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Socialtheoryofinternationalpolitics.jpg
원서 표지
작품 정보
작가 알렉산더 웬트
장르 학술서
나라 미국
언어 영어
발행일 1999년
출판사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사
ISBN 0-521-46960-0
한국어판 정보
발행일 2009년
출판사 사회평론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은 알렉산더 웬트의 대표적인 저서로, 1999년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사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출판됐다. 한국에서는 2009년 출판사 사회평론에서 해당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다. 구성주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요[편집 | 원본 편집]

이 책은 웬트가 1992년 출판한 논문인 "무정부상태는 국가가 하기 나름이다"(Anarchy is What States Make of it)의 논의에 기반,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에서 웬트는 이 저서가 케네스 월츠1979년 집필한 신현실주의 이론의 고전이 된 책 『국제 정치 이론』에 대한 응답으로서 쓰인 것이라 밝혔다.

웬트는 국제체제가 근본적으로 무정부상태와 같다는 현실주의의 기본전제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국제체제가 무정부 상태이므로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싸운다"는 식의 홉스적 시각을 거부하였다. 이는 신현실주의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무정부 상태의 논리'에 의문점을 제기하였다. 심지어 웬트는 '무정부 상태의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국가간 무력 경쟁'은 무정부 상태에서 가능한 여러 양상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라는 주장이다.[1] 웬트가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신현실주의의 유물론을 거부하고 관념(idea), 규범, 문화가 국제체제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웬트는 국익, 정체성, 심지어는 '권력(power)' 그 자체의 의미마저 관념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런 입장에서 웬트는 미국소련이 냉전에 대한 관념 그 자체가 냉전이었다고 말했다.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에 따르면, 이익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관념들은 '간주관적[2]으로 형성되는'것이다. 그리고 이 관념들은 국가간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산물이며 그렇기에 국제정치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그 구조라기보다는 (국제정치의) 과정인 것이다. 간혹 국제체제가 현실주의의 예측대로 무력 경쟁의 양상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필연적이지 않으며 다만 사회적 구성 과정에 따른 결과일 뿐인 것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웬트가 국제정치를 논하는데 있어, 관념, 규범, 문화를 중요한 핵심적 요소로 제안했다는 점이고, 그래서 웬트의 이론은 국제정치학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현실주의의 정적인 유물론적 구조주의와는 달리, 웬트의 사회적 이론은 국제정치의 '변형적 잠재력'(transformative potential)과 관련이 있다. 웬트의 이론은 국제관계에서 보다 협력적인 관계를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3]

실제로 이 책이 출판되자마자 수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냉전이 평화적으로 종식되면서 기존 현실주의의 한계를 느끼던 국제정치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4] 물론 구성주의가 완전히 새로운 시각은 아니었다. 이미 그 이전부터 비판이론의 한 갈래로 시작해 구성주의는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국제정치학계의 주류인 과학적 인식론을 수용하고, 또 이미 고전으로 인정받는 월츠의 『국제 정치 이론』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그 이상의 지적 연구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4]

목차[편집 | 원본 편집]

  • 아래는 사회평론에서 출판한 한국어판 목차이다.[5]

목차
한국어판 서문 = 7
총론 국제정치의 네 가지 사회학 = 14

Ⅰ. 국가 체계적 프로젝트(The states systemic project) = 22
Ⅱ. 구조적 이론화의 지도 = 41
Ⅲ. 책의 구성 = 64

1부 사회이론 = 77

과학적 실재론과 사회적 종류(social kinds) = 79
Ⅰ. 과학적 실재론과 준거 이론(theories of reference) = 84
Ⅱ. 실재론에 대한 최종적 논거 = 101
Ⅲ. 사회적 종류의 문제 = 105
Ⅳ. 인과(causation)와 구성(constitution) = 119
Ⅴ. 결론 = 134
"전적으로 관념일까?" : 권력과 이익의 구성에 관하여 = 144
Ⅰ. 이익으로 구성된 권력 = 150
Ⅱ. 관념에 의한 이익의 구성 = 171
Ⅲ. 결론 = 197
구조, 행위자와 문화 = 208
Ⅰ. 구조의 두 수준(Level) = 215
Ⅱ. 구조의 두 효과 = 238
Ⅲ. 자기 실현적 예언으로서의 문화 = 262
Ⅳ. 결론 = 268

2부 국제정치 = 279

국가와 유기적 행위자 문제 = 281
Ⅰ. 필수적 국가 = 288
Ⅱ. "국가도 인격체이다" = 307
Ⅲ. 정체성과 이익 = 317
Ⅳ. 국익 = 329
Ⅴ. 결론 = 340
무정부상태의 세 가지 문화 = 350
Ⅰ. 무정부 내의 구조와 역할 = 356
Ⅱ. 홉스적 문화 = 368
Ⅲ. 로크적 문화 = 393
Ⅳ. 칸트적 문화 = 417
Ⅴ. 결론 = 433
과정과 구조적 변화 = 466
Ⅰ. 정체성 형성의 두 가지 논리 = 453
Ⅱ. 유기적 정체성과 구조적 변화 = 477
Ⅲ. 주요 변수들 = 486
Ⅳ. 결론 = 516

결론 = 527
웬트의 『국제정치의 사회적 이론: 구성주의』약설 = 586
찾아보기 = 600

내용[편집 | 원본 편집]

  • 이하의 내용은 코프랜드(Copeland, 2000)의 리뷰 논문을 번역, 재구성한 것에 기초했다. [6]

배경과 개관[편집 | 원본 편집]

냉전이 끝난 뒤로, 지배적인 패러다임이었던 현실주의구성주의 패러다임의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에게 공격받게 된다. 현실주의 중에서도 특히 구성주의의 타겟이 되었던 관점은 신현실주의라고도 불리는, 구조적 현실주의였다. 참고로 구조적 현실주의는 케네스 월츠의 『국제 정치 이론』을 시초로 한다.

구조적 현실주의자들은 세계정치의 양상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항상 상대적 세력의 분배 상태와 무정부 상태라고 주장한다. 구성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더 중요한 요인을 놓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즉, 간주관적으로 공유되는 관념들은 행위자들의 정체성과 이익을 구성함으로써 이들의 행위를 결정하며, 이것이 더 중요한 측면이라는 것이다.

웬트는 국가(state)를 국제정치의 핵심 행위자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신현실주의와 궤를 같이 한다. 자유주의에서 말하듯, 다국적기업이나 NGO 등 비국가 행위자가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영향력이 실제 국제정치 체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여전히 '국가를 통해서'라는 것이다.[7]

그럼에도 웬트는 '무정부 상태가 국가들을 반복적인 안보 경쟁으로 몰아넣는다'는, 신현실주의의 핵심 가정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웬트에 따르면, 체제의 성격(대립적인지, 평화적인지)은 무정부 상태나 세력(분배)가 아니라, 담론적 사회 실천에 의해 형성되는 공유 문화와 함수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문화가 체제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소리다.

무정부 상태에서 항상 나타나는 "논리"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례가 나타날 뿐이다. 홉스적, 로크적, 혹은 칸트적 문화 중 어느 하나가, 사회의 각 행위자가 어떤 행동규범을 얼마나 준수하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다. 이익과 정체성에 관한 각 행위자의 자아 개념(conception of self)은 다른 행위자들의 외교적 제스처의 산물이므로, 국가는 국제정치 과정을 통해 국제정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 새로운 제스처를 통해 각국은 이익과 정체성을 보다 높은 수준의 타자 배려(other-regarding)와 평화적인 수단과 목표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국제정치의 '문화'는 이렇게 나타난다. 1단계 문화적 주관화는 강제적으로 규범을 따르게 되는 경우, 2단계는 이익을 따라 규범을 선택하는 경우, 3단계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따르는 경우다. 3단계에 도달한 문화만이 행위자의 정체성과 이익을 구성한다. 그 이전까지는 정체성과 이익은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8]

만약 "무정부 상태가 국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현실주의는 강력한 일격을 맞은 셈이다. 누구도 (무정부 상태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적 국력에 신경쓰고 끔찍한 갈등에 휩싸인 것에 대해 국가를 탓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그 국가들이, 구조의 근간이 되는 간주관적 문화를 바꿈으로써, 장기적인 평화에 필요한 비이기적인 사고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학문적 기여[편집 | 원본 편집]

자유주의[편집 | 원본 편집]

이 책은 전통적인 전간기이상주의에서 영감을 얻음으로써,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에서 일어났던 (당시 기준으로) 최근의 발전에 어긋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웬트는 '외교는 국가들이 자신과 타자를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상주의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기존의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는 관념을 별도의 독립변수로 보았다. 즉, 국가가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면 현실주의가 되며, 그 이외의 것을 추구하면 이상주의, 자유주의적으로 행동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전쟁과 갈등에 관해서는 현실주의가, 그 이외의 분야에서는 자유주의가 타당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8] 이는 오히려 현실주의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관념은 힘에 이은 또 하나의 독립 변수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웬트는 지적한다. 오히려, 관념은 "권력과 부라는 물질적 변수를 구성"함으로서 근본 요소가 된다.[4]

(역시 당시 기준으로) 최근의 자유주의 이론들은 국내적 차원의 힘들이 국가의 선호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는 '제도가 정보 불확실성을 해결함으로써 협력을 심화시키는'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외생적 선호를 가진 합리적 행위자에 대한 현실주의적 가정을 받아들였다. 자유주의에 대해 웬트는, 국내 수준의 과정과 독립적인, 국가 선호에 대한 제도적 관념 구조의 인과적, 구성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에 대해, 웬트는 외생적 선호 가정, 특히 국가들이 이기적이며 절대이득의 최대화를 추구한다는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구성주의[편집 | 원본 편집]

강경한 구성주의자들은 웬트가 '국가와 개인은 사회적 상호작용과는 독립적인 기본 욕구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불만스러울 것이다. 웬트는 국가와 개인과 같은 행위자들은 본래 (적어도 처음에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며, 또 국가는 상호작용에 선행하여 존재하는 집합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존재라고 간주한다. 웬트는 이 기준점들이 국제적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사회 과정이 의거하는 기준점이라고 주장한다.

'오직 관념뿐이다'라고 주장하는 극단적인 구성주의적 관점에는 구조만 있지 행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행위자들이 오롯이 구조에 의해 구성된다면, 구성주의는 무너져내릴 것이다. 행위자는 순전히 그들이 처한 관념적 환경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행위자의 행동에 의한 구조 변화가 불가능하다. 구조는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것이며,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담론 실천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극단적 구성주의 모델로는 포착하지 못하는, 외부로부터의 물질적 충격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신현실주의[편집 | 원본 편집]

현실주의에 대한 웬트의 기여는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웬트는, 힘과 이익을 현실주의의 영역으로 간주하면서 단순히 "아이디어가 중요함. 힘이나 이익이랑은 별개임ㅇㅇ"이라고만 주장하는 여타 자유주의구성주의 이론가들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그런 이론들은 힘과 이익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는 것인지를 묻지 않기 때문에, 현실주의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양보하게 된다. 즉, 현실주의가 설명하고 남은 부분이나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웬트는 힘이나 이익처럼 표면상 물질적인 변인들이 실제로는 사회 실천을 통해 구성되는 만큼, 세계정치에 관한 구성주의의 시각에 맞는 관념적 변인으로서 힘과 이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보인다.

둘째로, 웬트는 국가를 주체성을 지닌 '행위자'(agent)로 간주하면서도 철학적으로 가장 엄격하게 정당화된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신현실주의, 신자유주의, 구성주의 모든 관점의 구조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대개의 구조 이론가들은 국가를 행위자로 간주하는 가정만으로도 이론 구축에 충분하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국가 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이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웬트는 국가가 (많은 사람들의 집단 기억에 존재하며,) 그 존재를 특정한 행위자에 의존하지 않는, 참으로 자기조직적인 실체(a real self-organizing entity)임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정부 상태는 국가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을 통해 현실주의에 가장 대담한 비판을 가한다는 것이다. 무정부 상태가 국가를 생존과 상대적 국력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현실주의적 가정에 대해 웬트는 적대감, 군비 경쟁, 전쟁의 소용돌이가 무정부 구조에서도 필연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인다. 국가가 그런 대립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면, 이는 이기적이고 군사적인 사고방식에 따른, 국가 스스로 수행한 사회 실천의 결과이다. 무정부 상태는 국가간 대립을 강제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런 논리도 담고 있지 않는 '텅 빈 그릇'일 뿐이다.

(행위자들의) 행위와 결과를 설명하려면 이 그릇에 변화무쌍한 이익과 정체성이 담겨야 한다. 이러한 분석은 많은 현실주의적 주장에 내재되어 있는 비관주의를 극복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보다 타자를 배려하는 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국가가 과거의 현실정치적 태도를 넘어설 수 있다면, 보다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비판[편집 | 원본 편집]

현실주의 학자들은 웬트의 국제정치관에 결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이론이 현실주의적 세계관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불확실성의 문제를 간과한다는 것이다.

구조주의적 현실주의에서 상대적 국력을 핵심적인 독립변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국가는 타국이 현재, 그리고 특히 미래에 어떤 의도를 갖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현실주의에서는 타국의 현재 국익이 불확실하다는 것[9]만으로도 이미 안전보장을 추구하는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구조주의적 현실주의에서는 국가가 본질적으로 공격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하지만 현 구조가 그런 국가들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분쟁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웬트의 주장과는 반대로, 현실에서 국익의 분배 상태가 특별히 특정한 상태에 있을 것을 가정하지 않고도 (설령 미래에 '악의 축' 국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무정부 상태와 세력 배분은 국제정치의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실주의에서는 다만 국가가 타국의 현재와 미래 국익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이기만 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무정부 상태에 있다면, 보통 그런 불확실성은 극심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행위자들이 서로를 기만함으로써 얻게 되는 유인에 의해 더 심화되는데, 웬트는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고찰하지 않았다. 또한 국가들이 각자의 성향이나 의도를 상당히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라도, 이것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 또한 국가들은 알고 있다. 따라서 타국이 어느 추후에 공격적 성향으로 돌아서고 우위를 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겉보기에 우호적인 조건에 있더라도 국가는 자국의 세력 감소를 걱정해야 한다. 따라서 이처럼 미래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상대적 국력의 정도와 변화 추세가 각국의 행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기능한다.

각국이 보여주는 협조적 태도의 정도에 따라 무정부 상태의 문화를 구분지은 것은 오히려 웬트의 분석이 현실주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딜레마를 강화할 뿐이다. 누군가가 협조적으로 행동한다고 해도, 이것이 진짜로 그가 평화지향적이기 때문인지, 혹은 양의 탈을 쓴 늑대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무정부 상태의) 세 가지 문화에 대한 서로 다른 정도의 내면화를 다룬 웬트의 논의는 이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다. 낮은 수준의 내면화만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국가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은 사실 각국 사이에 공유되지 않은 어떤 것이다. 즉, 단기적 관점에서 이기적 행동을 취할 사적 유인이 그것이다.

한편 양준희(2001)[4]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그의 논의에는 철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원용한 전문적 논의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문제는 이와 같은 이론들이 웬트의 주장을 명쾌하고 풍부하게 만들기보다는 난해하게 복잡하게 만들어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려면 난해함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웬트는 무정부 상태는 국가가 하기 나름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그것은 일면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국가 간의 힘의 차이를 지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정이 필요하다. 즉 [...] 무정부상태는 강대국이 하기 나름이다라고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약소국은 아무리 국제관계를 변화시키려 하여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의 힘의 차이에 대한 문제에 대해 구성주의는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각주

  1. 반면 현실주의에서 무정부 상태는 곧 국가간 무력 경쟁으로 직결된다.
  2. 간주관성은 "여러 주관 사이에서 공통으로 성립하는 성질"을 말한다. "상호주관성"도 같은 의미이다.
  3. 이상의 내용은 영어 위키백과Alexander Wendt 문서 157994789판을 번역한 것이다.
  4. 4.0 4.1 4.2 4.3 양준희. 2001. "월츠의 신현실주의에 대한 웬트의 구성주의의 도전." 國際政治論叢 제41집 3호. pp. 25-46
  5. 자료 출처: 고려대학교 도서관 홈페이지
  6. Dale C. Copeland. 2000. " The Constructivist Challenge to Structural Realism: A Review Essay." International Security, Vol. 25, No. 2, pp. 187-212
  7. Alexander Wendt. 1999.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p. 8-9
  8. 8.0 8.1 Alexander Wendt. 1999. Social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앙쥰희 (2001)에서 재인용.
  9. 현재 그 국가의 행위가 안보 때문인지, 안보 외의 다른 요인 때문인지