 스님이 답했다.

아아.. 먼저 만났구나. 그 아이는 너와 같은 호문쿨루스란다.
아마 너희들 중에 가장 안타까운 아이일 거야.
너희가 한 가지씩 잃었다면 그 아인 수십 가지를 잃었으니..
부를 때는.... 이제 39라고 부르면 되겠군..
이름의 숫자는 한 번 죽을 때마다 하나씩 더해진단다. 이제 서른아홉 번을 죽었다는 뜻이지.

라크는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왜... 누가 저 애를 저렇게 만든..
누가 저 아이를 호문쿨루스로 만들었냐고?
나다. 내가 저 애를 저렇게 바꾸었지. 바로 이곳에서.
이 땅에 묻힌 LC가 영향을 미친 듯하더구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예상?... 결과? ...실험이라도 한 겁니까?
왜 저 어린애를 가지고 그딴 짓을 한 겁니까.
그때는... 그게 최선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유지.
아직 꼬마애잖아!
이제 돌릴 수도 없는 짓거릴 해놓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이 미친 새끼들이!!
적당히 뭐 하나 잃어버리면 성공이었다고 생각했던 건가?!
사람 인생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연금술 배우면 남의 인생 찢어발길 자격이라도 생기는 건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지도 이해 못하는 개새끼들!!

라크는 폭언을 내뱉고는 법당을 나섰다...

자신을 잃은 자

로췌는 라크의 무례함에 화가 난 모양이다.

그만두거라, 로췌. 저 녀석이 틀린 말한 건 없다. 그땐 우리가 너무 경솔했었지.
눈앞에서 어린애가 잡아먹히는 광경을 봤으니..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겠지...
게다가 저 아이도 피해자 아니더냐.
자신이 호문쿨루스가 되어서 괴로운 만큼 더 아프게 동질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착한 아이야...
라크리모사를 만든 아딤은 무의식과 내면에서 압박하고..
발루치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모든 상황을 이용하고 있어.
게다가 김진호가 있음으로써 돌아갈 곳까지 잃어버렸지.
아마 숨쉬는 매 순간순간이 괴롭게 느껴질 거야...
난 그게 얼마나 큰 압박일지 상상이 안 가는구나..
그런데 그 모든 괴로움을 끝낼 수 있는 수단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지.
발루치가 라크리모사에게서 무리하게 단검을 빼앗지 않은 건
스트레스에 못 이겨 죽음을 선택하길 바라서였을 수도 있겠구나... 영리한 녀석이야..
이제 이곳에 도착했으니.. 목적마저 상실한 셈이구나.. 무척 혼란스러운 상태일 거야...
로췌, 네가 가서 나쁜 짓 못하게 지켜봐 주거라. 알겠지?
마음 같아선 확 두들겨 패고 싶은데요?
허허, 그것도 나쁘진 않지.
머리 잡아당기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요즘에는 거의 이런 적 없었어요.
그래? 그거 다행이로구나.
잡아줄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자기 머리 당길 필요는 없겠지.[4]

로췌가 라크를 쫓아가고, 법당 안에는 종정 스님만 남았다...

17화~18화

계승

쉬타카두르가 법당에 홀연히 나타났다.

버나드 굿맨은 돌아간 건가.
네. 그자도 결국 LC에 대해 연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더군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확인하였지요.
아무래도 LC는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더군요.
LC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수수께끼로 남아있길 원한달까요?
이해하면 더 이상 신비하지 않은 물건이 될 테니까요. 그것이 싫은 듯합니다.
다른 보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저나 흉흉한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딸과 함께 동반자살하고 싶어 하는 아비가 있다던데..
당신께 도리가 어쩌고 할 정도로 제가 우둔하진 않습니다만, 시기가 좋지 않군요.
곳곳에서 이상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싸움의 징조들과 불가사의한 현상들..
솔직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오랫동안 우릴 위해 봉사해주었습니다. 더 해주길 원한다면 그건 투정이죠.
하지만 누가 당신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나 대신 그들을 이끌어 주게. 자네라면 잘 해낼 거야.[5]
이런.. 가실 때 저도 좀 데려가시면 안 됩니까?
왜? 자네도 사는 거에 정 떨어진 건가?
허허! 그런지는 오래됐지요. 아귀에게 반쯤 뜯어먹힌 몸이 된 뒤부터...
이놈의 세상에 당최 정 붙이고 살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어영부영 살다보니 이 나이까지 왔습니다.
젠장!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걱정을 이고 사는 거야 이골이 났으니까.[6]
고맙군. 이만 가보겠네.
그 두 아이는 안 만나시고 가시는 겁니까?[7]
오늘은 자네를 만난 걸로 충분하네.
앞으로 얼마나 더 걱정거리가 늘어날는지..
내일이면 괜찮겠지.. 내일이면 괜찮겠지.. 하며 이 악물고 살았는데도..
아무리 세월을 먹어도 걱정거리는 사라지지가 않더군요....
걱정 하나를 치우면 또 새로운 게 쌓이고... 무슨 먼지처럼...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계속 이 악물고 살아야지요.
산 놈이 먼지 쓰고 누워있을 순 없으니까요.

쉬타카두르는 무명사를 떠났다. 밖에 나와보니 39는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대의(大義)

“이놈들아~ 작은 애기 잠자게 그만 좀 날아다녀라.” 종정 스님은 벌레들을 손으로 쫓으며 모기향을 피웠다. 그때 파즈가 말을 걸어왔다.

라크리모사라는 아이.. 어떻게 하시려 하십니까?
남자 호문쿨루스는 분쟁의 씨앗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분쟁이 일어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양이 될 겁니다.
그러니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원인을 제거하고 없었던 일로 만들자?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을 때,
“이름도 인연도 자신도 버리고 대의를 위해 살아라.” 그리 말씀하셨지요.
분쟁이 일어나 1000명이 죽고 다치는 것보단
한 명이 죽고 평화로워지는 것이 대의의 큰 뜻에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까?
이놈아. 닭 모가지 비튼다고 새벽이 안 온다냐.
날 싸움은 나는 거고 난 녀석은 난 거다. 그걸 어떻게 막겠느냐. 우리가 부처냐?
그리고 1000명 살리겠다고 한 명 죽이는 건 대의가 아니라 명분이라는 거다.
비슷하지만 틀리지.
대의라고 해서 너무 커다랗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 그건 너무 위험하니까.
우린 기껏해야 눈앞밖에 못 보는 사람이야.
부처나 신처럼 모두를 굽어보며 생각할 순 없어. 그릇이 다르니까.
바르 미츠바나, 이슬람, 인도의 광신도들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의 그릇을 가지고 큰 신의 잣대를 담으려고 하기 때문이야.
다 담지도 못할 것을 담으려 한 다음에,
자신의 모든 행동이 신의 뜻인 양 행동하며, 사람을 내려다보는 거야.
그래서 그놈들은 사람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거다. 자기 자신의 목숨조차도....
거대한 신 앞에 인간은 너무 작은 존재니까.
네가 찾을 대의란 건 네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찾아야 한다.
너무 거대한 걸 찾으려 할 필요는 없어.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생각하거라. 뭐 앞으론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쉬타카두르는 종정 스님에게 대스승의 직을 물려주겠다고 했다. 무거운 자리이지만, 사양할 수만은 없다. 쉬타카두르에게는 목숨을 빚진 적이 있으니까. 종정 스님은 쉬타카두르의 뒤를 잇기로 결심했다...

2기 2부 완결

아딤의 계시를 받은 자

39는 잠을 깼다. 종정 스님은 39로 하여금 라크와 로췌를 데려오게 했다. 그들이 돌아가기 전에 말할 것이 있었다. “큰스님,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신발 벗을 필요 없다. 길게 나눌 이야기는 아니니 그냥 거기서 듣거라.”

라크리모사, 너는 지금 네 상황에 만족하고 있느냐.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왜? 넌 사람이 가장 바라는 두 가지의 신비한 힘인,
‘미래를 아는 것’,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었지 않았느냐.
그건 많은 사람의 꿈이 아닌가?
그런 걸 바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생활, 가족, 친구, 저를 구성하던 모든 것을요.
그래 그랬지. 로가텐의 힘으로 태어난 신비한 힘들은 반드시 불행한 결과로 인도한단다.
큰놈이의 이야기, 발루치와 로췌의 이야기도 들었겠지. 그 일이 어떤 슬픔을 만들어 냈는지도.
로췌, 연금술사들이 이름을 받을 때 꼭 해주는 말이 있었지? 말해주겠니?
....우주적인 전망 내에서는
비열한 것도, 정직하지 못한 것도, 사악한 것도, 범죄도, 아닌 것이 된다.
사실 신의 섭리에 따라 정리된 모든 것은 선하고 아름답고 정당하다.[8]
그 말을 반대로 돌리면 신의 섭리를 어긴 것은 그게 어떤 것이든 옳지 않다는 말이 되지.

나는 신을 믿는 자는 아니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하늘의 섭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람이 나고, 죽고 상처 입는 건 하늘이 이 세상에 내려준 섭리다. 물론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딛고 이겨내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도리지.

하지만 하늘의 섭리란 연약한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 때가 있단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너무도 힘들어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에 기대서 섭리를 거스르길 원하기도 하지.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 어떤 불행을 불러들일지 모른 채, 그 힘을 사용하고 그 결과에 더 큰 슬픔에 빠질 수도 있어.

만일 이런 힘들이 세상에 나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본 적이 있느냐? 이해할 수도 없는 힘을 이용해서 죽은 사람을 살리고, 무협지에나 나올 법한 능력들이 판을 치고, 전설상의 신기가 세상에 나타난다면 말이다.

얼핏 듣는다면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 모든 게 소름끼치도록 두렵구나. 로가텐의 힘은 신비함이다. 그리고 그 힘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는 순간 그 힘은 더 이상 신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두려워하거나 경배한다. 그리고 그것에 취하지. 힘에 취한 인간들... 그것보다 무서운 게 어디 있을까. 힘을 손에 들고 거짓된 힘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려 하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는 자들이 서로 다투게 될지도 몰라. 배부름을 모르는 낙타처럼 끝없이 더 많은 힘을 원하면서.... 아니...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미 그런 싸움들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라크리모사, 자신을 잃은 자여. 잘 듣거라. 대범천왕님은 세 명 중 한 명을 선택하라 했다 했지. 난 네가 이제껏 보고 들은 것들은,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선택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라 생각한다. 너는 평범한 사람과, 신비한 힘을 가진 자 둘 다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니까. 대범천왕님이 널 만들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한 것 또한 그 선택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겠지. 너에게 힘든 일을 맡긴 것 같아 미안하지만, 널 대신할 자가 없구나. 하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무명사는 대범천왕님의 뜻을 믿고 널 지지할 것이다. 네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온다면, 다시 이곳으로 찾아오거라. 우린 네 선택에 따를 것이다.

가거라. 다시 볼 때를 기다리마.

김현식의 눈물

라크와 로췌가 떠나고, 종정 스님은 파즈를 불렀다. 그는 파즈에게 가면을 하나 건넸다. 종이를 겹치고 기름을 발라 만든 평범한 가면이다.[9] 종정 스님은 파즈에게 라크와 함께 대회에 출전하라고 말했다. 김현식의 부인을 홀렸던 연단술사도 대회에 출전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또한 파즈는 아직 39에게 미련이 남아있다. 마음은 감춘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가 파즈에게 가면을 준 이유는, 대회에 김현식의 이름으로 출전하여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파즈는 종정 스님에게 윤지를 39로 바꾸었을 때의 일에 대해 물었다. 종정 스님은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크롤카가 자존심까지 내던지고, 쉬타카두르에게 그 일을 따지며 떼를 쓰다시피 했던 이야기. 종정 스님이 파즈와 39의 벌을 대신 받겠다며 쉬타카두르에게 대들었던 이야기... 당시 쉬타카두르는 종정 스님에게 벌을 받는 대신, 파즈와 39를 보살피라고 말했다. “난 대스승에게 너희를 맡기고 한가롭게 벌이나 받으려고 했는데. 크~ 1700년 정도 사니 눈치 하나는 존나 빠르더구나. 그냥 가더라구.” 종정 스님은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큰스님....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말씀 한 마디 안 하시고..
이놈아, 다 큰 놈이 뭔 눈물이냐. 작은 아기 깨겠구나.
죄송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란 말 이제야 느낄 수 있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미 사라진 윤지라는 아이를 작은 애기에게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저.. 전.. 또 다시 제 슬픔을 아이에게 뒤집어 씌웠었군요.
마음속으로 딸을 보내지도 변한 딸을 받아들이지도 못한 못난 놈입니다..
드디어 제 속에 고름처럼 고여 있던 김현식이란 남자의 시체가 눈물로 나오는군요.
이제야 마음속에 제 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즈는 담담히 눈물을 흘렸다...

각주

  1. 원뜻은 말을 탄 사람이란 뜻이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세상에 종말을 가져온다고 전해지는 네 명의 기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각각 정복(Conquest), 전쟁(War), 기근(Famine), 죽음(Death)을 상징한다.
  2. 2기 2부 7화에서 제이콥은 자신의 사업기밀을 갖고 도망친 사람을 쫓아 무명사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2기 2부 15화에서 버나드는 바위에 깔린 제이콥을 발견하고, “그러게 왜 나를 쫓아와서 이 고생인가? 조용히 놔줬으면 별 일 없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기 능력으로는 구해주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풀어줄 생각도 없다고도 했다. 무명사로 도망칠 당시, 버나드는 제이콥과 대립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버나드는 독자적인 계획을 갖고 무명사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3. 무명사에서 도움을 요청했다.(2기 2부 9화)
  4. 라크리모사와 로췌가 어떤 사이로 발전하는지를 생각하면... 종정 스님은 둘의 사이를 이미 예견했던 모양이다.
  5. 대스승의 직을 종정 스님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6. 쉬타카두르의 제안을 받아들인 셈이다.
  7. 라크리모사와 로췌를 말하는 건지, 파즈 스님과 39를 말하는 건지 확실치 않다. 정황상 파즈와 39인 듯하다. 쉬타카두르는 종정 스님에게 일종의 벌로써 파즈와 39를 거두라고 했기 때문이다.
  8. 2기 2부 1화 머릿글에 나온 글귀이기도 하다. 9세기, 요하네스 스코투스 에리우게나의 ‘자연구분론’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9. 여담이지만 3기 넘어가면서 파즈가 이 가면 쓰고 어떤 학살극을 펼치는지를 생각하면... 그 난전을 거치고도, 가면은 미간에 구멍 뚫린 걸 제외하면 멀쩡했다는 걸 생각하면... 종이가 아니라 강철을 겹쳐 만든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1기를 보면 알겠지만, 결국에는 박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